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화 월 낭자, 확인하시죠
월령안은 생각했다.
'이 아이…….'
바로 그때, 귀시의 졸개가 바퀴 의자를 월령안 앞으로 밀어 놓고 손으로 '자' 하는 자세를 취했다.
"월 낭자, 확인하시죠!"
"아가씨, 제가 하죠!"
추수는 한걸음 다가와 월령안 앞을 가로막으며 귀시의 졸개와 바퀴 의자가 월령안을 가까이하지 못하게 막았다.
귀시의 신용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무림 전체가 그들 큰아가씨가 서역에서 귀시와 척을 지고 귀시에 손을 쓰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귀신의 사람이 자기를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을 저지를지 하늘만 알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월씨 가문의 핏줄이라는 것이 함정이고, 오직 월령안만이 상황에 현혹되어 귀시에게 속아 넘어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것 없다, 내가 직접 하지!"
월령안은 자기의 행동이 지나치게 고집스럽고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추수를 밀쳤다.
그녀는 이 아이가 오라버니의 핏줄이 맞는지 직접 확인을 해야 했다.
그녀는 마음속의 불안과 걱정을 억누르고 애써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녀는 오른손을 내려뜨리고 손에 든 비수를 바퀴 의자 위의 사람에게 겨눴다.
마치 보물 상자를 여는 것 같았다!
이 검은 천을 열기 전에 누구도 천 아래의 것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몰랐다.
그녀는 고집을 부릴 수도 있었고 모험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그녀는 죽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월령안은 한 손으로 공작령을 개조한 비수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검은 천을 들었다.
"솩"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머뭇거리지도 않고 뜸을 들이지도 않았다. 월령안은 과감하고 깔끔하게 검은 천을 걷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익숙하고도 낯선 얼굴이었다.
한눈에 월령안은 이 소년이 바로 오라버니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너무나 똑 닮았다!
그녀는 심지어 소년의 왼쪽 팔목에서 그녀와 오라버니 두 사람만 아는 표기를 보았다.
피로 친자 확인을 해볼 필요도 없었다. 월령안은 소년의 얼굴과 손 위의 표기만 보아도 이 소년이 바로 오라버니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월령안의 눈물은 줄 끊어진 구슬처럼 흘러내렸다. 그녀는 떨리는 다리로 앞으로 다가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년의 창백한 얼굴을 가볍게 만졌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소년의 눈 주위를 가볍게 쓸었다.
"이 애의 눈이……."
바퀴 의자 위의 소년은 기절한 상태였다. 그는 의자에 기대 온몸으로 병적인 허약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에게는 정교하고 준수한 얼굴이 있었으나 눈이 파인 구멍은 마땅히 가지고 있어야 할 소년의 생기를 삼켜 버렸다.
월령안의 시선은 아래로 내려가 소년의 텅 빈 다리에 다다랐다. 그녀는 손을 뻗어 잡아 보니 그녀의 손에 닿는 것은 텅 빈 바지 자락이었다.
"이 애의 다리가……."
아이의 상황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비참했다.
그녀가 모르고 있을 때, 이 아이는 홀로 세상의 얼마나 큰 악의를 감당했을까.
"누구냐? 누가 손을 쓴 것이냐! 말하거라, 시신을 온전히 거둘 기회를 주지."
월령안은 비수를 들고 벌게진 눈으로 말라깽이와 뚱보 악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사람을 집어삼킬 정도로 난폭했다.
그녀는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이 아이를 해친 모든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월 가주, 오해야, 오해……."
말라깽이는 몰래 바퀴 의자 위의 소년을 훔쳐보고 식은땀을 훔쳤다.
"소공자의 눈과 다리는 우리와 상관없어. 우리가 소공자를 찾았을 때, 바로 이 모양이었어. 소공자의 눈과 다리를 봐, 이 상처는 적어도 칠팔 년이 된 거야. 우리가 소공자를 찾았을 때, 의원에게 보이기도 했었어."
소주는 그들에게 월령안이 갑자기 미친 듯이 화를 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주지 않았다.
원래의 계획대로 월령안을 잡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아무런 변명도 듣지 않겠다!"
"누가 한 짓인지만 알아야겠다!"
월령안은 사람들 앞에서 항상 미소 띤 얼굴을 했다. 그러나 그녀와 교류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월령안이 결코 성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녀는 줄곧 실력이 최고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무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녀는 절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말라깽이의 변명은 그녀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비수를 든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묻지. 누가 손을 쓴 것이냐?"
"월 낭자, 귀시의 규칙은……."
말라깽이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바퀴 의자에 앉은 소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소년의 움직임에서 암시를 얻으려고 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퍽!
"쓸모없는 자식, 죽어라!"
폭포 같은 가늘고 긴 칼들이 월령안의 비수에서 뿜어 나왔다. 횃불의 불빛 아래서 칼들은 요사스러운 빛을 뿜었다.
쏜살같이 날아오던 칼들은 앞뒤로 이어져 마치 공작새가 꼬리를 펴는 것처럼 허공에서 길게 빛을 그리며 말라깽이와 뚱보 악인을 향했다.
"이게 뭐야?"
말라깽이와 뚱보 악인은 눈을 커다랗게 뜬 채로 그들에게 날아오는 칼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지금 재빨리 도망치고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 빨랐다!
그들이 방금 전에 칼들이 월령안 수중의 비수에서 쏟아지는 것을 보았는데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작은 칼들은 이미 그들의 앞까지 날아왔다.
푸슉!
그들은 피하려고 했고 무기를 꺼내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움직이자마자 가늘고 긴 칼들은 그들의 몸을 파고들었다. 아픔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추수, 저자들을 죽이거라!"
공작령을 쏜 월령안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 그녀는 허리를 굽히고 바퀴 의자 위의 소년을 안았다. 그리고 돌아서서 산 아래로 걸어갔다.
"너무 가냘프잖아!"
보기만 해도 월령안은 이 소년이 겁이 날 정도로 왜소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러나 소년을 안자 월령안은 소년이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다는 것을 발견했다. 온몸에 뼈밖에 없어 손이 아플 지경이었다.
"앞으로 내가 널 잘 보살펴 줄게. 누구도 널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게."
월령안은 소년을 안고 성큼성큼 떠나갔다.
명령을 받은 추수는 손에 검을 들고 휘둘러 공작령에 당했으나 숨이 끊어지지 않은 졸개들을 처리했다.
뜨겁고 빨간 피가 솟구치더니 말라깽이와 뚱보악인의 몸에 왈칵왈칵, 떨어졌다.
"움직여! 저년들을 죽여라!"
칼날이 몸에 파고들어 갔으나 아픔을 느끼지 못한 말라깽이와 뚱보 악인은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그들은 이미 원래 계획이고 머고 생각할 겨를이 없이 폭력적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는 월령안을 죽여서 묻힐 곳조차 없게 만들고 싶었다!
말라깽이가 말하자마자 뒤에 있는 산에서 혈의(血衣)를 입고 두 눈에 퍼런빛이 도는 혈의인이 나왔다.
이 사람들은 나오자마자 바로 추수를 덮쳤다.
푸슉!
추수는 검으로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을 공격했다. 검이 혈의인이 입은 혈의를 베었다. 불빛 아래서, 요사한 푸른색의 액체가 혈의인의 몸에서 뿜어져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
다만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누렇던 풀들이 순식간에 검게 탔다.
추수에 의해 다친 혈의인은 마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몸의 상처를 신경 쓰지 않고 다시 겁 없이 추수를 덮쳤다.
추수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손에 든 검도 끊임없이 휘둘러졌다. 검술이 날카롭고 번마다 적중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혈의인들의 실력은 강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한 사람은 그녀의 손에서 세 수를 견디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죽음도, 고통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몸에는 온통 피로 물든 구멍이었지만 여전히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들이 흘린 피가 푸른색이라는 것이었다. 푸른색의 피가 바닥에 떨어지면 풀이 검게 변했다. 사람 몸에 떨어지면…….
"푹"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색 피가 죽은 귀시 졸개의 몸에 떨어졌다. 추수가 곁눈질로 스쳐보니 푸른색 피가 묻은 시체는 피 웅덩이로 변했다. 그리고 진한 악취를 풍겼다.
추수는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
바로 잠깐 정신을 판 것으로 인해 혈의인은 추수의 수비를 뚫고 월령안을 공격했다.
추수는 돌아서서 쫓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 뒤에 있는 혈의인은 추수의 발을 꽉 잡고 있었다. 추수는 하는 수 없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아가씨, 조심하세요! 이 사람들의 피는 독이 있어 묻으면 안 됩니다."
"그래."
월령안은 뒤에서 전해지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소년을 안은 채, 돌아섰다. 손에 든 비수로 사람을 조준한 뒤, 가볍게 누르자 은색 빛이 비수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은색 빛은 혈의인을 맞히지 못하고 혈의인의 얼굴을 스쳐 가며 상처를 냈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흙더미에 떨어졌다.
월령안은 이를 보았지만 한 번 더 쏘지 않았다.
혈의인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월령안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는 쓰러졌다.
월령안은 미리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몸을 비켜 혈의인이 그의 발치에서 굴러떨어지게 했다.
월령안은 그 방법대로 그녀를 덮치는 혈의인들을 하나하나 암기로 쓰러뜨렸다. 전혀 긴장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산 산꼭대기에는 도처에 횃불이 가득해 밤인데도 대낮처럼 환했다.
말라깽이는 가슴팍의 상처를 부여잡으며 월령안을 덮치던 혈의인이 하나하나 쓰러지는 것을 보자 화가 나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 작디작은 비수에 암기를 얼마나 넣어 두었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말라깽이는 차가운 시선으로 명령을 내렸다.
"화살을……."
그러나 월령안이 안고 있는 소년에게 시선이 멈추자 말라깽이는 입가에서 맴돌던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는 화가 잔뜩 나서 소리쳤다.
"사람을 풀거라! 월령안을 잡아들이거라, 산 채로!"
소주는 아직 월령안의 손에 있었다.
월령안이 죽든지 말든지 상관이 없었지만 소주는 죽을 수 없었다.
소주가 죽는다면 그들은 달마다 한 알씩 받던 해독약을 받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죽을 것이다!
'젠장! 첫 단추를 잘못 꿰니 줄줄이 잘못 꿰어지는구나. 처음부터 소주를 월령안 앞으로 밀어 놓지 말았어야 했어.'
그런데 누가 영리하고 의심이 많은 여 상인인 월령안이 말로는 피 검사를 한다면서 그 이유로 비수를 지닌 채, 산까지 올라서는 결국 사람을 보자마자 확인도 하지 않고 냅다 소년을 안고 도망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이는 그들의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지금 소주가 월령안 손에 있으니 그들은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화살을 쏘아서 월령안을 죽이고 싶어도 소주를 다치게 할까 두려웠다.
"뿌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말라깽이는 화가 나 이를 부러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