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4화 당신은 참 얄미워요
육장봉의 엄숙하고 진지한 모습을 본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게 펴게 되었다.
그녀는 똑같이 엄숙한 얼굴로 육장봉을 바라보았다.
"대장군, 이 세상에는 밑지지 않고 벌기만 하는 사업은 없어요. 위험이 클수록 그 보답도 크죠. 제가 고른 사람들 안에서 백 명 중 하나만 승자가 나와도 전 번 거예요. 만약 제가 찍은 사람이 전부 패배했다 해도 전 손해 보지 않아요. 제가 한쪽에만 승부를 걸 정도로 멍청하지 않으니까요."
그녀는 장사꾼이었다. 장사꾼은 입장이 필요하지 않고 보답만 따지면 되었다. 보답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물을 넓게 친다 한들 또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금나라에서 저는 어쩔 수 없었어요. 월씨 가문의 명성이 너무나 대단해서 전 반드시 황자 한 명을 골라 지지해야 했어요. 서역에는 월씨 가문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전 월씨 가문과 대립을 이루는 세력을 만들어 전문 월씨 가문에 대항하여 도박을 할 거예요. 이런 적이 있다면 저는 평온하게 물고기를 낚을 뿐만 아니라 다른 적들이 개입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어요."
그 어떤 사업도 혼자서는 크게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 좋은 일을 하느니 스스로 기회를 잡는 것이 나았다.
서역의 몇몇 나라는 황금 고국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부유했다.
월령안의 계획을 들은 육장봉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참 간도 크오!"
그는 황제가 왜 월씨 가문의 상인을 싫어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서역 소국의 국왕들이 월령안의 계획을 알게 된다면 월령안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을 것이다.
월령안은 너무나도 방자했다. 그녀는 황권 싸움을 바둑판으로 여기고 참여자들을 바둑알로 여겼다.
그리고 그녀는 비록 바둑을 두는 사람이 아니었으나 바둑을 두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다 밥 먹고 살려는 거죠. 당신들도…… 도적들을 기르지 않나요?"
'다들 고만고만한데 비웃지 마시죠.'
모두 황제의 손에서 밥을 빌어먹고 사는데 누가 감히 적도 없이 홀로 강대해지려고 하겠는가?
월반성의 월씨 가문이 바로 참고할 전례였다.
육장봉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월령안은 정말 아무 말이나 다 했다. 비록 그녀의 말에 틀린 것은 없었지만.
"난 그래도 당신이 서역의 내정에 개입되지 않았으면 좋겠소. 당신은 정치에 투기했다가 실패한다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생각해 보았소?"
'폐하가 꺼려 하는 것이 아직도 월령안을 충분히 일깨워 주지 못한 것인가?'
윗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월령안처럼 이쪽, 저쪽 간을 보고 양쪽 모두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는 상인이었다.
"실패한들 또 어때요?"
월령안이 웃었다.
"육장봉, 당신은 한 여인이 어떨 때,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지 아세요?"
월령안은 질문을 던진 뒤, 또 스스로 대답했다.
"당신이 말한 실패했을 때가 아니라 아름답고 부유하나 자기를 보호할 능력이 부족할 때예요."
월령안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 이 얼굴은 비록 절색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미인이라고 할 수는 있죠. 제가 가진 재산을 생각해 보세요. 만약 제가 정치적으로 투기하지 않고 손에 충분한 비장의 패를 움켜쥐고 있지 않았더라면 제 순결과 재산을 지킬 수 있었을 것 같으세요?"
구리파의 일이 육장봉에게 있어서는 듣고 난 뒤, 그녀 때문에 가슴 아파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뼈에 새기는 고통이었다!
그녀는 다음 지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절대로 남자들의 노리개가 되고 싶지 않았다.
"당신은 억지를 부리는 것이오. 개념을 몰래 바꾸어 교묘한 말로 변명하는 것이오."
육장봉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는 하마터면 월령안에게 넘어갈 뻔했다. 월령안은 일부러 연약함으로 자신의 야심을 포장하는 것이었다.
"좋아요, 전 억지를 부리지 않을게요. 또 교묘한 말로 변명하지도 않을게요."
월령안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당신이 알려 주세요. 제가 왜 정치적으로 투기를 하면 안 되는지? 왜 돈으로 일국의 운명을 좌우지할 수 없는지? 제 목숨이 위험해서인가요? 그런데 제가 이것들을 안 한다고 안 위험해지는 건가요?"
그녀가 본분을 지킬 때도 사람들은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는 지금보다 더 위험했다.
"그래서 당신은 멈추지 않을 것이란 말이오?"
육장봉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걱정이 담긴 눈빛을 했다.
그는 월령안이 걱정되었다. 월령안이 다른 길을 갈까 걱정되었다.
그 길은 왕이 되는 길이었다.
이 길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조심하지 않는다면 온몸이 산산조각 날 것이다.
'월령안이 언제부터 이렇게 야심이 가득해졌지? 그래, 변경에 있을 때, 월령안은 자기 수중의 돈으로 최고봉에 올라 세상 사람들이 그녀를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내 앞에서 말한 적이 있었지.'
그는 그녀가 그저 해 본 말인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진지했고 항상 계획대로 행하고 있었다.
"네!"
그녀는 더 이상 꼭두각시처럼 누군가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의지대로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온전한 자신이 되고 싶었다!
육장봉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설령…… 앞길이 막막하고 험난하며 온몸이 부서져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오?"
"길이 아무리 험난하고 길어도 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할 거예요."
아무리 힘들어도 그녀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월씨 가문의 비극은 끝날 때가 되었다. 그녀의 손에서 끝날 때가 되었다.
그녀는 절대 그녀의 아이가 그녀처럼 힘들게 살게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해내지 못한다면 그녀는 기꺼이 죽을 것이다!
"난……."
육장봉은 가볍게 웃고 말했다.
"당신을 돕겠소!"
'내 부인인데 아껴 주는 것 말고 다른 수가 있겠어?'
"전……."
월령안은 갑자기 눈가가 시큰거렸다.
"저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그녀는 육장봉이 자기를 도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육장봉은 주나라의 영웅이자 전신이었다. 그는 전쟁터에서 손에 든 긴 창으로, 자신의 실력으로 적을 물리쳐야 했다. 그녀와 함께 이 빛을 볼 수 없는 음모를 꾸미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남자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혼자 하겠다는 것이오?"
육장봉은 화가 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여 월령안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
"앞으로 날 좀 더 믿어 주시오. 내가 말했지 않소? 앞으로의 길은 내가 당신과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절대 당신이 홀로 걷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온몸이 부서지는 길을 그가 어찌 월령안이 홀로 가게 내버려 두겠는가?
온몸이 부서지더라도 그가 먼저 가서 월령안에게 길을 열어 줄 것이다.
그가 어찌 그의 령안이 온몸이 부서지게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
월령안은 퉁명스럽게 육장봉의 손을 탁, 쳤다. 그리고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참 얄미워요. 반드시 저를 울려야만 속이 시원하신가요?"
"입술을 깨물지 마시오."
육장봉은 낮은 목소리로 가볍게 달랬다.
"당신이 이러면…… 내가 마음이 아프오."
"저를 아끼신다면 서역의 사업을 칠 대 삼으로 하죠. 제가 칠 할이고 당신이 삼 할이에요."
그녀는 달콤한 말을 좀 들었다고 다 잊을 정도로 감동을 받지 않을 것이다.
"어……."
육장봉의 몸이 잠깐 굳어지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령안, 장사는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오."
"그러면서 절 아낀다고 하시기는."
월령안은 퉁명스럽게 코웃음을 쳤다.
"역시…… 남자의 입은 사람을 속이는 귀신이네요."
'괜히 감동받았잖아.'
육장봉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좋소, 당신이 칠 할이고 내가 삼 할이오!"
"당신은 왜 이토록 원칙이 없어요? 진주 그들을 위해 아내를 맞이할 돈을 모으시겠다면서요? 어찌 이리 쉽게 말했던 이익에서 사할을 내놓을 수 있죠? 진주 그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으세요? 그들이 서운하게 여길까 걱정도 안 되세요?"
'원칙은? 육장봉의 원칙은 모두 개를 줬나?'
육장봉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여인들은 모두 이렇게 막무가내인 것인가?'
* * *
월씨 가문 상사는 주나라 각 도시에 모두 분포되어 있었다. 월령안이 명령을 내리자마자 사흘 안에 월씨 가문 상사에서는 바로 '표사' 백 명이 호송할 만한 물건을 준비했다.
화물 말고도 상사에서는 관리인 두 명을 파견했다.
상인과 병사들이 가는 길은 달랐다. 상인 무리로 분장을 해야 하니 진주 등 사람들은 상인다운 모습을 보여야 했다.
월씨 가문 상사가 개입하자 전체 '상인 대오'는 그럴듯해 보였다. 그러나 서로 다른 세력이 함께 있다 보니 발언권으로 다투게 되었고 모순과 마찰이 생기는 것도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월령안은 일을 공정하게 처리했다. 모순이 생긴다면 그녀는 자기 상사의 관리인들 편을 들지도 않았고 애써 공정하게 보이려고 자기 사람을 억울하게 하며 진주 등 사람들 편을 들지 않았다.
월령안의 중재 하에 상사의 관리인과 진주 등 사람들은 짧은 적응 기간을 가진 뒤, 바로 교류 방식을 찾았다. 그들은 길 가는 내내 그나마 평화로웠다.
상인 대오 일행은 아주 순조로웠다. 그러나 월령안이 원하던 군의 '낡아빠진 구리와 철'은 그다지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다.
사적으로 병기를 파는 것은 큰일이었다. 육장봉은 비록 스스로 책임질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반드시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만약 황제가 알게 된다면 비록 그에겐 뭐라고 하지 않아도 반드시 월령안에게 화가 옮겨갈 것이다.
후환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고 육장봉은 이 일을 황제에게 보고했다. 또 이익과 폐단도 추가하여 설명했다.
육장봉이 보기에는 황제에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황제는 허락하지 않았다!
설령 육장봉이 황제에게 비밀 편지로 보내어 이 병기들은 주나라를 위해 대량의 황금을 바꿔 올 것이고 주나라가 서역에서 더욱 큰 발언권을 가지게 할 것이라고 알려 주어도 황제는 허락하지 않았다.
황제가 거절하는 이유도 아주 간단했다.
"육장봉은 월령안을 위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짐은 절대 월령안이 짐에게서 이득을 취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황형, 정신 좀 차리세요. 월령안이 황형에게서 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황형이 월령안에게서 이득을 취하는 거예요."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황제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조계안밖에 없었다.
조계안은 황제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았다.
"월령안이 없다면 군에서 쓰지 않는 병기는커녕 가장 좋은 병기를 가지고도 서역에서 높은 가격에 팔지 못할 거예요. 오히려 서역 각 나라의 질책을 받았겠죠. 야심이 가득하다느니, 서역 나라들의 내정에 개입하려 한다느니 하면서요."
"짐이 서역에 병기를 팔아넘기는데 반드시 월령안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상인들이 모두 죽은 것이냐? 월령안 한 사람만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냐?"
황제는 불쾌하게 코웃음을 쳤다.
"황형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월령안 한 사람뿐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