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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81)화 (781/1,004)

781화 평생 다시는 보지 말자!

"쿵!"

육장봉이 옆으로 피하자 중검은 그의 뒤에 있는 설산을 가격했다.

큰소리가 울린 뒤, 육장봉 뒤에 있던 설산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눈에 덮였던 돌들이 도처로 흩날리며 그중 몇 조각은 월령안의 얼굴에 튀었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월령안은 숨을 들이쉬고 손을 들어 얼굴을 훔쳤다. 그러자 손바닥 가득 피가 만져졌다.

월령안은 손수건을 꺼내서 얼굴의 핏자국을 닦으려고 했다. 육장봉이 보고서 가슴 아파할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그러나 얼굴의 피는 이미 얼어버렸고 그녀의 체온이 담긴 손수건도 점차 굳어졌다.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무거운 얼굴로 다시 한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황금당 당주가 육장봉을 매섭게 공격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월령안은 그 장면을 힐끗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묵묵히 숨을 곳을 찾았다.

이건 남자들 사이의 결투였다. 그녀가 아무리 마음이 아프고 걱정된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또 해서도 안 되었다.

월령안은 두 사람의 전투장에서 가장 먼 거리를 찾았다. 그녀는 황금당 당주가 수비에서 공격으로 태세를 바꾼 것을 보았고 황금당 당주가 육장봉을 공격하는 것을 보았고 또 육장봉의 피가 새하얀 옥룡산을 빨갛게 물들이는 것도 보았다.

월령안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딴생각을 하지도, 눈을 깜박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아주 열심히 지켜보았다. 전에 육장봉이 황금당 당주를 몰아붙일 때보다 더 열심히 보았다.

퍽!

또 한 번, 황금당 당주가 육장봉을 차서 작지 않은 설산에 부딪히게 날려 보냈다. 육장봉의 피투성이 몸이 설산을 산산조각 내는 것을 보자 월령안의 눈에서는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금방 눈물을 훔치고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육장봉이 힘겹게 기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육장봉이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황금당 당주의 중검과 맞서는 것을 보고 월령안은 웃었다.

그녀는 주나라에 있는 많고 많은 명망 높은 장군들도 북요의 철기(鐵騎 - 정예 기병)들을 이기지 못했는데 육장봉이 인솔한 병사들은 어떻게 철기들을 굴복시켰는지 알 것 같았다.

육장봉은 너무나도 독했다!

그는 적에게 독했고 자기 자신에게는 더욱 독했다.

그에게 숨이 붙어 있는 이상, 그는 전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육장봉은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다.

그가 죽지 않는 한!

육장봉은 강한 전투적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싸움 중에 마지막 핏방울까지 흘리지 않는 한, 그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황금당 당주에 의해 아무리 열세에 몰려도, 선혈이 흰 눈을 물들여도 육장봉은 포기하지 않았다. 황금당 당주에게 맞아서 넘어질 때마다 그는 가장 먼저 반격했다. 미처 일어나지 못하더라도 그의 손에 든 검은 상대방을 향해 휘둘러졌고 항상 전투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건 타고난 것이 아니었다. 이런 전투 의식은 수천, 수만 번의 싸움을 거치며 조금씩 단련된 것이었다.

숨을 쉴 수만 있다면 그는 다시 싸울 수 있었다!

황금당 당주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태세를 전환한 뒤, 줄곧 한 수 위에서 수를 쓰며 육장봉에게 큰 상해를 입혔지만 다치게만 할 뿐, 목숨을 취할 수는 없었다.

한 번, 또 한 번, 황금당의 당주는 평생 배운 암살, 자살(刺殺), 복살(伏殺) 등 모든 살인 수단을 동원했지만 육장봉의 몸에 상처만 남길 뿐이었다.

황금당 당주가 할 줄 아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수였다. 그가 손을 썼다 하면 결정적인 필살기였다.

그가 모든 수를 다 써도 육장봉을 죽이지 못했다는 것은 그가 육장봉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평생 육장봉을 죽일 수 없다는 말이었다!

"당신은 역시…… 아주 강하군!"

모든 필살기를 썼지만 여전히 육장봉을 죽이지 못하자 황금당 당주의 마음속에서는 오기가 솟구쳤다. 그는 이 모든 것을 망가뜨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살수였다. 그런 그가 중상을 입은 사람 한 명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은 일종의 수치였다!

"보아 하니 더 이상 쓸 기술이 없나 보군!"

육장봉은 눈밭에서 한 번 뒹군 뒤, 신속하게 뛰어올랐다.

그는 손을 들어 방금 전에 흘린 피를 닦고 황금당 당주에게 차가운 미소를 흘렸다.

"그럼…… 이제는 내가 손을 쓸 차례다!"

육장봉은 손에 장검을 들고 훌쩍 뛰어올랐다.

손에 든 검은 마치 그와 한 몸이 된 것처럼 황금당 당주에게 달려들었다.

황금당 당주는 모든 수를 다 써서 다른 쓸 만한 수가 없었다. 육장봉의 공격에 황금당 당주는 방어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그의 방어는 실패하고 말았다.

육장봉은 그의 앞에 놓인 중검을 무시하고 손에 든 긴 연검과 한 몸이 되어 황금당 당주를 덮쳤다.

육장봉은 황금당 당주의 옆으로 날아갔다. 중검이 그의 어깨를 베어 피가 흘렀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육장봉은 눈밭에 넘어졌다. 그의 얼굴은 땅에 닿았다.

그런데 이때, 그의 손에는 검이 없었다.

황금당 당주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손에 든 중검은 거꾸로 눈밭에 꽂혀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칼자루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복부를 움켜쥔 채,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조각상 같았다.

'죽은 건가?'

월령안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는 황금당 당주를 바라보았다. 또 눈밭에 엎드린 채, 힘겹게 몸을 뒤집는 육장봉을 바라보며 모습을 나타낼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는 육장봉을 도와 뭔가를 할 수 없지만 그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황금당 당주에게 인질로 잡혀 육장봉을 위협하는 도구로 되고 싶지 않았다.

바로 이때, 육장봉이 입을 열었다.

"월령안, 그가 아직 살아 있소! 묻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서 물어보시오!"

월령안이 산 사람을 원한다고 해서 그는 황금당 당주의 마지막 숨을 남겨 주었다. 월령안이 말을 묻기에는 충분했다.

월령안은 육장봉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숨어 있던 눈 더미 뒤에서 걸어 나왔다.

"어디를 다치게 했는데요?"

"허리 쪽에!"

육장봉은 대자로 눈밭에 뻗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기운이 없어 휴식이 필요했다.

'허리 쪽에?'

월령안은 고개를 살짝 돌리고 황금당 당주의 허리를 바라보았으나 아무런 치명상도 발견하지 못했다. 심지어 피 한 방울도 보지 못했다.

'육장봉이 진지하게 하는 소리인가?'

월령안은 육장봉이 황금당 당주에게 너무 맞아 멍청해진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때, 갑자기 황금당 당주의 허리 쪽에 장신구가 하나 더 많아진 것을 발견했다. 바로 그의 손가락 사이에 있었다.

아니, 그것은 장신구가 아니라 육장봉의 칼자루였다!

'육장봉은 장연검 전체를 황금당 당주의 허리에 박아 넣은 것인가?'

장연검은 길고 날카로워 상처도 아주 작게 났다.

만약 육장봉의 장연검 전체가 황금당 당주의 허리에 박힌 것이라면 정말로 피가 흘러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왜냐하면 여기는 옥룡산이기 때문이었다!

눈밭이고 설산의 꼭대기기 때문에 피가 흐르면 다 얼어붙었다.

역시, 그녀는 육장봉의 실력을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

월령안은 육장봉이 어떻게 황금당 당주를 죽였는지 알게 된 후,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었다.

역시 늑대 무리를 전멸시킬 수 있는 남자였다. 그녀가 잘못한 것이었다.

월령안은 경외심을 품고 황금당 당주 앞으로 걸어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않고 바로 말문을 열었다.

"귀시 배후의 주인은 누구예요? 당신들이 서역을 점령하려는 목적이 뭐예요? 당신들이 제 해독약을 빼앗아 간 것은 제가 당신들과 서역을 두고 싸우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가요? 아니면 절 겨냥한 것인가요? 귀시와 저는 앞으로 적인가요? 친구인가요?"

"허……."

황금당 당주는 차갑게 비웃고 멍청이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월령안이 묻는다고 그가 대답해야 하나?

월령안은 자기를 너무 대단하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말하지 않겠다고요?"

월령안이 차갑게 웃었다.

"괜찮아요, 당신이 말하지 않는다면 전 귀시를 적으로 여기겠어요. 당신은 저와 처음 교류를 하는 것이 아니라서 잘 알 거예요. 저 월령안이 적을 상대할 때는 전혀 마음이 약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싹을 자를 수 있다면 절대로 남겨 두지 않죠!"

"염치없군!"

이럴 줄 알았다면 그는 해독약을 쉽게 월령안에게 주지 않았을 것이다.

월령안 같은 사람은 현실의 모진 매를 맞아야 한다. 그래야 그녀는 영원히 이토록 자만하고 방자하지 않을 것이다!

"피차일반이에요!"

월령안은 손에 암기를 들고 황금당 당주에게 조준했다.

"셋 셀 테니 말씀하세요…… 아니면 죽든가요!"

"하나!"

"둘!"

월령안은 수를 아주 빨리 세었다. '하나'를 부르자마자 '둘'을 불렀다. 원래부터 뻣뻣했던 황금당 당주의 몸이 더욱 굳어졌다. 그는 억울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귀시와 너는 적이 아니다!"

월령안이 또 물었다.

"그럼 그 배후는 누군가요?"

황금당 당주는 갑자기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아는 사람이다! 네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다!"

말을 마친 황금당 당주는 복부에 대었던 손을 갑자기 들더니 자기의 허리에 박힌 장연검을 폭력적으로 뽑았다.

팍…….

황금당 당주의 동작에 따라 핏방울들이 날렸다. 곧이어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눈밭에 떨어졌다.

황금당 당주는 장연검을 뽑아 들고 땅에 버린 뒤, 중검을 뽑아서 설산 꼭대기로 날아올랐다.

설산 꼭대기에 서서 황금당 당주는 월령안을 힐끗 돌아보았다. 그 눈빛에는 많은 복잡한 감정이 감춰진 듯하여 월령안이 당황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가 다른 생각을 하기도 전에 황금당 당주는 몸을 날려 절벽으로 뛰어내렸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다.

설산 아래에서 황금당 당주의 목소리가 전해왔다.

"월령안, 평생 다시는 보지 말자!"

"평생 다시는 보지 말자고?"

월령안의 동공이 확장되면서 빠른 속도로 설산 꼭대기로 달려갔다. 그리고 산꼭대기에 엎드린 채, 큰소리로 물었다.

"뭐가 평생 보지 말자는 거야? 왜 이런 말을 하는 거냐고? 너 똑바로 말해! 개자식, 똑바로 말하라고!"

그러나 설산 아래서는 더 이상 황금당 당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는 사람도 없었다.

"평생 다시 보지 말라는 말이 무슨 특별한 뜻이라도 있소?"

육장봉은 월령안의 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힘이 다 빠진 허약한 몸을 조금 회복한 뒤, 억지로 기어 일어났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월령안의 앞까지 걸어왔다.

"월씨 가문에게는 있죠!"

월령안은 산꼭대기에 엎드려서 공허한 아래쪽을 바라보며 눈을 감고 마음속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육장봉을 바라보았다.

"월씨 가문에서 가주 자리를 쟁탈하는 규칙을 아시나요?"

육장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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