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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15)화 (815/1,004)

815화 우리 문파가 작다고 무시하나?

최일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폐하의 안색이 떠오르네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단지 공교롭게도 이렇게 되었을 뿐이에요."

월령안은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요,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요."

최일의 얼굴에 핀 웃음은 질 줄 몰랐다. 마음속의 씁쓸함도 이 웃음과 함께 눈 녹듯 사라졌다.

이것이 바로 월령안이었다. 쉽게 그의 기쁨과 슬픔을 좌우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분명 알면서도 기꺼이 당하고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다.

바로 이때, 소육자가 쿵쿵거리며 달려왔다.

"월 누님, 여기 계셨군요……. 맹주, 그리고 장(張) 장문인 그들이 누님을 찾고 있어요."

"왜 절 찾죠?"

월령안 얼굴의 눈물 흔적은 진작 말끔히 지워진 터라 방금 전에 울었다는 것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천기각의 집필인에게 묻는 일일 거예요."

소육자는 눈썹을 찡그리며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월 누님, 아시면서……."

누군들 강호지에 한 획 남기고 싶지 않겠으며 누군들 강호에 이름을 날리고 싶지 않겠는가?

전에는 기회가 없었지만 지금은 천기각의 집필인이 무림맹에 있으니 그들은 당연히 이 기회를 잡으려고 들었다.

무림맹은 젊은이들만 나서게 하지 말고 각 대문파에게도 뽐낼 기회를 줘야지 않겠는가?

"각 장문인께 말하세요. 내가 지금 아주 바빠서 도저히 여러 장문인들의 지적을 들을 틈이 안 나니 만약 괜찮다면 오후 무림맹의 군영각(群英閣)에서 여러 장문인들을 기다리겠다고."

월령안은 이 이틀 동안 수횡천을 도와 각 대문파의 장문인들을 안치하면서 그들에게 적잖게 트집이 잡혔다.

장문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하나같이 가난하면서도 지출을 줄이고 돈을 벌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무림 정통 문파의 이름을 앞세워 시시때때로 우월감을 자랑하며 그녀의 트집을 잡았다. 무슨 일에서나 그녀를 억누르려고 했다.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무림에 들어갈 것도 아닌데 왜 나를 억누르려 하는 거지? 나를 억누른다고 동전 하나를 더 버나 은전 하나가 더 생기나? 이 사람들은 나중에 나한테 사정할 일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건가?'

월령안은 지금 바쁘지 않았다. 심지어 아주 한가했다. 그녀가 그 장문인들을 보러 가지 않는 것은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었다!

이 며칠 동안, 월령안은 각 대문파 장문인들의 부름에 지체없이 달려갔었다.

분명 월령안이 일찍부터 하인을 안배해 그들의 시중을 들게 했음에도 불구하며 몇몇 장문인들은 무슨 일만 있으면 하인에게 분부하지 않고 작은 일이어도 월령안을 찾아 월령안과 해결하려고 했다. 완전히 월령안을 집사 부리듯 대했다.

그들은 손님이고 비록 월령안은 주인이 아니었지만 반쯤은 주인이나 마찬가지인지라 손님에게 집에 온 듯한 편한 느낌을 주는 것이 무림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 장문인들이 자주 불러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도 월령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의 요구대로 하나하나 전달하고 하인을 시켜 그대로 하게 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가 바쁜 것을 기꺼워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녀는 옹졸하기 그지없었다. 그 몇몇 장문인들이 어떻게 그녀의 트집을 찾고 어떻게 그녀를 집사 부리듯이 대했는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모든 장문인들이 소란을 피우지는 않았다. 대부분은 그저 볼멘소리를 하는 데 그쳤다. 진정으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그 몇몇이었다. 다른 문파의 장문인들도 대부분 수수방관하거나 옆에서 구경할 뿐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그녀는 옹졸할 뿐만 아니라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 전에 그녀는 무림맹의 체면을 위해서, 또 기세를 업고 사람을 괴롭힌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사람들이 그녀를 찾는 용건은 무림맹과 상관없는 그녀와 각 대장문인들의 일이었다.

'나를 만나고 싶다? 좋아. 그러나 내가 너희들을 만나러 갈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마! 하나같이 나 월령안을 무림 후배로 보는 거야? 마음대로 오라 가라 하게.'

사람을 부르러 갔던 소육자가 결국 혼자서 돌아왔다. 월령안이 그들을 만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안 장문인들은 기분이 언짢아졌다.

"월씨 가문의 그 낭자는 이게 대체 무슨 뜻인가? 우리더러 만나러 가라고? 본인을 너무 대단하게 여기는군! 우리가 만나 주겠다는 것은 그녀의에게 영광인 것을!"

화청파(華清派)의 장문인은 나이가 많고 경력이 많았다. 무림사람들, 수횡천 이 맹주를 포함하여 모두들 그의 체면을 얼마간 봐주었다.

그도 자기의 나이가 많고 경력이 많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가장 먼저 입을 열어 질책했다.

그가 입을 열자마자 그처럼 무림맹에서 월령안을 집사로 부린 몇몇 장문인들도 나서서 월령안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월령안이 무림 선배들을 존중할 줄 모른다느니, 일개 어린 낭자인 그녀가 무슨 중요한 일이 있어 그들을 만나러 오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느니 하면서 질책했다.

아무리 중요한 일인들 그들을 만나는 것보다 중요하단 말인가?

화 장문인은 자기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사람이 생기자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강호에는 얼마나 많은 후배가 우리를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고 있단 말인가. 우리가 그녀를 만나겠다는 것은 그녀를 추어올리는 일이라네. 장 장문인, 지오(智悟) 방장(方丈), 이 후배가 착하다고 하더니 지금 얼마나 거드름을 피우는지 보라고. 우리 늙은이들더러 만나러 오라지 않는가? 참 나이가 어리니 세상 물정도 모르고 무서운 것도 없군."

몇몇 문파는 티를 내지 않았으나 경력이 많은 장문인들은 화 장문인이 무당과 소림까지 들먹이는 것을 보고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장 장문인과 지오 방장은 우리 같은 사람과 다르지요. 그 월 낭자는 일개 상인 집안 여인이니 강한 자를 추어올리고 낮은 자를 짓밟는 짓을 가장 잘할 겁니다. 장 장문인과 지오 방장이 그녀를 착하다고 여기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이 말이 나오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그들은 분분히 월령안이 무당과 소림을 다르게 대한다고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월령안과 수횡천이 왜 무당과 소림에만 가서 직접 두 대문파의 장문인을 모셔와 무림대회에 참가하게 하고 그들 문파에는 달랑 초청장 하나만 보냈단 말인가?

이는 분명 높은 사람은 받들고 낮은 사람들은 짓밟는 짓이었다. 그들을 업신여기고 그들의 문파들을 안중에 두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 그들의 문파는 소림과 무당보다 실력이 강하지 못했다. 그러나 월령안과 수횡천이 정말 그들의 문파를 낮잡아 보는 것이라면 왜 굳이 그들더러 무림대회에 참가하라고 초대했는가?

몇몇 문파들은 말할수록 기운이 넘쳤고 말할수록 화가 났다.

하는 수 없었다. 시기라는 이 병은 어디에나 존재했다.

여태까지 무림의 기세가 약해서 각 대문파에서도 잘 지내지 못했다. 그러나 무당과 소림은 여전히 태산처럼 굳건히 자리를 차지했고 문파의 제자들도 점점 출중해졌다. 각 대문파의 장문인들은 질투가 나 눈이 빨개졌다.

그 몇몇 장문인들은 월령안이 무당과 소림에게만 찾아가 무림과 소림의 체면만 세워 주고 자기들의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은 것 같아 화가 나서 일부러 그녀를 부려 먹었던 것이었다. 월령안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속으로 언짢으니 일부러 월령안의 트집을 잡고 수횡천을 대할 때도 무례하게 굴었다. 그러나 수횡천은 별생각 없이 이 선배들이 그를 아껴 그에게 요구가 많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장문인들은 원래부터 월령안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던 데다가 오늘 월령안을 불러오라고 했으나 월령안이 거드름을 피우며 오지 않자 이때다 싶어 달려들었다.

말벌집을 쑤셨고 또 누군가 선두를 서니 사람들은 월령안더러 안하무인이고 오만방자하며 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수횡천은 사람들의 불만 섞인 질책을 듣자 다급히 해명했다.

"그렇지 않아요. 저와 령안이 그때 무당과 소림에 간 것은 그 두 곳이 무림맹과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때 무림대회를 열기까지 며칠의 시간밖에 없어 너무 빠듯했습니다. 우리가 일부러 직접 여러 장문인들을 모시러 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여러 장문인들께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수횡천이 해명하지 않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해명하고 나자 사람들은 더욱 불만을 토했다.

"시간이 빠듯하고 없다면 왜 미리 움직이지 않았나? 우리를 초대할 때는 시간이 빠듯하거나 없었고 무당과 소림, 심지어 자네들에게 체면조차 주지 않는 명검산장에 갈 때는 시간이 빠듯하지 않았나?"

"결국 우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는 말이잖나. 우리가 무당과 소림보다 못하다고 여겨 우리를 사람 취급 안 한 것이지."

"이 무림대회는 내가 보기에는 열지 않아도 그만이네. 무림맹주도 안 뽑아도 될 것 같네. 무슨 각 대문파가 함께 무림맹주를 추천하여 무림 대사를 상의하기는. 이 무림맹이 언제 우리를 안중에 두기나 했나? 이 무림맹에 우리의 자리가 있기는 하나? 우리가 이들의 눈에 뭐라도 되기는 하나?"

먼저 나서서 월령안을 질책한 화 장문인은 벌떡 일어서더니 옷소매를 떨치며 떠나려고 했다.

수횡천은 이를 보고 다급히 일어서서 가로막았다.

"화 장문인, 그렇지 않습니다. 무림맹에서는 그 어떤 문파도 낮잡아 보지 않았고 그 누구도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무당과 소림에 가서 두 장문인을 초대한 것은……."

"수 맹주, 이 일은 제가 말하지요!"

장 장문인은 줄곧 소리 없이 있었다. 그가 말을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입을 열기 난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들 무당은 무림맹에서 가장 좋은 대우를 받은 문파라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불만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눈에는 자랑으로 비춰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수횡천 이 맹주가 각 대문파의 장문인들의 불만을 가라앉히는 것이었다.

수횡천 이 맹주는 비록 책임을 저버리지 않고 열심히 사람들과 해명하려 했지만 그가 무슨 말들을 했는가?

모두 무림맹이 힘들고, 무림맹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 누가 그의 어려움을 듣고 싶었겠는가?

그렇게 변명하느니 아예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수횡천의 변명에 오해가 점점 더 심해질 것 같자 장 장문인은 스스로 나섰다.

"월 낭자께서 우리 무당에 오셨던 것은 무림대회의 일 때문이 아니라 우리 무당과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무림대회의 일 때문이 아니라고?"

"사업을 한다고? 장 장문인, 이게 무슨 말인가요? 왜 우리는 알아듣지 못하겠죠? 당신네 무당에 무슨 사업이 있어 무림맹과 함께 한다는 건가요?"

장 장문인은 비록 나이와 경력이 많은 노장문인은 아니었으나 무공이 강하여 어려서부터 이름을 날렸다. 또 강호 사대 문파 중 하나인 무당의 장문인이었다. 그의 말은 힘이 있는 편이라 그가 입을 열자 사람들은 모두 듣기만 했다.

"바로 말 그대로입니다. 월 낭자는 월씨 상사의 주인 된 신분으로 무당으로 오셔서 우리와 사업을 얘기하셨죠. 그게 아니라면 연약한 소녀가 우리 무당에 와서 뭘 했겠습니까? 저를 무림대회에 초대하려면 수 맹주만 있어도 충분한 것을요. 월 낭자는 무림인도 아닌데 무당으로 와서 절 무림대회에 초대해 뭘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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