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3화 이 일은 잘 생각해 봐야겠군
최 승상은 월령안이 전함과 수군을 임대하려 한다는 일을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다.
우선 먼저 전함을 만들었는데 수군이 새 전함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실전보다 더 효과적인 훈련 방법은 없을 거라고 했다.
최 승상은 일심으로 나라를 위했다. 주나라의 강대한 수군을 양성하기 위해, 전함을 가지고 바다로 나가 훈련시키도록 황제를 설득했다.
황제는 이야기를 듣고서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북요는 여전히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서역은…….
황제는 서역 이야기만 나오면 월령안을 죽이고 싶었다.
그는 서역에 보석과 황금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역의 내란을 빌려 큰돈을 벌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월령안이 그 기회를 가로챘다.
"국고의 돈으로 수군의 해상 훈련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황제는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황제는 국고가 넉넉하지 못해서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어렵습니다."
최 승상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해마다 징병하다 보니 국고도 풍족하지 않습니다. 관성에서 올해 세수를 크게 올리지 못하면 아마 올해 군대의 급료와 지급품도 내주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니?'
주우림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입도 다물지 못하고 최 승상을 바라보았다.
황제가 왜 문관들을 중용하면서 또 경계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최 승상은 지금 무슨 속셈인가?'
분명 그들은 황제에게 간청해 월령안과의 협력을 동의해 달라고 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최 승상이 이야기하니 황제를 위해 걱정을 덜어 주는 것으로, 월령안이 손해를 보는 것으로 되면서 주도권을 꽉 쥐게 되었다.
이러니 최 승상이 감히 월령안에게 그가 있으면 일이 통제밖에 벗어나지 않을 거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 승상의 이 재간은 정말 대단했다.
다행히 최 승상이 말했으니 망정이지, 만일 그가 말했다면 분명 솔직하게 말해 황제에게 주도권을 빼앗겼을 것이다.
그는 탄복해 마지않았다.
주우림은 속이 울적한 것에 상관없이 최 승상이 입을 연 다음, 서둘러 말을 이었다.
"폐하, 신에게 한 가지 계략이 있습니다. 실행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무장이고 최 승상은 문관이었다. 최 승상이 방금 전까지도 그를 함정에 빠뜨렸다.
황제는 그가 최 승상과 호흡을 맞추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황제는 이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최 승상과 주우림, 또는 추밀원과 육부는 서로 맞지 않았다.
조정에서 무슨 일이든지, 무릇 육부가 제안하면 추밀원은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마찬가지로 추밀원이 해야 할 일을 말하면 육부에서도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갑자기 주우림이 최 승상과 엇박자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먼저 계책까지 내놓자 황제는 무척이나 놀랐다.
다만 놀라는 데 그치고 황제는 별다른 생각 없이 물었다.
"어떤 계책이냐? 말해 보거라."
"폐하, 수군을 훈련시키는 데 꼭 조정이 돈을 낼 필요는 없습니다. 관성 무역지역의 방식을 참고해 상인들이 돈을 내어 조정을 위해 집을 짓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조정의 조세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황제가 월령안을 싫어하는 것은 모든 조정의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다. 주우림은 바보도 아니고, 게다가 최 승상이 좋은 예까지 보여 주었다. 그가 아무리 말을 에둘러 할 줄 몰라도 황제 앞에서 월령안이 전함과 수군을 임대하는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관성의 방식을 참고한다고? 월령안을 참여시키려고?"
무릇 월령안에 관련되는 일이라면 황제는 항상 예민했다. 주우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황제는 월령안을 떠올렸다.
"폐하, 천하에 상인은 많습니다. 물론 값을 높이 부르는 자가 하게 해야 합니다."
주우림은 은근히 최 승상이 앞장에 서기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 그가 먼저 입을 열어 월령안을 말했다면 설령 황제가 허락한다고 해도 결코 기뻐하지 않았을 것이다.
"폐하, 신은 이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최 승상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군을 훈련시키는 것은 무역지역과 다릅니다. 수군은 군사력이고 나라의 예리한 무기이므로 상인들을 참여시켜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상인들은 이익만 밝힙니다. 만약 이 일에 이익이 없다는 것을 알면 그들은 결코 돈을 내놓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흠."
황제는 비음을 흘렸다. 찬성한다는 말도, 반대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주우림과 최 승상이 계속해 이야기하게 내버려 두었다.
황제로서 그는 이미 문관과 무장의 정치적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것에 무척 익숙했던 것이다.
물론 이는 그가 원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만약 문관과 무장의 정치적 주장이 일치하고 마치 형제처럼 지내 무슨 일이든지 그들끼리 결정한다면 황제를 어디에다 쓰겠는가.
최 승상이 동의하지 않자 주우림은 애써 설득하려 했다.
"상인들이 이익을 요구하면 그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면 되잖습니까."
최 승상은 바른 표정으로 말했다.
"조정과 백성들의 이익을 양보해, 상인들의 돈과 바꾼다면 그것이 조정을 갉아먹는 좀과 무엇이 다른가?"
주우림은 어떡하든 기회를 쟁취하려 했다.
"누가 조정과 백성들의 이익을 내놓겠다고 했습니까. 관성 무역지역을 본받아 상인들더러 북요, 금나라, 서하 심지어 다른 상인들의 돈을 벌게 하면 되잖습니까."
최 승상은 콧방귀를 뀌었다.
"바다는 관성 무역지역이 아니네. 바다에 무슨 이익이 있다는 말인가?"
"바다……."
주우림은 해상 장사를 말하려다가 갑자기 최 승상에게 더는 말하지 말라는 암시를 받았다.
주우림은 최 승상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일에서 두 사람의 이익은 일치했다. 그는 잠깐 멈칫하다가 난감한 척하며 말했다.
"폐하, 이 일은…… 신이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꼭 양쪽 모두 만족할 만한 좋은 방법이 있을 겁니다."
"폐하, 수군을 훈련시키고 새 전함을 익히는 것은 공부와 병부의 일입니다. 신은 공부, 병부, 호부에서 협상해 가능성 있는 계책을 내놓으라고 할 것입니다. 최소한의 돈으로 이 일을 성사시키라고 할 것입니다."
수군을 훈련시키는 것은 최 승상이 제기한 것이었다. 이 일은 당연히 해야만 했다. 최 승상이 반대 의견을 낸 것도 다만 주우림의 계책을 반대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이 일을 최 승상도 쟁취해야 했다. 만약 그가 쟁취하지 않으면 황제는 아마 또 다르게 생각할지도 몰랐다.
"허락하지!"
황제는 최 승상과 주우림이 날카롭게 맞서며 서로 양보하지 않는 것에 익숙하기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그의 수하 문관과 무장의 일상이었다.
수군을 훈련시키는 이런 큰일은 물론이고, 조복(朝服)을 바꾸는 작은 일도 그들은 반나절씩 말다툼을 하며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지 못하게 했다.
공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최 승상과 주우림도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당장에서 물러가려고 했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다가 갑자기 멈칫했다.
"최 승상, 잠깐 기다리시오."
"폐하."
최 승상이 읍하여 예를 올렸다.
"짐이 전에 최일이 변경에 돌아와 복명하겠다고 하는 상주서를 보았네. 이부에서 허락했는가?"
유경장은 조계안이 운주로 발령을 냈다. 하지만 최일은 그리 쉽게 쫓아내지 못할 것이다.
육장봉이 변경에 없는 틈을 타서, 황제는 최일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만약 최일이 월령안을 감동시켜 최씨 가문에 시집가게 할 수 있다면, 때가 되어 육장봉이 돌아와도 황제를 탓하지는 못할 것이다.
"폐하께 알려드립니다. 최일이 변경에 돌아와 폐하께 태후 마마를 강녕부에 모신 상황을 보고하겠다고 한 상주서를 이부에서 허락했습니다."
최 승상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최일은 비록 사심이 있지만, 마땅히 거쳐야 할 절차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설령 사람들이 모두 그가 월령안을 위해 돌아왔다는 것을 알아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누구도 최일의 잘못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태후 마마…… 어흠, 태후 마마께서 떠난 지도 반년이 넘었군. 짐은 줄곧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네. 최일이 한번 돌아오는 것도 좋겠군."
황제는 하마터면 태후를 잊을 뻔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월령안이 황궁에 들어와서 비빈과 태후를 한바탕 손본 다음, 후궁은 훨씬 조용해졌다.
특히 태후가 떠나자 황제는 더욱 홀가분하다 못해 태후의 존재마저 잊을 정도였다.
황제는 손으로 입을 막아 기침을 가라앉혔다.
"최일은 아직 며칠 있어야 변경에 도착하는가?"
"대략 칠 일에서 팔 일 정도 더 있어야 변경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전함과 수군을 임대하는 것은 단번에 성사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월령안을 칠팔 일 정도 잡아두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방금 전에 주우림이 해상 사업을 제안하려 할 때 막은 것은 시간을 끌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가 완벽하게 연기해, 황제가 그들이 준비하여 왔음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는 것도 원인이었다.
"칠팔 일씩이나?"
황제는 마음속으로 몰래 계산해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네."
칠팔 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는 아무 이유나 찾아 월령안을 변경에 며칠간 더 잡아 둘 것이다.
황제는 최일이 월령안을 감동시켜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랐다.
"물러가게."
황제는 최 승상을 붙잡지 않았다. 그는 몰래 혼자서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월령안을 남길까 궁리했다.
그냥 월령안을 며칠 더 남게만 해도 안 되었다. 시간이 너무 짧았다. 정당한 이유를 찾아 월령안과 최일이 함께 있게 해야 했다.
오랫동안 함께 있어야 정이 생긴다.
월령안은 육씨 가문에 시집가서 삼 년 동안 육장봉을 위해 얼마나 많은 미친 짓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결국 육장봉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육장봉이 변경에 돌아온 후 두 사람은 석 달을 가까이 지냈다. 그리고 육장봉은 월령안에게 반해 심지어 그녀가 아니면 장가가지 않겠다고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로부터 일상생활에서 자주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이 일은 잘 생각해 봐야겠군."
황제는 턱을 매만지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반반은 살금살금 걸어 들어왔다. 그는 황제가 무거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보고해야 할까 말까를 망설였다.
그는 목 위의 머리로 맹세할 수 있었다. 만약 지금 보고하면 황제가 화가 난 나머지, 곁에서 시중드는 사람들이 모두 피를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보고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반반은 잠깐 이해득실을 따져 보고 결과를 생각한 다음, 이를 악물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가 막 물러나가려 할 즈음, 황제에게 발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