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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89)화 (789/1,004)

789화 당신은 어쩔 생각이오?

월령안은 고개를 들고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백호 골적! 화주!"

화주의 협력을 이용하여 그의 사람을 따돌리고 백호 골적으로 사도를 불러왔다. 대안국의 신임 국왕이 등극한 틈을 타 단번에 대완국과 염명경 귀시에 치우친 여러 나라들을 손에 넣었다!

월령안의 이 수는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염명경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홍문연(鴻門宴 - 초청객을 모해할 목적으로 차린 연회)이었다. 그녀는 이 홍문연의 자리를 빌려 염명경 귀시가 서역에서 쌓은 세력을 일망타진했다.

"진작에 알고 계셨잖아요?"

월령안은 절반 정도 쓴 계획서를 내려놓고 평온한 기색으로 물었다.

그녀가 이토록 선명하게 움직였는데 육장봉이 몰랐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육장봉이 그녀가 나서려는 것을 알면서도 협조한 것이 그녀더러 선두에 서라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육장봉은 주나라를 대표했다. 그는 서역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었으나 마음대로 서역의 정무에 끼어들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사람들이 주나라가 서역의 정무에 끼어들고 싶어 하고 서역의 약점을 잡으려는 것으로 비쳤을 것이다.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상인이었다. 그녀는 오직 이익만 대표했다.

특히 대완국의 사람들이 먼저 손을 쓴 뒤라면 그녀는 어떻게 움직여도 다 되었다.

"내가 뭘 알고 있었다는 말이오? 백호 골적? 아니면 당신이 사람을 시켜 몇몇 소국 왕실의 사람을 부추겨 즉위시킨 일 말이오?"

'월령안이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다니. 폐하의 표적이 될까 걱정되지 않는 걸까? 금나라 하나만으로는 월령안에게 부족한 건가?'

"풀은 아예 싹을 뽑아내지 않으면 언젠가 또 자라죠. 다시 말해…… 이 사람들이 돌아간 뒤, 염명경 귀시의 지지가 없다면 아무것도 없는 그들이 계속해서 왕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들의 왕위는 빼앗아 온 거예요. 그렇다면 빼앗길 준비를 해야죠."

이미 손을 썼고 이미 염명경 귀시와 정면으로 싸웠으며 이미 그 몇몇 소국의 군주와 척을 졌다. 그런데 그녀가 어찌 염명경 귀시가 여전히 서역에서 세력을 발전하게 내버려 두고 또 그 소국 군주들이 여전히 군주 자리에 있게 하겠는가?

서역은 주나라가 아니었다. 서역에서 황금의 힘은 육장봉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을 모두 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돈과 힘을 쓴 것이 결국 주나라를 위한 것이 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당신은 어쩔 생각이오?"

육장봉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역에서 월령안이 움직이는 것이 그가 나서는 것보다 편리하다는 것을.

그의 관직은 많은 경우에 그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옭아맸다.

"당신 손에 있는 병기들을 파실 건가요? 제가 이 할에 살게요."

월령안은 육장봉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육장봉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으며 평온하게 대답했다.

그녀에게 팔지 않는다면 육장봉 손에 있는 병기들은 손에서 썩을 것이다.

육장봉은 늘어뜨렸던 손을 꼭 잡았다.

"당신은 처음부터 다 작정했던 것이오?"

"그때그때 생각한 것뿐이에요."

그녀가 신도 아니고 어찌 처음부터 모든 것을 계획할 수 있었겠는가.

다만 그녀는 가장 나쁜 결과를 예상했을 뿐이었다.

"전에 월씨 상사를 약탈한 강도들은 사고요? 아니면 당신이 안배한 것이오?"

육장봉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

월령안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었다.

"육장봉, 그게 무슨 뜻이에요?"

"대답하오! 사고요? 아니면 당신이 의도적으로 준비한 것이오?"

그러나 육장봉은 마음이 약해지지 않고 차갑게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몹시 차가웠다.

월령안은 화가 나다 못해 실소하였다.

"육장봉, 절 무슨 사람으로 취급하는 거예요? 전 사람 목숨을 해칠 정도로 이익에 눈이 멀지 않았어요!"

'육장봉의 눈에는 내가 이익을 위해 자기 사람을 해칠 정도의 사람이라는 건가?'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이 이용한 사람은 나 하나란 말이오?"

육장봉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당신……."

월령안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잠깐 멈칫하다가 반격했다.

"전 당신을 속인 적이 없어요. 당신도 똑같이 절 이용하셨잖아요."

그녀는 변명할 수 없었다.

그녀는 육장봉을 두고 음모를 꾸민 것이 맞았고 육장봉 수중의 사람들에게 음모를 꾸민 것이 맞았고 육장봉이 그녀에 대한 신임을 이용한 것도 맞았다.

"내가 당신을 이용했다고?"

육장봉은 냉소를 하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월령안, 당신은 참…… 아주 좋소!"

그의 신분은 서역에서 뭔가를 하기 불편했다. 그러나 꼭두각시 하나를 부추겨 즉위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월령안이 그가 자기를 이용한다고 여기다니?

육장봉은 월령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돌아서서 떠나갔다.

"육……."

월령안이 쫓아가려고 했으나 육장봉의 행동이 너무 빨라서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고 말았다.

* * *

내전이 일어난 서역은 기름진 고깃덩이 같았다. 염명경 귀시와 월령안이 서역의 잠재력을 보아 낼 수 있다면 주나라, 북요, 금나라와 서하도 보아 낼 수 있었다.

염명경 귀시처럼 네 나라는 모두 서역에서 자기의 사람을 지지하여 즉위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사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감히 드러내거나 크게 움직이지 못했다. 염명경 귀시도 마찬가지였다. 서역 나라들의 반감과 경계를 살까 봐 두려워했다. 그러나 대완국의 왕위 즉위식이 이 모든 계획을 망쳐버렸다.!

월령안이 사도와 손을 잡고 대완국을 손에 넣고 또 열몇 개 소국의 군주들을 구금했다. 또 염명경 귀시에서 이 사람들을 매수한 일들을 하나하나 끄집어서 드러내 서역 나라들에게 염명경 귀시의 야심을 보여 주었다.

월령안은 좋은 사람이 되었다. 그 열몇 나라를 도와 반란이 일어난 이유를 알아냈으며 다른 반란이 일어날 위험이 있는 나라를 위해 염명경 귀시뿐만이 아니라 네 나라에서도 몰래 황금으로 귀족들을 매수하여 서역 나라들의 정권을 뒤집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자 이 열몇 개의 나라뿐만 아니라 아직 내전이 일어나지 않은 나라들도 경계하기 시작했다. 누란, 소월(小月) 등 부유한 나라는 이미 성문을 닫고 자국민이 아닌 사람들을 내쫓았다. 특히 주나라, 북요, 금나라와 서하의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월령안의 이 수는 네 나라와 염명경 귀시가 몰래 서역 나라들을 손에 넣으려는 계획을 망친 셈이었다.

육장봉은 비록 월령안을 위해 서역으로 온 것이지만 그도 서역에서 주나라에 호의적인 세력을 지지하라는 황제의 임무를 받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황제가 맡긴 일을 완성할 수 없게 되었다.

월령안이 이렇게 휘저어 놓자 네 나라와 염명경 귀시는 서역의 정권에 손을 댈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다. 할 수 있다 해도 한두 개 소국에서나 소용이 있을 것이다. 나머지 나라들은 이미 네 나라와 염명경 귀시에 경계심을 품어 절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뻔했다.

서역을 손에 넣지 못한 육장봉은 비록 실망했으나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다들 서역을 장악하지 못해 서역은 역시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하는 서역이지 그 어떤 세력에도 치우치지 않았다. 황제가 책문한다 해도 그는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월령안이 서역에서 한 모든 일, 심지어 그를 이용한 일도 황제의 눈을 속이기 힘들었다.

육장봉은 돌아가서 황제와 마주하지 않았지만 황제가 어떻게 화를 낼지 알 것 같았다.

역시나 열흘 뒤, 암위가 황제의 전갈을 가지고 왔다.

황제는 육장봉과 월령안더러 당장 변경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녀는 이 기간 동안 월씨 상사의 일을 처리하느라 바빠서 육장봉을 달래지도 못했는데 지금 변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꼭 돌아가야 하는 건가요?"

월령안은 육장봉을 바라보며 풀이 죽어 있었다.

그녀는 예전에 아주 변경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적어도 이 순간만은 전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기다리는 것이 절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당신 생각에는?"

육장봉은 싸늘하게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은근한 비난이 담겨 있었다.

'일을 벌일 때는 잘 벌리더니, 왜 폐하가 따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한 거요?'

"저는 아직 일을 마치지 못했어요."

월령안은 육장봉에게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좀 말을 잘할 수 없는 건가?'

이 며칠간 육장봉은 줄곧 이렇게 싸늘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이렇게 소원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가 먼저 그에게 말을 걸어도 짧게 대답할 수 있는 말은 절대 길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도 육장봉과 교류하려고 시도했었다. 심지어 조심스럽게 아부도 해 보았지만 그녀가 어떻게 아부하든지, 얼마나 조심하든지 육장봉은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녀와 냉전을 벌이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연속 몇 번이나 그러니 월령안도 화가 나 자기의 일을 하러 갔다. 서역의 일을 마치고 다시 육장봉을 달래려고 했는데 일이 끝나기도 전에 황제의 전갈을 받은 것이었다.

"허!"

육장봉은 호통치고 고개를 돌려 떠나갔다. 그는 월령안을 상대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화가 나 다가간 뒤, 육장봉의 옷자락을 잡았다.

"육장봉, 얘기를 좀 잘할 수 없나요?"

"무슨 얘기?"

육장봉은 고개를 돌려 차가운 시선으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월령안은 화가 나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자기가 먼저 육장봉을 이용했던 일을 떠올리자 울화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도대체 왜 화가 난 거예요? 서역의 일은 원래부터 각자의 능력을 겨루는 일이었어요! 제 사람이 폐하의 손에 죽었을 때, 제가 원망을 했나요? 한을 품었나요?"

"그분은 폐하시오!"

육장봉은 월령안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자 월령안이 자기의 잘못을 깨우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월령안이 자기에게 음모를 꾸몄다고 탓한 적이 없었다.

월령안이 간 크게 자꾸 황제의 인내심에 도발하며 선을 넘는 일을 벌여 황제의 불만을 사는 것이야말로 그가 화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월령안을 탓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온순하게 황제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자신의 이익을 상관하지 않는다면 월령안이 아닌 것이다.

월령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제가 당신을 난감하게 했죠. 그렇죠?"

'그건 아니지만…….'

"당신이 나서지 말아야 했소."

월령안이 미리 그에게 알려 줬더라면 그는 월령안을 나서게 하지 않고 자기가 나섰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황제는 서역을 장악한 월령안의 세력과 월령안의 수단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제가 안 나서면 누가 나서는데요? 당신이요?"

월령안은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비웃음을 담고 말했다.

"당신은 주나라의 추밀사예요. 당신이 나선다면 서역의 나라들은 믿지 않을 거예요. 이건 주나라의 음모일 것이라고 생각하겠죠. 당신이 나선다면 주나라가 다른 나라의 정무에 개입하는 것과 같은데 어떻게 다른 나라와 해명하실 건데요? 또 어떻게 폐하께 보고드릴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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