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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96)화 (796/1,004)

796화 정말 흉악한 여인이군

월령안은 황제가 처음 이 소식을 듣고 놀랐던 것보다 더욱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소인도 그 소식을 듣고 무척 놀랐습니다. 사후에 사람을 보내 알아보았더니 무뢰국이 단 하루 만에 대완국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무뢰국이 강대해서가 아니라 사막의 도적 무리들이 안팎으로 서로 호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황제는 또다시 탁상을 두드렸다.

"월령안, 알고 있느냐. 군주를 기만하는 것은 죽을죄다."

그의 눈앞에서 빤한 거짓말을 하다니.

'지금 나를 바보로 아는 건가?'

"폐하께서는 대장군의 편지를 받으셨습니까?"

군주를 기만하는 것은 죽을죄이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그녀는 아마 더 빨리 죽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늦게 죽기 위해 그녀는 군주를 기만하는 것을 선택했다.

"너는 지금…… 장봉이가 편지에서 말한 것처럼 서역의 일은 모두 너와 무관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 모든 게 장봉의 계획이고 장봉이 너를 이용했다는 것이냐. 너는 다만 정세를 좇은 것뿐이라고."

황제가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월령안뿐만 아니라 육장봉도 그의 앞에서 눈뜨고 허튼소리를 했다. 정말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

"폐하, 소인은 염명경 귀시의 소주 귀염과 그녀의 어머님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육장봉이 황제에게 서역의 일에 대해 거짓말을 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래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육장봉이 그녀와 함께 변경에 돌아왔다면, 그가 앞에 나서면 황제는 설령 그의 허튼소리를 믿지 않는다 해도 그의 체면을 얼마간 봐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육장봉은 북요에 있었다. 편지 몇 통으로 황제가 그녀의 꼬투리를 잡지 않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체면이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오는 내내 무엇을 황제와 거래할 수 있겠는지 궁리했다.

황제가 아무리 분노하고, 아무리 그녀를 죽이고 싶어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게 무엇이 있을까.

여러모로 생각해도 오직 염명경 귀시밖에 없었다.

"말했다."

황제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그는 이제야 염명경 귀시에 북요의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염명경 귀시는 줄곧 주나라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람들이 주나라에 있었는데도 황제는 조금도 아는 게 없었다. 매번 이 일을 떠올릴 때마다 그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육장봉이 이미 말했다면 그녀의 말품을 적지 않게 덜어 주었다.

월령안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 두 손으로 포권하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소인은 폐하를 위해 걱정을 덜어 드리고 싶습니다. 폐하를 위해 염명경 귀시를 완전히 뿌리 뽑겠습니다."

그녀는 황제가 이 거래에 반드시 만족할 거라고 확신했다.

월령안은 서역에서 염명경 귀시의 사람을 만났을 때부터 염명경 귀시와는 원수지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있으면 염명경 귀시가 없고, 염명경 귀시가 있으면 그녀가 없을 것이다.

염명경 귀시를 없애는 것은 황제의 이익에 부합될 뿐만 아니라 그녀의 이익에도 부합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황제는 그리 어리석지 않았다.

"짐을 위해 염명경 귀시를 없앤다고?"

황제가 냉소했다.

"짐이 대답하지 않으면 네가 염명경 귀시에 손쓰지 않겠느냐?"

월령안의 입은 역시 사람을 속이는 데는 귀신이었다. 분명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면서도 그녀의 입을 거치면 황제를 위해 걱정을 덜어 주는 것이 되었다.

그녀는 물론 염명경 귀시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소인은 염명경의 귀시를 흡수할 수도 있습니다."

손쓰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네가 흡수하고 싶다고 흡수할 수 있는 것이냐?"

황제인 그도 염명경 귀시를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월령안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다.

"폐하께서 믿으시지 못하시겠다면 내기를 하시는 건 어떠신지요?"

월령안은 눈동자를 살짝 움직이며 넌지시 물었다.

"내기라고……."

황제는 잠시 멈칫하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약이 바싹 올라 말했다.

"내기는 무슨 내기냐! 짐이 어명을 내려 도박을 금지했다. 너 지금 짐더러 어명을 어기라는 것이냐?"

그는 월씨 가문의 금나라에 있는 도박장이 한 번도 손해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폐하, 영명하십니다. 도박은 좋은 일이 아닙니다. 금지시키는 것이 맞습니다."

황제가 어명을 따르지 않으면 역시 죽임을 당할까.

만약 가능하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황제를 도박하게 유혹할 것이다.

"너 염명경 귀시를 흡수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말해 보거라. 어떻게 흡수할 것이냐?"

황제가 일부러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월령안은 진지하게 황제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었다.

"폐하, 소인은 흡수하겠다고 하지 않고 흡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말해 보거라. 네가 어떻게 하겠는지. 네가 논리 정연하게 말하지 않으면 짐은 너를 기군망상 죄로 다룰 것이다."

반나절이 지나도 월령안이 자발적으로 말하지 않자, 황제는 아주 언짢아했다.

다른 신하들은 그의 암시를 받으면 모두 자발적으로 이야기했다.

오직 월령안만이 그가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 분명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마치 그가 월령안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처럼 기어코 황제인 그가 먼저 캐묻게 했다.

월령안은 황제와 여러 번 거래했다. 황제가 사람들 앞에서 온화하고 영명한 제왕이지만 사실은 성격이 아주 나쁘고 인내심도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감히 황제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고 자각적으로 그의 의문을 풀어 주었다.

"폐하, 염명경 귀시는 비록 북요와 관련이 있지만 어느 한쪽의 단순한 세력이 아닙니다. 그곳은 하나의 장터와 같습니다. 귀시 질서를 유지하는 황금당을 제외한, 다른 세력들은 다 독자적인 세력입니다. 귀시를 흡수하려면 그들에게 손쓰면 됩니다."

월령안이 말을 꺼내자 황제는 금세 사고의 방향을 잡았다.

"각자 격파한다고? 한 무리를 탄압하고, 한 무리를 끌어당겨 본보기를 만들려고?"

월령안은 다소 난감했다. 황제는 그녀를 너무 높이 보았다.

"그 방법은 오직 조정에서만 가능합니다. 소인에게는 그렇게 큰 능력이 없습니다."

한 무리를 탄압하고, 한 무리를 끌어들이다니. 황제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귀시라고 불리는 원인은 귀시의 사람들이 아주 깊숙이 숨어 있기 때문이었다. 귀신처럼 행적이 분명하지 않고 어둠 속에 숨어 있었다.

사람도 찾을 수 없는데 어떻게 탄압하고 어떻게 끌어들인단 말인가.

그리고 귀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치고, 어느 누가 몇 건의 살인 사건을 짊어지지 않고, 어느 누가 착한 사람인가. 이런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냥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귀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황제가 지금까지 귀시를 가만두었겠는가.

황제는 무림맹마저도 용납하지 못했다. 그가 조정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 귀시 세력의 존재를 용납한 것은 결국 귀시 배후의 사람들을 찾을 수 없어 어찌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끌어들이고, 탄압한다 했다.

웃기는 소리였다.

그녀가 황제를 비웃는 게 아니었다. 무릇 황제가 이런 생각이 있다면 귀시의 사람들은 황제가 영원히 그들을 찾지 못하게 금세 숨어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욱 번거로웠다.

"그럼 어떻게 하려는지 제대로 말해 보거라."

황제는 월령안이 자신을 비웃었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증거마저 찾을 수도 있었다.

"귀시는 스스로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돈만 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귀시에 이런 규칙이 있는 만큼 자연히 이 규칙으로 그들은 대처할 수 있었다.

"음."

황제는 도도하고 차갑게 대답해 자신이 듣고 있음을 알렸다.

월령안은 말을 이어 나갔다.

"귀시는 비록 일개 세력이지만 그곳은 빛을 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거래하는 장소를 제공하는 데 불과합니다. 문을 열고 장사하는 만큼 우리는 그들과 거래를 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돈으로 귀시 절반의 사람을 사서, 나머지 절반을 죽이는 것입니다."

월령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그 표정에서는 조금도 피비린내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사람들은 모두 무법천지의 흉악범들로 돈만 보고 일합니다. 돈만 낸다면 그들은 서로 죽이는 것도 꺼리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황금당을 이용해 북요 남원대왕을 죽인 것이 가장 좋은 증거입니다. 황금당의 배후에는 북요인들이 있지만 돈을 충분히 주면 그들은 저를 위해 북요 남원대왕도 죽일 수 있습니다."

월령안은 살짝 웃더니 목소리가 다소 차가워졌다.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귀시의 절반을 죽인 다음, 돈을 주고 나머지 절반을 사서 나머지 절반을 죽이고…… 귀시 사람들이 거의 다 죽을 때까지 이렇게 계속 돈을 퍼붓는 것입니다. 그 빛을 못 보는 사람들이 귀시에서 거래하지 않으면, 귀시를 귀시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황제는 왠지 무서웠다.

'정말 흉악한 여인이군.'

황제는 침을 삼키며 말했다.

"너 염명경 귀시를 흡수하겠다고 한 거 아니었느냐? 사람들을 다 죽이고 무엇을 흡수한다는 말이냐?"

"폐하, 염명경의 귀시는 존재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어둠은 여전히 있을 것이고, 어둠이 있는 한, 빛을 볼 수 없는 사람과 일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염명경 귀시가 아니더라도 다른 귀시가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염명경 귀시의 사람들이 모조리 죽는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북요의 세력을 척결하면 그녀는 자연히 염명경의 귀시를 인계받을 수 있었다.

황제는 침묵했다.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그럼 네가 말한 뿌리 뽑겠다는 것은 또 무엇이냐?".

"어둠은 어둠을 흡수할 뿐, 그를 몰아내거나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어둠을 몰아내고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빛뿐입니다. 염명경의 귀시를 제거하려면 염명경 귀시의 사람을 써서는 안 됩니다. 빛의 힘을 사용해야 합니다."

월령안은 큰 비밀이나 있는 것처럼 말했다.

황제는 곧 흥미가 생겼다.

"가령?"

월령안이 대답했다.

"무림맹입니다."

"무림맹이라고?"

황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림맹의 사람들은 싸움에 능하고 가난합니다. 저는 돈이 있지만 싸움을 못 하고요. 무림맹은 정의와 빛을 대표하고 염명경 귀시는 사악함과 어둠을 대표합니다. 무림맹은 다년간 침체돼 있었습니다. 큰 사건을 계기로 자기의 명성을 다시 수립해야 합니다. 소인은 백성을 위해 해를 제거하는 것으로 염명경 귀시를 척결하는 것은 아주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돈을 써서 무림맹을 새로 지었다. 아무튼 무림맹의 명성을 떨쳐야 했다.

"정의와 빛을 대표하는 것은 조정이다. 무림맹이 웬 말이냐?"

황제는 화가 나서 말했다.

월령안은 황제를 무엇으로 생각하는 것인가.

황제가 빛을 대표할 수 없다는 말인가.

월령안이 대답했다.

"폐하, 강호의 일은 강호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염명경 귀시는 강호의 세력입니다. 만약 조정에서 손쓰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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