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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82)화 (782/1,004)

782화 염명경 귀시의 배후

그는 물론 알고 있었다.

월씨 가문에서 가주 쟁탈전을 벌일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월씨 가문처럼 혹독한 가문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패배자는 여지없이 참패당할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심지어 자유와 존엄마저도 빼앗기게 된다.

그래서 매번 월씨 가문의 가주 쟁탈전에서 모두 격렬한 다툼이 일어났다. 서로 죽고 죽인다고 해도 과하지 않았다.

"누가 선두를 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주 쟁탈전에서 진 월씨 가문의 자제는 황실에게 끌려가기 전에 모두 월씨 가문의 가주와 '평생 다시는 보지 말자.'라는 말을 했어요."

월령안은 가볍게 비웃었다.

"평생 다시 보지 말자는 말은 패배자의 오기고 패배자가 보이는 마지막의 자부심이죠. 그들은 황실을 미워할 수 없으니 월씨 가문을 미워하고 승리한 사람을 미워하죠. 그래서 평생 다시 보지 말자는 말이 있는 거예요. 황금당 당주가 죽기 전에 한 말은 절대 우연이 아니에요. 예외는 더더욱 아니고요. 아시겠어요?"

이 말 자체는 특별한 곳이 없었다.

특별한 것은 황금당 당주가 죽기 전에 이 말을 하면서 그녀의 이름을 특별히 덧붙였다는 것이었다.

"당신은 황금당 당주가 월씨 가문 사람이라고 의심된다는 말이오?"

육장봉은 월령안 얼굴의 핏자국을 바라보며 그녀의 얼굴을 닦아 주고 싶었다. 그러나 손을 내밀다가 다시 거두고 말았다.

그의 손은 월령안의 얼굴보다 깨끗하지 못했다.

월령안의 자기만의 사색에 잠겨 육장봉의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전 그가 월씨 가문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귀시 배후에도 월씨 가문의 그림자가 있어요. 월씨 가문 사람만이 패배 후에 저한테 이 말을 할 거예요."

"월씨 가문 사람은 나올 리가 없소!"

그는 황실에서 월씨 가문 사람들을 어디에 가두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황실은 줄곧 월씨 가문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깊어 월씨 가문 사람이 도망치지 못하게 할 것이 확실했다.

육장봉이 추측했다.

"누군가 이 말을 알아내서 일부러 당신이 오인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겠소?"

월령안이 반문했다.

"뭘 오인하는 거죠?"

'오인할 만한 것이 뭐가 있다고?'

"당신더러 귀시의 배후 주인이 월씨 가문과 연관이 있다고 여기게 하여 귀시에 대한 당신의 적의를 없애려는 것이지."

귀시가 월령안을 얼마나 꺼리는지 그는 보아서 알고 있었다. 귀시는 줄곧 월령안과 정면으로 상대하기 싫어했다. 또는 감히 그러지 못했다고도 말할 수 있었다.

"허!"

월령안이 비웃었다.

"육장봉, 당신은 월씨 가문 사람이 뭘 가장 잘하는지 아세요?"

월령안은 묻고 나서 또 스스로 대답했다.

"월씨 가문 사람이 가장 잘하는 일은 바로 서로서로 죽이는 것이에요. 누가 저더러 귀시와 월씨 가문이 연관되어 있다고 여기게 절 속일 정도로 멍청하다는 거예요? 제가 귀시를 멸할까 두렵지 않은 걸까요?"

육장봉은 또 잠깐 침묵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나 외부인은 모르지. 아니오?"

"평생 다시 보지 말자는 말을 조사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월씨 가문 사람들이 자기 친족들에게 얼마나 악독한지 모를 리 없어요."

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월씨 가문 사람이 아니더라도 월씨 가문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

'내가 귀시에서 월씨 가문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고 귀시를 놔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상대가 했을 리가 없어.'

월 삼낭이 가장 좋은 예였다.

그들 월씨 가문 사람들은 외부인을 자기 가문의 사람들보다 더 잘 대해 주었다.

외부인은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기 가문에서는 사람이 태어난다면 경쟁자인 것이 확실했다.

이 세상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모두 승리자의 후대였다.

그녀는 황실의 제어에서 도망친 월씨 가문 사람이 그녀를 아랫사람으로 여기고 아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마음을 가다듬고 일어섰다.

"우리 여기서 추측을 한다 해도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귀시 배후의 사람이 월씨 가문과 연관된 것이 맞는지, 아닌지를 알아내려면 귀시의 사람을 쓰러뜨리면 되잖아요."

육장봉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이 일은 어딘가 심상치 않군.'

육장봉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당신은 줄곧 그들이 자유를 얻기를 바랐잖소? 그런데 왜 그들과 협력할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오?"

"만약 귀시 배후의 사람이 정말로 월씨 가문과 연관되었다면 이 사람들이 몰래 도망쳤다는 뜻이에요. 왜냐하면 월씨 가문의 후손들은 모두 황실의 감시를 받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들이 한 모든 일을 보면 그들은 분명 서역에서 정권을 세워 주나라의 제어에서 벗어나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다른 족인(族人 - 같은 종문의 먼 친척)들의 생사는 고려하지 않고요."

월령안은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월씨 가문 사람의 얘기를 할 때도 아주 평온했다.

"길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손을 잡을 수 없죠. 전 월씨 가문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싸우려는 것이에요. 소수의 몇 명만을 위한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거라고요! 제가 원한 것은 월씨 가문이 자유를 잃은 것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월씨 가문의 비극을 끝내려는 거예요. 월씨 가문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요."

그녀라고 복수를 하고 싶지 않을까?

그녀는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할 수 없었다. 또 그럴 필요도 없었다!

복수를 한다면 황실 전체를 상대해야 했다.

그 뜻은 전쟁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큰 능력이 없다고 여겼다. 그녀는 월씨 가문의 비극을 끝내고 싶을 뿐이었다. 자기의 아이가 더 이상 그녀가 걸었던 길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당신은 아마도 월씨 가문 사람을 잘 알지 못할 거예요. 월씨 가문 사람은 줄곧 포악했어요. 월씨 가문은 줄곧 월 가주의 한마디 말에 휘둘리죠. 절대 두 번째 목소리가 들릴 수 없어요. 전 월씨예요. 저도 다르지 않아요!"

그녀는 육장봉 앞에서만 포악하지 않았으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 두말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말한 월령안은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월씨 가문 사람이 황실의 손아귀에서 도망쳤다면 전 당연히 기쁘죠. 그러나 전 다른 월씨 가문 사람들과 손을 잡지 않을 거예요. 만약 귀시 배후의 사람이 정말로 월씨 가문 사람이라면 그들이 제 말을 순순히 듣고 제 계획대로 움직이거나 아니면 제 말에 협조할 때까지 때릴 거예요."

월씨 가문 사람들이 순순히 그녀의 말을 듣게 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월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포악했다. 그녀가 포악하니 그녀의 삼촌 되는 어른들도 크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월령안의 침착한 얼굴을 보자 육장봉은 위로하려고 했던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방금 전에 당신이 흥분한 것을 보고 난…… 당신이 월씨 가문 사람을 만나서 흥분한 줄로 알았소."

부인이 지나치게 침착한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처럼 그가 준비했던 말들과 포옹이 아무 소용도 없게 되었다.

"좀 흥분한 것은 맞아요! 전 월 삼낭을 제외한 다른 월씨 가문 사람들이 살아 있을 줄 몰랐으니까요."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그들과 옛 추억을 상기하는 것보다 전 그의 입에서 월씨 가문 사람들이 어디 숨었는지 알고 싶었어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피가 조금 섞였다고 해서 제가 그들에게 감정이 생길 것 같으세요?"

흥분되기보다는 그녀가 겁을 먹었다고 하는 것이 더 맞았다.

그러나 그때의 상황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지금 마음을 가라앉히자 그녀는 이미 아무렇지도 않았다.

"맞소! 그가 월씨 가문 사람이라고 해도 당신이 그를 본 적도 없는데 당연히 감정이 없지."

육장봉은 그제서야 월씨 가문이 다른 가문과 다르다는 것이 떠올랐다.

월씨 가문 사람들이 자랄 때에는 주변에 형제, 자매만 있을 뿐, 웃어른이 없었다.

그들은 만난 적도, 교류를 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감정이 생기겠는가.

월령안은 웃고 나서 말했다.

"가요, 산에서 내려가요. 해독약의 일이 해결되었으니 서역의 일을 해결할 때가 되었어요."

"산을 내려가는 길이 좋지 않소. 오시오…… 내가 업겠소."

육장봉도 더 이상 이 일에 집착하지 않고 돌아서서 월령안 앞에 꿇어앉았다. 그리고 월령안더러 뛰어오르라고 눈치를 주었다.

"전 걸을 수 있어요!"

육장봉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그녀가 얼마나 무심해야 육장봉에게 업히겠는가.

"올라오시오!"

그러나 육장봉은 협조하지 않고 재촉했다.

"되겠어요?"

"월령안, 당신은 내 실력을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오!"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니요, 아니에요, 전 몰라요.'

설산을 오르기도 힘들었지만 설산을 내려가기는 더욱 힘들었다.

그래도 육장봉은 굳이 고집스럽게 월령안을 업고 설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월씨 가문의 포악함은 육장봉 앞에서 전혀 힘이 없었다. 그녀는 육장봉의 고집을 못 이겨 끝내 타협하고 상처 입은 육장봉에게 업힌 채로 하산했다.

이렇게 무려 이틀을 걸었다!

두 사람은 겨우 대석과 약속한 마지막 날에 겨우 설산 아래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대석 등 사람들은 떠나지 않았다. 멀리서부터 육장봉의 그림자가 보이자 대석 등 사람들은 달려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귀인 낭자, 괜찮으세요?"

육장봉보다 그들은 당연히 한동안 시간을 보낸 월령안에게 더욱 믿음이 갔고 그들과 미래를 약속한 월령안에게 더욱 관심이 쏠렸다.

월령안이 업혀서 하산하자 대석 등 사람들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로 알고 걱정해 마지않았다.

그러나 업힌 채로 하산한 월령안은 아주 멀쩡했다. 온몸에서 얼굴에만 상처가 있었는데 너무 가벼운 상처라 거의 아물었다.

도리어 업고 하산한 육장봉은 온몸에 모두 상처였고 열도 나는 듯했다.

대석 등 사람들은 두 사람의 상태를 보자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돈 있는 아가씨는 역시 대단하군. 가냘프기가 말로 할 수 없어. 자기는 멀쩡하면서 중상을 입은 사람에게 업혀 하산하다니. 좀 너무한걸.'

당사자로서 월령안은 한숨을 쉴 뿐, 그 유언비어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육장봉은 산에서 내려온 그날 밤, 온몸이 불덩이가 되어 연속 이틀 동안 혼절해 있다가 깨어났다. 대석이 있는 마을에서 사흘을 요양한 뒤에야 계속해서 길을 재촉할 수 있었다.

대석 등 사람들과 함께하자 돌아가는 길은 훨씬 수월했다. 모든 일은 월령안과 육장봉이 신경 쓸 필요가 없이 철저하게 준비되었다.

육장봉은 늑대 가죽으로 벽을 만들고 백곰 가죽으로 등받이를 만든 봄처럼 따뜻한 마차 안에 누워서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술을 데우는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

'역시, 돈으로 못하는 일이 없구나.'

돈만 있다면 가난한 설용국에서도 최고의 대우를 누릴 수 있었다.

"설용국의 화주는 아주 독특해요. 마시면 엄동설한에도 온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어요. 드셔 보세요."

월령안은 알맞게 데운 술을 육장봉에게 한 잔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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