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812)화 (812/1,004)

812화 무림 대회

월령안은 종이에 모두 열여덟 개 문파를 적었다. 아미, 무당, 소림사 외에도 수횡천은 단숨에 열세 개 문파를 지목했다.

그러니까 공동파(崆峒派)와 천궁각을 제외하면 어느 문파도 청해 올 수 없다는 얘기였다.

월령안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수 오라버니, 지금 확실히 무림대회를 여는 게 맞나요?"

'이거 애들 소꿉놀이 아닌가요?'

수횡천은 속이 켕기기를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그래도 자신감 있게 말했다.

"이 문파들 말고 다른 문파들은 내가 약속할게. 네가 말하면 꼭 부를 수 있어."

"좋아요. 이 몇 문파들이 오지 않으면 우리 한 단계 더 높이죠. 그럼 신비로운 소요파(逍遙派) 책임자를 초청해도 돼요. 소요파는 줄곧 신비주의인데 만약 그들이 무림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무림의 사람들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을 거예요."

월령안은 수중의 명단을 거두어들였다.

수횡천이 이 정도로 말하는데 그녀인들 어찌 할 수가 있겠는가.

"이건……."

수횡천이 가까스로 버티던 자신감에 커다란 하자가 생겼다.

"소요파는 강호의 일을 전혀 관여하지 않아. 나도 소요파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른단다."

"소요파가 안 되면 검종(劍宗)은요? 검선(劍仙)으로 불리는 일검비선(一劍飛仙) 설무흔(雪無痕)은 청할 수 있나요?"

강호가 이렇게 크고 문파들이 이렇게 많은데, 산 입에 거미줄 치겠는가.

이 방안이 안 되면 다른 것으로 바꾸면 되었다.

"령안, 무흔 선배는 보통 사람이 아니야."

수횡천은 이제 자신감이 거의 남지 않았다.

월령안이 대신 대답했다.

"그러니까 안 된다는 얘기죠."

수횡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천기각(天機閣)은요? 안 될까요? 각주(閣主) 신산자(神算子)를 청해도 돼요."

월령안은 희망을 품고 수횡천을 바라보았다.

수횡천은 고개를 저었다.

월령안은 그만 맥을 잃고 말았다.

'참, 내가 괜한 희망을 품었군.'

월령안은 한숨을 내쉬며 억지로 기운을 냈다.

"아니면 되든 안 되든 초청장을 보내 봐요. 혹시 참가할지도 모르잖아요?"

"저…… 한 달 전에 이미 보냈었어. 다들…… 못 온대."

수횡천은 이미 감히 월령안을 볼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가 얼마나 실망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월령안은 할 말이 없었다.

'죄송하네요. 제가 잘못했군요.'

그녀는 무림맹을 보다 높게 생각했고, 동시에 무림맹주인 수횡천이 가진 무림에서의 지위도 너무 높게 생각했던 것이다.

추수가 무림맹에 이렇게 오래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일에 진척이 전혀 없는 것은 그녀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무림맹은 너무나 힘이 없었다.

수횡천의 말을 들어 보니 오직 작은 문파들만 무림맹주의 체면을 봐주었다. 무릇 저력이 있고, 명성이 있는 대문파들은 모두 무림맹주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을 무림대회에 청해 오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함께 염명경 귀시를 치자고 무림의 다른 문파들을 설득하는 것에 대해 월령안은 진작부터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수횡천에게 알려 주지 않았다.

* * *

시간이 지나자 무림의 각 대문파들이 육속 무림맹으로 찾아왔다. 그중에는 문파의 장문들이 많았는데 모두 수횡천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었다. 사람들이 오자 수횡천은 그들과 함께 먹고 마셨다.

그러나 월령안이 무당산에서 보았던 바로는 수횡천의 주량은 세지 못했다.

수횡천의 술버릇은 좋았다. 술에 취한 뒤에도 아무 말이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월령안은 다른 마음을 먹은 사람이 수횡천을 떠볼까 걱정되었다.

비밀이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월령안은 어떤 수단으로 무림의 각 대문파들을 설득하여 함께 손을 잡고 염명경 귀시를 공격할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림대회가 정식으로 열리는 그날, 각 대문파의 장문들은 구석에 흩어진 집필인(執筆人)들을 보고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수 맹주, 저자들은 천기각의 집필인들이 아닌가? 자네가 천기각의 집필인을 모셔서 이번 무림대회를 기록하게 하다니! 수 맹주, 역시나 대단하구먼. 올해 무림대회는 틀림없이 강호지(江湖誌)에 중요한 한 획을 그을 것이오.”

‘뭐라고? 천기각의 집필인이라고?’

수횡천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월령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자 수횡천은 놀라우면서도 또 놀랍지 않았다.

천기각의 집필인이 무림대회에 나타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지만 월령안이 있자 그 어떤 이변도 놀라울 것이 못 되었다.

월령안의 확답을 듣자 수횡천은 비록 아무것도 모르지만 침착하게 사람들에게 알려 주었다. 회색 서생 옷을 입고 한 손에 붓을, 한 손에 책을 들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까지 기록하는 ‘서생’이 바로 천기각의 집필인이라고.

“큰일이 아니면 집필인들은 나타나지 않을 텐데. 난 무림대회에 천기각의 집필인이 있는 것을 처음 봤어. 수 맹주가 이번 무림대회를 크게 열겠다고 했을 때, 난 그저 말만 그렇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지금 집필인이 나온 것을 보니 이번 무림대회는 보통이 아니겠구먼.”

“천기각의 집필인이 있는 이상, 나도 강호지에 한 획을 남길 수 있을지도 몰라. 내가 무림대회에 참가하러 왔기에 다행이야. 아니면 난 평생 후회했을 거야.”

누군가는 단순하게 기뻐했고 누군가는 이 기회에 소식을 알아보려고 했다.

“수 맹주, 무림대회에서 큰일을 선포하려는 건가? 그게 아니면 천기각의 집필인이 어떻게 오겠어?”

수횡천은 애써 미소를 유지했다.

“때가 되면 다들 아시게 될 겁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믿을까? 분명 믿지 않겠지. 그러나 난 정말 아무것도 몰라. 난 심지어 이 집필인들이 언제 나타난 것인지도 몰라.’

무림맹주로서 그는 좌절감을 느꼈다.

그러나 천기각의 집필인들이 그가 주최한 무림대회에 나타난 것을 보자 수횡천은 또 매우 기뻤다.

천기각의 집필인은 무림에서 중대한 사건에서만 나타났다. 처음 무림 맹주를 선거하는 자리 말고는 천기각의 집필인이 무림대회에 나타난 적은 없었다.

‘이번에 천기각에서 집필인을 보낸 것은 천기각이 나를 인정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수횡천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 사람들을 부르는 모습도 씩씩하고 의기양양했다.

무림 문파의 장문들도 분분히 호응하며 수횡천의 체면을 한껏 살려 주었다.

“사형(師兄) 오늘 참으로 멋지네!”

수횡천 사문(師門)의 사제(師弟), 사매(師妹)들이 비무대에서 무림대회의 시작을 선포하는 수횡천을 바라보며 하나같이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반년 전만 해도 사형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며 간단한 무림대회를 열려고 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누가 사형이 무림대회를 이토록 성대하게 열 것이라고 생각했겠어?”

몇몇 사제들은 반년 전에 수횡천이 도처에 돈을 빌리며 다니다가 아무런 수확 없이 실망한 모습으로 떠나던 초라한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다 오늘, 비무대 위에서 귀티가 흐르고 비단으로 몸을 휘감고 있으며 열몇 살 젊어 보이는 수횡천을 보자 하마터면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이는 그가 기억하던 사형과는 너무도 달랐다!

“무림맹에 돈이 어떻게 이렇게 많이 생긴 거지? 우리가 여기서 사흘 동안 묵었는데 먹는 것, 마시는 것 모두 좋은 거였어. 심지어 우리들에게 옷까지 준비해 뒀다고. 이 술, 간식들 좀 봐. 모두 돈 내고 산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가 마음껏 먹고 마시게 내버려 두잖아. 난 내가 잘못 오지 않았나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고.”

“수 맹주가 의동생 하나를 두었는데 그녀가 그렇게 돈이 많대.”

“들어 봐……, 들어 봐……! 수 맹주가 뭐라고 하는지 들었어? 모든 사람을 이긴다면 천궁각에 가서 병기를 고를 수 있대! 만 냥 이내의 병기를 마음껏 골라도 된대! 세상에, 돈이 많으니 기세도 좋구나!”

비무대 아래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각 대문파의 제자들이었다. 각 대문파의 장문인은 모두 높은 곳에 앉아 있었다. 비무대뿐만 아니라 자기 제자들의 모습까지도 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기의 제자들이 수횡천의 말 한마디에 흥분해서 앉아 있지 못하는 것을 본 장문인들은 창피해져 얼굴을 가렸다.

‘이 자식들, 천기각의 집필인이 있는 걸 못 봤어? 좀 얌전히 굴면 안 돼?’

그들도 수횡천이 말한 상에 대해 들었을 때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수횡천은 처음부터 이건 젊은 세대들에게 싸우면서 교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니 각 대문파의 장문인들과 어른들이 지도해 달라고 말했었다.

그들은 자신이 젊지 않은 것이 한스러웠다!

그건 무려 만 냥에 달하는 병기였다!

비록 모든 사람을 이기고 일등이 되어야만 가치가 만 냥에 달하는 병기를 가지지만 이등은 오천 냥 이내의 병기를, 삼등도 천 냥 이내의 병기를 고를 수 있었다.

심지어 사등에서 십등까지도 천궁각에 가서 가치가 오백 냥에 달하는 병기를 고를 수 있었다.

무려 천궁각의 병기를 준다는데 누군들 갖고 싶지 않을까!

무림맹이 단순히 돈을 준다고 했다면 그들은 무림맹이 돈으로 자기들을 모욕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병기를 주는 것은 무림인들의 구미에 딱 맞는 것이었다.

가치가 만 냥이 되는 병기를 주는 것이 일부분 사람들의 마음만 움직였다면 소육자가 비무대에 올라가 수횡천의 귓가에 몇 마디 해서 수횡천이 선포한 말은 각 대문파의 자제들을 거의 미쳐 버리게 했다.

“이번 비무의 일위는 천기각의 집필인에게 기록되어 강호지에 실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 무림맹에서 책 상인에게 단독으로 책을 만들게 하여 각 다루에서 이 일을 선전하게 할 것입니다.”

남자들이 평생 좇는 것이 바로 명예와 이익이었다.

강호에 돌아다니다 보면 이름을 날리는 것이 돈보다 더 중요했다. 만 냥 이내의 병기는 돈 많은 사람이 기세를 나타내는 감이 있었다. 무당의 제자들은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안중에 두지 않았으나 강호지에 실릴 수 있다는 말을 듣자 흥분되었다.

누군들 만고에 이름을 남기고 싶지 않겠는가?

소육자는 수횡천 옆에 서서 하나같이 흥분을 금치 못하는 강호 소년 협객들을 보면서 의기양양해져 하마터면 허리에 손을 얹고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군영(群英)명단, 소협명단 순위가 없어도 월 누님은 무림인들을 미치게 만들 수 있었다.

자기 절로 평가한 군영명단, 소협명단이 어찌 천기각이 강호지에 싣는 것과 비할 수 있겠는가?

‘범씨 가문과 명검산장의 남강호가 우리 무림의 기세를 빼앗고 싶다면 꿈 깨라고 해.’

가치가 만 냥에 달하는 병기와 책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다는 유혹에 무림대회에 참가한 소년 협객들은 전부 미칠 지경이었다.

그들은 무림대회가 그들과 상관이 없을 줄 알았다. 사실상 이전의 무림대회는 전부 그들과 상관이 없었다. 무림대회에서는 무림맹주의 자리를 탐내는 사람만이 손을 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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