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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77)화 (777/1,004)

777화 살아남은 사람

그들은 이미 산허리의 눈을 치웠다. 대석 등 사람들은 더 이상 움직일 기운이 없었다. 일행은 산허리에서 불을 피우고 천막을 세웠다.

이미 날이 밝은 뒤였다.

설산에서는 그 어느 때라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대석 등 사람들은 지킬 사람을 안배하고 나서야 쉬러 갔다.

그때 월령안은 쉬려고 앉기는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늑대다! 늑대 무리가 있다! 어서…… 일어나, 늑대 무리가 있다!"

마을 사람들의 고함 소리와 함께 늑대 무리의 전투를 시작하는 울부짖음이 들렸다.

아우…….

월령안은 가장 먼저 훌쩍 뛰어올라 비수를 꼭 쥔 채, 천막을 나갔다.

천막을 나가자, 활을 들고 늑대 무리와 싸우고 있는 대석 등 사람들이 보였다.

그러나 한눈에 월령안은 대석 등 사람들이 늑대 무리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대석 등 사람들이 너무 약한 것이 아니라 늑대 무리가 너무 강했다.

그들을 공격하는 늑대 무리는 족히 스무 마리는 되어 보였다. 그리고 늑대마다 야위어서 피골이 상접했다. 우두머리인 늑대 몇 마리의 몸에는 상처도 있었다.

이 늑대들은 너무 굶주려 더 버틸 수 없는 상태였다.

늑대들은 바로 먹지 못하면 이 눈밭에서 죽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이 늑대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굶주린 늑대들은 절대 그들을 놔주지 않을 것이다.

대석은 족인을 데리고 늑대 무리와 결투를 벌였다. 그는 월령안이 나온 것을 보자 소리를 높여 고함을 질렀다.

"이주(二柱), 전자(栓子)야, 너희 둘의 발걸음이 빠르니 귀인 낭자를 모시고 안전한 곳으로 가거라!"

대석도 그들이 이 늑대 무리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석은 쉬지 않고 활을 당겨 화살을 쏘며 늑대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았다. 동시에 잊지 않고 월령안과 말했다.

"낭자,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늑대 무리를 잡을 테니 낭자는 무사히 산을 내려갈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요. 낭자가 우리 마을 사람을 모두 데려가기만 해 줘요!"

그러나 월령안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거절했다.

"난 안 간다!"

그녀는 아직 육장봉을 찾지도 못했는데 어디를 간다는 말인가?

대석은 급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는 늑대가 자기를 향해 덮치는 것을 보고 재빨리 화살을 쏘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계속해서 설득했다.

"귀인 낭자, 우리가 지금…… 으악!"

바로 이때, 눈밭에 숨은 흰 늑대 한 마리가 갑자기 눈밭에서 뛰어나와 대석을 덮쳤다.

"대석, 조심해!"

"대석아!"

늑대와 격투를 벌이던 마을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놀라고 겁을 먹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대석을 도우러 가고 싶었으나 그들도 늑대들에게 잡혀 몸을 뺄 수 없는 상태였다. 조금만 정신이 팔려도 늑대의 발에 긁혀 다치기 일쑤였다.

눈밭에 숨은 흰 늑대는 뛰는 재주가 놀라울 정도였다. 훌쩍 뛰어올라 대석을 덮쳐 땅에 누르고 시뻘건 입을 쩍 벌리고 대석의 목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으악……!"

대석의 몸부림은 흰 늑대 앞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

"대석!"

마을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게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자신이 대신 당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흰 늑대가 곧 대석의 목을 물어뜯으려는 순간, 은색 빛이 흰 늑대에게 날아들었다.

"슉!" 하는 소리와 함께, 마을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는데 시뻘겋게 입을 벌리던 흰 늑대가 제자리에 굳어진 것을 보았다. 날카로운 이빨이 이미 대석의 목을 물었지만 뜯지는 않았다.

사람들, 늑대의 입 아래에 있던 대석도 멍해졌다.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고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월령안은 비수를 쳐들고 흰 늑대에게 뛰어가며 화가 나 크게 꾸짖었다.

"멍하니 뭐 하는 거야? 죽이지 않고!"

'이 사람들은 전투 감각이 전혀 없나? 지금이 멍을 때리고 있을 때야? 만약 육장봉이 거느리던 병사들이었다면……. 아니지, 육장봉의 병사들은 이런 질 낮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겠지. 십이처럼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야!'

"아아아…… 맞아, 죽여, 대석아, 어서 죽여!"

누군가 정신을 차리고 대석을 재촉했다. 그러나…….

대석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월령안이 비수를 들고 뛰어와 한 번에 흰 늑대의 머리를 베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늑대 머리가 대석의 몸에 떨어져 굴렀다.

순간, 선혈이 솟구치더니 대석의 얼굴과 월령안의 몸에 잔뜩 튀었다.

"아우!"

피비린내에 늑대 무리는 흥분했다. 우두머리 늑대는 월령안에게 숨을 돌릴 시간을 주지 않고 다시 한번 전투를 시작하는 울음소리를 냈다.

월령안은 손을 들어 얼굴을 훔쳤다. 우두머리 늑대가 뒷발로 땅을 차더니 훌쩍 뛰어올라 그녀를 덮쳤다.

월령안은 아주 빠르게 암기를 쏘았다. 그러나 월령안이 조준을 잘못한 것인지 아니면 우두머리 늑대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인지 월령안의 암기가 빗나갔다.

늑대가 덮쳐 오려고 하자 월령안은 머뭇거리지 않고 비수를 들어 맞섰다.

바로 이때, 늑대의 입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대석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늑대가 월령안을 덮치려는 순간, 그는 벌떡 일어나 뛰어올라 월령안을 밀쳤다.

"귀인 낭자, 조심하세요!"

퍽…….

월령안은 경사진 언덕에 서 있었다. 전혀 준비가 없던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비수를 놓쳤다. 동시에 그녀도 땅에 넘어져서는 계속해서 굴러떨어졌다.

'젠장!'

아래로 굴러가는 순간, 월령안은 욕설을 퍼부을 뻔했다.

그녀는 늑대가 아니라 자기 사람 손에 죽게 생겼다.

월령안은 이를 악물고 한 손으로는 머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는 눈밭을 잡으며 뭐라도 잡아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운이 나쁜 탓인지, 아니면 운이 너무 좋아서인지 그녀가 굴러떨어지는 길에는 아무런 장애물도, 날카로운 물건도 없었다.

그녀는 두 눈 멀쩡히 뜨고 끊임없이 아래로 구르는 수밖에 없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동굴에 떨어지기 전까지…….

땅에 떨어지는 순간, 몸 아래가 푹신한 느낌이 들자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운은 괜찮은 편이었다. 이 동굴은 깊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닥에 '푹신한 방석'까지 있어 그녀는 떨어져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또 대석 등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니 그들은 자기들이 죽더라도 그녀를 무사히 산에서 내려가게 보호할 것이다. 그녀가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줄 것이라고 믿고 절대 그녀를 모른 척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이러다 보니 그녀는 자기가 혼절한 뒤, 대석 등 사람들이 그녀를 내버려 둘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녀는 더 이상 억지로 버틸 필요가 없었다.

생명의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신한 월령안은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고 기절했다.

* * *

월령안이 깨어난 곳은 천막 안이었다. 몸의 상처도 다 치료가 된 뒤였다.

월령안이 움직이자 그녀를 보살피던 노파가 발견하고 다급히 외쳤다.

"귀인이 깨어났다. 귀인께서 깨어나셨어!"

노파는 월령안을 보살피라고 대석이 특별히 데려온 사람이었다. 다만 월령안이 아주 독립적이라서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 없었다. 이렇게 다치고 나서야 노파는 비로소 도움이 되었다.

대석 등 사람들은 아주 빨리 다가왔다. 월령안이 무사한 것을 보고 다들 매우 기뻐했다.

그들은 온 가족의 목숨과 미래를 모두 월령안의 몸에 걸었다. 그들은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월령안에게 일이 생겨서는 안 되었다.

"내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지? 내가 기절한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월령안은 깨자마자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쉴 여유가 없이 깨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대석이 입을 열었다.

"귀인 낭자……."

"날 월 낭자라고 부르면 된다!"

같이 생사를 겪은 사이였다. 월령안도 그들에게 약간의 믿음이 생겼다.

"네, 월 낭자!"

대석은 기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지른 뒤에야 자기의 반응이 과했다는 것을 느끼고 검은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이 어색함을 깨려고 대석은 급히 말했다.

"그……. 월 낭자, 낭자는 두 시진 동안 기절해 있었습니다. 낭자가 기절한 뒤, 우리…… 우리는 작은 '희생'을 하여 늑대 무리의 시선을 돌리고 낭자를 찾으러 떠났습니다. 산허리의 그 곳은 늑대 무리에게 차지 당해 우리는 감히 돌아가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작은 '희생'이라니?"

월령안은 대석 등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들의 몸에는 비록 상처가 있었으나 전혀 슬퍼 보이지 않자 월령안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인가? 이 작은 '희생'이란 적은 사람을 희생하여 늑대 무리에게 먹이로 남겨 주고 시간을 끈 게 아니라는 건가?'

대석이 고개를 떨구고 조금 불편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

"우리가 파낸 그 시신 몇 구를 늑대 무리에게 던져 주었습니다! 그 늑대들도 배가 많이 고팠는지 먹이가 생기자 더는 우리를 쫓지 않았어요."

늑대는 영리한 동물이었다. 대석 그들이 만만하지 않은 데다가 먹이까지 있자 당연히 그들에게 죽을 듯이 매달리지 않았다.

다만, 사람 시체를 늑대에게 먹이는 일은 어딘가 몰인정해 보였다. 그들은 이 귀인 낭자가 그들이 너무 잔인하다고 느끼며 언짢아할까 걱정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두 시진을 생각했지만 별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자 한참 의논을 거친 뒤, 사실을 말하기로 결정했다.

말을 마친 대석은 불안한 얼굴로 월령안을 바라보며 월령안이 그들을 잔인하다고 질책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뜻밖에도 월령안은 웃으며 한마디만 했다.

"잘했어. 공로로 쳐 주지."

'아까의 그 상황에서는 나조차도 황금당 쓰레기들의 시체를 이용할 생각을 못 했는데 대석 이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다니. 이건 나쁘지 않군.'

대석은 잠깐 멍해졌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 낭자, 우리가 아주 나쁘고,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너희들도 날 구하기 위해서 한 선택이 아니었잖느냐?"

'이 사람들은 나한테 무슨 오해가 있는 게 아닐까? 내가 성인(聖人)으로 보이나? 난 악마다! 황금당의 그 살수들은 진작에 죽었어. 게다가 만약 살아 있었더라도 나는 그들을 늑대에게 먹이로 던져 줄 수 있었다.'

"후……."

두 시진 동안 마음속을 짓누르고 있던 돌덩이를 내려놓자 대석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귀인께서 우리를 꺼리지 않으면 됩니다."

대석은 마음속의 짐을 벗어 던지고 나니 또 보고할 일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는 다급히 말했다.

"아 참, 귀인 낭자, 우리가 동굴에서 낭자를 찾았을 때, 한 사람이 더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온몸이 얼어서 굳어졌지만 숨이 붙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도 함께 데려와 밖에 두었습니다. 보실래요?"

"그 사람도 검은 옷차림에 허리춤에 황금 장식이 있느냐?"

대석에게서 동굴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은 월령안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녀가 굴러떨어질 때 정신이 멀쩡했다. 설령 보지 못했더라도 그녀의 밑에 누군가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대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 사람은 하얀색인 듯하나 하얀색이 아닌 옷을 입고 있었어요."

"하얀색인 듯하나 하얀색이 아니라고? 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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