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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16)화 (816/1,004)

816화 무림맹주의 권위

장 장문인은 속으로 월령안이 미리 귀띔해 줬던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녀는 만약 누군가 그녀와 수횡천이 무당과 소림에게만 찾아가 얘기한 것으로 트집을 잡는다면 그녀가 무림대회의 이름을 빌려 수횡천을 데리고 두 곳으로 가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말을 맞추자고 했다.

어엿한 무림 사대 문파 중 하나가 상사와 사업 얘기나 할 '지경'에 이른 것이 창피한 일이었다. 무당이 전에 이 얘기를 꺼내지 않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제가 당신들을 일깨워 주지 않았다고 탓하지 마시지요. 월 낭자는 무림의 사람이 아닙니다. 또 당신네들이 마음대로 부려 먹을 수 있는 무림 후배도 아니고요. 그녀는 큰돈을 손에 쥐고 있으며 손만 들어도 상업계를 뒤흔드는 대상인입니다. 당신들이 그녀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고 어른의 자세로 사람을 부려 먹으며 무려 상사의 가주인 사람더러 당신들의 잔심부름꾼이나 하게 했어도 그녀가 따지지 않은 것은 수 맹주의 체면을 봐서였어요. 절대 당신들에게 그녀를 후배로 취급하고 부려 먹을 자격이 있다고 여기지 마세요."

그는 진작부터 이 사람들의 행동거지가 마음에 안 들었다.

하나같이 문파 이름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가난하면서 대종문의 기세를 드러내며 무림 선배라는 틀을 차리니 가난해 죽어야 마땅했다.

"여러 장문인들…… 제 의동생에게 난감하게 구셨습니까?"

수횡천은 장 장문인의 말을 듣자 안색이 바뀌면서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장 장문인이 농을 하는 것이에요."

화 장문인 등 몇 명은 불편한 기색을 띠더니 감히 수횡천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런 적 없다고? 이게 없다는 태도인가?'

수횡천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 사람들은 그의 코앞에서 그의 여동생을 괴롭혔다.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여러 장문인들께서는 잊으셨나 보군요. 당신들에게 무림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처럼 무림맹주인 저에게도 당신들을 무림맹에서 퇴출시킬 권리가 있습니다! 심지어 저에게는 무림영(武林令)을 내려 각 대문파를 이끌고 정당하지 못한 문파를 토벌할 권리도 있습니다!"

무림맹주의 권리는 사실 아주 컸다. 그렇지 않으면 맹주 자리를 두고 다투려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이 몇 년간, 무림의 기세가 기울었고 무림맹은 황무지만 남을 정도로 가난해져 각 대문파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수 없었다. 더구나 수횡천의 성격이 아주 좋아 무림 각 대문파의 장문인들을 매우 존중했으며 무림맹주의 권리를 행사한 적이 극히 적었다. 사람들은 점점 무림맹주가 각 대문파가 공동으로 추천한 맹주며 무림인들이 모두 감탄하고 따르는 강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무림맹주로서 수횡천은 비록 무림에서 제멋대로 굴지는 않았으나 행동거지가 바르지 못한 몇몇 문파를 처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수횡천은 무림맹주 자리에 육 년 가까이 있으면서 줄곧 어진 사람이었고 화를 내지 않았다. 사람들은 수횡천이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가 수틀리면 주먹이 나가지 도리를 따지지 않던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버렸다.

돌연 굳어 버린 수횡천의 얼굴을 보자 몇몇 장문인은 깜짝 놀랐다. 특히 이 며칠간 월령안을 집사 부리듯 부려 먹은 장문인들은 안색이 창백해지며 연신 변명했다.

"오해, 오해요! 수 맹주, 이건 모두 오해이올시다. 무림에 드물게 월 낭자처럼 능력 있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니 우리 이 늙다리들은 월 낭자를 보기만 해도 너무 좋았을 뿐이요. 우리가 그녀를 아끼기만 해도 부족한데 어찌 월 낭자 앞에서 거드름을 피웠겠소?"

그들은 비록 소문파가 아니었지만 무림맹주인 수횡천과 척을 질 수 없었다. 수횡천에게 찍힌다면 그들 문파는 당해낼 수 없었다.

수횡천과 그의 사문(師門)은 모두 도리를 따지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수횡천과 척을 진다는 것은 그의 전체 사문과 척을 지는 것이었다.

"네, 네, 네. 모두 오해예요. 월 낭자가 영특하고 능력이 탁월하니 좋아하기만 해도 부족하죠. 어찌 거드름을 피우겠어요?"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맞장구를 쳤다. 결국 일부러 월령안을 못살게 굴었다고 인정한 사람은 없었다.

유독 화청파의 화 장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도한 자세를 취했다.

사람들은 수횡천이 손을 쓸까 두려워 다급히 사람을 한쪽으로 끌어왔다.

"허허……."

장 장문인은 거기서 모든 걸 폭로하지는 않고 자조적으로 웃었다.

"됐어요. 지금은 말할 시간이 아닙니다. 아래에 있는 제자들이 전부 우리를 보고 있는 게 안 보이시나요?"

비무대 아래에 각 대문파의 제자들이 장문인들끼리 언쟁이 생긴 것 같자 하나같이 목을 빼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심지어 비무대에 있던 제자들도 불안하게 멈춰 있었다.

가장 시끄럽게 떠들던 몇몇 장문인들이 이 장면을 보고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맞네, 맞네, 맞네. 우리 비무를 보자고, 비무를 보자고."

"수 맹주, 우리 비무를 봅시다, 비무를 봐요……."

수횡천에게 협박당했다고 여긴 몇몇 장문인들은 더더욱 아무 일도 없는 척했다.

'다 우리들 입이 말썽이야. 무림대회에 참가해서 조용히 비무나 볼 것을 괜히 월씨를 끌어들여 하마터면 수횡천 이 무림맹주에게 미움을 살 뻔했잖아.'

몇몇 장문인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누구도 수횡천의 질문에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수횡천은 화가 풀리지 않아 또 따지려고 했으나 장 장문인에게 가로막혔다.

"수 맹주, 월령안을 믿으세요."

월령안은 이 사람들이 힘을 써 함께 염명경 귀시를 공격하기를 바랐다. 그들의 풀을 죽이는 정도로 충분하다. 철저하게 척을 진다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것이었다.

"령안이는 다 절 위해서 참았던 걸 거예요. 저 때문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무림맹 이 구정물을 뒤집어쓰러 오지 않았겠죠."

수횡천은 자책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는 속으로 아주 괴로웠다.

월령안은 항상 그를 위해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월령안을 제대로 보호하는 것조차도 하지 못했다.

그는 정말이지 패배자였다.

"이것도 당신의 연분이죠. 그리고 월령안도 손해를 보지 않았어요. 당신들은 서로 목적을 이루는 것입니다."

장 장문인은 수횡천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으나 속으로는 질투가 났다.

'하늘도 참 어리석은 사람을 아낀다니까. 수횡천 이 덩치만 큰 녀석은 무공이 강한 것 말고는 내세울 능력이 없는데 어찌 월령안 같은 똑똑한 사람과 의남매를 맺었을까. 월령안이 그를 사사건건 생각해 주니 정말 샘이 나는군.'

"서로 목적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령안이 저를 돕는 것이지요."

수횡천은 말하면서 처음 월령안과 만났을 때의 장면을 떠올렸다.

그때의 월령안은 인생의 위기에 처해 있었고 사방이 적이었다. 앞에는 호시탐탐 그녀 수중의 재산을 노리는 귀족들이 있었고 뒤에는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황실이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월령안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그를 돕겠다고 했다.

이 은혜는 그가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제가 변경에 가서 그녀를 만난 것은 천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월령안을 만난 것은 이 세상 모든 행운을 가진 것이었다.

수횡천은 얼굴의 웃음기를 갑자기 거두더니 두 손으로 포권하며 정중하게 장 장문인을 향해 예를 올렸다.

"오후 군영각에서의 만남에 전 가지 않겠습니다. 그들이 저를 가지고 월령안을 억누르는 일이 없게요. 오후의 일은, 장 장문인께 부탁드립니다. 저 수횡천이 당신에게 인정을 빚지는 것이니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장 장문인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는 정말 샘이 났다.

'이 둘은 이렇게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지 않으면 안 되나? 나 같은 노친네들더러 어찌 살라고?'

* * *

소육자 이 밀고자가 있으니 무림대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월령안은 바로 알게 되었다.

수횡천이 그녀를 위해 나서서 각 대문파를 협박했다는 것을 안 월령안은 전혀 놀라워하지 않았다.

그녀의 수 오라버니는 비록 다른 일에서 그다지 총명하지 못했지만 그녀를 보호하는 일에서 한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수 오라버니가 날 위해 나서 줬으니 난 더더욱 자세를 낮추면 안 되겠구나. 아니면 수 오라버니의 호의에 미안해지니.'

월령안은 소육자더러 각 대장문인들에게 신시(申時 - 오후 세 시에서 다섯 시)에 군영각에서 기다릴 것이라고 전하라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기다리지 않겠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신시 일각 전에 월령안은 육삼과 추수를 데리고 군영각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한 사람도 없었다.

월령안은 개의치 않고 상석에 앉았다. 육삼과 추수는 좌우로 월령안의 뒤에 서 있었다.

월령안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그녀가 앉자마자 작은 문파의 장문인 네 명이 도착했다.

그들은 매우 예의 바르게 먼저 월령안에게 인사를 건넸다.

"월 낭자!"

"유(劉) 장문인, 설(薛) 장문인, 정(程) 장문인, 초(肖) 장문인, 네 분은 여기로……."

거드름을 피울 때는 피우더라도 예의를 차릴 때는 차렸다. 월령안은 사람들이 들어오자마자 일어서서 맞이했다. 또 정확하게 매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이것이 바로 월령안의 재주였다. 이름을 주고받은 사람이라면 그녀는 절대 잊지 않도록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다시 만났을 때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지 못해 어색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월 낭자, 겸손하십니다!"

네 소문파의 장문인들은 각 대장문인들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던 월령안이 이토록 사근사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일순간 뜻하지 않은 호의에 당황했으나 곧 얼굴의 미소가 더욱 환해졌다.

월령안이 이렇게 예의 바른 것을 보고 머리가 총명한 정 장문인이 먼저 월령안에게 말을 걸며 사람들이 오기 전에 그녀와 얼굴을 익히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입을 떼자마자 또 사람이 들어왔다.

다름이 아니라 바로 오전에 월령안을 가장 험하게 힐책하던 몇몇 장문인들이었다. 그러나 경력이 가장 많은 화 장문인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월 낭자, 제가 늦게 왔네요. 실례한 곳이 있다면 월 낭자께서 개의치 마시기 바랍니다."

몇몇 장문인들은 들어오자마자 얼굴에 열정적인 미소를 띠었다. 말에서도 친근함이 잔뜩 묻어 있는 것이 이틀 전까지만 해도 월령안을 자기 문파 제자처럼 부리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여러 장문인들, 별말씀을요. 제가 일찍 온 것입니다. 어서 앉으세요."

월령안은 퍽이나 놀란 시선으로 눈썹을 치켜떴다.

그녀는 수횡천의 협박이 이토록 잘 먹힐 줄 몰랐다.

'이 몇몇은 방금 전, 나한테 사과한 것인가?'

정 장문인은 속으로 염치없다고 욕했으나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띠고 똑같이 열정적인 말투로 몇몇 장문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어서 각 대문파의 장문인들도 육속 군영각에 도착했다. 신시가 되니 장 장문인과 지오 방장도 도착했다.

두 사람이 도착하니 월령안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그 둘을 맞이했다.

월령안은 예의 바르게 상석의 위치를 내놓고 두 사람더러 앉으라고 했다. 두 사람이 거절하자 월령안은 더 이상 권하지 않고 대범하게 상석에 앉았다. 나이가 가장 어린 자기가 상석에 앉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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