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8화 내가 가서 보아야겠다
월령안은 벌떡 일어나 다급히 물었다.
육장봉은 은색의 옷이 잘 어울렸다. 그녀는 줄곧 육장봉에게 은색 옷을 만들어 주었다. 나중에는 그녀가 만든 것이 아니더라도 육장봉은 은색 옷을 즐겨 입었다.
대석이 대답하기 전에 월령안은 급히 손을 내밀어 옆에 있는 노파와 말했다.
"날 부축하거라. 내가 가서 보아야겠다!"
월령안의 심장이 끊임없이 쿵쾅거렸다.
만약 동굴의 사람이 황금당의 살수가 아니라면 십중팔구는 육장봉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심지어 월령안은 노파가 부축하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스스로 지탱하여 일어나 힘겹게 밖으로 뛰어가려고 했다.
"귀인 낭자, 조심하세요! 아이고……."
노파는 한 걸음 다가가서야 월령안을 부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월령안은 천막을 나가자 노파를 밀쳐 버렸다.
"육장봉!"
월령안은 땅에 누워 있는 남자를 보더니 동공이 확장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픔도 개의치 않고 날 듯이 달려가 육장봉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웃음을 지었다.
"전, 당신이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역시 육장봉이었다!
그녀는 드디어…… 육장봉을 찾았다.
월령안은 끝내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
이 이틀 사이에 그녀가 느꼈던 중압감이 얼마나 큰지 하늘만 알 것이다.
그녀는 육장봉을 찾지 못할까 얼마나 두려워했던가.
또 육장봉을 찾았을 때, 그가 이미 시체일까 봐 얼마나 두려워했던가.
다행히…….
다행히 그녀가 제때 온 덕에 육장봉을 찾았고 아직 그의 숨이 붙어 있었다!
"귀…… 아니, 월 낭자, 이 사람이 낭자가 찾으시던 사람이에요?"
뒤늦게 도착한 대석은 월령안의 반응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이 귀인은 비록 여인의 몸이었지만 기세가 아주 강했다. 전에 늑대 무리를 만났을 때도 매우 침착했다. 대석은 그녀가 이토록 경황없이 행동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월령안은 대석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힘겹게 육장봉을 안고 힘껏 육장봉의 손을 비볐다.
"물…… 아니, 먼저 눈을 가져와 이 사람의 몸을 문질러 열을 내거라."
육장봉은 온몸이 꽁꽁 얼어 있었다. 숨이 아직 붙어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육장봉이 죽은 줄로 알았을 것이다.
"아, 아…… 여기요! 여기요!"
대석은 설용국의 사람이었다. 그는 꽁꽁 언 사람에게 어떻게 구급 조치를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동굴에서 파낸 사람이 월령안이 찾던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한 대석 등 몇몇은 숨기지 않고 스스로 제작한 약초와 화주를 꺼냈다. 화주를 끓인 뒤, 약초에 화주를 묻혀 육장봉의 몸을 문질렀다. 그리고 월령안이 하던 일을 넘겨받았다.
"월 낭자, 사람을 우리에게 주세요. 우리는 힘이 세고 모두 남자니 훨씬 편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월령안은 거절하지 않았다.
기술도 전공이 있었고 사람마다 능한 일이 있었다. 꽁꽁 언 사람을 구하는 데는 대석 등 사람들이 그녀보다 능할 것이다. 그리고 여인인 그녀가 육장봉의 온몸을 문질러 주는 것도 적합하지 않았다.
비록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육장봉은 칼산과 불바다를 뚫고 온 사람답게 대석 등 사람들의 구급 조치를 받자 반 시진도 안 되어 깨어났다.
육장봉이 깨어나서 자기의 처지를 묻지도 못했는데 대석 등 사람들이 월령안을 불러왔다.
"월령안!"
육장봉은 월령안은 바라보며 놀라기만 할 뿐, 기뻐하지 않았다.
"당신이 왜 여기 있소?"
월령안은 기대와 기쁜 마음을 가득 안고 걸어왔다. 그러나 들어오자마자 육장봉의 싸늘한 얼굴과 질문에 마주하자 가득 있던 열정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당신이 오는데 제가 오면 안 되나요?"
'육장봉은 이게 무슨 뜻이지? 날 봐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말인가?'
육장봉은 비록 몸이 얼어 굳어졌지만 의식만은 또렷했다. 그는 바로 알아챘다.
"염명경 귀시의 사람들이 당신을 이곳에 오게 한 것이오?"
월령안은 육장봉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먼저 대석 등 사람들을 쫓아냈다.
"너희들 먼저 나가거라. 여기는 내가 있으면 된다."
대석 등 몇몇은 월령안을 바라보다가 또 육장봉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두 사람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감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외부인이 사라지자 월령안도 육장봉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육장봉의 가슴팍을 세게 찍으며 말했다.
"저더러 여기에 왜 있냐니요? 제가 만약 오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얼어 죽었어요. 아세요?"
"장난하지 마시오."
육장봉은 고통에 신음 소리를 내더니 월령안의 손을 잡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몸은 문질러진 탓에 화끈거리고 아팠다. 월령안이 그렇게 찌르니 정말 불에 기름 붓는 것처럼 아파왔다.
"장난은 당신이 쳤지! 제가 몇 번을 말씀드렸어요! 염명경 귀시의 사람은 절대 절 죽게 놔두지 않는다고요! 제가 만약 죽으면 귀시도 끝장나는 거라고요! 제가 몇 번을 말씀드렸어요? 급하게 굴지 말라고, 정말 그러지 말라고……. 당신은 왜 그렇게 멍청하세요? 그들이 당신더러 옥룡산에 오라고 했다고 바로 오게!"
월령안의 입은 욕을 했지만 육장봉의 목소리가 쉰 것을 보고 가장 먼저 물을 따라 주었다.
육장봉은 받아 들지 않고 고개를 숙여 월령안의 손으로 물을 다 마셨다.
물을 마신 뒤에야 그는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월령안의 눈 아래에 멍이 들고 입가에 딱지가 앉은 것을 보고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도 왔잖소!"
"제가 왜 왔는지 정말 모르세요?"
'화가 나는군! 육장봉이 내 말을 듣지 않고 고집스럽게 옥룡산으로 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런 모험을 했을 리가 있겠어?'
이곳은 춥고 가난한 곳이라 육장봉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평생 오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도 당신과 같소."
월령안 때문에 위험이 있을 줄 뻔히 알면서도 그는 왔던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이 월령안의 목숨을 주무르는 것이 싫었다.
"그건……."
월령안은 '이게 어떻게 같아요?'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말이 입가에서 맴돌기만 할 뿐,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육장봉을 걱정하는 마음과 육장봉이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은 같았다.
"당신은 정말 말로 못 이기겠네요!"
월령안은 화를 버럭 내더니 딱지가 벌어졌다. 그녀는 화가 나나 말을 못 하자 육장봉을 힘껏 흘겨보고 고개를 홱 돌렸다.
육장봉은 가볍게 웃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난 당신을 여기서 봐서 정말 기쁘오."
"전 당신을 여기서 본 것이 전혀 기쁘지 않아요!"
월령안은 발버둥 쳤으나 밀쳐내지 못하자 퉁명스럽게 육장봉을 깨물었다.
"이 며칠간 당신을 찾느라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세요? 제가 산허리에서 시체를 파낼 때마다 얼마나 두려웠는지 아세요? 산허리에서 몸싸움 흔적을 발견하고 황금당의 살수들을 발견하면서 전 당신을 찾게 되기를 바랐어요. 그러나 또 당신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될까 봐 두려웠어요. 최근 이틀 동안 전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고요. 당신이 그 마음을 아세요?"
"날 믿었어야지!"
육장봉은 월령안을 더욱 힘껏 끌어안았다. 이번에 월령안은 발버둥 치지 않고 얼굴을 그의 품에 묻었다.
"전 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싸움을 잘한다는 것도 알아요. 그러나 여기는 설산이에요! 그것도 금방 눈사태가 일어난 설산이라고요! 육장봉, 제가 어찌 걱정을 하지 않겠어요?"
얼굴을 육장봉의 품에 파묻은 그녀는 누구도 그녀 얼굴의 두려움과 눈물을 보지 못하자 더는 참지 않고 마음껏 울음을 터뜨렸다.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신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아요. 당신더러 가는 곳마다 승리하고 이기지 않은 적이 없는 전신(戰神)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당신은 정말 신인가요? 아니요! 육장봉! 당신은 신인 적이 없어요. 당신은 사람이에요!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라고요! 전 이 점을 잘 알아요. 그래서…… 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아시겠어요?"
이 세상에서 정말로 신인 사람은 없었다.
그들 모든 사람은 피와 살이 있는 보통 사람이었다.
육장봉은 무공이 강하니 그가 아무리 많은 살수를 상대해도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자연재해와 마주한다면?
마치 이번과 같은 눈사태 앞에서 육장봉처럼 강한 사람이라도 반격할 힘이 없다.
심지어 그녀가 제때 오지 않았더라면 육장봉이 동굴에 떨어져 눈사태에서 도망쳤다 한들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육장봉, 목숨은 하나뿐이에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요. 아시겠어요?"
월령안은 흐느끼며 말했다.
그녀는 이번에 너무 놀랐던 것이다.
그녀는 두려웠다. 그녀의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분명 계화떡(桂花糕)과 머리 장식을 사서 돌아오겠다고 그녀와 약속하고는 마지막에 싸늘한 시체 두 구로 돌아왔다. 그녀는 육장봉이 아버지와 오라버니처럼 주검으로 돌아올까 봐 두려웠다.
그녀의 어머니는 분명 그녀가 자라서 시집가 애를 낳는 것까지 보겠다고 하고는 그녀가 다 자라기 전에 그녀를 버렸다. 그녀는 육장봉이 어머니처럼 자기를 버릴까 봐 두려웠다.
노인은 분명 평생 그녀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하고는 마지막 순간이 오자 궁에 들어가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 그녀는 육장봉이 노인처럼 다시는 그녀를 만나지 않는 존재가 될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이미 부모를 잃었고 그녀를 아끼는 오라버니도 잃었다. 그녀는 더 이상 육장봉을 잃을 수 없었다.
가슴팍이 축축해지는 것이 느껴지자 육장봉은 묵묵히 고개를 돌리며 차마 월령안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그가 조심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는 눈사태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월령안은 아주 슬프게 울었다. 육장봉은 여러 번 입을 달싹이며 월령안을 위로하고 싶었으나 뭐라고 말할지 몰랐다. 결국 그는 가볍게 월령안의 등을 다독이며 소리 없이 달랬다.
그러자 월령안은 곧 잠이 들었다.
육장봉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의 품에 엎드려 울다가 잠이 든 여인을 바라보며 육장봉은 황당하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월령안이 자기를 유모 취급하니 황당했고 월령안이 이 며칠간 '마음을 졸였'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옥룡산은 서역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었고 기후는 열악했다. 연약한 소녀인 월령안은 물론, 그조차도 오는 길 내내 몹시 고생스러웠다. 소녀인 월령안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바보 월령안, 편하게 자시오."
조심스럽게 월령안에게 편한 자리를 맞춰 준 뒤, 월령안 얼굴의 눈물 자국을 보자 육장봉은 고개를 숙여 월령안의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월령안의 소매에서 손수건을 꺼내 가볍게 그녀 얼굴의 눈물 자국을 닦았다.
이 모든 것을 마친 육장봉은 또 월령안을 꼭 끌어안고 가볍게 그녀의 등을 두드려 월령안이 편히 잠들게 했다.
월령안은 아주 긴 잠을 잤다. 그녀는 날이 밝고 나서야 깨어났다. 그리고 월령안이 자는 내내 육장봉은 그녀를 안고 다독여 주었다.
월령안이 깨어나 육장봉이 자기를 안고 다독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멍해졌다.
"당신 설마 안 주무셨어요? 계속해서 절 달랬던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