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3화 사라진 육장봉
병기 거래를 포기하는 것은 아주 힘들었다. 그러나 결정을 한 이상, 월령안도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돈을 벌 방법이 많고도 많았다. 병기 장사가 손해 볼 것은 이미 정해진 상황이었다. 그녀는 병기의 장사에 집착하고 싶지 않았다.
정 관리인 등 사람들의 후사를 안배한 뒤, 월씨 상사의 사람들더러 새 화물을 서역으로 운반해 오라고 시켰다.
서역은 아직도 혼란스러웠다. 각 나라에서는 병기뿐만 아니랴 양식도 부족했다.
병사와 군마가 움직이기 전에 양식이 먼저 움직여야 하는 법.
양식이 없어 배불리 먹지 못한다면 병사들이 어찌 전쟁을 치를 수 있을까?
병기에 비했을 때, 양식 사업의 이윤은 더욱 얄팍했다.
그러나 육장봉이 강도를 토벌한다면 서역 쪽의 길은 많이 안전해질 것이다. 그녀가 길에서 드는 돈을 잘 절약한다면 적지 않게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육장봉이 병사를 데리고 강도를 토벌하러 간 기간 동안에도 월령안은 한가하게 보내지 않고 서역에 분포된 월씨 상사의 구조를 다시 조절했다.
서역을 다시 한번 돌아다닌 월령안에게는 많은 서역의 정보가 있었다. 상 관리인도 끊임없이 그녀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서역 여러 나라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다.
월령안은 월씨 상사의 상황과 서역 각 나라의 상황을 결합하여 상업 계획을 새롭게 정리했다.
월령안도 잘난 척하지 않고 새로운 상업 계획을 만든 뒤, 관리인들을 불러 의논했다.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충했다. 월령안은 새로 작성한 상업 계획을 상사에서 새로 파견한 안(安) 관리인에게 넘겨 그가 책임지게 했다.
월씨 상사가 서역에서 본 손해를 보완하려고 월령안은 무려 닷새 동안이나 바삐 보냈다. 일을 마친 그녀는 그제서야 이 닷새 동안 육장봉이 전혀 소식을 보내오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월령안은 퍽이나 걱정이 되었다.
"대장군께서 강도를 토벌하는 것이 순조롭지 않은 것이냐?"
"큰아가씨께 아룁니다. 우리가 강도들 중에 심은 첩자는 진작에 철수했습니다. 대장군의 관리가 극히 엄한 탓이 강도 측의 소식은 우리 사람들이 알아낼 수 없습니다."
월령안은 비록 육장봉이 강도를 토벌하는 일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하지 않았으나 월씨 상사의 사람들은 줄곧 이 일을 주목하고 있었다.
육장봉의 말 한마디에 그들의 큰아가씨는 손에 곧 들어올 이익을 포기한 것은 물론이고 무뢰국을 달래기 위해 월씨 상사에서 또 거금을 쓰게 했다.
월씨 상사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한 적이 없었다. 그들은 육장봉이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어 그들의 큰아가씨가 손에 다 들어온 이익을 포기했는지 알아야 했다.
그러나 감시하던 월씨 상사의 능구렁이 같은 관리인들은 우울증이 올 뻔했다!
육장봉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내서가 아니라 그들은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인들은 원래부터 소식에 빨랐다. 그들 월씨 상사는 서역에서 아무리 못해도 거의 반 정도는 지박령이라고 봐야 하는데 그런 그들 조차도 도저히 육장봉이 병사들을 데리고 뭘 하는지 알아낼 수 없었다.
겨우 육장봉 일행의 종적을 발견한 첩자는 감시를 시작하지도 못했는데 병사들의 대장에게 걸리고 말았다.
걸리기만 했다면 스스로 그들보다 못한 것을 인정하고 굴복하겠으나 그 병사들은 밉살스럽게 행동했다. 그들더러 능력이 없다고 놀리며 큰아가씨의 체면을 봐서 애써 져 주려고 했는데도 안 된다고 놀렸다.
놀리기만 했을 뿐만 아니라, 그 병사들은 큰아가씨를 도와 첩자들을 키워 준다는 이유로 사람을 풀어 주고 자기네들을 감시하게 한 뒤, 또 잡아들였다!
다시 잡은 뒤, 그들의 부족한 점을 일일이 나열해서 알려 주고 또 풀어 주고 첩자들이 계속해서 감시하게 했다. 그리고 나서 또 잡아들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몇몇 첩자들은 미칠 지경이었다.
육가군을 감시하던 몇몇 첩자들은 돌아온 뒤, 얼이 빠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는 첩자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요강 비우는 일을 하더라도 첩자 일은 안 하겠다고 했다. 자기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관리인도 처음에는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그들이 이 며칠간 겪은 일들을 일일이 말해 주자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 병사 대장들은 너무나도 악랄했다.
사람을 죽여도 정도가 있는데 그 병사 대장들은 사람 마음까지 죽인 것이었다.
월령안은 자기의 수하가 그녀 몰래 육장봉의 사람과 겨룬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관리인의 말을 듣고 더욱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소식이 전혀 없느냐? 그 강도들의 행방도 모르는 것이냐?"
관리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
"서역 땅이 크지도 않은데 이렇게 여러 날 지나도록 아무 소식도 없을 리가 없다. 너희 정말 사람을 파견하여 알아본 것이 맞느냐?"
월령안은 의심의 눈길로 관리인을 바라보았다.
관리인은 마음속의 고충을 차마 말로 하기 힘들었다.
"큰아가씨, 육 대장군의 통치가 삼엄하여 저희 사람들은 정말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들은 사람을 파견하여 알아보게 했을 뿐만 아니라 감시까지 하라고 했다. 그런데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양측은 같은 급이 아니었다. 그들의 사람은 상대가 아예 되지 못했다.
"계속해서 감시하게 하거라. 육 대장군의 일을 알아낼 수 없다면 강도들의 소식이라도 알아보거라."
강도를 토벌하는 일은 큰일이었다. 아무런 기척도 없을 수가 없었고 아무런 소식도 새어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 큰아가씨!"
관리인이 생각해 보니 닷새나 지났으니 강도들의 소식은 알아내기 쉬울 것 같아 바로 응했다.
그러나 관리인은 바로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관리인은 직접 사람들을 데리고 사흘 동안 강도들의 소식을 알아보았으나 아무것도 알아낸 것이 없었다.
육장봉 일행이든, 강도들이든, 마치 증발한 것처럼 발자취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큰일 났구나!'
관리인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는 가볍게 생각할 수 없어 그날 밤 길을 재촉하여 무뢰국으로 돌아와 이 소식을 월령안에게 알렸다!
"사람이…… 사라져?"
월령안은 사흘이나 기다렸지만 그렇게 기다린 것이 이런 소식이자 역시 깜짝 놀랐다.
"언제 사라진 것이냐? 사람을 시켜 감시하지 않았느냐!"
월령안은 믿지 않았다.
자기의 수하가 어떤 사람들인지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 노장들은 손해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렇게 큰 손해를 보고도 그들이 사람을 시켜 육장봉을 감시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큰아가씨께 아룁니다. 육 대장군께서 떠나시자마자 우리는 바로 사람을 파견하여 감시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람들이 아무리 은밀하게 숨고 변장해도 그들 병사 대장들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우리 사람들은 사흘만 감시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육 대장군 일행의 종적을 놓쳤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관리인도 창피한 것이 없어 사실대로 말했다.
월령안은 냉소를 지었다.
"그 말은 육 대장군 일행이 무려 닷새나 실종된 뒤에야 너희들이 발견했다는 것이냐?"
"네!"
관리인은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점에서 그들은 확실히 무능했다.
그러나……. 됐다, 무능한 것은 무능한 것이었다. 하는 수 없었다.
"너희들…… 됐어!"
월령안은 손가락으로 관리인을 가리켰다. 그러나 한참 뒤, 또 씩씩거리며 손을 거두고 이를 악문 채, 말했다.
"염명경 귀시의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거라. 내가 그들과 의논할 것이 있다고!"
'내가 경솔했어! 난 육장봉이 못하는 게 없다고만 생각했지, 여기는 주나라가 아닌 서역이라는 것을 잊고 말았어. 그것도 염명경 귀시가 있는 서역.'
염명경 귀시의 사람들 손에는 그녀가 필요한 해독약이 있었다. 그녀는 그들의 협박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으나 육장봉은 아니었다!
염명경 귀시의 사람들은 전부터 월령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월령안이 그들에게 연락을 하자마자 염명경 귀시 사람들은 장소를 대며 월령안더러 직접 육장봉을 데려가라고 했다.
그리고 반드시 월령안 혼자만 가야 한다고 했다.
육장봉에게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월령안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정작 이 소식을 듣자 여전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육장봉 이 바보!'
월령안은 손에 든 편지를 구겼다. 그녀의 눈시울은 빨개졌고 손등의 실핏줄이 튀어나왔다.
육장봉이 그녀를 위해서 염명경 귀시의 계략에 빠졌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무려 닷새였다!
'육장봉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데 염명경 귀시의 사람이 나더러 육장봉을 찾아가라는 편지를 보냈다는 것은……. 육장봉은 분명 살아 있을 거야!'
여기까지 생각한 월령안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손을 풀었다. 그리고 일어나 엄격하고 신속하게 상사의 사람들과 말했다.
"너희들이 서역에서 해야 할 일은 이미 안배해 두었다. 앞으로 너희들은 내가 안배한 대로 일을 하면 된다. 무슨 일이 생긴다면 상 관리인을 찾아가거라. 오늘 이후로 그가 서역에서 월씨 가문 상사가 할 모든 업무를 맡는다. 그의 명령은 곧 나의 명령이다!"
상사의 사람들은 조급해졌다. 그들은 다급히 설득하려고 했다.
"큰아가씨, 안……."
"듣고 싶지 않다. 너희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월령안은 손을 들어 사람들의 말을 잘랐다.
귀시의 사람이 그녀더러 홀로 오라고 한 것으로 보아 좋은 마음을 먹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육장봉이 그들의 손에 있다는 것도 분명 사실일 것이다!
그녀는 반드시 가야 했다. 마치 귀시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품은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해독약을 위해 여전히 귀시의 사람을 찾아갔던 육장봉처럼.
육장봉이 그녀를 걱정했던 것처럼 그녀도 육장봉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네, 큰아가씨!"
월씨 상사의 몇몇 관리인은 수심에 잠긴 얼굴로 걱정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단호한 월령안을 보자 감히 더는 말을 하지 못했다.
월령안의 아래에서 수년간 일을 했으니 그들은 월령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월령안은 결정을 했으면 쉽사리 흔들리지 않았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월령안의 결정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들은 육장봉이 아니었다.
역시 다음 날 아침 일찍, 월령안은 작별도 고하지 않고 홀로 설용국(雪龍國)으로 떠났다.
염명경 귀시가 알려 준 위치가 바로 설용국의 옥룡산(玉龍山)이었다.
설용국은 크지 않았으나 지리와 환경이 특이했다.
설용국은 서역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었다. 일 년 내내 눈으로 뒤덮여 있어 아주 추웠다. 말 그대로 설성(雪城)이었다.
옥룡산은 설용국에서 가장 높은 설산이었다. 옥룡산의 눈은 사람이 묻힐 정도로 두텁다는 말이 있었다.
염명경 귀시의 사람이 월령안에게 옥룡산으로 가서 육장봉을 데려가라는 것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 일은 육장봉의 안위가 걸려 있는 일이었다. 상대에게 음흉한 속내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월령안은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옥룡산은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니었다. 육장봉이 옥룡산에서 머무는 기간이 하루라도 지체되면 그만큼 더 위험했다.
그녀는 반드시 최대한 빠르게 설용국의 옥룡산으로 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