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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21)화 (821/1,004)

821화 염명경 귀시의 비밀 무기

지오 방장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장 장문인을 데리고 월령안을 찾아왔다.

"월 시주."

"방장, 장 장문인, 자……."

월령안은 두 사람을 다실(茶室)로 데리고 가 차를 따랐다.

지오 방장은 찻잔을 들고 가볍게 들이켰다.

"보아하니, 월 시주께서는 진작부터 우리가 올 것을 알고 계셨군요."

탁자에 마침 찻잔이 세 개 있었고 차의 온도도 딱 적당했다. 월령안이 그들이 올 줄 알고 미리 준비한 것이 분명했다.

"그래요."

월령안은 대범하게 인정했다. 조금도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함정을 파고 우리가 뛰어들기를 기다렸던 건가?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이익으로 협박하지 않았다. 전부 우리가 원해서 한 일이었건만 어떻게 시간까지 정확하게 알고 준비했단 말인가?'

지오 방장은 찻잔을 내려놓고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월 시주께서 빈승에게 천목신교의 좌우 호법이 왜 왔는지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두 대사께서 그들이 무슨 일로 왔다고 한다면 그들은 그 일로 온 것이 됩니다."

말을 돌려 하던 지오 방장이 말을 돌리지 않자 이제는 월령안이 말을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지오 방장은 뭔가 떠오른 듯 물었다.

"이 일은 월 낭자가 결정지을 수 있습니까?"

"그럼요!"

조정의 일이든, 천목신교의 일이든, 이런 일에서 그녀는 모두 결정지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내일 진시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 바로 빈승이 월 시주께 말씀드리지요. 무림을 위해 화근을 없애는 것은 우리들이 마땅히 다해야 하는 책임입니다."

지오 방장은 합장을 하고 허리를 살짝 굽혔다.

"월 시주께서 저희들의 말을 전해 주십사 합니다. 우리는 비록 무림인이나 주나라 사람이기도 하니 주나라에 힘든 일이 생긴다면 저희들은 절대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요."

"이건 소림의 태도인가요? 아니면 무림 전체의 태도인가요? 방장께서는 무림의 모든 문파를 대표하실 수 있나요?"

월령안은 지오 방장의 선택에 놀라워하지 않았다.

대협객은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법.

지오 방장과 장 장문인은 모두 '대협객'의 호칭에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빈승은 안 되나 수 맹주께서는 가능하시지요."

그는 수횡천이 조정에 불복하는 무림 문파에 손을 쓰는 것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소림과 무당의 태도였다.

월령안도 정도껏 하기로 했다.

"방장의 이 말씀이 있으니 전 시름이 놓이네요."

반대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였다. 그녀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다른 소리를 내는 자를 없애는 것은 그녀에게 익숙한 일이었다.

지오 방장은 오래 머무르지 않고 월령안과 얘기를 마친 뒤, 바로 떠났다. 떠나기 전에 장 장문인이 갑자기 물었다.

"천목신교의 좌우 호법은 귀시의 일로 온 것이 아니지요?"

"장 장문인께서 그들이 무슨 일로 왔다고 한다면 그들은 그 일로 온 것이 됩니다."

월령안은 여전히 같은 말을 했다. 보기에는 모두 말한 것 같았으나 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 장 장문인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산에는 대대로 인재가 나온다고 하지요. 전 낭자가 총명한 줄 알고 있었으나 결국 과소평가했네요."

그는 자꾸 이 일이 심상치 않다고 느껴졌다.

월령안이 정말 천목신교와 얘기가 끝났다면 이렇게 빨리 그들의 말에 응할 리 없었다.

천목신교의 사람들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갑자기 물은 것은 불현듯 말을 꺼내 떠보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월령안은 안색을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전혀 이상한 상황을 발견할 수 없었다.

장 장문인은 하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떠나갔다. 지오 방장이 오히려 깨달았다.

"그들이 왜 왔는지 우리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네."

그들은 조정의 편을 들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천목신교가 뭘 할 것인지는 이미 그들과 상관없는 일이 되었다.

"내가 속이 후련하지가 않아 그러네. 난 자꾸 우리가 처음부터 월령안의 함정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말이지."

장 장문인은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좌절감이 서려 있었다.

그는 비록 본인을 과신하고 자만하지는 않았으나 화 장문인 등 사람들보다 충분히 똑똑하다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그래도 월령안에게 속아서 쩔쩔매지 않았는가.

"무심한 사람이 작정한 사람을 상대한 것이니 자네는 억울하게 진 것이 아니네."

처음부터가 아니라 월령안이 수횡천을 도와 무림대회를 열겠다고 응한 순간부터 그들은 이미 월령안 수중의 바둑돌이었다.

"그리고…… 무림과 조정 사이에는 언젠가 한 번 일어날 일이었네. 지금의 상황이 나타난 것은 조정에도, 무림에게도 모두 좋은 일이네."

만약 무림맹주가 무림 각 대문파의 우두머리라고 한다면 소림과 무당은 대표였다. 소림과 무당이 허락한다면 다른 크고 작은 문파들도 따라올 것이다.

* * *

지오 방장도 장 장문인도 월령안을 찾아간 일을 숨기지 않았다. 그날 저녁, 각 대문파의 장문인들은 소림과 무당이 귀시에 손을 쓰는 것에 허락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림맹은 비밀이 없었다. 소식은 무림맹에서 퍼져갔다. 귀시도 가장 먼저 소문을 들었다.

그러나 귀시의 사람들은 방자함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들은 명문 정파(正派)를 안중에 둔 적이 없었다. 이 소식을 들은 귀시의 몇몇 권리가 가장 큰 세력은 하찮게 여기며 말했다.

"우리 귀시를 멸하고 싶다면 우리를 찾을 능력이 있어야지. 그들이 온다면 우리는 숨으면 그만인걸. 무림인들이 매일 우리를 감시할 수나 있겠나?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우리가 무림 문파와 정면으로 대적하지 않았던 것은 그들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들을 상대하기 귀찮아서다."

"숨는다고 평생 피할 수 있나? 그 월씨가 무슨 무림 집시를 연다는데 우리가 있는 한, 그녀의 무림 집시는 세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반드시 우리를 죽이려고 든다면 우리는 아무리 숨어도 소용없어. 그리고 월령안은 귀시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먼젓번에 황금당도 그녀 손에 당했잖아. 우리가 막아도 소용없을 거야."

조심스럽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자마자 비웃음을 당했다.

"황금당의 그 바보들이 월령안의 손에 당한 것은 그들이 멍청하기 때문이야. 월령안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리고 우리 수중에도 비밀 무기가 있는데 그 사람이 우리 손에 있는 이상 월령안이 다 뭐겠어?"

황금당의 살수는 서역에서 전멸되었다. 귀시의 사람들은 황금당 사람들이 월령안 손에 당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귀시의 모든 사람들은 황금당을 위해 복수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식이 전해지자 다들 귀시에서의 황금당 세력을 나누는 데 급급했다.

그들이 말한 '그 사람'은 황금당이 월령안을 상대하는데 쓰려고 했던 비밀 무기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쓰지 못하고 황금당은 사라졌다.

지금 그 사람은 귀시 새 세력의 손에 들어갔다.

"그 사람의 신분은 진짠가? 난 왜 믿을 수 없지? 월씨 가문의 자제들 옆에 모두 감시자가 있어 절대 핏줄이 밖으로 도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잖아?"

귀신 가면을 한 뚱뚱한 사람이 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키가 크고 갈대처럼 마른 사람이 사악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한번 시도해 보면 알 수 있잖나. 월령안이 귀시를 멸하고 싶다고 했으니 마침 좋군. 우리가 월령안에게 귀시로 와서 조카를 데려가라는 전갈을 보내자고."

뚱뚱하고 마른 두 형제는 무적쌍살(無敵雙煞)이라고 불렸다. 그들은 귀시에서 세력이 가장 큰 사람들이었다. 비록 귀시의 대부분 사람들이 월령안과 정면으로 대적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이 두 형제가 입을 열자 다른 사람들은 감히 말하지 못했다.

귀시에서는 주먹이 강한 자가 바로 도리였다!

불복한다면 사라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귀시 전체가 '합의를 보고' 그날 바로 월령안에게 편지를 보냈다.

* * *

월령안은 편지의 내용을 보고 멍해졌다.

'오라버니의 핏줄이 세상에 남아 있다고? 황실조차도 모르는 아이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귀시가 살아남은 것은 신용을 지키고 절대 실수하지 않는 것으로 좋은 명성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귀시가 설립되어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가짜 소식을 전한 적이 없었다.

월령안은 그녀의 오라버니가 물샐틈없는 황실의 감시 속에서 황실조차 모르는 핏줄을 남겼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귀시의 전갈을 받은 뒤, 월령안은 그래도 귀시의 요구대로 홀로 귀시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오라버니의 핏줄과 연관된 일이라 그녀는 감히 도박을 할 수 없었다. 일말의 가능성이라고 하더라도 그녀는 직접 확인해야 했다.

사실이라면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만약 귀시가 그녀를 속인 것이라면 그녀는 귀시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녀를 속인 대가를 알려 줄 것이다.

월령안은 바로 귀시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수횡천과 최일에게 저지당했다.

"귀시의 사람은 분명 나쁜 마음을 품었을 거야. 그들이 내놓은 소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잖아. 확실하지도 않은 소식 때문에 모험하는 것은 너무나도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야. 령안, 난 네가 귀시의 조건대로 홀로 가지 않았으면 해. 너무 위험해."

월령안은 고개를 젓고 꿋꿋하게 말했다.

"전 이미 결정했어요."

그녀는 모든 모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수횡천의 건의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최일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비록 저도 당신이 가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당신의 결정을 존중해요."

"최 대인 왜 이러세요? 령안이 생각을 바꾸도록 설득하자고 얘기했잖아요?"

수횡천은 배신자 최일에게 눈을 부릅떠 보였다.

최일은 그보다 총명하고 그보다 말을 잘했다. 최일마저 월령안을 지지한다면 그가 어찌 월령안이 생각을 바꾸도록 설득할 수 있을까?

"이미 설득했잖아요."

월령안은 주견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또 그렇게 쉽게 설득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게 설득한 건가요?"

'난 당신이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설득이라는 것인가? 최일은 설득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는 설득만 할 수 있지 령안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수는 없어요. 지금 령안이 결정했다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반복해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령안을 지지하고 대책을 생각해 령안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에요."

최일은 수횡천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수횡천은 비록 여전히 월령안을 귀시로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최일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좋은 대책이라도 있습니까?"

"저한테 그다지 성숙하지 못한 제안이 있어요."

최일은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먼저 말씀해 보세요. 우리 함께 의논해요."

그녀는 설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최일이 그녀가 귀시에 가는 것을 말리지만 않는다면 다른 것은 다 좋았다.

"전 당신이 너무 빨리 귀시의 조건에 응하지 않고 귀시와 조건을 따지며 며칠 더 끌었으면 해요. 그리고 만나는 장소를 귀시 밖으로 정하는 거죠. 만약 가능하다면 추수를 데리고 가세요. 전 당신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러나 홀로 맞서다 보면 많은 예상치 못한 위험이 닥치는 법이죠. 추수가 따라간다면 우리도 마음이 놓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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