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795)화 (795/1,004)

795화 월 낭자가 변경에 돌아왔다

월령안은 말이 잘 통하는 모습이었다.

금군은 난감하기만 했다.

"말도, 마차도 없습니다."

"그럼 걸어서 황궁으로 가려고 하나요?"

월령안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곧이어 한숨을 내쉬었다.

"걸어서 황궁에 가도 안 될 건 없어요. 다만…… 날이 저물 때까지 걸어야 황궁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저를 탓하지 마세요."

"이보게……."

진주는 금군이 화내기 전에 몰래 상대방을 살며시 잡고서 조심스럽게 주의를 주었다.

"염 황숙께서 아직 궁중에 있다네."

금군은 화를 가까스로 참았다.

'하, 짜증 나는군! 그래도 참아야지!'

"말을 가져와."

금군 우두머리가 이를 갈며 말했다.

얼마 안 되어 병사가 말 세 필을 끌고 왔다.

월령안은 말고삐를 받아 말 등에 뛰어오르더니 채찍질해 떠나갔다.

"빨리 뒤쫓아!"

두 금군은 다른 두 필의 말에 뛰어올라 급급히 월령안의 뒤를 따랐다.

세 사람이 떠나가자 나머지 금군은 진주 등을 향해 말했다.

"당신들도 가야지."

"아직 말이 오지 않았네."

진주는 움직이지 않았다. 떼를 써서 금군이 말을 끌고 오게 하려 했다. 정 안 되면 마차라도 괜찮았다.

월 낭자의 호위로서 그들 또한 체면을 세워야 할 것 아닌가.

금군이 차갑게 웃었다.

"당신을 보자고 하는 사람은 폐하가 아니야. 당신들이 날이 저물 때까지 걸어도 괜찮거든. 날이 저물어도 황성사에서 자물쇠를 잠그지 않으니까."

"가자, 가자, 그냥 가자. 멍하니 뭐 하는 거야. 어서 빨리 따라가야지!"

진주는 금군을 독촉해 어서 쫓아가자고 했다.

황성사로 말하면, 그곳은 조계안의 세력 범위였다. 게다가 최근에 조계안은 그들 대장군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들은 절대 황성사의 사람들에게 꼬투리를 잡히는 일이 없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아마 심하게 혼날 것이다.

진주 등 몇은 혹시라도 늦게 가서 황성사의 사람에게 꼬투리를 잡힐까 두려워 말없이 길을 재촉했다.

그들이 두어 발짝도 못 갔는데, 갑자기 누군가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월 낭자가 변경에 돌아왔네요. 우리 천향루(天香樓)에서…… 오늘에는 고객 감사 대잔치를 벌일 것입니다. 술은 전부 무료입니다."

"우리 명화루(名花樓)로 마찬가지입니다!"

"도안거(桃安居)에서는 노래와 춤을 사흘간 무료로 할 것입니다."

"우리 연광각(宴光閣)에서는 잔치를 벌여 월 낭자의 귀경을 축하하겠습니다!"

여러 큰 기루들의 호객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졌다.

진주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무슨 일이 생겼나. 이 기루들에서는…… 왜 하나같이 이리 신이 난 거지?"

그들은 변경을 떠난 지 일 년도 채 안 되었다. 이미 변경의 유행에 이리도 뒤처졌단 말인가.

언제부터 고고함을 앞세우던 기루에서 이리 평민화되었는가. 무료일 뿐만 아니라 잔치까지 벌인다니.

"유 대재자는 이미 반 년 넘게 신곡을 하나도 짓지 않았다네."

금군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유 대재자가 오늘 작곡을 한단 말인가?"

진주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참 공교롭군."

금군은 우아하게 눈을 흘겼다.

"시치미를 떼기는…… 당신네들이 그 이유를 모르시나?"

'아니,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

진주는 미친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서 빨리 이 말썽 많은 곳을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발을 내딛자마자 행인들이 왁자지껄 수다 떠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개월 동안 보지 못했지만, 월 낭자의 풍채는 여전하더군. 유 대재자가 마음을 쏙 빼앗겨 평생 장가가지 않겠다고 하는 게 이해가 가네."

"말해 보게…… 유 대재자는 월 낭자에게 장가갈 수 있을까? 만약 월 낭자와 결혼하지 못하면 유 대재자는 정말 평생 장가가지 않을까?"

"유 대재자가 오랫동안 사를 쓰지 않았어. 그가 이제 더 쓰지 아니면…… 각 기루에서는 노래할 만한 신곡이 없다네. 올해 화괴(花魁) 대선도 많이 퇴색할 거야. 다행히 월 낭자가 돌아왔군. 내일이면 신곡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네."

"월 낭자가 변경을 떠나자 최 대공자도 가고, 육 대장군도 갔잖아. 월 낭자가 돌아왔는데, 최 대공자와 육 대장군이 귀경할지 안 할지 모르겠군? 비록 짧디짧은 반년을 보지 못했지만 나는 최 대공자의 풍채가 무척이나 그리웠네. 물론 육 대장군의 딱 벌어진 체구가 더욱 그리웠지. 왠지 변경에 육 대장군이 있으면, 훨씬 더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단 말일세."

"예전에 월 낭자가 변경에 있을 때는 몰랐지. 이번에 월 낭자가 반년이 넘게 변경을 떠나 있으니까, 그녀가 없는 변경이 참으로 많이 빛이 바랜다는 것을 알게 됐다네. 월 낭자가 이번에 돌아와서 다시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네."

"나도 마찬가지 바람이야. 최 대공자가 소식을 듣고 가능한 한 빨리 변경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네. 강남 그곳이 뭐 좋은가. 우리 변경이 얼마나 더 좋은지."

"나는 그냥 유 대재자가 빨리 새로운 사를 써 주기를 바랄 뿐이야. 이제 더 써 주지 않으면 사는 게 무미건조하잖는가."

'마님이 이렇게 대단했던가? 변경을 떠나자 전체 변경의 백성들이 모두 그리워할 정도로?'

진주는 깜짝 놀라 금군을 바라보았다. 입을 크게 벌린 채 한참이나 다물지 못했다.

금군은 여전히 우아하면서도 거만하게 진주에게 눈총을 주었다.

월령안이 변경을 떠난 지도 반년이 넘었다.

변경은 여전히 그 변경으로 풍류의 멋이 넘쳤다.

봄날이 화창한 가운데, 못은 마치 녹색을 물들인 듯하고, 둑 위 나무들은 수놓은 듯했다. 차와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오가는 것이 번화하기 그지없었다.

황제 역시 그 황제였다. 온화하고 영명하며, 어진 이를 예의와 겸손으로 대하고, 신하를 잘 대하고, 백성을 후하게 대해 사람마다 칭찬했다.

물론 황제는 예전과 똑같이 월령안을 싫어하고 마뜩치 않게 생각했다.

월령안은 대전에 들어서자마자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려 했다. 그러나 황제는 문진을 집어 던졌다.

"월령안, 감히 짐을 만나러 오다니!"

"폐하께서 부르시니, 소인은 감히 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월령안은 반응이 빠르게 잽싸게 한 걸음 피했다. 문진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최상의 한백옥(漢白玉) 바닥이 금이 간 것을 보면 황제가 얼마나 큰 힘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월령안은 흘끔 보면서 속으로 빨리 피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감히 피하기까지 하나!"

황제는 문진을 내던진 순간 영문 없이 당황했다. 그리고 문진이 월령안을 맞히지 못한 것을 보자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월령안이 아무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전혀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자, 그는 다시 화가 치밀었다.

'월령안은 너무 당당한 거 아닌가? 지금 짐이 화나 있는지 모른단 말인가?'

"폐하,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월령안은 두 손으로 읍을 하면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죄를 용서해 달라? 그럼 네가 먼저 짐에게 무슨 죄를 지었는지 말해 보거라."

황제는 일어나라고 말하지 않고 월령안이 허리를 굽히고 있게 내버려 두었다.

"소인은 모릅니다."

황제가 말할 필요 없이 월령안은 스스로 허리를 폈다.

그녀는 이미 그때 어떤 기반도 없어 황제의 불만을 조금이라도 살까 두려워하던 월령안이 아니었다.

"모른다?"

황제는 화가 나서 웃고 말았다.

"짐은 지난달에 너를 변경으로 돌아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너는 스무사흘 전에 짐의 명령을 받았어. 아무리 늦어도 열흘 전에는 변경에 도착해야 했다. 열흘 동안 무엇을 했는지 짐에게 말해 줄 수 있겠느냐?"

"폐하, 소인은 몸이 불편해 한동안 길을 지체했습니다."

그녀는 약속대로 길을 떠났다. 하지만 몸이 불편해 늦어졌는데 이것도 그녀를 탓한단 말인가.

"서역을 종횡무진하고 홀로 설산에 오르는 월령안이 몸이 불편하다니. 지금 짐과 장난하는 것이냐!"

'월령안은 자신의 서역에서 행동이 나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소인은 설산에서 내려오면서 몸이 상했습니다. 폐하께서 못 믿으시면, 태의에게 소인을 진맥해 보라고 하십시오."

그녀의 몸은 확실히 한기가 있어 보통 사람보다 허약했다.

그리고 설령 그녀의 몸이 소처럼 건강하다고 하더라도 손불사가 황궁에 있고, 송 원정과의 관계가 있기에 태의원 사람들은 그녀의 체면을 봐주어 몸이 허약하다는 진단을 내려 줄 것이다.

몸이 허약한 것은 큰 병이나 궁에서 가장 흔한 병이기도 했다. 후궁의 비들은 열에 아홉이 몸이 허약하며, 그 외 하나는 정말 약한 체질이었다.

"월령안, 짐은 너를 긴급하게 변경으로 돌아오라 했다. 몸이 불편한 것은 물론이고, 숨만 쉴 수 있는 상황이면 기어서라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변경으로 돌아와야 했다고. 알겠느냐?"

황제는 월령안과 송 원정 간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월령안이 감히 이렇게 말하는 것은 믿는 게 있어서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소인, 알겠습니다. 폐하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음에 폐하께서 부르시면 소인은 마지막 숨밖에 안 남아 있다고 해도 기어코 기어서 변경으로 올 것입니다."

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녀는 마지막 숨 한 가닥이 남아 있다면 절대 변경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노인에게 자신의 처량하고 비참한 모습을 보여 주어 그가 괜히 걱정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너…… 말솜씨는 좋군!"

월령안은 너무 빨리 잘못을 승인했다.

때문에 황제는 주먹으로 솜을 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슴속 화가 한가운데 딱 막혀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아 말할 수 없이 갑갑했다.

월령안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얌전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황제가 어명을 내려 육장봉더러 그녀를 이끌고 즉시 상경하라고 했을 당시는, 분노하고 그녀를 죽이고 싶어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무여 날이 지나 그 화가 아무리 커도 거의 가라앉았을 것이다.

더하여 북요 황제가 현음 공주로 육장봉을 위협한 일이 황제의 원한을 사게 되었다. 이는 그녀에 대한 황제의 화를 덜어 주었다.

지금 황제는 그녀보다 북요가 더 미울 것이다.

"늦게 온 것에 대해 이번에는 따지지 않을 것이다. 짐이 지금 너에게 묻겠다. 네가 가 버린 뒤, 무뢰국이 갑자기 신비한 군대의 지원을 받고 대완국을 공격했다. 네가 획책한 것이냐? 무뢰국과 무슨 거래를 한 것이냐? 그 신비한 군대는 어디서 온 것이냐?"

월령안이 떠난 뒤, 무뢰국이 출병하여 대완국을 공격했다. 게다가 신비한 군대의 도움으로 하루가 채 안 되어 대완국을 점령했다.

황제는 이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아니 분노였다.

다행히 그때 월령안이 변경에 돌아오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그는 반드시 그녀를 때려죽였을 것이다.

"폐하께 말씀드립니다. 저는 무뢰국과 어떤 거래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뢰국이 대완국을 공격한 일에 대해서 소인도 사전에는 몰랐습니다. 다만 그 신비한 군대에 대해 소인은 얼마간 알고 있습니다. 무슨 신비한 군대가 아니라 그냥 사막 도적 무리일 뿐입니다."

결코 인정할 수가 없었다. 황제가 증거를 내놓지 못하는 한, 그녀는 죽을 때까지 시치미를 뗄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