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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71)화 (771/1,004)

771화 이렇게 좋은 일은 없어요

월령안은 방에서 나와 편지를 전한 사람을 불러 두어 마디 더 묻고는 가기로 결정했다.

아니, 간다고 할 것이 아니라 떠난다고 하는 것이 더 옳았다.

월령안이 육장봉 일행을 남겨 두고 상사의 사람들만 데리고 떠나려는 것이었다.

육장봉은 당연히 허락하지 않았다.

"너무 위험하오!"

"당신 옆에 있으면 위험하지 않나요?"

월령안은 태도가 확고한 것이 육장봉의 권고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폐하께서 오늘 우리 월씨 가문 상사의 사람을 백 명 죽이실 수 있다면 내일 제 목숨도 가져가실 수 있어요."

이성이 남아 있어 참았지만, 월령안은 육장봉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만약 어느 날, 폐하께서 당신더러 절 죽이라고 하신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말이 입가에서 맴돌았지만 월령안은 또 삼켜 버렸다.

'만약', '혹시' 이런 말을 묻는 것은 서로의 감정만 상하게 할 뿐, 아무런 좋은 점이 없었다.

"손을 쓴 사람이 비록 폐하의 사람들이긴 하나 폐하의 명령이 맞는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지 않소? 월령안, 진정하시오. 다른 사람의 계략에 빠지지 말란 말이오."

육장봉은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바로 이간질이었다!

누군가 황제와 월령안을 이간질하려는 것이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월령안이 화가 난 나머지, 월씨 가문 상사더러 사람을 모아서 보복하라고 했을 때, 그가 나서서 말린 것이었다.

황제와 월령안 사이의 '신임'은 위태로웠다. 청주의 일이 끝나면 월령안의 쓸모도 크게 없어질 것이다. 황제가 월령안에게 손을 쓸 가능성이 컸다.

"그럼 저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죠? 저더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지내라는 건가요? 제 사람들이 헛되이 죽게 하라는 건가요? 서역의 일이 끝나고 제가 다시 폐하께 공정하게 해결해 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건가요?"

월령안은 고개를 돌려 육장봉에게 잡힌 자기의 손목을 바라보며 비꼬았다.

"육장봉, 알려 주세요. 그때가 되면 폐하께서 절 위해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시겠어요?"

월령안이 계속해서 비꼬았다.

"아닐 거예요! 폐하는 저와 아무런 도리도 따지지 않으실 거예요. 그 사람들이 서역에서 공을 세우고 돌아가면 제 사람들은 헛되이 죽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공적에 한 획을 그어 줄 것이고 그들이 승진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육장봉은 미간을 찌푸리며 월령안의 손을 잡았다.

"날 믿으시오! 이 도리는 내가 반드시 따져 주겠소! 난 당신의 사람이 헛되이 죽게 하지 않겠소."

육장봉을 잘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가 말한 대로 반드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내뱉은 말은 바로 약속이었다.

월령안도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월령안은 꿋꿋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 도리는 당신이 따져 줄 수 없어요. 제가 스스로 따져야 해요! 당신은 병사를 거느린 사람이니 알 거예요. 자기의 수하조차 보호하지 못하고 수하를 위해 나서지 못하는 장군은 병사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요!

저는 월씨 가문의 가주예요. 제 수하는 바로 제가 거느리는 병사예요. 전 그들을 서운하게 만들 수는 없어요. 그들이 절 위해 죽었으니 앞길이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전 그들을 위해 이것을 따져야겠어요! 이 도리는 오로지 저만 따질 수 있어요. 아시겠어요?"

말을 마친 월령안은 모질게 육장봉의 손을 뿌리쳤다.

"육장봉, 손을 놓으세요!"

육장봉은 월령안의 손을 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꽉 잡았다.

"내가 당신과 함께 가겠소!"

"당신은…… 황제의 사람이 당신을 보고 배신자로 여길까 봐 두렵지 않으신가요?"

월령안은 비꼬았으나 육장봉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육장봉이 그녀와 함께 가려고 하는데 그녀가 왜 막겠는가?

"이번 한 번 더 추가된다고 해도 상관없소."

황제가 월령안의 일로 그에게 불만을 품은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새삼스러울 게 없었다.

월령안은 함께 가려는 육장봉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러나 듣기 싫은 말을 먼저 했다.

"가도 됩니다. 그런데 이것저것 시키지 마시고 절 가르치려 들지 마세요! 월씨 가문 상사는 오직 한 사람만 소리를 낼 수 있어요. 그 사람이 바로 저고요. 제가 잘하지 못한다고 여겨도, 심지어 잘못이 있다고 생각되어도 입을 열지 마세요."

육장봉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당신 말을 듣지."

월령안은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였다. 그가 월령안의 말을 듣는 것 말고는 또 뭘 할 수 있겠는가?

"그럼 가죠!"

월령안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머릿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뒤, 먼저 낙타에 올랐다.

월씨 가문 상사의 사람은 월령안의 낙타만 준비해 두었지 육장봉의 것은 준비하지 않았다. 육장봉도 새로 한 마리 가져오라고 하지 않고 바로 월령안의 뒤에 탄 채로, 함께 앞으로 향했다.

월씨 가문 상사의 사람은 잠깐 멍해졌으나 월령안이 거부하지 않자 낙타를 타고 따라갔다.

"아니…… 대장군께서 이렇게 가셨다고? 우리는?"

진주 등 몇몇은 줄곧 손을 멈추지 않으며 아주 바쁜 척했으나 사실은 몰래 육장봉과 월령안을 살펴보았다. 두 사람이 낙타를 타고 떠나가는 것을 보자 진주 등 사람들은 그만 멍해졌다.

'우리 대장군께서 뭔가를 잊으신 게 아닐까? 우리 수많은 병사들이 이토록 존재감이 없단 말인가?'

공교롭게도 월씨 가문 상사가 사고 난 장소는 무뢰국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무뢰국의 사람은 전에 월씨 상사와 왕래를 한 적이 있어서 월씨 상사의 표식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상사의 사람들이 사막에서 처참하게 죽은 것을 보고 월씨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시신을 거두고 월씨 상사에 편지를 보냈다.

월씨 상사 사람은 편지를 받은 뒤, 혼자 결정하지 못하고 바로 사람을 시켜 편지를 월령안에게 전했다.

이때, 월령안과 육장봉은 사람을 데리고 무뢰국으로 가고 있었다.

소완국에서 무뢰국까지 밤낮 가리지 않고 길을 재촉해도 열흘 걸렸다.

육장봉이 월령안을 따라온 것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감시하려는 것도 있었다. 그녀가 일시적인 충동을 못 이겨 이성적이지 못한 일을 벌일까 두려워서였다.

그러나 천 일 동안 도둑질하는 사람은 있어도 천 일 동안 도둑을 막는 사람은 없는 법.

육장봉이 밤낮 경계했으나 여전히 막지 못했다.

길을 떠난 지 여덟 번째 되는 날, 육장봉은 암위가 전한 소식을 받았다. 황제의 사람이 사막 강도를 만나서 사람과 물건이 전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육장봉이 이 소식을 받자마자 처음 한 일은 바로 월령안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당신이군!"

그는 이것이 사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사고가 아니라면 월령안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은 하지 않을 일이었다.

월령안은 전혀 놀라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분이 아주 좋은 듯, 생글생글 웃으며 반문했다.

"대장군, 뭐라고요? 전 못 알아들었어요."

"사막 강도, 당신이 저지른 짓이오?"

육장봉은 월령안이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안색이 살짝 굳어졌다.

그는 월령안이 자기 앞에서도 모르쇠를 댈 줄은 몰랐다.

"무슨 강도요? 전 모르는 일이에요."

월령안은 모르쇠를 대는 것이 맞았고 육장봉이 눈치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다 해도 육장봉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녀는 줄곧 육장봉과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움직이며 함께 먹고 함께 잤다.

강도의 일에 대하여 육장봉에게 증거가 있겠는가?

"월령안, 내 앞에서까지 이래야겠소?"

월령안은 이 며칠 동안 줄곧 얼굴이 어두웠다. 유독 오늘만 밝아 보였다.

그는 월령안이 드디어 마음을 고쳐먹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는 보복을 한 것이었다!

그가 월령안을 낮잡아 본 것이었다.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한다면 죄명 하나를 못 찾을까. 대장군, 지금 저를 강박하여 죄를 시인하도록 하는 건가요?"

월령안이 반문했다.

육장봉은 월령안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자 화가 나 어쩔 줄 몰랐다.

"폐하는 결국 폐하요. 그의 인내심은 한계가 있을 거란 말이오. 당신은 이번에 선을 넘었소!"

'월령안은 간덩이가 부었어!'

황제의 사람이 그녀의 사람을 죽이고 그녀의 물건을 빼앗았다고 그녀는 전혀 손해 보려 하지 않고 바로 반격했다. 황제의 사람을 모조리 죽인 것이었다.

그는 황제가 이 소식을 듣고 얼마나 화를 낼지 상상이 되었다.

"사람의 인내심은 모두 한계가 있는 거예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하지 말라는 건가요?"

이때, 월령안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그녀는 싸늘하게 육장봉을 바라보며 숨지도, 피하지도 않고 부인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인정했다 한들 육장봉이 또 그녀를 어찌할 수 있을까?

육장봉은 증거가 없었다. 황제도 그녀가 했다고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추측하고 의심할 뿐이었다.

"월령안, 당신은 당신과 폐하 사이의 거리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 아니오? 당신과 폐하는 같은 급의 상대가 아니오. 당신은 폐하의 상대가 될 자격조차 없단 말이오. 당신을 지킬 수 없을까 걱정되어 그러오."

육장봉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전 아주 잘 알아요! 그래서 전 줄곧 말을 아주 잘 들었고 아주 협조적이었어요. 심지어 폐하께서 불만을 가지실까 봐 전 주나라에서 아무것도 못했어요. 관성 무역지역을 만들 때도 전 조정이 가장 큰 이득을 보도록 했고 전 감히 큰 몫을 누리지도 못했어요. 금나라에서도 전 사사건건 조정을 이끌며 지나치게 나서지 않으려고 했어요. 폐하의 원성을 살까 두려워서요. 전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뭘 얻었나요?"

육장봉이 불만을 가진 것처럼 월령안도 불만스러웠다.

그녀는 이전에 줄곧 속으로만 우울해했고 말할 기회도 없었다.

지금 육장봉이 말을 꺼내니 월령안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음속에 오랫동안 눌러 둔 서러움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육장봉, 아시나요? 전 줄곧 폐하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고 줄곧 폐하 앞에서 온순하고 말을 잘 듣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으며 폐하께서 절 신임하시도록 노력했어요. 그런데……."

월령안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녀는 힘껏 눈을 깜박이며 눈물을 삼키려고 했다.

"제가 어떻게 하든 폐하는 절 믿지 않으셨고 제가 어떻게 환심을 사려 하든 폐하는 절 미워하고 경계하셨어요. 한편으로는 저더러 청주의 범씨 가문 손에서 사업을 빼앗으라고 하시면서 한편으로는 저를 끊임없이 누르셨어요. 말이 달리기를 바라면서 먹이를 주지 않는 거죠……. 육장봉, 자기는 아무것도 보답하지 않으면서 억누르고 이득만 얻어낸다고요?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은 없어요.

육장봉, 월씨 상사를 이어받은 것은 제 선택이 아니라 폐하께서 절 압박해서였어요! 전 원래 야심이 없었어요. 전 단지 평범한 여인이 되어 남편을 섬기고 자식을 키우며 살고 싶었다고요. 폐하께서 절 떠밀어 제 조용하던 삶을 깨 버리셨고 저의 야심을 불러일으키셨어요. 그런데 또 저더러 평범한 여인이 되기를 바라시는 거예요. 당신은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육장봉은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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