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1화 상인으로서 사업
황제가 부르는 것은 큰일이었다. 그러나 육장봉이 앞에서 막아 주고 있으니 하루, 이틀은 물론, 열흘, 보름을 끌어도 황제는 육장봉을 어쩌지 못할 것이다. 육장봉은 이 점을 알고 있었고 월령안은 육장봉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육장봉을 '달랜' 뒤, 월령안은 또 서역의 일에 몰두하며 잠시도 지체하지 않았다.
육장봉이 시간을 끌 수 있다 해도 그녀는 계속해서 육장봉더러 시간을 끌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오래 끌어서 황제의 화를 돋우기라도 한다면 그 장면은 아름답지 않을 것이 뻔했다.
다들 성인이니 그 정도 체면은 필요했다.
시간이 긴박하다 보니 월령안의 인내심도 줄어들었고 엄격해지고 신속해졌다.
거처로 돌아오자마자 월령안은 사람을 보내 상 관리인을 불러왔다.
"무뢰국 국왕께 알리거라. 그에게는 열두 시진의 시간만 있다고. 만약 그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으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 합작할 것이라고!"
"큰아가씨, 무슨 일이 생겼나요?"
계획이 갑자기 틀어지자 상 관리인은 깜짝 놀랐다.
일개 소국인 무뢰국이 대완국을 삼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원래 계획은 서서히 도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큰아가씨의 뜻을 보니 이 이틀 새에 움직이라는 말이었다.
월령안은 상 관리인을 속이지 않았다.
"당장 변경으로 돌아가라는 폐하의 명령이시다!"
"당장요?"
상 관리인의 안색이 급변하며 조급해 어쩔 줄 몰랐다.
"서역의 일들은 시작하신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어떡하죠?"
"대장군께서 이틀 정도 미뤄도 된다고 하셨다."
이틀의 시간은 많지 않았으나 없기보다 나았다.
상 관리인은 울상을 지었다.
"고작 이틀 가지고 뭘 한다고 그러세요. 대장군께서는 왜 좀 더 끌지 않으시고."
"말을 조심하거라! 육 대장군께서는 우리에게 빚진 게 없으시다. 그분이 우리한테 이틀의 시간을 준 것은 이미 크게 도움을 주신 것이다."
월령안은 경고의 눈빛으로 상 관리인을 바라보았다.
"기억하거라. 나와 육 대장군이 무슨 사이든, 그분께서는 우리를 도울 의무가 없으시다. 그분이 날 돕는 것은 정 때문이다."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상 관리인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읍하면서 사죄했다.
"잘못한 게 맞아! 내 기억에 아버지께서는 너희들에게 이 세상 누구도 너희들에게 빚진 것이 없으니 일이 생기면 남의 도움을 바랄 생각을 말라고 하셨지."
육장봉이 그녀를 위해 변경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이틀 끈 것에 대해 그녀는 아주 고마웠다. 그러나 육장봉이 지금 당장 떠나자고 해도 그녀는 육장봉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육장봉은 그녀를 도울 의무가 없었다.
"소인이 잘못 생각한 것입니다. 큰아가씨께서 벌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상 관리인은 고개를 더욱 깊게 숙였다.
나이가 들더니 초심을 잃고 큰아가씨보다도 세상 이치를 잘 깨우치지 못했다. 그는 정말 나이가 들수록 못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의 상금을 절반으로 깎겠다!"
월씨 가문의 관리인들은 맡은 사업마다 기여도에 따라 상금을 나눈다. 상 관리인 같은 큰 관리인은 진작부터 녹봉이 아닌 상금이 주요 수입이었다.
상 관리인 같은 사람은 평소 일 년의 상금이 만 냥 이상에 달했다. 이번에 그가 월령안과 함께 서역으로 오면서 맡은 사업이 더 많아진 것은 물론 금액도 더 커졌다. 예외가 없는 이상, 올해 연말 그의 상금은 오육만 냥에 달할 것이다.
절반 깎는다는 것은 상 관리인의 살을 깎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상 관리인은 조금도 불만스럽지 않았다.
월씨 상사가 오늘까지 오고 오래된 사람들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상벌 기준이 엄격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을 받는 것이 마땅했다.
중벌을 받아야만 이 교훈을 기억하고 다시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처벌이 끝나자 월령안이 계속해서 말했다.
"금나라, 서하와 북요에서 운반해 온 병기는 분명 팔리지 않을 것이다. 돌아가서 전하거라. 그들이 돌아갈 때 사도에게 찍힐까 아주 걱정된다고. 그들더러 적당한 가격을 내라고 하거라. 내가 다 살 테니!"
정당한 가격이란 물론 그들이 손해 보지 않을 정도의 가격이었다. 돈을 벌려고 한다면 불가능했다. 팔지 않으려고 해도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의 서역은 네 나라에게 우호적이던 예전의 서역이 아니었다.
서역 각국의 국왕은 네 나라와 왕실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심했다. 이 사람들이 조금만 이상한 움직임을 보여도 찍힐 것이 분명했다.
금나라, 서하와 북요의 실력은 강하고 병사들도 강대하여 서역의 각 나라들이 힘을 합쳐 상대해도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서역이었고 서역 사람들의 서역이었다. 그 세 나라의 처사가 잘못되었고 이치에 맞지 않아 아무리 강해도 몸을 사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상 관리인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잠깐 생각하다가 또 낮게 귀띔을 했다.
"큰아가씨, 주나라의 병기들은요? 우리들이 살 건가요?"
주나라 손에 있는 병기는 네 나라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많이 운반해 온 것이 아니라 월씨 상사의 것을 약탈한 것이었다.
"산다면 팔 수나 있겠어? 서역 땅이 겨우 이만한데 그렇게 많은 병기들을 누구에게 팔 거야?"
월령안이 되물었다.
"저…… 대장군 쪽에서 언짢아하시지 않겠어요?"
'육 대장군께서 사람을 거느리고 서역을 다녀가셨는데 조금의 이득도 못 본 셈이잖아? 그건 너무 비참하잖아! 뭘 해도 손해만 보시고 썩어빠진 구리와 철만 잔뜩 가지고 돌아가신다면 대장군께서 어떻게 폐하께 복명하시겠어?'
"상인으로서 사업을 얘기하는 거야. 이 도리도 내가 가르쳐야 하나?"
크지 않은 서역에서 정변이 일어난 나라도 그 몇 개에 불과했다. 그녀는 그렇게 많은 병기를 소화할 수 없었다. 자기 손에 썩히는 것보다 육장봉의 손에 썩히는 것이 나았다.
아무튼 육장봉 손에 든 병기는 대부분 그녀의 손에서 빼앗아 간 것이었으니 밑천도 얼마 들지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망신을 당할 뿐이었다.
육장봉이 언짢아하든 말든 월령안은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육장봉이 언짢아한다면 그녀는 달래면 되었다.
세상에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실속을 얻었으면 체면을 잃는 것도 당연했다.
이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한 말이었다.
그녀는 이 말이 아주 도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네, 큰아가씨!"
월령안의 이 말을 들으니 상 관리인은 머뭇거릴 것이 없었다. 그날로 그는 북요 등 세 나라의 사람과 교섭하였다.
예상대로, 세 나라의 사람들은 수중의 병기를 월령안에게 헐값에 팔려고 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서역에서의 그들의 계획을 모두 망가뜨리고 그들을 밟고 올라갔다. 월씨 상사는 서역을 한마음으로 뭉쳐 놓고 또 서역을 도와 함께 외래의 적을 대항하는 좋은 형상으로 남게 되었다.
월씨 상사와 반대로 그들은 서역에 대해 야망을 품은 악인이 되어 서역의 각 나라들에게 거절당하고 쫓겨났다. 심지어 묵을 곳조차 없게 되었다. 그들이 월령안을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참은 것이었다.
그렇다, 결국에는 이곳이 서역이고 그들의 세력은 월령안보다 못해서 월령안을 죽이지 못한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들은 진작에 손을 썼지 참았을 리가 없었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도 인의는 있는 법이죠. 여러분들이 돌아가시는 길 평탄하시고 사도를 만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거절당한 상 관리인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면서 그들에게 협박의 말을 건넸다!
서역 각국에서 여러 나라들과 염명경 귀시의 '악행'을 떠든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서역 각국이 얼마나 이 사람들을 싫어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 무기들을 월씨 상사에게 팔지 못한다면 그들의 손에서 썩을 수밖에 없었다.
가져간다고?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움직이기만 한다면 서역 각국에서 병사들을 파견하여 '사도'로 위장해 약탈할 것이다.
아무튼 서역에서는 사도가 많으니 약탈당해도 도리를 따질 처지가 못 될 것이다.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자부심이든, 존엄이든, 체면이든 모두 탁상공론에 불과했다.
북요, 금나라, 서하의 사람들이 아무리 원하지 않더라도 수중의 병기를 월씨 상사에 헐값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서역에서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세 나라가 운반해 온 병기들 중 일부분은 조정이 내놓은 것이지만 대부분은 자국의 일부 귀족들의 개인 물건이었다.
그 귀족들은 소식에 빨라 월령안을 따라서 서역이 전란으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횡재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쫄딱 망하지 않으면 다행일 지경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바삐 뛰어다니는 것은 다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닌가. 월령안은 이 도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내놓은 가격은 비록 높지 않았으나 그 사람들이 손해 보지는 않게 했다. 기껏해야 그들은 헛수고를 한 셈이었다.
"당신네 월씨 상사는 정말 대상인답군!"
세 나라를 대표해 일을 처리하러 온 사람들은 월씨 상사가 내놓은 가격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이번에 틀림없이 크게 손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월씨 상사는 돈을 충분히 쳐 주어서 돌아가는 길이 너무 민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기뻐할 수가 없었다.
분명 월씨 상사에게 당해 기를 못 펴게 된 상황이지만 왠지 그들이 월씨 상사에게 인정을 빚진 꼴이 되고 말았다.
화가 났다!
실력이 상대보다 못하면 아무리 화가 나도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병기를 샀으니 앞으로 할 일은 병기를 파는 것이었다.
월씨 상사가 쌓은 인맥과 대완국 연회이후 월씨 상사와 서역이 한마음이라는 좋은 명성이 퍼지면서 상 관리인은 바로 수중의 병기들을 아주 좋은 가격에 팔아치웠다.
물론, 구매자들은 모두 상 관리인이 고른 것이었다.
월씨 상사는 서역의 편에 서서 서역 사람들의 권익을 수호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병기를 팔 때도 그들은 서역 원래의 왕실에게만 팔았다. 만약 원래 있던 왕실 성원이 모두 죽었다면 다른 왕족 성원들에게 팔았다.
아무튼 월씨 상사는 서역 각국 왕실의 권리를 수호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상 관리인의 행동은 아주 빨랐다. 병기를 사들이는 동시에 팔아 버렸다.
진주 등 몇 명도 상 관리인 수중의 병기가 전부 팔린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들 수중의 병기들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대장군, 우리 수중의 병기들을 어떡하죠? 팔 수 있을까요?"
진주는 월씨 상사의 사람들이 이미 주나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것을 보고 급해졌다.
서역 각국은 그들에게 매우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들은 진작에 국경 밖으로 쫓겨났다. 그들은 스스로 수중의 병기들을 팔 수가 없었다.
팔 수 있다 해도 감히 팔지 못했다.
일단 그들이 서역에서 병기를 팔다가 약점이라도 잡히면 월씨 상사가 말했던 네 나라에서 일부러 서역의 내란을 야기시켰다는 죄명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었다.
북요, 서하와 금나라는 자기들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죽일 듯이 주나라를 짓밟을 것이며 모든 일을 주나라에게 덮어씌울 것이다.
책장을 넘기던 육장봉의 동작이 멈추었다.
"월령안에게 무슨 병기가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