소설리스트

고황 (834)화 (834/1,004)

834화 이별의 입맞춤

“읍…….”

무방비 상태던 월령안은 발버둥 치기도 전에 육장봉의 입맞춤에 온몸이 나른해져 저도 모르게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말았다. 바로 이 신음 소리가 육장봉을 자극했다. 육장봉은 더욱 강렬하고 난폭하게 월령안을 탐닉했다.

월령안이 곧 숨을 쉬지 못할 것 같자 육장봉은 그제서야 그녀를 놔주었다. 그리고 그가 점령하던 ‘그곳’에서 물러났다.

월령안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공기가 부족했던 머리가 점차 맑아졌다. 그러나 이렇게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는 육장봉의 전략일 뿐이었다.

월령안이 숨을 돌리자마자 육장봉의 입맞춤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전보다 더 급했다. 마치 폭풍우처럼 순식간에 월령안의 모든 정신을 빼앗아 갔다. 순간, 월령안은 눈빛이 흐릿해지고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의 눈가에는 끝없는 사랑의 감정이 흘러넘쳤다.

육장봉의 심금이 울렸다.

그는 결혼하고 싶어졌다.

그는 간절하게 그녀와 첫날밤을 보내고 싶어졌다.

* * *

월령안은 결국 육장봉을 배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월령안이 싫어서가 아니라 육장봉이 허락하지 않아서였다.

육장봉의 입맞춤에 정신이 혼미해진 월령안은 얼굴이 발그레했고 두 눈은 촉촉했다. 특히 입술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일이 끝난 뒤, 육장봉이 아무리 월령안의 마음을 진정시켜도 월령안은 여전히 ‘크게 사랑받은’ 듯한 얼굴을 했다.

월령안이 이 모습으로 나간다면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둘이 방금 전, 방 안에서 뭘 했는지 눈치챌 것이다.

물론, 사교 교주로서 육장봉은 수하가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또 수하가 함부로 꾸며내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육장봉은 다른 사람이 월령안의 요염한 모습을 보는 것이 싫었다.

월령안의 이 모습은 그 혼자서 보면 족했다.

월령안의 거절도 마다하고 육장봉은 강제적으로 월령안을 침대에 눕힌 뒤, 이불을 끌어다 꽁꽁 감쌌다.

“푹 쉬시오. 날 배웅할 필요 없소. 나 혼자…….”

육장봉은 말하다가 문득 더 이상 그의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이 떠올라 말을 바꾸었다.

“당신이 잠이 들면 그때 가겠소.”

“사내가!”

월령안은 퉁명스럽게 투덜거리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기 싫은 것이 아니라 감히 움직이지 못한 것이었다.

방금 전, 육장봉이 그녀를 침대로 안아 올릴 때, 그녀는 육장봉이 자기한테 뭔가를 하려는 줄 알았다.

그녀는 심지어 어떻게 거절해야 덜 상처 줄지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 육장봉의 자제력은 그녀가 생각하던 것보다 강했다. 그는 월령안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고 참아냈다.

“당신의 사내요.”

육장봉은 월령안 이마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러다가 물기가 반짝이는 월령안의 빨간 입술을 바라보자 목울대가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또 하고 싶어졌다.

방금 전, 그는 충분히 하지 못했다.

“전 자야 해요. 절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방금 전, 하마터면 발가벗겨질 뻔한 월령안은 육장봉의 시선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육장봉이 참지 못하고 정말로 그녀를 덮칠까 걱정된 월령안은 다급히 눈을 감고 소리 없이 육장봉에게 자신의 결정을 알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오? 난 여기서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당신이 잠들기를 기다리겠소.”

뭔가를 해 보려던 육장봉의 꿍꿍이는 시도도 하기 전에 들키고 말았다.

“확신해요?”

월령안은 도둑처럼 눈을 빼꼼 뜨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육장봉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비록 경험이 없었지만 기루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영영이 등 기녀들한테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특히 방금 전에 맛을 조금 본 남자는 더욱 참기 힘들어 한다고 했다.

‘육장봉은 정말 참을 수 있는 거야?’

“만약 당신이 확신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협조해 줄 수 있소.”

육장봉은 우습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 농담을 하듯 말했다.

“난 내 자제력에 자신이 있소. 그러나 당신도 알다시피 당신은 예외요.”

“저 잘게요.”

월령안은 육장봉이 비록 이 말을 웃으며 하지만 절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계속해서 육장봉을 놀린다면 아마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육장봉에게 시달려 정신이 말짱한 월령안은 전혀 졸리지 않았지만 바로 눈을 감고 다시는 뜨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 그녀는 아직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의 부모처럼 아이에게 온전한 가정과 안정적인 생존 환경을 마련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애를 낳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월씨 가문의 처지를 바꾼 뒤에야 아이를 가지고 싶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평생 애를 낳지 않을 생각이었다.

“응, 쉬오.”

육장봉은 월령안의 손을 잡고 일부러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월령안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잘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

월령안은 바로 잠이 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눈을 감고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더니 자기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졌다.

쌕쌕…….

잠든 월령안은 입을 살짝 벌린 채, 고른 숨을 길게 내쉬었다. 어딘가 고분고분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육장봉은 말없이 씨익, 웃고 시선을 월령안의 얼굴에 고정한 채, 손은 저도 모르게 뻗어나가 월령안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

그러나 손을 뻗은 육장봉은 갑자기 몸이 굳어졌다. 올라갔던 입꼬리도 축 처졌고 빛나던 눈도 어두워졌다.

그는 월령안의 기분을 알 것만 같았다.

가족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기분은 정말 괴로웠을 것이다.

아직 헤어지지도 않았는데 그는 벌써 월령안이 그립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아쉬워도 떠나야 했다.

첫 번째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올 때, 육장봉은 눈을 감고 아쉬운 마음을 꾹 누른 채, 월령안의 손을 풀었다.

“읍.”

월령안은 뭔가를 느낀 듯, 불만스럽게 신음을 내뱉었다. 육장봉의 몸이 살짝 굳어지더니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다시 앉을 뻔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참았다!

참는 것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는 꾹 참고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월령안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뒤돌아본다면 모든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월령안을 함께 끌고 가 영원히 그의 옆에 묶어 두고 떠날 기회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돌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육장봉은 입술을 오므린 채, 한 걸음씩 월령안의 방에서 나와 마당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장군!”

“교주!”

마당 밖에서 육일, 육삼과 천목신교의 교민들이 이미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감히 묻지 못하고 한 마디도 더 말하지 못했다.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육장봉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의 육장봉의 기분이 좋을 때도 그들은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출발한다!”

육장봉의 시선이 싸늘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마당을 본 뒤, 성큼성큼 떠나갔다.

육일과 육삼은 빠른 걸음으로 쫓아갔다. 좌, 우 호법도 따라가고 있었다.

일행은 사복 차림이었지만 육장봉의 인솔하에 그들의 걸음걸이는 군인의 위세를 당당히 드러내며 강한 기세를 내뿜었다.

별장 밖에서는 수십 필의 늠름한 말들이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육장봉은 말에 앉아 떠나기 전에 또 한 번 별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육삼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녀를 보호하거라!”

“네, 장군.”

육삼은 포권하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선 뒤, 육장봉 일행이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육장봉 일행이 떠나자 별장 전체가 조용해졌다.

방해하는 사람이 사라지자 월령안은 점심때가 되어서야 깨어났다.

깨어난 뒤, 월령안은 잠깐 멍해졌다가 눈에 슬픈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잠시 뒤, 월령안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평온한 표정을 되찾았다. 마치 육장봉이 떠나지 않은 듯했다.

월령안은 세수를 마친 뒤, 장평이와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를 마친 월령안은 또 장평이와 함께 산책하러 갔다. 산책하면서 그녀는 오라버니의 어렸을 때 이야기와 월씨 가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는 사의 문수가 알려 준 것이었다. 그녀더러 소년과 월씨 가문의 얘기를 많이 하라고 했다. 특히 그녀의 오라버니 얘기를 많이 하다 보면 소년이 천천히 마음의 문을 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라버니가 죽을 때, 그녀는 겨우 여덟 살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그녀를 매우 아꼈다는 것만 기억하지 구체적인 일들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매일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그 몇몇 사건밖에 되지 않았다. 다행히 소년은 싫증 내지 않았다. 월령안이 월씨 가문의 옛날 얘기를 할 때마다 소년은 아주 조용해졌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얘기를 하던 그녀는 추수에 의해 말이 끊기고 말았다.

추수는 천궁각의 소각주가 왔다고 보고했다.

* * *

월씨 가문과 공숙 가문은 대대로 친분을 유지해 왔다. 두 가문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서 죽마고우라고 해도 과하지 않았다.

천궁각의 소각주는 성씨가 공숙이고 이름은 소화(少華)였고 월령안보다 다섯 살 많았다. 어렸을 때, 공숙소화가 월령안과 함께 한 시간이 월령안의 오라버니가 월령안과 함께 한 시간보다 많았다.

나중에 월씨 가문이 큰 변화를 겪으면서 공숙소화는 천궁각으로 돌아갔고 월령안도 어머니를 따라 변경으로 가면서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공숙소화가 찾아왔다는 말을 들은 월령안은 깜짝 놀랐다.

“소화가 왜 온 것이라고 말했느냐? ”

“소각주께서는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아가씨더러 얼른 만나러 오라고만 하셨습니다.”

추수는 어려서부터 월령안과 함께 자라서 월령안과 공숙소화의 친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공숙소화가 말을 무례하게 했어도 추수는 그대로 전한 것이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갇혀 있었는데도 그 급한 성미는 여전하구나.”

월령안은 퉁명스럽게 눈을 희번덕거렸다.

추수는 나지막하게 웃었다.

“만약 달라졌다면 소각주가 아니시죠.”

월령안은 실소를 하였다.

“됐다, 장평이를 돌보거라. 사의가 온다면 내가 금방 올 테니 좀 기다리라고 하거라.”

공숙소화는 천궁각의 소각주였으나 이런 장치와 제조 기술을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배우기 싫어 도망치며 다녔다. 장치 제조 기술을 배우지 않으려고 월씨 저택에 틀어박혀 집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

만약 공숙소화가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그는 장치와 제조에 재능이 뛰어났고 조금만 일깨워 주어도 바로 익혔다. 공숙소화의 아버지와 천궁각의 각노(閣老)는 그의 재능을 낭비하는 것이 안타까워 억지로 배우게 했다.

이 몇 년간, 공숙소화는 줄곧 아버지에게 갇혀 천궁각에서 건조(建造) 기술을 배웠으며 특별한 일이 없이는 외출도 금지당했다.

공숙소화가 월령안을 작은 일로 찾아온 것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월령안은 추수에게 분부를 내리고 또 낮은 목소리로 장평을 몇 마디 달래 주었다.

그녀는 장평이가 지금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사의는 장평이가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장평을 정상인 대하듯이 말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마치 어린아이를 가르치듯이.

장평이가 멍청하지 않으니 시간이 지난다면 알아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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