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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02)화 (802/1,004)

802화 추밀원과 관련된 일

"안 돼. 아직 가서는 안 돼. 폐하께서 네게 이 일을 물어볼 가능성이 높아. 너도 우리와 함께 폐하를 만나러 가야 한단다."

최 승상과 주우림은 어렵게 의견 일치를 보았다. 둘 다 함께 월령안을 남기며 그녀더러 그들과 함께 궁궐에 들어가자고 했다.

"폐하의 저에 대한 태도는 두 분 대인께서도 알고 계실 겁니다. 제가 함께 가면 이 일은 아마 변수가 생길 것입니다."

황제는 그녀를 보기만 해도 귀찮아했다. 이 두 거물은 이를 모른단 말인가.

"령안,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임대료 같은 건 폐하께 확실하게 알려드려야 한다. 폐하께서는 조건을 붙일 수도 있으니, 네가 자리에 있어야 할 것 같구나."

최 승상은 말하면서 뜻하는 바가 있게 주우림을 슬쩍 보았다.

주우림이 이렇게 끼어드는 바람에 월령안은 아마 더욱 큰 대가를 치러야 전함과 수군을 임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월령안이 말한 대로 이 일이 틀어질 수도 있었다.

"경쟁이 있어야 이 일의 실행 가능성이 더 커지죠. 우리 추밀원에서는 월씨 가문에 더 좋은 조건으로 줄 수 있습니다."

주우림은 옷자락을 들어 올리더니 차분하고 느긋하게 말했다.

"그리고 수군과 전함을 임대하는 것은 절대 작은 일이 아닙니다. 폐하께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당신들끼리 아무리 이야기가 잘 돼도 소용없죠. 조만간 폐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빠르면 혹시라도 변수가 생겨도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있잖습니까. 아닙니까?"

그는 일이 틀어지게 만든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았다.

"두 분의 말씀이 맞습니다."

월령안은 건성으로 미소를 날리며 온화하지만 강경함을 잃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전함과 수군을 임대하는 것은 제가 문득 생각이 들어 제안한 것일 뿐이에요. 성사되면 좋지만 성사되지 않아도 우리 월씨 가문에는 크게 손실이 없습니다. 이 일은 그냥 그만둡시다. 괜히 폐하를 놀라게 하거나 불쾌하게 하면 안 되죠."

그녀는 전함이나 수군을 꼭 임대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설령 꼭 임대해야 한다고 해도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그녀더러 황제를 설득시키게 하려 하다니. 그건 불가능했다.

그녀가 전함과 수군을 임대하며 임대료를 내지 않는 것도 아니고.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돈은 벌려고 하면서, 힘은 쓰려 하지 않다니. 세상에 그리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주우림은 이내 말을 바꾸었다.

"이렇게 합시다. 월 낭자께서는 잠시 공부에 앉아 있으십시오. 저희 몇이서 폐하를 찾아뵙겠습니다. 공부에 남기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마십시오. 일부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데 편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월령안은 당장 승낙하지 않고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러세요!"

주우림은 그녀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알리는 것이었다.

주우림은 크게 기뻐하며 최 승상에게 눈썹을 치켜세워 보였다. 그러고는 주인의 자세로 말했다.

"승상 나리, 우리 이제 황궁에 갈까요?"

최 승상은 입꼬리를 실룩거려 억지웃음을 웃으며 대답하고서 주우림과 함께 황궁으로 갔다.

그는 떠나기 전에 또 월령안에게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당부했다.

그가 있는 한, 일이 통제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며 월령안이 큰 손해를 입지도 않을 것이다.

* * *

육장봉이 변경에 없으므로 부사 주우림이 곧 추밀원의 거물이었다. 두 거물들이 동시에 찾아오자, 황제는 깜짝 놀라 얼른 이반반더러 사람을 난각에 들이라고 분부했다.

"신, 폐하를……."

"너무 예의를 차릴 것 없다네. 경들이 동시에 찾아오다니.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강남에서 수재가 발생했나, 아니면 국경에서 전쟁이 일어났나? 그도 아니면, 북쪽이 가뭄이 들었나?'

불과 한순간에도 황제의 머릿속에는 몇몇 개의 사건이 스쳐 지나갔다. 심지어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최 승상은 이 모습을 보고 묵묵히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폐하, 주 부사가 일이 있어 폐하를 찾아뵈려 합니다. 신은 주 부사와 함께 온 것입니다."

주우림은 순간 당황했다.

'과연 문관은 간사하군!'

주우림은 몰래 최 승상을 흘겨보았다. 최 승상은 미소로 답례하며 담담하기만 했다.

훼방을 놓은 사람은 말할 자격이 없었다.

"폐하께 여쭙니다. 그, 그게 대장군의 일입니다."

주우림은 월령안에 대한 황제의 혐오감을 떠올렸다. 다시 두뇌 회전을 빠르게 해 마침내 보고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냈다. 그리고 은근히 마음속으로 언어를 조직했다.

"장봉이가? 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북요에 도착한 다음…… 혹시 연락이 왔느냐? 현음 고모에게서 소식이 있느냐? 북요에서 위험하지는 않다더냐? 언제 돌아온다고 하더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냐?"

황제는 잠깐 기다렸지만 주우림이 계속 말을 잇지 않자 조급하여 연신 재촉했다.

주우림은 황제의 물음에 삽시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는 황제가 육장봉을 중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신경 쓸 줄은 미처 몰랐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더러 어떻게 빈틈없이 둘러대라는 말인가.

황제의 급한 질문에 주우림은 감히 더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떠오르는 대로 말했다.

"폐하…… 대장군은 아직 소식을 전해 오지 않았습니다. 북요에 있는 우리 사람들이 약간의 소식을 알아냈습니다. 북요 황제는 대장군을 잡고서 현음 공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답니다. 대장군께서 북요 공주인 야율염과 함께 먹고 자며 동행해 공주의 명성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대장군과 야율염을 결혼시키려고 한답니다."

이것은 그리 확실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황제가 빨리 급하게 묻는 바람에 주우림은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이 정확하지 않은 소식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야율염은 누구냐?"

황제는 어두운 얼굴로 불쾌해서 물었다.

주우림은 허리를 굽혀 공경하게 대답했다.

"폐하께 알려드립니다. 야율염은 귀시에서 대외적으로 인정한 소주 귀염입니다. 바로 북요에서 현음 공주로 대장군을 위협하면서 풀어 달라고 했던 사람입니다."

"하! 귀염이라? 친부가 누구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사람이 무슨 공주냐? 북요는 정말 뻔뻔스럽구나. 별 잡것을 장봉에게 갖다 대다니. 짐이 비록 월령안을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만, 월령안이 아무리 못해도 그 무슨 귀염 같은 것보다는 훨씬 낫지."

황제는 크게 노하여 주우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서…… 짐의 명의로 이혼장을 북요 황제에게 보내라. 그자에게 짐의 대장군에게는 진정한 공주만이 어울린다고 말해 주거라. 그 별 볼 일 없는, 가짜 공주는 장봉의 잠자리 시중도 자격 미달이라고 알려라."

"네, 폐하."

주우림은 한마디 대답한 다음, 정색하고서 계속하여 육장봉을 구실로 삼았다.

"폐하, 대장군께서는 떠나기 전에 신에게 분부했습니다. 추밀원의 일은 전례를 찾아볼 수 있는 작은 일 외에, 크고 작은 일 모두 폐하께 보고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신에게는 추밀원과 관련된 일이 있으나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 듣고 판단하시어 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폐하, 신에게도 추밀원과 관련된 일이 있습니다. 신도 감히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폐하께서 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 승상은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서며 주우림의 말을 가로챘다.

그는 주우림의 머리로 일을 성사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신가?"

황제는 최 승상과 주우림을 번갈아 보았다.

주우림은 옆으로 한 걸음 비켜서고 최 승상에게 손을 내밀었다.

"승상 나리, 먼저 말씀하시겠습니까?"

그를 앞에 내세우면서도 이익을 챙기지 못하게 했다. 그야말로 늙은 여우였다.

'대장군의 말씀이 틀린 데가 없어. 문관들 중에는 정말 좋은 사람이 없어.'

최 승상은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고 말했다.

"폐하, 추밀원은 오늘 이부를 건너뛰고 새로 진사가 된 유경장을 운주 현령으로 발령 보냈습니다."

"신은 이 일을 해명할 수 있습니다."

주우림은 속으로 참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일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유경장? 월령안과 가까운 그 기루 재자를 운주로 발령 보낸 것이냐?"

황제는 발령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신경을 쓰는 것은 주우림이 유경장을 발령 보냈다는 것이었다.

"네 뜻이냐?"

황제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서 언짢아했다.

그는 일부러 유경장을 변경에 남겨 두었다. 유경장에게 월령안의 마음을 얻을 기회를 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주우림이 사람을 발령 보냈다. 지금 황제의 뜻을 거역하겠다는 것인가.

추밀원 부사로서 황제의 속내조차 헤아리지 못하다니. 주우림은 벼슬을 그만두고 싶은 모양이었다.

"폐하, 조왕 전하의 뜻이었습니다."

주우림은 곧장 무릎을 꿇고서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

황제는 차갑게 웃었다.

"이게 네가 말한…… 일이 크든 작든 짐에게 보고하는 것이더냐? 너는 그런 식으로 너희 대장군의 말에 따르는 것이냐?"

"신, 죄를 알겠습니다. 폐하께서 용서해 주십시오."

주우림은 할 말이 없었다. 다만 죄를 청할 뿐이었다.

황제와 조계안 두 고래가 싸우고 있으니 그와 같은 새우들은 가만있어야만 했다.

사실 그가 유경장을 지방으로 발령 낸 것은 전적으로 조계안의 명령 때문만은 아니었다.

육장봉은 그에게 최일과 유경장을 지켜보라고 했다. 육장봉은 그에게 무릇 두 사람이 월령안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으면 그들이 영원히 월령안을 만날 수 없게 멀리 보내라고 분부했다.

그런데 유경장은 황제의 암시라도 받았는지 갑자기 육장봉이 없는 틈을 타서 월령안에게 마음을 전하며 십 년을 기다려 달라고 했다.

만약 그가 지금 유경장을 하루라도 빨리 발령 보내지 않았다면 육장봉이 돌아왔을 때,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흥! 이부를 거치지 않고 관리를 발령 보냈다고. 네가 감히! 간덩이가 부은 것이 틀림없구나!"

황제는 주우림에게 일어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벌을 준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주우림에게 벌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배후는 그의 친동생이었다. 그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신이 죄를 지었습니다."

주우림은 말로는 죄를 인정하면서도 속으로는 최 승상을 죽어라 욕했다.

문관들은 정말 너무 못됐다. 그가 발령장을 내릴 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조왕의 체면을 봐서 그들이 그냥 넘어가는 줄로 여겼다. 예상 밖으로 이렇게 그를 한 방 먹일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성공적으로 주우림에게 한 방 먹인 최 승상은 그제야 찾아온 연유를 말했다.

"폐하, 신이 한 가지 일을 보고드립니다."

"무슨 일이시오?"

황제는 최 승상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않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경장을 발령 보낸 것은 작은 일이었다. 하지만 조계안이 연루돼 있어 최 승상이 끝까지 따지면 황제도 조계안을 지키기 어려웠다.

"공부에서 만든 전함 말입니다. 신이 생각하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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