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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99)화 (799/1,004)

799화 뇌씨 가문의 선택

그는 줄곧 노력했다. 월령안에게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도 안 되는 것일까.

"그건 당신과 상관없어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라도 제가 바라는 게 아니면 저는 욕심나지 않아요."

월령안은 유경장에게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곧장 가려 했다.

"시간이 늦었어요. 저는 이제 가야 해요. 가능하면 앞으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몸을 돌려 말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아무 미련도 없이 말을 몰아 떠나갔다.

유경장은 입을 벌름거렸으나 아무 소리도 낼 수가 없었다. 제자리에 서서 월령안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눈 속의 빛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다시 예전의 좌절로 침울하던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영영은 어두운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녀는 뛰어나가 유경장을 위로하려다가 다른 자매들에게 잡혔다.

"이런 때에, 유 공자는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을 거예요. 잠시 혼자 있게 놔두세요. 유 공자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해요."

영영도 잠깐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았다. 그녀는 화가 나서 방으로 돌아갔다.

유경장은 행화루에서 홀로 술을 마시며 스스로를 달랬다.

이튿날 이른 아침, 유경장은 발령장을 받고 즉각 문주(文州)로 부임되어 떠나게 되었다. 월령안과 작별할 기회조차 없었다.

* * *

월령안은 그날 명월산장으로 돌아가 공무를 처리할 힘이 없었다. 그냥 침대에 드러누워 하루 동안 잠만 잤다.

이튿날 이른 아침, 월령안은 잠에서 깨어 집사를 찾아 노인과 서 선생의 일을 물으려 했다. 뜻밖에 집사가 먼저 와서 보고했다.

"아가씨, 최 승상께서 오셨습니다."

"어서 들어오시라고 해라."

'최 승상은 무슨 급한 일로 이른 아침에 찾아왔을까.'

월령안은 마음속으로 괜히 당황했다.

최 승상은 아침 일찍 달려와서 단지 그녀에게 이번에 변경에 며칠이나 있을 건지를 물었다.

그녀가 단지 삼 일에서 오 일 정도만 있다가 갈 것을 알게 되자, 최 승상은 잠깐 멍해졌다.

"이렇게 빠르게?"

"폐하께서 분부하신 일이라 감히 지체할 수가 없습니다."

월령안은 불안을 느끼며 먼저 물었다.

"최 숙부, 아침 일찍 오셨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아니, 없어……. 없단다. 네가 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마침 오늘 일도 없고 해서 그냥 너를 보러 온 것이었어."

최 승상은 어물쩍거리며 말머리를 돌렸다.

"전에 공부에서 상선을 주문하겠다고 하지 않았어. 공부에 반쯤 만든 배가 두 척 있다. 가서 보지 않을래? 마음에 든다면 내가 공부에 말해 그 두 척을 너에게 먼저 주마."

"가능한가요? 불편하지 않겠어요?"

월령안은 좀 의외였다.

당당한 승상 나리께서 아침 일찍부터 찾아온 게 이런 소소한 일 때문이라는 말인가.

그녀는 왠지 이 과분한 총애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불편한 건 없으니 걱정 말거라. 그런데 그 두 척의 배는 전함의 모형을 본떠서 만든 것이야. 화물창이 아주 작아. 네가 원한다면 약간의 개조를 해야 할 거다. 나도 배에 대해 잘 모르니 만약 배에 대해 원하는 게 있다면 조선소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좋을 거야."

열흘이나 보름 정도 소통하면 더 좋았다.

최일은 지금 귀경길에 있으며, 열흘이 지나야 도착할 수 있었다.

최일은 편지에서 이번에는 변경으로 돌아가 복명하는 것으로 다른 뜻이 없으니 월령안에게 알려 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거짓말은 승상인 그를 속일 수가 없었다.

최일은 강남에 재직한 지 반 년이 채 되지 않아 변경으로 돌아와 복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월령안을 만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 분명했다.

최 승상은 월령안이 최일을 거절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일이 급히 달려왔다가 월령안을 만나지도 못한다면 너무나 아쉬워할 것이다.

아버지로서 다른 일은 도와줄 수가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월령안을 며칠 더 머물게 하는 것뿐이었다.

조선소는 조정의 기밀 장소로 평소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설령 월령안이 아무리 수완이 뛰어나도 쉽게 조선소에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최 승상이 데리고 가면 달랐다.

공부의 사람은 등기만 하고 최 승상이 도장을 찍은 다음, 월령안을 들여보냈다.

월령안은 공부에서 이렇게 쉽게 그녀를 들여놓는 것은 최 승상이나 그녀의 체면을 봐준 것이 아니라, 최 승상이 그녀를 위해 보증을 해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조선소에 무슨 일이 발생하면, 최 승상이 우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월령안은 감사하다는 인사말 같은 건 건네지 않았다. 조선소에 들어서자마자 최 승상의 뒤를 바짝 따랐다. 한눈 더 팔지도 않고 한마디 말도 더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 승상이 조심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먼저 그녀더러 긴장하지 말고 자기 집으로 생각하라고 일러 주었다.

"월씨 가문에도 조선소가 있습니다."

월령안은 웃으며 한마디 설명했다.

어떤 일들은 혐의를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했다. 그래야 남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 이치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공부에 새로 온 장인은 월씨 가문 상사에서 왔어. 기술만 놓고 말하면 월씨 가문 조선소가 공부보다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단다."

특히 전함의 경우, 공부의 기술은 아직 십 년 전, 긴 화살이나 어인(魚人) 등 사람의 싸움 방식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월씨 가문 상사의 뇌 선생이 가세하면서 전함에는 많은 무기가 새로 추가되었다. 그리하여 살상력이 강해졌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인원수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최 승상이 월령안을 데리고 가서 보려는 것은 바로 공부에서 뇌 선생이 제안한 구상에 따라 다시 만든 전함이었다.

공부의 사람도 앞에서 걷다가 덩달아 뇌 선생 그들을 몇 마디 칭찬했다.

"뇌 선생과 그 제자들이 가져온 새로운 기술에서 조선소의 장인들이 많이 배웠습니다. 이번에 새로 만든 전함은 비록 철선은 아니나 중요 부분에 모두 철판을 씌웠으므로 공격 능력뿐만 아니라 방어 능력 또한 더욱 강해졌습니다. 바다에서 한 치의 위험도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파도와 부딪치지 않는 한, 거의 상대가 없을 겁니다."

월령안은 예의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 묻지 않았다.

일행은 곧 장인들이 배를 만드는 작업장에 이르렀다.

장인들이 일하는 곳은 아주 크고 또한 강 가까이에 있었다. 그들은 모두 머리를 수그리고 일을 했다. 뚝딱뚝딱 열의에 차 일하다 보니 사람들이 오는 줄도 몰랐다.

공부의 사람이 손뼉을 쳐 장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최 승상과 월령안을 소개해 주려 했다.

장인들은 고개를 들어 망연하게 힐끗 쳐다보더니 곧 두 눈이 반짝 빛났다.

꼭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가 일제히 눈에 빛을 뿜었다.

그 눈빛에 공부의 사람은 하마터면 놀라 다리의 힘이 풀릴 뻔했다.

곧이어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일손을 멈추더니 평소의 무뚝뚝함과 도도함을 던지고 질서 정연하게 앞으로 나아가 예를 올렸다.

"큰아가씨!"

공부의 사람은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일이지? 장인들이 왜 갑자기 나를 이렇게 공경하는 거지? 또 돈이 부족한 건가? 또 나보고 호부에 가서 돈을 달라고 하라는 건가?

아니다.

내가 언제 큰아가씨가 되었지?'

장인들은 온종일 전함만 연구하느라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었다. 그의 관직마저도 잊었단 말인가.

오히려 최 승상은 매우 담담했다. 옆에 있는 월령안을 바라보고는 자발적으로 한 발짝 물러서서 장소를 월령안에게 양보했다.

월령안도 가식을 떨지 않았다.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 앞에 선 뇌 선생을 부축하는 척했다.

"뇌 선생, 이제 당신들은 더 이상 월씨 가문 상사의 장인이 아닙니다. 저를 월 낭자라고 부르면 됩니다."

"큰아가씨, 이건……."

뇌 선생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거절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오늘 조선소에 와서 장사를 위한 거래를 하려는 거예요. 당신들은 모두 공부의 관리이니 우리 공적인 사무는 원칙대로 합시다."

그녀는 확실히 뇌 선생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은혜에 대한 보답을 요구하고 싶지 않았다. 또한 그녀는 뇌 선생과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매우 기뻐했지만, 기쁨 외에도 불편함이 섞여 있다는 것을 보아냈다.

뇌 선생 그들은 적어도 공부의 사람 앞에서는 그녀와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월령안도 이해할 수 있었다.

뇌씨 가문의 조상은 바로 공부의 장인이었고, 누명을 쓰고 유형살이를 당했다. 후손들은 꿈에도 돌아오고 싶어 했다.

어렵사리 뇌 선생 등은 철선의 도면을 가지고 돌아와 순조롭게 공부에 들어갔다. 또한 괜찮은 직위를 얻게 되었으니 당연히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뇌 선생 등은 또 남에게 은혜를 입고도 갚을 줄 모르고, 주인을 바꾸고는 전 주인의 은정을 잊었다는 말을 들을까 두렵기도 한 것이다.

때문에 월령안을 만나면 전에 비해 더욱 공경해야 배은망덕한 인간으로 비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어찌 생각하는지는 오직 그들 자신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월령안도 뇌 선생 그들이 진심으로 그녀에게 감격하는 것인지, 아니면 좋은 명성을 위해 감격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인지 개의치 않았다.

뇌 선생 등은 월씨 가문 상사를 떠났다. 그녀는 다만 앞으로 만났을 때, 서로 미워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일 처리를 하면 그만이었다.

뇌 선생 등도 월령안과 자꾸 엮이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 분명했다.

월령안이 공적인 일을 공적으로 처리하자고 말하자 뇌 선생 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 승상은 옆에 서서 이 광경을 빠짐없이 지켜보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남들은 모를 수 있지만, 이 장인들은 월령안이 그들을 무사하게 변경으로 보내려고 얼마나 큰 대가를 지불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이 장인들이 월씨 가문이 무너진 뒤, 줄곧 산에서 자리를 지키며 월씨 가문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월씨 가문에서 아무 도움도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전히 말없이 배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산에서 만든 배를 월씨 가문에 주지 않았다. 배를 변경으로 가져와 황제에게 바치고 공부 조선소에 들어가는 밑천으로 삼았다.

그들이 산속에서 묵묵히 고수하며 헌신한 것도 결국은 월씨 가문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자신을 위해서였다.

그들은 진심으로 월령안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졌든 안 가졌든, 그녀와 거리를 두기에 급급했다.

최 승상은 그들의 이런 모습을 좋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장인들일 뿐이었다. 능력이 있으면 쓰고 능력이 없으면 그냥 버리면 되었다. 아무튼 공부에서는 별 볼일이 없는 사람을 먹여 살리지는 않을 것이다.

월령안은 공적인 일을 공적으로 처리하자고 말하고 뇌 선생 등에게 그녀를 신경 쓸 필요 없이 자기 일을 보라고 권했다. 사람을 보내 그들을 데리고 배를 보게만 하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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