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1화 자네들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닌가
"퉤! 누가 당신하고 한편이야!"
공부상서는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곧장 사람을 내쫓았다.
"우리는 공적인 사무를 의논할 것이네. 당신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으니 좀 빨리 꺼져 주게나."
"왜 나와 상관없단 말인가. 월 낭자는 나와 망년지교(忘年之交 - 나이 차이를 잊고 허물없이 사귀는 벗)라네. 월 낭자의 일이자 곧 내 일이지. 자네들에게 내 말해 두는데. 내가 있는 한, 우리 월 낭자를 괴롭히지 말게나. 그리고 월 낭자에게서 이익을 보려고 하지도 말게."
호부상서는 뻔뻔스럽게 의자를 월령안 곁으로 끌고 가서는 그녀에게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월령안은 잠자코 있었다.
그녀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호부상서는 부임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 전까지 그들은 접촉한 적이 없을뿐더러 심지어 만나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일품 대신이 그녀와 망년지교라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미소를 유지하면서 거짓말을 폭로하지 않았지만 대답하지도 않았다.
거물들이 다투는데 일개 소상인으로서 그녀에게 무슨 발언권이 있겠는가.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되었다.
공부상서는 금세 울화통을 터뜨렸다.
"무슨 이익을 본다고? 월 낭자가 어떤 사람인데 우리가 이익을 볼 수 있겠나? 우리는 월 낭자의 뒤를 따르면서 국물이라도 얻어먹으려는 것뿐이네."
월령안은 마음속으로 아차 싶었다. 공부상서가 호부상서의 함정에 빠져든 것이다.
'망했네. 늙은 여우 한 마리를 끌어들였어. 일이 쉽지 않겠군.'
호부상서는 거의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웃었다.
"정말 장사 얘기를 하려던 것이었군. 내가 마침 잘 왔구먼. 월씨 조카, 저들과 무슨 장사를 하는 거야? 내가 잠깐 들을 수 있을까?"
"대인, 괜한 말씀이십니다."
월령안은 호부상서에게 읍하면서 아무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탄식했다.
호부상서는 하루 종일 돈을 상대하기에 돈에 대해 보다 민감했다. 게다가 보아하니 그는 낯가죽이 두꺼울 뿐만 아니라 마음도 시커메서 공부상서나 병부상서보다 훨씬 더 상대하기 힘들 것이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공부에서 월 낭자랑 무슨 장사를 하겠는가. 그냥 이야기를 나누려는 거네."
공부상서는 자신이 말을 잘못했음을 알아차리고 급히 부인했다. 병부상서도 이에 동조했다.
"맞아. 나도 월 낭자가 공부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보러 온 거네."
하지만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서 어느 누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가. 호부상서가 그들의 말을 믿으면 이상한 것이었다.
"다른 데서 장사 이야기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 하지만 공부에는 있을 거네. 잊지 말게나. 공부에서 요구하는 돈은 모두 호부에서 가져간 것이네. 공부에서 무슨 큰 움직임이 있는지는 내가 당신네보다 더 잘 알지."
호부상서는 늙은 여우처럼 또다시 계속해서 월령안에게 물었다.
"월 낭자, 방금 전에 조선소에 가서 새로 만든 전함을 본 건가?"
"승상 나리 덕분입니다."
그녀는 이것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아니, 설령 그녀가 부정해도 소용이 없었다.
공부상서가 이미 말을 흘렸기에 전함 임대를 하는 이상, 설령 그들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소용없었다.
지금은 호부상서가 그녀더러 이익을 더 양보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공부, 병부의 수중에서 이익을 나누려 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월 낭자는 우리 세 부서와 어떻게 합작할 생각인가?"
호부상서는 말 한마디에 자기 자신을 포함시켰다. 꼭 이익을 나누겠다는 뜻이었다.
"이 일은 월 낭자와 우리 공부, 병부의 일이오. 당신은 대체 웬 참견이오?"
병부상서와 공부상서는 그리하려 하지 않고 호부상서를 쫓아내려 했다. 호부상서는 당황하지 않고 반격했다.
"나도 참견하지 않네. 하지만 잊지 말게. 전함은 우리 호부에서 돈을 받아 만든 것이고, 당신네 병사들도 우리 호부에서 돈을 받아 먹여 살린단 말이오."
"육부에 돈을 주는 건, 본래부터 자네 호부가 해야 하는 일 아닌가?"
이익을 나누려 하다니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우리 호부는 돈을 주는 일뿐만 아니라, 돈을 거두는 일도 하지."
호부를 따돌리려 하다니 안 될 소리였다.
"이건 우리 공부와 병부의 일이니 당신네들은 참견하지 마시오."
"무릇 돈과 관련된 일은 모두 우리 호부의 일이오. 나도 상관할 생각이 없네만, 자네 물어보게나. 승상 나리께서 동의하시는지? 폐하께서 동의하시는지?"
"이건 월씨 가문과 우리 공부의 합작이네. 자네 호부에서는 신경 좀 끄게나."
"월씨 조카, 자네가 말해 보게…… 자네 공부와만 합작할 것인가?"
나이를 합하면 백오십여 세에 달하는 세 늙은이는 마치 어린애같이 싸웠다. 모두 얼굴을 붉히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탁상까지 두드리며 싸우다가 결국 월령안을 찾아와 그녀더러 도리를 따져 달라고 했다.
월령안은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누구에게 공평한 태도를 취할 수 있겠는가.
다행히도 최 승상이 있었다.
그는 세 늙은이가 어떻게 싸우든 개의치 않았다. 그는 조정에서든, 내각에서든 날마다 옥신각신하며 말다툼하는 것에 이미 습관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들이 월령안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세 사람이 월령안을 잡아끌면서 그녀에게 어떻게 협력하겠냐고 물을 때, 최 승상이 나서서 일을 떠맡았다.
"월씨 가문에서 공부의 전함과 병부의 수군을 임대해 화물선을 호위하려 한다네. 임대료는 매번 출항 화물 이익의 일 할로 정했고. 이 거래를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닐세. 내각을 거쳐 폐하께 보고해 동의를 얻어야 하네."
"호부에서 임대료의 팔 할을 가진다면 내각의 모든 대인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제가 약속하겠습니다. 폐하께서 동의하지 않으면 담벼락에 머리를 박고 죽어 보일 겁니다."
호부상서는 특별히 기개가 있었다. 물론 욕심도 많았다.
"아 참, 조선소는 공부 산하 부서지만 평소에 공부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지 않는가. 우리 조선소를 단독으로 해서 호부가 통괄해 관리하면 어떤가?"
"우리 병부에서 임대료의 오 할을 가지면 우리도 의견이 없습니다."
이익 분배와 관련되자 병부상서는 즉시 공부를 차버렸다. 공부와 전혀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
"자네들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닌가. 월 낭자가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우리 공부라네."
공부상서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월 낭자, 어서 말하게…… 자네 우리 공부와 합작하려던 게 아닌가?"
하나같이 너무나 파렴치했다.
이게 어디 국물을 나눠 먹으려는 것인가. 그냥 그릇까지 들고 가려는 속셈이었다.
"승상 나리, 배와 수군을 임대하는 일을 누구와 이야기해야 하나요?"
월령안은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고 난제를 밖으로 던져 버렸다.
그녀는 육부 내부 싸움에 절대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 일은……."
최 승상이 입을 열자마자 문이 열렸다.
추밀원 부사인 주우림이 기품이 넘치는 모습으로 걸어 들어왔다.
"월 낭자, 이 일은 우리 추밀원과 이야기하면 됩니다. 우리 자리를 옮겨 추밀원에 가서 상세히 이야기하는 건 어떻습니까?"
부사 주우림은 서른이 되어 가고 기질이 탁월했으며 육장봉의 막료였다. 육장봉은 변경을 떠나면서 그를 변경으로 소환해 추밀원 부사에 임명했다.
이는 조정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주우림은 월령안이 모를까 봐 말을 마치고는 그녀에게 암시적으로 눈을 깜박여 보였다.
"월 낭자, 소인은 주우림입니다. 대장군과 함께 북요로 출정했었죠. 대장군과는 어깨 나란히 싸웠던 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이 있으면 당연히 자기편을 챙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월령안은 할 말을 잃었다.
분명히 장사하러 온 건데, 왠지 무슨 수라장에 빠져든 느낌이 났다.
최 승상은 원래 여유작작하게 앉아 있었다. 하지만 주우림이 합류하자 최 승상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육부는 모두 최 승상이 관할했다. 월령안이 공부, 병부, 호부와 어떻게 합작하든 최 승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협력 안이 추밀원으로 옮겨 가면 최 승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게 되었다.
아무리 마음이 내키지 않고, 아무리 다투고 싶지 않다 하더라도 최 승상은 하는 수 없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싸움판에 끼어들었다. 그는 주우림과 도리를 따져 그더러 마음을 접게 하려 했다.
하지만 주우림은 도리를 따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도리를 따지는 사람이었으면 육장봉이 그더러 추밀원을 지키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며 누구도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최 승상이 데려왔다. 가장 먼저 협력하려던 것도 공부와 병부였다. 만약 추밀원에서 가로채 간다면 앞으로 승상 나리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는가.
다른 건 다 양보할 수 있지만, 유독 이 일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최 승상의 태도는 확고했다.
주우림도 당당했다. 군내 사무는 추밀원이 결정했다. 전함이든, 수군이든 모두 군내 사무로 월령안이 전함과 수군을 임대하려면 당연히 그들 추밀원과 협상해야 했다.
물론 이것은 단지 표면상의 이유일 뿐, 진정으로 두 사람이 서로 양보하려 하지 않는 것은 역시 발언권의 문제였다.
무장은 조정에서 발언권이 없었다. 황제가 탄압하는 것도 원인이지만 또 다른 원인은 그들에게 돈이 없어서였다.
돈주머니가 남에게 있으니 봉록, 군량과 급료도 모두 문관들이 고개를 끄덕여야 탈 수 있었다. 능력 있는 수하들에게 상을 주려면, 그야말로 여기저기에 애걸복걸 부탁해야 했다.
동전 한 푼도 없다 보니 땡전 한 푼을 써도 문관들의 눈치를 봐야 했다. 이래서 어찌 허리를 곧게 펼 수가 있겠는가.
주우림은 추밀원에 들어간 뒤, 이 상황을 개변해야겠다고 벼르고 있었지만 여태껏 기회가 없었다.
그들은 합리적인 돈벌이를 찾지 못했고 황제도 쉽사리 묵인하지 않았다.
월령안이 몇몇 상서와 문을 닫아걸고 일을 담론한다는 것을 안 주우림은 어떤 기회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달려왔다. 결과적으로 역시 기회를 찾게 되었다.
최 승상은 월령안이 배와 수군을 임대하는 것에 대해 묵인했다. 이 일을 황제에게 가지고 간다 해도 최 승상도 성사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일은 변수가 많지 않았다.
지금 그가 할 일은 바로 이 기회를 꽉 잡는 것이었다.
어렵사리 이처럼 합리적으로 돈을 챙길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주우림은 죽더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당연히 최 승상과 언쟁을 벌였다.
최 승상은 그의 정치적 이념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문관의 선두로서 문관집단의 이익을 대표했다. 그는 결코 무장들에게 탄압에서 해방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두 사람은 어느 누구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계속 싸울 수도 없었다. 결과를 얻기 위해 두 사람은 황제에게 판단을 구하기로 합의했다.
"그럼 먼저 돌아가서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월령안은 두 사람이 한참 동안 말다툼하는 것을 듣고 머리가 아팠다. 그녀는 기회를 틈타 도망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