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9화 이 일은 무림맹이 맡아야 하네
소문파뿐만 아니라 몇몇 중간쯤에 들어가는 문파들에서도 월령안과 천목신교의 협력에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월령안이 말한 무림 집시에 대해서도 흥미가 동했다. 그들은 정 장문인 등 사람들이 말을 떼자 창피한 것도 잊고 먼저 무림 집시는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았다.
월령안도 감추지 않고 무림 집시의 규칙을 낱낱이 말해 주었다.
장문인들은 그 말을 듣고 점점 더 흥분되었다. 그들의 월령안의 태도가 퍽이나 좋은 것을 보고 떠보듯 물어보았다.
월령안이 내놓은 귀시의 마두(魔頭)를 제거하는 임무의 보수가 얼마인지? 이 임무를 내놓아 모두가 보게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과연 능력으로 임무를 빼앗을 수 있을지?
물론, 몇몇 장문인들은 말을 이토록 직설적으로 하지 않고 모호하게 월령안이 손해 보지 않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자기들이 월령안보다 강호 일을 더 잘 아니 월령안이 말하면 자기네들이 분석해 주겠다고 했다.
월령안이 무림 집시를 만들려면 반드시 귀시의 사람들을 없애야 한다는 것도 그들은 알아들었다. 아니면 무림 집시는 이름뿐인 허울이 되어 사람들을 불러오기 힘들 것이다.
'어쩐지. 이 상인들은 절대 이득이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이득이 없는 일을 왜 하겠어. 비록 말로는 무림을 위해 화근을 제거하고 백성들을 위해 화근을 제거한다 해도 사실상 다 자기의 돈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서지.'
무림 집시는 임무를 내놓거나 임무를 받을 때 모두 일 할의 돈을 무림 집시에 바쳐야 한다. 만약 무림 집시가 정말로 세워진다면 이 일 할의 돈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작은 돈이 아니었다.
물론, 무림 집시가 아무리 돈을 벌어도 그들이 시샘할 것은 못 되었다.
무림맹과 조정의 지지가 없다면 무림 집시는 열릴 수 없었다. 또 무림맹과도 사이가 좋고 조정과도 관계가 가까운 사람은 월령안밖에 없었다.
이 돈은 마땅히 월령안이 벌어야 하는 돈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뒤에서 이득을 조금만 볼 수 있어도 좋은 일이었다.
그들은 몰래 제자들을 시켜 알아보게 한 적이 있었다. 월씨 가문의 이 여가주는 상업계에서의 입소문과 명성이 아주 좋았다. 비록 여인이나 그녀와 사업상의 거래가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들 그녀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관성만 해도 그랬다!
그녀와 함께 투자를 한 사람들은 모두 돈을 넘치도록 많이 벌었다. 무림 집시 이 사업을 월 가주가 그들을 데리고 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좋은 인연을 맺어 둔다면 앞으로 기회가 생길 수도 있었다.
수 맹주가 바로 그녀에게 기대 무림맹주의 자리를 점차 공고히 하고 무림맹도 점차 잘 되는 것이 아닌가.
월령안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그들 중에서 다음 수 맹주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월령안은 오늘 줄곧 수동적인 자세였다. 맨 처음에 화 장문인에게 위엄을 부려 그녀의 강경하고 방자한 모습을 드러낸 것 말고는 모두 여러 장문인들의 질문에 수동적으로 대답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장문인들이 끊임없이 따져 묻자 월령안은 '견딜 수 없어서', '난감한 얼굴'로 그녀와 천목신교의 '합작'을 말해 버렸다.
"제가 발표한 이 임무는 사실 아주 쉬워요. 천목신교의 사람들이 힘을 쓰고, 전 돈을 내놓아 함께 무림의 화근을 제거하자는 거였어요."
사람들이 물어보기 전에 월령안이 먼저 대답했다.
"이 임무에 전 은을 십만 냥 내놓았어요! 천목신교에서 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 전 간섭하지 않아요. 이 돈 말고도 천목신교에서 이번 임무를 완성하다가 다치거나 죽는다면 제가 책임질 거예요.
다치거나 불구로 된 사람은 월씨 상사에서 책임지고 치료할 거예요. 치료를 마친 뒤, 백 냥을 무휼금으로 줄 거고요. 그리고 일을 할 수 있다면 월씨 상사에서는 그들에게 일자리를 줄 것이고 일을 할 수 없다면 매달 그들에게 오백 푼씩 죽을 때까지 줄 거예요. 물론, 집에 적당한 사람이 있다면 그 가족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어 생활할 수 있게 할 거고요.
사망자는 월씨 상사에서 그의 가족들에게 장례비로 오백 냥을 줄 거예요. 이 돈은 오직 부모와 처자식만 받을 수 있어요. 만약 자식만 남게 된다면 월씨 상사에서 열두 살까지 키워 주며 글을 가르칠 거예요. 앞으로 그들은 월씨 가문을 위해 일할 수도 있고 떠나도 됩니다. 만약 부모가 살아 있다면 월씨 상사의 은양원(恩養院)에 보내 노후를 책임질 거예요."
월령안이 내놓은 조건은 월씨 가문 호위들의 대우보다 못했다. 그러나 열 냥이면 사람 목숨을 살 수 있고 죽은 뒤에는 처자식이 기댈 곳이 없는 무림에서는 월령안이 내놓은 조건은 최고의 대우였다. 월령안은 돈을 내놓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모든 후환과 걱정을 덜어 주었다.
정 장문인뿐만 아니라 이 말을 들은 무당의 장 장문인, 소림의 지오 방장도 월령안이 왜 자신만만하게 천목신교와 손을 잡았다고 말했는지 알게 되었다.
천목신교의 사람들은 돈을 위해 목숨을 거는 족속들이었다. 이토록 좋은 조건인데 그들이 어찌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더구나 천기각의 집필인까지 옆에서 그들의 영웅적인 순간을 기록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다만……. 월령안은 왜 전에 대우가 이토록 좋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걸까?
그들이 만약 월령안이 이토록 통이 크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무당과 소림의 제자들도 나서서 단련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장 장문인과 지오 방장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질책하는 눈빛으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월령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그녀는 전에도 보수가 좋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다만 이 두 사람은 그녀가 보수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진지하게 거절했다. 제자들을 모험시킬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녀가 지금 돈 얘기를 꺼낼 수 있는 것도 천목신교의 이름을 빌렸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굶어 죽도록 가난하면서도 자존심을 지키며 돈 얘기를 하찮게 여기는 무림인들 앞에서 그녀는 정말 월씨 가문의 재력을 뽐낼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장 장문인과 지오 방장까지 마음이 흔들렸으니 다른 장문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특히 문파의 현판만 남을 정도로 가난한 구 장문인은 더더욱 사양하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
"월 낭자, 무림인으로서 무림을 위해 화근을 제거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 천목신교는 원래부터 사교이고 몸가짐이 바르지 않지요. 이 일에서 월 낭자가 천목신교와 손을 잡는 것은 실로 적합하지 못합니다."
'우리처럼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코앞에 있는데 월 가주는 굳이 먼 곳에서 사람을 찾고. 참 장사할 줄 몰라.'
"구 장문인의 말씀이 맞아요.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우며 권선징악이 바로 우리 무림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지요. 월 낭자께서 이 일을 천목신교에 맡기는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마땅히 무림맹에 맡겨 맹주가 선두를 끌고 여러 문파가 손을 잡아 함께 비적을 제거해야 하지요."
어느 장문인이 먼저 수횡천 이 무림맹주를 꺼냈는지 다른 사람들도 분분히 정신을 차리고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이 일은 마땅히 무림맹주인 수횡천이 책임져야 한다며 이는 무림맹주인 수횡천의 책임이라고 했다.
월령안은 그들의 체면을 봐주지 않아도 수횡천의 체면은 그래도 봐주지 않겠는가.
그들은 수횡천까치 떠밀었는데 월령안이 여전히 수횡천의 체면을 살려 주지 않고 가치가 십만 냥이나 되는 은……. 아니, 무림을 위해 화근을 제거하는 임무를 지인이 소개한 천목신교에 맡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렴 지인이 의형제보다 더 중요할까?
구 장문인을 위수로 한 중형 문파, 그리고 정 장문인을 위수로 한 소문파는 거듭 월령안더러 생각을 바꾸라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천목신교를 짓밟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것으로 무림인들의 인격이 높고 절개가 굳은 모습을 보여 주려고 했다.
몇몇 대문파의 장문인들은 점잖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 장문인과 정 장문인을 말리지도 않았다. 이 중소 문파들을 선두에 내세우고 자기들은 뒤에서 이득이나 보려는 속셈이었다.
아무튼 이런 일에는 그들이 빠질 수가 없었고 그들이 빠진다면 해낼 수도 없었다.
장 장문인과 지오 방장은 사람들이 월령안과 손을 잡고 무림을 위해 귀시를 없애 버리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보고 한순간 멍해졌다.
'이 일이 심상치 않은데! 월령안이 그들더러 힘을 써서 귀시를 없애달라고 사정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왜 갑자기 그들이 월령안에게 사정하는 것으로 되었지?'
장 장문인은 지오 방장을 바라보며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비록 내가 수 맹주의 체면을 봐서 월령안을 돕기로 했지만 이 상황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사건이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일까?"
지오 방장은 아주 빨리 깨우쳤다. 그는 손의 염주를 굴리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로부터 항상 이랬네. 찾아온 것은 아낄 줄 모르고 빼앗긴 것만 귀히 여겼지."
만약 월령안이 손을 잡고 마두를 제거하자는 말만 꺼냈다면 십만 냥은커녕 백만 냥이라고 해도 그들은 도도한 자세를 유지하며 월령안과 협상했을 것이다. 심지어 절대적인 우세를 유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월령안이 먼저 천목신교와 손을 잡았다고 한다면 무림 문파는 월령안의 차선책이 되고 마는 것이다.
아니, 심지어 차선책에 들 자격조차도 없었다. 그들이 이 임무를 빼앗으려면 뻔뻔스럽게 월령안 앞에서 자기를 추천해야 했다.
지오 방장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월령안이 오전부터 우리를 만나러 오지 않은 것은…….'
아니, 천기각의 집필인이 나타난 순간부터 일은 모두 월령안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그들은 전부 월령안에게 코가 꿰인 채로 끌려가고 있었다.
세상에는 명예와 이익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아주 드물었다. 집필인, 십만 냥의 은전…… 월령안은 무림인들의 욕망을 휘어잡고 있었다. 그들 이 판은 억울하게 진 것이 아니었다.
지오 방장은 깨우친 뒤, 바로 털어버렸다. 그는 사람들의 흥분된 시선을 보고도 화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장 장문인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어제 전까지만 해도 그는 도도하게 월령안을 거절했는데 어떻게 오늘은 상황이 이토록 달라졌다는 말인가?
그는 불쾌했고 괴로웠으며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막고 싶었다!
"령안 조카, 손을 잡고……."
그러나 그가 입을 열자마자 지오 방장은 그의 말을 잘랐다.
"월 시주(施主), 임무를 마음껏 발표했으니 무슨 결정을 하든지 우리는 모두 시주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압력을 느낄 필요도, 인정에 얽매일 필요도 없습니다."
말을 마친 지오 방장은 합장하더니 일어섰다.
"나무아미타불, 빈승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는 비록 마음을 비웠지만 무림의 각 대문파가 눈앞의 성공과 이익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굳이 나서서 설득하거나 저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대종문에는 대종문의 자부심이 있었다. 그들은 그저 품격을 보이면 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