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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17)화 (817/1,004)

817화 무슨 일 때문에 오셨는지요?

몇몇 장문인들은 월령안의 이런 방자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오전에 했던 장 장문인의 말을 떠올리고 또 수횡천의 협박을 떠올리자 억지로 참을 수 있었다.

"신시가 되었네요. 육삼, 문을 닫으세요!"

월령안은 빈자리를 힐끗 훑어보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더 이상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무당과 소림의 두 장문인도 신시에 도착했는데 다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늦게 도착한다는 말인가?

'거드름을 피우느라 늦게 오는 것이면 아예 오지 말라고 해.'

"문을 닫는다고?"

장 장문인과 지오 방장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경악한 얼굴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월령안은 멀지 않은 곳의 모래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신시가 되었습니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무림의 어르신인 것을 봐서 월령안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당신들이 절 보자고 했잖아요. 제가 당신들을 보자고 한 것이 아니라.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지각한다는 말이에요?'

사람들의 화를 돋우어 기절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육삼은 찍소리도 내지 않고 장문인들의 시선을 받으며 성큼성큼 대문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육삼이 문을 닫으려는 순간, 화청파의 화 장문인이 도착했다.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왠지 긴장했다.

'월씨 가문의 이분이 화 장문인을 들여보낼까?'

사람들의 호기심은 오래 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결과를 기다릴 때, 육삼은 화 장문인의 앞에서 망설임 없이 문을 닫고 돌아서서 월령안의 뒤로 갔다. 평온한 표정은 마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듯했다.

자리에 있던 많은 장문인들, 심지어 장 장문인과 지오 방장까지도 멍해졌다.

'월령안의 사람이 정말 문을 닫았어? 이렇게 방자하게? 이렇게 오만하게? 시간이 지나면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정말 그렇게 하는 것인가?'

"자네 이게 무슨 뜻인가?"

화 장문인은 코앞에서 문이 닫히자 화가 나 어쩔 줄 몰랐다. 그는 문을 박차고 들어와 월령안에게 향했다.

"화 장문인, 멈추시지요!"

월령안이 입을 열기 전에 육삼이 앞으로 나가 사람을 막았다. 그리고 문을 가리키며 안내하는 손짓을 했다.

"화 장문인, 우리 큰아가씨께서 여러 장문인들과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화 장문인을 접대하지 못하는 것을 양해해 주십시오."

"감히 날 내쫓아? 넌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화 장문인은 화가 나 웃음이 터졌다.

육삼은 안색을 바꾸지 않고 말했다.

"화청파의 화 장문인이십니다. 자……."

화 장문인은 크게 화를 냈다.

"내가 누구인 줄 알면서도……."

육삼은 하찮다는 듯이 비꼬았다.

"화 장문인, 전 이미 명확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다른 장문인들의 시간을 지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화 장문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육삼을 힐끗 보고 또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당신들도 날 쫓아내게?"

'어…….'

화 장문인과 시선이 마주친 몇몇 장문인들은 어색하게 얼굴을 돌렸다.

그들도 월씨 가문의 이 큰아가씨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일벌백계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좀 과한 것이 아닌가?

"화 장문인, 저를 만나겠다고 하신 것은 여러분들입니다. 전 신시에 군영각에서 여러분들을 기다리겠다고 정했고 다른 장문인들은 모두 도착하셨습니다. 화 장문인께서 오지 않으셨으니 전 화 장문인께서는 절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신 줄로 알았지요.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시니 전 화 장문인께 난감하게 굴지 않겠습니다."

월령안은 이 난제를 자리에 있는 장문인들에게 던져 주지 않고 일어서서 말을 받았다.

화 장문인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월령안이 또 입을 열었다.

"물론, 화 장문인께서는 덕성과 명망이 높은 분이시니 만약 가기 싫으시다면 저기에 자리가 있으니 마음껏 앉으세요."

월령안은 앞으로 다가가 비꼬는 말투로 화 장문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으며 말했다.

월령안이 이렇게 야박하게 굴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이 화씨 성을 가진 사람이 도무지 사람처럼 굴지 않는 탓이었다.

최근 며칠 동안, 이 화 장문인이 가장 사람을 부려 먹었다. 그녀더러 등을 두드리고 물을 따르라고 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자기를 즐겁게 모신다면 그녀를 화청파로 데리고 가 벼락 출세를 시키겠다고 넌지시 제안하기도 했다.

그때, 만약 화 장문인의 제자가 반응이 빨라 다급히 말을 자르고 거듭 그녀에게 사과하여 내보내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도 참지 못하고 이 점잔을 빼는 화 장문인에게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화씨는 그날 봉변을 면했지만 오늘 또 그녀에게 걸려들고 말았다.

'오늘 내가 이 화씨를 제대로 혼내 주지 않으면 무림의 각 문파는 정말로 내가 만만한 줄 알겠어.'

화 장문인은 무림에서 경력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어디에 가나 떠받들리기만 한지라 이런 수모를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달아오르면서 월령안을 손가락질한 채, 부들부들 떨었다.

"너…… 방자한 소인배, 네가 감히!"

화 장문인은 이를 악물고 옷소매를 떨치며 화를 내지 않고도 위엄을 부리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월령안이 이렇게 말하자 그는 지금 떠나도 이상하고 안 떠나도 이상했다.

가려니 듣기 좋게 말해 스스로 가는 것이지, 사실상 다들 그가 월령안에게 쫓겨났다는 것을 알 것이다.

가지 않고 뻔뻔하게 남아 있으려니 월령안의 말로는 그에게 아무 이득도 차려질 것 같지 않았다. 그는 그저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어찌 달갑게 여기겠는가?

그런데 달갑게 여기지 않아도 소용없었다.

월령안은 오늘 이 화씨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한 자 정도로 예우해주면 나는 남을 열 자로 예우하는 법. 전에 화 장문인께서는 제 수 오라버니 편을 드셨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셔서 무림대회에 참가한 것을 보아 전 화 장문인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화 장문인의 요구도 최대한 만족시켜 드렸고요. 그런데……."

월령안은 갑자기 어조를 바꾸고 시선도 순식간에 차갑게 바꿨다.

"그렇다고 하여 당신이 저를 짓밟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월령안의 이 말은 화청파의 화 장문인에게 한 것이었다. 또 자리에 있는 모든 장문인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월령안이 수횡천의 체면을 봐준다면 이 장문인들은 그녀에게 무림 선배였다. 그러나 그녀가 체면을 봐주기 싫다고 한다면 이 사람들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화 장문인을 바라보았다.

"화 장문인께서는 저한테 '감히'라고 물으셨죠? 그럼 제가 알려 드릴게요. 저 월령안, 월씨 상사의 가주는 감히 못 할 게 아무것도 없어요. 믿지 못하시겠으면 한번 시도해 보실래요?"

그녀는 황제조차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인데 한낱 무림 문파의 장문인을 두려워하겠는가?

월령안과 화 장문인 사이에는 육삼이 서 있었다. 그러나 화 장문인은 월령안이 전혀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비웃음과 방자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저도 모르게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입을 뻐끔거렸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한 글자도 말하지 못했다.

"육삼, 손님이 가신다고 하는군요!"

월령안도 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명령을 내려 쫓아냈다. 그리고 행동으로 그녀가 감히 못 해낼 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럴 필요 없다! 무림맹의 문턱이 높아 나 화청문은 감히 바라보지도 못하겠으니 이 화씨는 그만 가겠다!"

화 장문인은 더 이상 떠들다가 창피를 당하는 게 자기일 것 같아서 육삼이 다가오기 전에 옷소매를 떨치고 노기등등하게 떠나갔다.

오전에도 화 장문인은 이렇게 행동했었다. 그러나 그때 수횡천은 그의 체면을 살려 주었고 발을 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지금 자리에 있는 장문인들은 무당의 장 장문인과 소림의 지오 방장을 힐끗 보더니 두 사람이 움직이지 않자 그들도 묵묵히 앉아 있었다. 멀뚱멀뚱 구경하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했다.

화 장문인이 떠나간 뒤, 육삼이 앞으로 다가와 화 장문인이 발로 차 열었던 문을 다시 닫았다.

그 문은 이번에는 정말로 닫혔다. 다시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제 개인적인 일로 여러 장문인들의 시간을 지체했네요. 장문인들께서 탓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월령안은 차갑고 날카로운 분위기를 거두더니 예의 바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사과했다.

'개인적인 일'이라는 말 한마디로 무림맹과 깔끔하게 선을 그었다. 또 여러 장문인들에게 그녀는 월씨 상사의 가주이지 무림맹에서 잡일 하는 집사가 아니라는 것을 귀띔했다.

여러 장문인들은 천기각의 사람들이 월령안의 체면을 살려 주려고 왔다는 수횡천의 말을 떠올리고 수횡천이 오전에 했던 협박을 떠올리자 비록 불만이 있었지만 겉으로는 입바른 소리를 했다.

"월 낭자, 별말씀을요."

그러나 이 한마디만 할 뿐, 더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군영각 전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으며 약간의 어색함만 감돌았다.

물론, 어색한 것은 여러 장문인들이지 월령안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

"여러 장문인들께서 저를 만나시려고 한 것은 무슨 일 때문이신지요?"

"어……."

여러 장문인들은 서로서로 바라보았다.

군영각에서 만나기로 한 뒤부터 모든 상황은 월령안이 장악하고 있었다. 월령안이 말을 꺼내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월령안이 자기네를 만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월령안을 만나려고 했었다는 사실을 잊을 뻔했다.

이 소란은 참…….

"흠흠……. 장 장문인, 당신이 월 낭자와 말씀해 보시는 것은 어떨런지요?"

구 장문인은 원래 입을 열려고 했었다. 그러나 화 장문인의 결과를 떠올리자 월령안과 잘 아는 장 장문인의 등을 떠밀었다.

"그러죠, 저더러 말하라면 말하죠."

장 장문인은 수횡천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사양하지 않았다.

"령안 조카, 우리 다 아는 사이니 빙빙 둘러서 말하지 않겠네. 내 직접 물어보지."

"장세(張世) 숙부, 마음껏 물어보세요. 제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반드시 낱낱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월령안은 상냥하고 달콤하게 웃었다. 화 장문인을 내쫓을 때의 날카로운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

"천기각의 집필인은 무림 대사만 기록하는 것으로 알고 있네. 전에도 무림대회에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네. 령안 조카, 그런 그들이 어찌 무림대회에 나타난 것인가? 우리에게 들려주겠나?"

장 장문인은 일부러 월령안을 조카라고 불렀다. 그녀와 거리를 좁히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와 월령안은 이렇게 사이가 가까우니 월령안은 절대 그를 속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월령안의 '숙부' 호칭도 그의 체면을 한껏 살려 주었다. 장 장문인은 속으로 몹시 뿌듯했다.

"네. 천기각의 집필인은 제가 모셔 왔습니다."

그녀는 육장봉의 공로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쨌든 그녀와 육장봉은 사양할 필요가 없었다. 육장봉의 것이 그녀의 것이니 그렇게 명확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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