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2화 장사꾼의 감정
월령안은 더 좋은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을 천 명 살해하고 스스로도 팔백 명 손해 보는 길을 선택했다.
그는 월령안더러 침착하게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월령안이 아니었다.
월령안의 서러움을 그가 대신 겪은 것이 아니었다.
월령안은 이미 오랫동안 참았는데 계속해서 참으라고 한다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월령안은 육장봉을 바라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오랫동안 대답이 들리지 않아도 월령안은 실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덤덤하게 일어나 평온하게 말했다.
"육장봉, 이미 쏜 화살은 돌아오지 않는 법이죠. 전 후회하지 않아요! 전 손을 쓴 것을 후회하지 않고 강도와 협업한 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전 제가 한 모든 결정을 후회하지 않아요!"
그녀는 그녀가 한 모든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녀 스스로 택한 길이면 그 길이 가시밭길이어서 가는 걸음마다 그녀를 피투성이에 상처투성이로 만들어도 그녀는 꿋꿋하게 걸어갈 것이다!
말을 마친 월령안은 육장봉을 힐끔 보고는 돌아서서 막사로 걸어갔다. 육장봉을 모닥불 옆에 남겨 둔 채.
월령안이 떠난 뒤, 월씨 상사의 사람들도 각자 떠나갔다. 모닥불 옆에는 육장봉 한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불빛이 육장봉의 얼굴에 비추어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에 깊이를 더했다.
그러나 지금 이것을 감상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육장봉은 홀로 있다가 손을 들어 '딱' 소리를 내었다.
암위가 바로 모습을 드러내더니 육장봉에게 예를 올렸다.
"대장군!"
"폐하께 전갈을 하거라. 이 일은 사막 강도의 짓이니 내가 병사들을 데리고 모조리 강도를 없애 버리겠다고!"
강도의 짓이니 강도의 선에서 끝내는 것이 좋았다.
월령안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그는 두려웠다.
그는 만에 하나라도 월령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웠다.
암위는 명령을 받고 떠나갔다.
육장봉은 여전히 모닥불 옆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막사 안에서 월령안은 불빛을 통해 육장봉이 암위를 불러낸 것을 보았다.
그녀는 육장봉이 암위와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으나 짐작이 갔다.
그녀는 그 사람들의 행방을 강도에게 알렸을 때, 이미 육장봉의 반응도 예상했었다.
육장봉은 그녀가 보복하는 것을 저지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이미 보복을 해 버린 상황이라면 육장봉은 절대 그녀를 팔아넘기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그녀를 도와 마무리를 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예상했었고 육장봉의 반응도 그녀의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그녀는 왜 기쁘지 않은 걸까?
월령안은 두 손으로 얼굴을 막고 숨죽여 울었다.
상인은 이익을 중히 여기고 이별을 가볍게 여기는 법.
그녀는 자기가 가장 싫어하던 모습이 되어 버렸다.
육장봉이 대놓고 말을 하자 월령안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또 내숭을 떨며 육장봉이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의 말도 하지 않았다.
육장봉이 있는 이상, 그녀는 정면으로 황제와 싸울 필요가 없었다.
마치 육장봉이 말한 것처럼, 지금의 그녀는 황제의 상대가 될 자격도 없었다. 정면으로 싸운다면 그녀는 손해만 볼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월령안이 먼저 육장봉을 찾아갔다.
"당신, 병사를 거느리고 강도를 토벌하러 갈 거죠?"
시간을 계산해 보니, 남은 이백 명도 이미 서역에 들어왔을 시간이었다.
정예병 이백 명이 손에 있다면 한낱 강도는 물론이고 서역의 한 소국이라 해도 육장봉의 능력으로는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그렇소."
육장봉은 아직도 월령안에게 화가 난 상태였다. 그는 그저 도도하게 대답만 할 뿐, 월령안을 보지도 않았다.
월령안의 시선에 실망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금방 사라졌다. 그녀는 같은 어조로 물었다.
"협력하지 않으실래요?"
그녀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니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협력? 어떻게 협력하자는 것이오?"
육장봉은 시선을 들어 월령안을 힐끗 쳐다보았다. 싸늘한 그의 시선에는 전처럼 온기와 총애가 담겨 있지 않았다.
"서역의 강도는 많고도 복잡해요. 그들은 고정된 처소가 없고 행적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제가 그들의 종적을 알아낼 수 있어요. 그리고 제가 서역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천 명 이상이에요. 제가 당신에게 협조하여 강도가 도망치지 않도록 강도를 포위할 수 있어요."
서역은 허허벌판이라 사방이 모두 뚫려 있었다. 강도들은 육장봉의 사람을 이기지 못할 수도 있었으나 도망치려면 아주 쉬웠다.
열 배의 병력이 있다면 포위하라.
육장봉의 이백 명은 포위하기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와 협력한다면 양쪽이 모두 유리했다.
"만약 내가 필요 없다고 한다면?"
육장봉은 어둡고 진지하게 말했다.
월령안은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각자 알아서 하죠!"
"각자 알아서 하자고?"
육장봉은 오른손으로 탁자를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는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압박감을 풍기며 말했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오?"
"네!"
월령안은 피하지 않고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시선을 마주했다.
육장봉은 또 앞으로 몸을 더 기울였다.
"만약 내가 당신더러 포기하라고 한다면?"
"꼭 이래야 하나요?"
월령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육장봉의 강압적인 기세는 그녀가 압박감을 느끼게 했다. 그녀의 몸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젖혀졌다.
"꼭 이래야 하오!"
'날 위해서라도 포기해 줄 수는 없는 거요?'
육장봉은 뚫어지게 월령안을 바라보며 월령안의 대답을 기다렸다.
월령안을 육장봉을 바라보며 입을 약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육장봉도 월령안의 대답에 집착하지 않았다. 한참 기다렸지만 월령안이 입을 열지 않자 그는 몸을 일으킨 뒤, 밖으로 걸어갔다.
육장봉은 심장이 아릿하게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런 방법밖에는 생각해낼 수 없었다. 월령안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설령 그녀를 상처 입히는 길이 되더라도 뭐든 해야만 했다.
그는 월령안이 앞으로 할 행동을 지켜볼 생각이었다.
월령안도 쫓아가지 않고 멀어져 가는 육장봉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그녀는 육장봉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수하들을 실망시킬 수도 없었다.
강도가 빼앗아 간 병기들 중에서 대부분은 그녀의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기한다면 그녀의 수하들은 반드시 실망할 것이다!
한참 뒤, 월령안은 눈을 뜨고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육장봉에게서 이득을 보기는 역시 그리 쉽지 않아."
'어쩐지 어젯밤에 화를 내지 않는다 했어. 여기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구나.'
월령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일어나 천천히 밖으로 걸어갔다.
그날 저녁, 일행은 무뢰국에 도착했다.
월씨 상사의 사람은 월령안보다 먼저 무뢰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월령안이 오기 전에 먼저 정 관리인 등 사람들의 시신을 거두었다.
백 개가 넘는 관이 정연하게 무뢰국 밖의 황무지에 배열되어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월령안이 사람들 앞에 서서 이 검은 관을 바라보며 울적해 했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자기가 전에 했던 결정에 의심이 들었다.
'내가 정말 포기해야 하나?'
"큰아가씨!"
월씨 상사의 사람은 월령안에게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지 않았다. 그는 향을 집어서 월령안에게 건네주었다.
월령안은 숨을 들이쉬고 마음속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정서를 억눌렀다. 그녀는 향을 받고 마음을 가라앉힌 채,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향을 올렸다.
세 번 절을 한 뒤, 상사의 사람이 또 앞으로 다가와 월령안의 손에서 향을 받고 그녀를 대신하여 향로에 꽂았다.
"큰아가씨, 정 관리인 그들의 원수는 이미 갚았습니다. 그들은 구천에서 알게 되어도 아가씨를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월씨 상사의 사람은 월령안에게 몹시 탄복했다.
특히 그들에게 손을 쓴 사람이 황제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손을 써 그들을 위해 복수를 해 준 것에 말이다.
이런 주인이 있는데 그들이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
큰아가씨의 이번 행동으로 앞으로 그들을 함부로 건드리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그들도 조마조마하게 지낼 필요가 없었다.
"사망자들의 무휼금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한다. 그리고 그들 가족을 잘 보살피거라!"
검은 옷을 입고 황무지에 서 있는 월령안의 모습은 다소 숙연해 보였다.
육장봉은 멀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월령안과 그녀 뒤의 관을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
병사를 이끄는 장군으로서 그는 월령안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갔다. 또 월령안이 반드시 복수를 해야 한다는 이유도 이해가 갔다.
그였어도 이렇게 했을 것이다!
그의 수하들은 헛되이 죽을 수 없었다!
그마저도 자기의 수하를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누가 나서겠는가?
장사를 하는 것은 군대를 이끄는 것과 같이 우두머리만 능력이 있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랫사람들도 혈기와 기개가 넘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슨 저력과 기세로 앞을 나아갈 것인가?
그리고 혈기와 기개가 있는 수하를 키워낸 우두머리는 또 어찌 나약할 수 있겠는가?
월령안은 나약할 수 없었고 물러설 수 없었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아무리 어려워도 이 원수는 반드시 갚아 줘야 했다.
또 이 일은 월령안이 깔끔하게 한 것이었다.
그녀는 강도를 이용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복수를 했고 황제의 체면도 지켜 주었다.
만약 그가 월령안을 잘 알지 못했더라면 또는 월령안이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그는 아예 월령안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그가 뒷수습을 해 주고 있으니 월령안이 더 이상 그 병기를 탐내지 않는 이상, 황제도 월령안과 지나치게 따지지 않을 것이다.
일을 저지른 것이 황제의 사람이니 황제도 할 말이 없었다.
육장봉은 일을 전체적으로 생각해 보고 암위를 파견하여 월령안을 몰래 보호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월령안을 무뢰국에 남겨 둔 채, 밤길을 떠났다.
"큰아가씨, 육 대장군께서 떠나셨습니다."
육장봉은 작별하지 않고 떠났다. 월령안은 상사와 함께 무뢰국에 왔을 때에야 이 일을 알게 되었다.
"알겠다."
월령안은 대답하고 손을 들어 수하더러 물러가라고 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가지 않고 입을 열었다.
"큰아가씨, 그 강도들은 무뢰국과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뢰국 측과 얘기를 마쳤습니다. 그들은……."
"됐다!"
월령안은 손을 들어 상대의 말을 잘랐다.
"이 일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말했다!"
육장봉은 더 이상 그녀가 황제와 척을 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녀를 위해 육장봉은 황제를 속이기까지 했다. 그녀가 어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녀는 육장봉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반드시 포기해야만 했다.
"그럼 무뢰국 쪽은……."
무뢰국에서 이토록 열정적으로 그들을 돕는 것은 그 병기들을 탐내서였다.
지금 그들이 그러지 않겠다고 한다면 무뢰국의 사람들은 분명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월령안은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그들과 얘기를 해서 다른 것으로 보상해 준다고 하거라. 병기도 되고. 다만 좀 늦을 것이다!"
월령안의 수하는 설득을 하려고 했으나 피곤한 얼굴의 월령안을 바라보자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예, 큰아가씨!"
월령안은 눈을 뜨고 수하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묵묵히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장사꾼들은 감정을 가지면 안 되는구나. 감정이 생기면 손해를 보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