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화 최선을 다해 나와 겨루자
황금당의 당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들은 네가 너무 나약해 설용국에서 죽게 될 것이라고 하더군."
그의 목소리는 딱딱하고 갈라져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실망시켜 드렸네요."
월령안 얼굴의 미소는 변함이 없었다.
만약 대석 등 사람들이 그녀에게 쓰이지 않았더라면 연약한 여인인 그녀는 절대 설산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월령안 그녀는 다른 것은 몰라도 장사는 잘했다.
약간의 이득을 내놓고 자기의 목숨을 지켰다.
이 거래는 아주 수지가 맞았다.
황금당 당주는 월령안이 어떻게 살아남은 것인지 따져 묻지 않았다. 그는 옥으로 된 병을 꺼내 월령안에게 던져 주었다.
"해독약은 너에게 줄 수 있다! 그저 그가…… 최선을 다해 나와 겨루게 하거라!"
육장봉은 월령안보다 먼저 병을 받고 흰색 알약을 꺼낸 뒤,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월령안은 힐끗 보더니 눈빛을 반짝이며 재촉했다.
"보지 말고 빨리 먹여 주세요!"
육장봉은 월령안을 힐끔 보았다. 그는 월령안의 확신을 얻자 바로 알약을 월령안의 입가에 가져갔다.
월령안은 육장봉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벌려 알약을 삼켰다.
그녀의 이가 육장봉의 손가락 끝을 가볍게 깨물었다. 육장봉이 흠칫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월령안이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짓는 것을 보고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은 참……."
'이런 상황에 장난을 치다니. 내가 지금 자기를 혼낼 여유가 없다고 확신했다는 것인가?'
"저자와 겨루세요. 다 겨루고 우리 가요."
월령안은 알약을 입에 머금은 채, 화주를 한 모금 마셔 알약을 삼켰다.
"해독약이 가짜거나 독이 있을까 두렵지 않은 거냐?"
황금당의 당주는 월령안이 통쾌하게 알약을 삼키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물었다.
이건 마지막 알약이었다. 그 사람들은 만약 월령안과 육장봉이 산꼭대기에 도착한다면 아무런 요구도 꺼내지 말고 바로 해독약을 그들에게 넘겨주라고 했다. 최대한 월령안과 육장봉이 해독약을 너무 손쉽게 얻은 듯한 기분이 들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육장봉과 월령안이 항상 의심이 많은지라 그가 이렇게 한다면 두 사람은 반드시 해독약이 가짜일 것이라고 의심하여 쉽게 먹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이 마지막 해독약은 일단 약병에서 꺼내기만 하면 약효가 일각밖에 유지하지 못했다.
해독약을 꺼낸 뒤, 월령안이 일각 안에 먹지 않는다면 이 약은 약효를 잃게 되는 것이었다.
월령안은 비웃고 나서 말했다.
"당주, 한옥(寒玉)을 아세요?"
해독약을 먹은 월령안은 마음속의 돌덩어리를 내려놓은 듯한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만성 독약의 위협이 사라지니 그녀는 서역에서 걱정할 것이 없었다.
'내가 돌아간 뒤, 반드시 귀시의 사람을 찾아 따져야겠어!'
황금당 당주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
월령안이 또 물었다.
"당주, 귀시의 사람이 왜 옥룡산을 선택해 우리에게 해독약을 준 것인지 아세요?"
황금당 당주는 침묵으로 자신의 '무식함'을 감췄다.
월령안이 또 웃었다.
"당주는 아무것도 모르시나 보네요."
황금당 당주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조롱당한 기분이 들었다!
"한옥은 얼음처럼 차가우나 얼음처럼 녹지 않아요. 한옥은 시체가 천 년 동안 녹지 않게 보호할 수 있어요. 작은 한옥 덩어리도 높은 가격에 팔리죠. 당신네 황금당은…… 아니, 당신네 귀시는 아직 한옥에 평범한 알약을 담을 정도로 부유하지 않아요."
월령안은 육장봉의 손에 든 약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약병은 한옥으로 만들었죠. 당신들이 또 특별히 옥룡산을 선택했다는 것은 우리가 이 약병의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일 거예요. 하지만 아쉽게도……."
월령안은 비웃는 얼굴로 황금당의 당주를 바라보았다.
"우리 월씨 가문은 마음껏 한옥으로 약재를 담을 정도로 부유해요. 한옥은 다른 사람들에겐 희소하여 구분해 낼 수 없는 물건이지만 저한테는 그렇지 않아요. 당신들이 한옥으로 약을 담았다는 것은 이 약이 보관하기 어렵다는 거죠.
그리고 한옥은 좋으나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요. 바로 약재를 담든, 알약을 담든, 한옥 안에 오래 두면 꺼냈을 때, 금방 상한다는 거예요. 예외가 없는 한, 당신이 저에게 준 이 알약은 한옥 안에 오랫동안 넣어 두었을 거예요. 꺼내서 바로 먹지 않는다면 약효는 금방 사라질 거고요."
그녀는 일 년 내내 손불사를 도와 각종 귀한 약재를 수집했다. 손불사의 가르침을 받은 그녀는 한옥의 특이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귀시의 사람들이 한옥의 특성으로 그녀를 함정에 빠뜨렸는지 알 수 없었지만 사전에 방비해서 나쁠 것이 없었다.
"넌 역시…… 만만치 않군."
황금당의 당주는 부정하지 않았다. 비록 그도 진실을 몰랐지만.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진실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월령안의 추측이 맞았다!
황금당 당주는 월령안을 함정에 빠뜨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으나 후회되지 않았다.
그는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밖에!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옆에 꽂아 두었던 중검(重劍)을 뽑아 육장봉을 가리켰다.
"해독약을 주었으니 약속대로 저자더러 나와 겨루게 해야 한다."
월령안은 거절하지 않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목숨만 살려 주세요. 저 사람은 분명 많은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요."
육장봉은 월령안을 힐끗 보고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월령안은 내 실력에 대해 크게 오해를 하고 있구나!'
그러나 괜찮았다. 월령안이 입을 열었으니 그는 분명 해낼 것이다.
황금당 당주의 무공이 얼마나 강한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살수로서 그는 다른 사람과 정면으로 겨룰 필요가 없었다.
살수 조직의 우두머리로서 그는 직접 작전에 나설 때도 아주 드물었다. 나설 때마다 반드시 상대의 수급을 취했으며 절대 살려 주지 않았다.
그래서 여태껏 그의 실력을 아는 산 사람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감히 육장봉과 실력을 겨루겠다는 말을 꺼냈고 또 육장봉더러 최선을 다하라고 하는 걸로 보니 황금당 당주의 실력은 약하지 않을 것이다.
육장봉은 거드름을 피우지 못하고 손을 쓰는 순간 허리춤에 허리띠처럼 두르고 있었던 연검(軟劍)을 꺼냈다.
"솩"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기공이 들어가면서 낭창하고 얇았던 연검이 순식간에 곧고 날카로워져서는 섬뜩한 빛을 뿜었다.
거의 동시에 육장봉은 뛰어올라 손에 든 장연검으로 황금당 당주를 향해 찔렀다.
황금당 당주는 손을 뒤로 하여 검을 뽑은 뒤, 손을 가로로 하여 앞을 막았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장연검의 검날이 중검의 칼등에 부딪혀 깊은 흔적을 남겼다.
두 검이 마주쳤다가 바로 떨어졌다.
황금당 당주가 다시 손을 썼다. 그는 수비를 공격으로 바꾸려고 먼저 돌격했다. 그러나 육장봉은 그에게 전혀 기회를 주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육장봉의 장연검이 다시 황금당 당주의 얼굴 앞까지 돌진했다.
황금당 당주는 공세를 절반밖에 꺼내지 못하고 또 수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수동적으로 육장봉의 공격을 막았다.
수비로 바뀌자 육장봉의 검은 한 번도 황금당 당주의 몸 옆을 떠난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아주 격렬하게 싸웠다. 장연검과 중검이 마주치며 불꽃이 끊임없이 번쩍거렸다.
두 사람의 동작은 아주 빨랐다. 월령안은 누가 더 우세를 차지하는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두 사람이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는 것을 보았을 뿐이었다. 두 사람의 몸짓은 잔영처럼 빠르고 눈꽃을 휘날리며 싸우는 것이 퍽 아름다웠다.
두 사람은 눈꽃이 휘날리는 옥룡산에서 막상막하로 싸우고 있었다. 월령안의 첫 반응은 육장봉이 다칠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과 같은 최고의 고수가 설산 꼭대기, 전해지기만 해도 강호의 호방함이 느껴지는 곳에서 싸움을 하고 가령 외부인들이 돈을 내고 관람할 수 있게 한다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을 한 월령안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난 정말…… 돈에 미쳤구나!"
월령안은 이마를 가볍게 탁, 쳐서 잡생각을 날려버린 뒤, 열심히 관람하기 시작했다.
체력의 소모가 너무 큰 탓인지 두 사람은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월령안은 두 사람의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손을 쓰는 속도는 여전히 빨랐으나 모습은 더 이상 잔영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녀는 육장봉이 공격하고 황금당 당주가 수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한참을 겨뤘지만 두 사람의 공수 위치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육장봉이 황금당 당주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이 아니었다.
육장봉은 황금당 당주에 대한 경계심이 깊어 황금당 당주가 손을 쓸 기회를 주지 않았다.
황금당 당주가 살수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떠올리자 월령안은 육장봉이 왜 날카로운 기세로 황금당 당주를 누르며 그에게 전혀 기회를 주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황금당 당주는 살수였다. 그가 손을 쓴다면 반드시 사람을 죽이는 술수일 것이다.
육장봉은 그에게 손을 쓸 기회를 줄 수 없었다. 일단 황금당 당주에게 먼저 손을 쓸 기회가 생긴다면 육장봉은 수비밖에는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역시 아주 강하군!"
육장봉이 강한 기세로 오랫동안 공격했지만 황금당 당주의 방어를 뚫지 못한 것을 보고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육장봉의 실력을 크게 오해한 것이 틀림없었다.
적어도 그녀의 기억 속에서 육장봉이 사람을 죽일 때는 늘 순식간에 끝냈다. 심지어 강호 제일 고수라 불리는 무림맹주 수횡천도 육장봉의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강호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적었다.
진정한 고수는 강호 제일 고수, 강호의 십 위 안에 드는 고수 등 칭호에 연연하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녀가 주나라로 돌아가게 된다면, 강호의 십대 고수와 강호 미인의 순위를 만들어서 세상에 널리 알릴 것이다. 그렇게 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러 오게 유인할 것이고 그녀도 강호 고수들의 실력을 더더욱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월령안은 다른 생각을 하다가 생각이 무림맹으로 날아갔다. 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황금당 당주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태세를 바꾸었다. 손에 든 중검도 전혀 양보하지 않고 육장봉을 향해 돌진하여 육장봉을 날려 버렸다.
"이…… 이럴 수가!"
비록 황금당 당주가 아주 강하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육장봉이 맞아서 날아간 순간, 월령안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황금당 당주가 이제서야 손을 썼는데 살상력이 이렇게 대단하단 말이야?'
"통쾌하군! 아쉽게도 지금의 네 무기는 애용하던 긴 창이 아니라 말이야!"
황금당 당주는 한 방으로 우세를 차지했으나 멈추지 않고 기세를 타서 추격했다. 그는 육장봉에게 숨을 쉴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
육장봉이 제대로 서 있기도 전에 손에 든 중검은 육장봉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