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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13)화 (813/1,004)

813화 얘기해 줄 수 있나요?

무림맹주 자리를 빼앗으려는 사람이 없다면 싸움조차 하지 않고 전임 무림맹주가 계속해서 직무를 이어받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무림맹주를 뽑은 뒤, 각 대문파의 장문인들은 무림맹주와 함께 무림의 대사를 의논하고는 했다. 다른 말로 하면 먹고 마시며 옛 친구를 만나는 자리였다.

그들과 같은 제자가 장문인과 함께 무림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는 장문인을 따라 세상 구경을 하고 다른 문파의 사형, 사제들을 만나 보기 위해서였다. 나중에 강호에서 만나더라도 못 알아보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젊은 세대인 제자들에게 무림대회는 재미있다고 하면 재미있고 재미없다고 하면 재미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미있든 재미없든 무림대회는 그들과 같은 젊은 사람들과 상관이 없었다. 심지어 그들은 무림대회에서 자기의 자리를 가질 자격조차 없었다.

그러니 올해의 무림대회에서 이렇게 큰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무림대회지 않는가!

수 맹주가 말한 것처럼 무림은 젊은 사람들이 주인공이었다. 그들 젊은이들이야말로 무림의 희망이었다.

무림대회가 젊은이들에게 실력을 나타내고 표현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또 어떻게 각 대문파의 잠재력과 무림의 잠재력을 보아 낼 수 있겠는가.

수 맹주가 올해 주최한 무림대회야말로 진정한 무림대회였다!

각 대문파의 제자들이 호응을 하면서 주먹과 손바닥을 비비며 비무대에서 겨루고 싶어했다.

수횡천이 비무대에서 내리자마자 여산파의 제자가 급히 뛰어 올라갔다.

"저는 여산파(驪山派) 진수(陳水)라고 합니다. 여러 사형께서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청수산(青秀山) 장강(張江)입니다. 여러 사형들께 가르침을 청합니다!"

수횡천이 앉자마자 두 사람은 비무대에서 겨루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실력은 강하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젊은 세대에서는 괜찮은 편이었다. 먼저 비무대에 올라간 여산파의 진수가 실력이 좀 더 나았다.

여산파의 장문인은 마음속으로 만족스러웠으나 입으로는 겸손하게 말했다.

"제 제자는 씩씩하기만 해서 여러분들께 보이기 부끄럽네요."

"여산파의 제자는 기본기가 탄탄하고 청수산의 제자는 날렵합니다. 두 장문인의 애제자는 모두 자신만의 장점이 있습니다."

수횡천은 월령안 옆에 오래 있다 보니 말하는 법을 조금 배웠다.

"두 장문인분의 무림대회에 대한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무림대회는 겨루기를 통해 비무에서 장점을 배우고 단점을 보완하며 식견을 넓히는 것을 중요하게 봅니다. 승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부끄럽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청수산의 장문인은 수횡천의 뒤에 앉아 있었다. 그는 수횡천의 칭찬을 듣고 굳어졌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수 맹주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 비무도 좋아요. 이 젊은이들이 곱게 자라서 홀로 잘난 척하게 된다면 고생을 모를 뿐만 아니라 세상 높은 줄도 모르게 되죠. 자기의 실력이 대단한 줄로 안다니까요. 그들더러 각 문파의 사형들과 잘 겨뤄 보게 하면 아주 좋은 기회가 되겠어요. 그들에게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고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있으니까요."

몇몇 애제자들을 데리고 무림대회에 참가한 장문인들은 무림대회의 이 비무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모두들 자기의 애제자가 젊은 세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바랐다.

애제자를 데리고 오지 않은 장문인들도 있었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후회되어 몰래 알아보았다.

"수 맹주, 이 비무는 며칠 동안 지속됩니까? 저의 그 대제자가 몸이 좋지 않았는데 올 수 있을지 해서요."

물론,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은 핑계였다. 애제자를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은 문파의 돈이 부족하니 제자들을 번갈아 데리고 나오고 다른 이는 남아서 문파를 지키게 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무림대회를 낮잡아 보고 오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구(邱) 장문인, 이번 비무는 닷새 동안 진행됩니다. 첫 사흘 동안은 예선입니다. 첫 사흘 동안에 연속 세 차례 이긴다면 두 번째 경기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사흘 안에 무림맹에 도착한다면 기회가 있다는 말이었다.

"수 맹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구 장문인은 이유조차 찾지 않고 사과 한마디만 한 뒤 다급히 떠나갔다.

구 장문인은 이렇게 하는 것이 다소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문파는 가난했다!

가난한 자는 학문을 닦고 부유한 자는 무예를 익힌다고 무예를 익히는 것은 돈이 아주 많이 들었다. 이 몇 년간 강호 각 대문파는 모두 잘 지내지 못했다. 특히 그들과 같은 소문파는 더욱 심했다.

만 냥씩 하는 상금은 실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특히 책에 실려 이름을 날릴 기회는 더욱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일단 강호에 이름을 날리기만 한다면 바로 명예와 이익 전부를 가질 수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좋은 일을 누군들 포기하고 싶을까?

구 장문인과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은 적지 않았다. 구 장문인이 움직이자 몇몇 장문인들도 따라 일어나 수횡천에게 죄를 고했다. 수횡천은 웃으며 대답할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다른 장문인들은 구 장문인 등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하찮게 여기고 어떤 사람들은 부러워했다.

구 장문인 등 사람들이 수하에 출중한 제자가 있어 앞 십 위를 다툴 수 있음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그들은?

앞자리에 앉은 소림, 무당 등 대문파의 장문인들을 보면서 몇몇 작은 문파의 장문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의 제자 중에는 자질이 뛰어난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이 몇 년간 제자들을 공들여 배양하지도 못해 대문파 자제들과 비할 기회가 없었다.

아쉬웠다!

만약 진작 알았더라면 그들은 제자들을 잘 가르쳤을 것이다.

앞 삼 위가 아니더라도 십 위만 해도 좋았다.

각 대문파에서 어떤 사람들은 기뻐하고 어떤 사람들은 걱정스러워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월령안과 상관이 없었다.

월령안은 멀리서 지켜보았다. 무림대회가 그녀의 안배대로 질서 있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고 몰래 물러났다.

보름 내내 바삐 보낸 뒤에야 무림대회는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었다. 이제 무림대회가 열렸으니 그 진행은 수 오라버니의 몫이었다. 그녀는 하루 정도 쉴 수 있었다.

월령안은 사람들을 피해서 비무대와 멀지 않은 곳의 정자로 왔다. 그러나 정자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다.

월령안이 떠나려고 할 때, 그 사람은 마치 무언가를 느낀 듯 돌아서서 불렀다.

"령안?"

"최일, 왜 여기에 계세요? 무림대회를 보지 않으세요?"

월령안은 발을 들어 정자로 걸어갔다.

"전 치고받고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최일은 손에 든 책을 흔들어 보였다.

"치고받고 싸우는 것보다 전 이것을 더 좋아하지요. 당신은요? 어떻게 여기로 올 틈이 생긴 거예요? 바쁘지 않아요?"

이 며칠간 월령안이 각 대문파의 장문인들을 접대하고 안치하는 것에 바빠서 그는 여러 날 동안 월령안을 보지 못했다.

"무림대회가 열렸으니 제가 할 일도 끝났죠."

월령안은 최일의 맞은편에 앉았다. 탁자 위의 다과를 본 그녀는 사양하지 않고 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국수 한 그릇밖에 먹지 못한 터라 배가 고팠다.

최일은 몰래 접시를 월령안 쪽으로 밀어 두었다.

"그 장문인들은 손을 잡고 염명경 귀시를 공격하기로 했나요?"

"노력하는 중이에요."

'아직요.'

"대책이 있어요?"

'만약 아직이라면 제가 도울 수도 있어요.'

"제가 지금 실행하고 있잖아요."

월령안은 무림대회의 방향을 가리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지금 보니 효과는 괜찮은 것 같네요."

"네?"

최일은 의아한 시선으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내가 땡땡이를 반나절밖에 안 쳤는데도 이토록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말인가?'

"당신은 무림대회에 참가하지 않아서 몰라요. 제가 천기각의 집필인을 모셔 오고 또 거액의 상금을 내걸어 젊은이들이 비무에 참가하게 했어요. 이긴 사람은 만 냥에 달하는 병기를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에 실려 이름을 날릴 수 있죠."

월령안은 손가락 사이의 과자 부스러기를 털며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효과는 어땠나요?"

더 물을 필요도 없이 최일은 월령안의 의도를 파악했다.

월령안은 영리한 얼굴로 말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세상에는 황금과 미인의 유혹을 견딜 만한 사람은 없다고. 사실이 증명하다시피 아버지는 절 속이지 않으셨어요."

"모든 남자들이 황금과 미인에 유혹당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는 아니었다. 그는 오직 한 사람에게만 매혹되었다.

"말꼬리를 잡지 마세요. 아버지가 말씀하신 황금과 미인은 대명사예요. 명리과 권세, 사랑을 대신하는 거예요."

물론, 많은 남자들은 사랑이 아닌 미인만 추구했다.

최일은 멈칫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월 아저씨는 역시 지혜로우셨네요."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건 사업상의 일이에요. 당신은 거기에 없어요."

월령안은 이상한 감을 느끼고 바로 덧붙였다.

"아니요, 저도 속물 중 한 명이에요."

그도 세상 남자들의 행렬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최일은 명예와 권세가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그도 명예와 권세를 사랑하지 않았고 미인은 더욱더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도 남녀간의 사랑은 벗어나기 힘들었다.

최일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과 육장봉이 청주에서 만났을 때의 일을 얘기해 줄 수 있나요?"

그는 월령안이 육장봉을 좋아하게 된 것은 어렸을 때의 만남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육장봉보다 어디가 못해서 졌는지 알고 싶었다.

"아……."

월령안은 잠깐 멍해졌다가 살짝 시선을 내리깔며 저하된 기분을 숨겼다.

"사실 별로 말할 것도 없어요. 제가 그때 나이가 어려서 마음이 약했는데 육장봉이 마침 나타났을 뿐이에요."

"미안해요, 제가 선을 넘었네요."

최일은 말하고 난 뒤, 후회했다.

그는 당황한 기색으로 찻주전자들 들어서 월령안에게 한 잔 부어 주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다.

"제가 방금 들은 바로 수 맹주께서 오늘 아주 위풍당당하시다더라고요."

월령안은 잠깐 생각하다가 찻잔을 들고 담담하게 웃었다.

"사실 말 못 할 것도 없어요. 그때의 일을 청주에 가서 알아보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걸요."

그녀는 그때의 일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말하지 않는다면 최일이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최일이 알고 싶다니 알려 줄 수밖에 없었다.

최일은 멈칫하더니 일순간 월령안의 말을 잘라야 할지, 계속해서 들어야 할지 고민되었다.

그는 다른 사람 마음속의 상처를 물어보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또 육장봉과 월령안의 인연이 어디에서 시작되었기에 월령안이 육장봉만 받아들이는지 절박하게 알고 싶었다.

이 며칠간 그는 무림맹에서 월령안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월령안은 그와 공적인 일만 의논할 뿐이었다. 그의 말에 조금이라도 애틋한 기운이 느껴지면 월령안은 예의 바르게 피하면서 시시각각 그를 거절했다.

이는 그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 주었다. 물론 더 큰 것은 실망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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