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3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령안
며칠간 육장봉은 줄곧 요양하느라 술을 마시지 못했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술 몇 모금을 먹인 적이 있었지만 모두 그가 기절해 있을 때 마신 것이었다. 그래서 육장봉은 지금까지 아직 설용국의 화주를 제대로 맛보지 못했다.
육장봉은 화주를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독해!"
그는 월령안이 일부러 그의 체면을 구기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그러나 화주가 목구멍을 타고 들어간 뒤, 뜨거운 느낌이 사라지자 사지로 뻗는 따뜻함에 육장봉은 온몸이 편해졌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 술, 참 좋군."
이 술이 있다면 엄동설한에 변방을 지키는 장사들은 지금보다 훨씬 쉽게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잠에 들면 다시 깨어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주나라는 설용국처럼 춥지 않았지만 해마다 변방에서 얼어 죽는 병사들이 설용국에서 얼어 죽는 사람보다 더 많았다.
"제가 약간의 의학 이론을 좀 아는데요, 대석을 비롯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니 사용하는 재료도 무해해요. 쉽게 취할 수 있어서 많이 마시지 말아야 하는 것 외에 다른 단점은 없더군요."
월령안은 육장봉에게 술을 한잔 따르고 자기에게도 한잔 따라서 홀짝홀짝 마셨다.
이 술은 매우 독해 몸을 녹이려는 의도가 없이 한 잔씩 마시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음."
육장봉은 몸을 살짝 바르게 고쳐 앉으며 듣는 자세를 유지했다.
월령안은 여전히 느긋하게 말했다.
"화주는 해마다 생산량이 제한되어 있어요. 일부 약재는 설용국에만 있죠. 주나라에서도 대석 등 사람들만 빚을 줄 알아요."
"그래서?"
육장봉은 살짝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대석이 있는 마을에서 월령안이 어떻게 대석 등 사람들에게 미래를 그려 주는지 직접 보고 월령안이 입에 말린 말로 약속들을 잔뜩 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 그것들이 대석 등 사람들이 힘을 쓰고 물건을 내놓고 열정적으로 그들과 함께 가게 만들었으며 길 가는 내내 필사적으로 그들을 보호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 그는 심지어 월령안이 그 자신보다도 군사들을 통솔하는 대장군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월령안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아주 능했고 사람들의 적극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에도 능했으며 사람들이 그녀를 위해 목숨을 걸게 하는 데도 아주 능했다.
대석 등 사람들이 흥분되고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육장봉은 월령안의 매력에 감탄하는 동시에 자기도 모르게 가볍게 한탄했다.
'내가 황제여도 월령안을 완전히 믿지는 못하겠어.'
월령안에게는 '왕'의 기질이 있었다. 사람들이 그녀를 추종하게 만들었고 그녀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그녀를 위해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불구덩이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이 술은 당신에게 있는 것이 저한테 있는 것보다 쓸모가 있어요. 그러니 우리 협력해요!"
월령안은 빈 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홀가분한 얼굴로 말했다.
"어떻게 협력하리오?"
'월령안은 나더러 뭘 하라는 것이지?'
그는 이 거래에서 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이 없는 게 나한테 있고, 남에게 있는 것이라면 내 것은 더 좋아야 하는 법이죠. 유일무이한 물건이야말로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어요. 화주를 빚는 데 꼭 필요한 약재는 설용국에만 있어요. 약재를 휘어잡는다면 공급원을 막은 셈이고요. 그렇게 되면 우리만이 가장 좋은 화주를 만들 수 있어요."
월령안은 말하면서 또 술 주전자를 들어 두 사람의 잔을 채웠다.
술을 따른 뒤, 월령안은 자신의 술잔을 육장봉 앞에 쳐들었다.
"당신은 설용국을 맡아서 약재 공급을 책임지는 거죠. 다른 것은 저한테 맡겨요. 얻은 이득은 반씩 나누고요. 어떠세요?"
"당신이 반드시 나와 협력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소. 서역에서의 월씨 가문의 영향력으로는 화주를 빚는 약재를 얻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테니 말이오."
월령안의 목표가 절대 설용국의 약재뿐만이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월령안이 너무 깊게 숨긴 탓에 그는 일시적으로 그녀가 무슨 생각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
월령안은 고개를 저었다.
"서역에서나 설용국에서나 주먹은 돈보다 소용 있어요. 무력으로 진압하는 것이 그 어떤 이익보다도 믿음직하고 오래가요. 전 다른 사람이 저보다 돈이 더 많을까 걱정되는 것이 아니에요. 전 설용국에서 그 약재를 보호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어요.
전 다른 사람에게 목이 졸린 채로 휘둘리는 기분이 싫어요. 화주를 빚으려면 반드시 설용국의 약재가 있어야 해요. 이 약재는 저한테만, 또는 당신에게 있어야만 제가 시름을 놓을 수 있어요. 전 서역에서 설용국이 절 두려워하여 우호적으로 오랫동안 협력하게 할 만큼의 세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러나 당신은 가능하죠."
약소 국가는 발언권이 없었다.
육장봉의 삼백 명 정예병은 반드시 설용국 국왕의 협조를 얻어낼 것이다. 또 육장봉 배후의 주나라는 이 거래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다른 사람들이 설용국을 탐내지 않게 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중점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육장봉은 서역에서 정예병 삼백 명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가 만약 이 거래를 하려면 설용국더러 그들과 '협력'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분명 그 삼백 명의 정예병더러 오라고 할 것이다.
설용국은 서역의 가장 북쪽에 있어 한 번 다녀가는 데만 수십 날이 걸렸다.
수십 날의 시간은 그녀가 귀시를 파헤치는 데 충분했다.
그렇게 되면 기회를 잡아 서역의 세력을 다시 배정할 수도 있었다!
월령안이 제기한 이 협력은 아무리 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육장봉은 월령안에게 다른 의도가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래도 육장봉은 응하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월령안은 육장봉을 향해 웃어 보이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이 동업은 육장봉에게 좋은 점만 있었다. 육장봉이 그녀와 협력하는 것을 응하지 않더라도 그녀에게는 육장봉의 수하들을 따돌릴 방법이 있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길에서 심심하던 참에 월령안은 또 육장봉과 협력할 상세한 내용을 매듭 짓고 문서로 만들었다. 그리고 양측의 도장까지 찍어 계약서를 만들었다.
육장봉의 개인 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받고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
"서역에 와서 처음 하는 큰 사업이 당신과 함께 하는 것일 줄은 몰랐네요."
앞서 그녀는 서역에서 많은 물건을 팔았다. 그러나 모두 단숨에 돈과 물건을 바꾸는 거래였지 진정 오랫동안 이어질 사업은 육장봉과 하는 것이 유일했다.
"나도 당신이 나더러 계약서를 체결하게 할 줄은 몰랐소."
육장봉은 월령안의 개인 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받아 들고 감탄했다.
그는 그와 월령안 사이에 이따위 문서가 필요할 줄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한숨이 나왔다.
'만약 조계안 그 자식이 알았다면 틀림없이 날 놀릴 거야.'
"이건 우리 둘만의 사적인 일이 아니잖아요. 이건 월씨 상사와 변군(邊軍)의 공적인 일이잖아요. 공적인 일은 공적으로 처리해야죠."
상인은 경영하는 입장에서 말을 해야 하는 법. 그녀에게는 부양해야 할 사람이 가득했고 몸에는 십 년 동안 이어질 쟁탈전을 짊어지고 있었다.
술 같은 폭리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은 물론이고 실낱같은 작은 거래도 계약서를 써야 할 때는 써야 하고 그녀의 수익이 될 수 있는 것은 조금도 양보하지 말고 최대한 얻어내야 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맞는 것도 같소."
육장봉은 순간 손에 든 계약서가 싫지 않았다!
이 사업은 공적인 일이었다. 월령안이 그에게 숨길 일이 있다면 숨기라지. 어쨌든 그는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육장봉은 걱정을 내려놓고 월령안의 보살핌을 받으며 조용히 요양했다.
월령안이 뭘 하려고 하든, 그는 우선 상처를 잘 치료해야 했다.
월령안과 육장봉은 올 때 모두 밤낮 가리지 않고 뛰어왔었다. 그러나 돌아갈 때는 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육장봉의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지라 월령안은 특별히 대석 등 사람들더러 급히 길을 재촉하지 말고 안정적으로 가라고 했다.
가죽 가게 주인을 제외한 대석 등 사람들은 처음 길을 떠난 것이었다. 눈으로 뒤덮인 설용국을 벗어나자 바깥세상의 모든 것은 그들에게 낯설었다.
낯선 것을 마주하면 당황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을 저지를까 봐, 또는 일을 잘하지 못해서 월령안의 불만을 살까 봐 두려워했다.
대석 등 사람들은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길을 갔다. 그들은 날마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눈앞의 모든 것에 호기심이 동하고 기대가 되나 동시에 당황스럽고 불안해했다.
"제가 처음 영감님에게 떠밀려 상인 대오에 들어가 그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가서 장사를 할 때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기대를 하면서 불안했죠."
월령안은 대석 등 사람들의 불안을 풀어 주기 위해 뭔가를 하지 않았다.
자기가 익숙한 사람과 물건을 떠나서, 편한 생활 구역을 떠나 새로운 곳에 쳐들어간다는 것은, 내일에는 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은 누구나 마음을 가라앉히기 힘든 일이었다.
이런 때에는 다른 사람이 아무리 많이 말해도 소용없었다. 스스로 마음을 조절해야 했다.
이건 경험자인 그녀의 생각이었다.
"제가 처음 상인 대오를 이끌 때, 아무것도 몰랐어요. 내리는 명령이 틀려서 사람들의 웃음을 살까 걱정되어 모든 일을 스스로 했죠. 절대 남에게 시키지 않고요.
그때 무려 사흘 밤낮을 꼬박 새워 눈이 빨개졌던 기억도 나요. 졸려서 눈조차 뜰 수 없었지만 자지도 못했죠. 눈을 붙였다가는 다시 깨어나지 못할까 두려웠고 황야에 버려지고 물건을 옮기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약탈당할까 두려웠어요. 또 재해가 들어 수중의 물건을 지키지 못해 영감님을 실망시킬까 두려웠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어떻게 버텨냈는지 모르겠어요. 다시 한번 겪으라고 한다면 전 아마도 그때의 필사적으로 버티는 용기와 결심이 생길 것 같지 않아요."
두렵고 불안했지만 안전하고 편한 구역을 벗어나 최선을 다해 더욱 좋은 미래를 바꾸었다.
그때의 그녀는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셈이었다. 그녀의 용기는 놀라울 정도로 대단했다.
아무튼, 지금이라면 그녀는 절대 자기를 해칠지도 모르는 상인 대오와 함께 북쪽으로 가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령안……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령안이오."
육장봉은 손을 뻗어 부드럽게 월령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위로했다.
그는 월령안의 과거에 참여하지 못했다.
지나간 고통과 힘든 경험이 지금의 월령안을 만들어냈다고는 하지만 월령안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겨 놓았다.
만약 할 수만 있다면 그는 월령안이 그 고통을 처음부터 겪지 않게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