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8화 살아날 수 있는 방법
육장봉이 사람들 앞에서 검을 쓰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전쟁터에서 그는 줄곧 긴 창을 즐겨 사용했다. 전쟁터 외 다른 곳에서 그가 병기를 쓰는 경우는 극히 적었다.
조운충이 그를 핍박하여 병기를 꺼내게 한 것도 일종의 능력이었다.
솩솩…….
육장봉의 수법은 빠르고도 강렬했다. 그의 검술은 날카롭고 단호했으며 깔끔했다. 그 어떤 아름다운 술수를 부리지 않았고 매 수마다 차가운 살기를 띠고 있었다!
곧, 조운충의 수하들은 잔뜩 쓰러졌다. 그러나 육장봉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옆에 있던 호위들이 하나, 둘 쓰러졌으나 육장봉은 점점 더 용맹해지는 것을 보고 조운충은 조급해졌다. 그는 아포가 옆에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아포, 뭐 하는 것이야? 어서 손을 쓰지 않고……. 월령안을 묶으라고!"
아포는 조운충의 명령을 듣고 고개를 돌려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포는 검은 옷으로 꽁꽁 싸매고 있어 누구도 그의 얼굴에 드리운 비웃는 표정을 보지 못했다.
조운충은 휘청거리며 볼품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는 아포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화가 나 씩씩거리며 협박했다.
"아포! 넌 네 형과 동생들을 구하기 싫은 거야? 잊지 마, 그들은 아직 내 손에 있어! 그들이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지금 월령안을 묶어서 내 앞에 데려와. 내가……."
"멍청하긴!"
조운충의 말에 대답한 것은 아포의 코웃음과 그가 은뱀에게 내린 명령이었다.
"은뱀아, 가거라!"
그는 머리가 단순하여 다른 사람에게 쉽게 이용당했다. 그러나 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육장봉과 월령안이 죽었다면 모를까, 살아 있는데 그가 간이 아무리 커도 두 사람과는 척을 지지 않을 것이다.
"슉" 하는 소리와 함께, 아포의 손에 있던 은뱀이 마치 한 줄기 빛처럼 조운충에게 덮쳤다. 그리고 매섭게 조운청의 허벅지를 물었다.
"으악…… 으악…… 풀어 줘! 이 짐승 새끼 같으니라고. 날 풀어 줘!"
은뱀은 천성적으로 극독을 가지고 있었다. 은뱀에 물린다면 독소는 아주 빠른 속도로 몸에 스며든다.
조운충은 아파서 땅에 데굴데굴 굴렀다. 그는 은뱀을 내던지고 싶었으나 쇠 갈고리밖에 남지 않은 두 손은 은뱀을 잡을 수 없었다. 미친 듯이 갈고리를 휘두르자 오히려 자기의 허벅지를 마구 그어 피가 흥건해졌다.
격렬한 몸부림이 독이 퍼지는 것을 가속화시켰다. 조운충의 얼굴은 금방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땅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아포를 험악하게 노려보며 뒤틀리고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넌 죽어야 해! 죽어야 해! 네 모든 가족이 다 죽어야 해! 넌 후회할 거야. 기다려! 난 네 모든 가족이 나와 함께 죽게 할 거야!"
"은뱀, 돌아와!"
아포는 조운충을 힐끔 보고 은뱀을 불러들였다.
은뱀의 입은 온통 피로 가득했다. 그것은 아포의 손바닥에서 몸을 문지르다가 고분고분하게 아포의 손목을 감았다. 나른한 모습이었다.
은뱀은 독을 먹이로 삼았다. 독을 쏘는 것은 은뱀에게 아주 큰 상해를 입혔다. 은뱀은 조운충을 몇 번 물기 위해 큰 고생을 한 것이었다.
"해독약! 어서 해독약을 줘!"
조운충은 아포가 은뱀을 불러들인 것을 보고 아포가 자기의 협박에 겁을 먹은 줄로 알았다. 그는 다시 협박했다.
"안 주면 넌 영원히 네 가족을 만날 생각을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에 대답한 것은 피 묻은 검날이었다.
"조운충! 해독약이 있느냐?"
"육! 육장봉!"
조운충은 그제서야 자기의 사람이 모조리 죽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육장봉은 이미 그의 앞까지 쳐들어왔다.
'어쩐지 아포가 독뱀을 불러들인다 했어!'
조운충은 울화와 증오가 교차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해독약을 가지고 싶다면 꿈 깨! 영원히 해독약을 찾을 생각도 하지 마! 내가 살지 못한다면…… 월령안도 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넌 지금 죽어라."
육장봉은 쓸데없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검 끝을 조운충의 가슴팍에 박아 넣었다.
조운충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두려움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아니야……. 넌 날 죽일 수 없어! 월령안의 해독약은 나…… 나…… 나한테만 있어……."
"다시 한번 기회를 주지. 해독약이 어디 있느냐?"
육장봉은 손목을 움직이더니 조운충 가슴팍에 박았던 검을 한 바퀴 돌렸다. 그러자 조운충의 피와 살이 짓이겨졌다.
"으악…… 으악……."
조운충은 고통에 차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는 더욱 흥분된 듯했다.
"하하…… 날 속인 거야! 넌 날 속인 거야……. 넌 알려고……. 알려고 하지 마!"
그는 육장봉이 아주 대단한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은 육장봉도 이 정도밖에 되지 못했다!
조운충은 극심한 고통에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면서도 얼굴에는 흥분되고 광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가슴팍의 검을 아랑곳하지 않고 악독하면서도 으쓱해서 웃음을 터뜨렸다.
"꿈 깨! 해독약을 찾고 싶다면 꿈이나 깨라! 내가 죽는다면 너희들도 살 생각을 하지 마. 월령안……."
'모든 사람들이 다 나와 함께 죽을 것이다! 특히 월령안!'
조운충은 아파서 온몸을 실룩거리고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살려는 마음을 버렸고 또 월령안과 함께 동귀어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죽어! 다 죽어! 하하하……."
조운충은 자기의 가슴팍에 꽂힌 검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광기 어린 얼굴을 했다. 그의 두 눈은 피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한눈에 육장봉은 조운충이 끝장났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의 정신은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그에게서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육장봉은 입을 열지 않고 덤덤하게 검을 거두었다.
그러나 검을 거두는 순간, 육장봉은 아포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는 온기가 담기지 않아 아포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몸은 자기도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그 한순간에 아포는 온몸이 발가벗겨져 자기의 속내가 다 드러난 것 같았다. 그러나 육장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꺼지라고만 했다!
꺼지라는 말을 들은 아포는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날 듯한 속도로 도망쳤다. 심지어 말도 데려가지 않았다.
그는 두려웠다!
그는 육장봉의 평온하고 흔들림이 없으며 모든 것을 알아챈 듯한 시선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전 당신이 아포를 죽일 줄 알았어요."
월령안은 줄곧 격투장 밖에 서 있었다. 그녀는 아포가 가자 그제서야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옆에 서서 모든 것을 잘 살펴보았다.
아포는 분명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 그는 일부러 먼저 독으로 조운충의 정신을 망가뜨려 그들이 해독약을 찾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육장봉은 새하얀 손수건을 꺼내 검의 피를 천천히 닦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오늘부로 서로 빚을 진 것이 없다고 당신이 말하지 않았소. 당연히 약속을 지켜야지."
월령안은 아포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전 당신이 그를 이용해 배후를 찾아내려는 것인 줄 알았어요."
"맞소."
육장봉은 부인하지 않았다.
월령안 몸의 독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그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갑시다!"
검을 깨끗하게 닦고 허리에 찬 뒤, 육장봉은 손을 뻗어 월령안의 손을 잡았다.
두 손을 마주 잡자 월령안은 육장봉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다.
육장봉은 지금 두려워하고 있었다.
월령안은 몰래 한숨을 내쉬고 육장봉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상대가 해독약을 모두 없애지 않고 한 알만 남겨 놓았다는 것은 제 목숨을 취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에요. 그리고 해독약 같은 것은 한 알이 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알도 있어요."
그녀는 배후의 주모자가 누군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상대가 만약 정말 그녀를 죽이고 싶었다면 해독약을 한 알 남기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독약 한 알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단지 값이 오를 때를 기다려 파는 것에 불과했다.
가격을 부르기만 한다면 월령안이 사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전 괜찮을 거예요."
월령안은 고개를 돌려 육장봉에게 환한 미소를 보여 주었다.
"음."
월령안의 위로가 통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육장봉의 안색이 많이 좋아졌다.
월령안과 육장봉이 타고 온 말은 아직 채 회복이 되지 않았다. 두 사람도 급히 성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말을 끌고 느긋하게 모래 벌판에서 걸어갔다.
"살려 줘…… 살려 줘……."
그들이 떠난 곳에서 온몸이 피투성이고 마지막 숨만 몰아쉬고 있는 조운충이 허약하게 구조 요청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말에 대답하는 것은 윙윙, 부는 바람 소리와 한 층, 또 한 층, 그의 몸을 덮는 모래 먼지밖에 없었다.
"살려 줘……."
광풍이 불어오면서 모래 먼지를 휘감았다가 곧이어 "팍" 하고 떨어뜨렸다. 바람은 모든 것을 사막에 묻어 두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이제는 조운충의 사람은커녕, 육장봉과 월령안이 온다고 해도 조운충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할 것이다.
조운충은 죽기 직전까지도 그가 육장봉과 월령안을 위해 준비한 무덤이 왜 자기의 무덤이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 * *
서역의 밤은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들고 기온이 무섭게 떨어졌다.
육장봉은 월령안을 품에 꽉 끌어안고 그녀를 위해 모든 바람과 서리를 막아 주었다. 찬바람이 기승을 부려도 월령안을 전혀 침범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드넓게 펼쳐진 모래 벌판에서 밤새 걸었다. 날이 점차 밝아지고 나서야 두 사람은 말을 타고 포리국으로 돌아왔다.
그들이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포리국의 시위들은 그들을 감히 막지 못했다. 또 그들이 귀성한 것을 보고도 놀라워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돌집으로 돌아왔다. 돌집에서 하룻밤 꼬박 지킨 상 관리인과 진주는 두 사람이 무사한 것을 보고 기쁜 나머지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대장군, 마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이 말을 한 사람은 진주였다.
그러나 상 관리인의 눈에는 월령안밖에 보이지 않았다.
"큰아가씨,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계속해서 안 오시면 소인이 찾으러 갈 뻔했어요."
월령안은 웃으며 관리인을 위로해 주었다.
"대장군이 계시는 한, 난 괜찮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서역의 기후가 얼마나 열악한지 그들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밖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설령 위험하지 않더라도 많은 고생을 겪었을 것이다.
상 관리인은 월령안이 하소연을 잘 하지 않으며 항상 나쁜 일이 아닌 좋은 일만 알리는 성미를 알고 있는지라 눈치껏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큰아가씨, 제가 이미 약욕(藥浴)을 준비했습니다. 어서 가서 씻고 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