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3화 서역의 내란
육삼은 역시 육삼이었다. 월령안이 주저하는 새에 연이어 장담했다.
"월 낭자, 소인은 다른 뜻이 없습니다. 소인은 단지 추수 낭자가 여인의 몸으로 조수도 없이 바삐 보내는 것이 가슴 아프게 느껴질 뿐이에요. 월 낭자의 허락을 받기 전에 소인은 절대 추수 낭자에게 마음을 고백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릴게요. 월 낭자, 믿지 못하시겠다면 사람을 시키셔서 소인을 감시하셔도 좋아요. 소인은 추수 낭자를 돕는 것 말고 다른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장담하겠습니다."
육삼이 진심 어린 얼굴로 장담하는 것을 보자 월령안은 마음이 좀 흔들렸다.
여인의 몸으로 혼자서 일하는 것이 힘든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일을 제멋대로 결정할 수 없었다.
"전 당신네 대장군과 달라요. 전 측근을 키우는 거지 병사를 키우는 것이 아니에요. 전 추수를 대신하여 결정을 내릴 수 없어요. 이 일은 제가 추수에게 물어보고 다시 얘기하죠."
"월 낭자, 감사합니다!"
육삼이 말끝마다 '월 낭자'를 아주 흥분해서 불렀다.
육장봉은 그런 그를 힐끗 보고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예전에는 단지 내 앞에서 월령안을 '마님'이라고 부르고 뒤에서 월령안에게 잘 보여야 할 때만 '월 낭자'라고 부르더니."
그런데 지금은?
색시를 얻기 위해 그의 앞에서도 '월 낭자'라고 부르지 않는가?
'육삼, 정말 되겠군.'
육장봉은 덤덤하게 육삼을 힐끗 훑어보았다. 긴장되고 흥분한 육삼이 육장봉과 시선을 마주치자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문득 떠올랐다.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대, 대장군……."
'제가 잘못했어요. 절 한 번만 봐주실 수 없나요?'
사정을 할 수는 없었다. 다시 한번 되돌아가더라도 그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를 것이다.
"흥!"
육장봉은 퉁명스럽게 코웃음을 치고 싸늘하게 시선을 거두었다.
"안목은 있군."
'육삼이 아직 색시를 맞이하지 못한 것을 봐서 잠시 봐주자. 아무튼 앞으로 되갚아 줄 기회는 많고 많으니.'
육삼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더 무섭잖아. 어떡하지?'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육삼은 무서운 것도 잊고 말았다.
월령안이 돌아와서 추수가 허락했다고 알려 주었기 때문이었다.
"월 낭자, 감사합니다. 월 낭자, 감사합니다!"
육삼은 너무 기쁜 나머지, 육장봉을 내버려 두고 연신 월령안에게 장담했다.
"월 낭자, 걱정하지 마세요. 소인이 반드시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게요."
"추수를 실망시키지만 않는다면 충분해요."
그녀는 방금 전에 추수에게 육삼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았다.
추수의 대답은 좋아하지 않으나 싫지도 않다고 했다.
육삼은 능력이 좋았다. 남아서 그녀를 돕는 것도 좋은 일이었다. 그녀도 마침 조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육삼이 눈에 거슬린다면 무림맹의 일을 마치고 나서 쫓아내면 그만이었다.
추수의 말을 들은 월령안은 육삼에게 동정심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자신도 같은 여인이면서 왜 추수처럼 멋있지 못한지 한심하게 느껴졌다.
* * *
서역에는 나라가 서른여섯 개 있었다. 듣기에는 기세가 강한 것 같았으나 서역의 큰 나라가 주나라의 한 성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어떤 소국의 땅은 주나라의 한 고을보다도 못했다.
나라 안의 병사들도 많지 않았다. 적으면 수천 명이었고 많아도 만 명이 넘지 않았다.
황제는 육장봉더러 정예병 천 명을 데리고 서역으로 가라고 했다. 비록 많지 않았으나 결코 적지도 않았다.
월령안의 사업은 아직 서역에 깊이 들어가지 않았으나 서역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 천 명의 병사들은 비록 각 나라의 내란을 잠재울 수는 없어도 그들 일행이 서역에서 마음껏 돌아다니게 보호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육장봉은 인간 노릇을 하지 않았다!
그는 병사를 백 명만 데리고 서역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월령안은 오랫동안 참았으나 결국 참지 못하고 터졌다.
"당신 지금 진지한 거예요? 서역의 나라들은 비록 작지만 한 나라에 그래도 만 명이 되는 병사가 있을 것이고 열몇 개의 나라가 연이어 내란이 일어난 상황이에요. 군사를 다 합치면 이십만이 넘어요. 당신은 백 명으로 이십만 명과 싸우려는 거예요?"
설령 이 백 명은 육장봉이 직접 훈련시킨 사람들이고 북요 용사와의 대결에서 전승을 거둔 정예병이라고 할지라도 월령안은 육장봉이 너무 거드름을 피운다고 말하고 싶었다!
백 대 이십만은 일 대 백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백 명뿐이 아니오. 이백 명이 뒤따라올 것이오."
육장봉은 진지하게 월령안의 말에서 틀린 부분을 바로잡았다.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있는 한, 당신을 건드릴 사람은 없소."
"당신은 서역의 내란을 잠재울 생각이 없었죠?"
월령안은 육장봉의 말을 떠올리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
"주나라에 도움을 청한 것은 포리국밖에 없었소."
육장봉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뼛속 깊이 박힌 냉혹함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령안, 당신은 상인이니 나보다 더 잘 알 것이오.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을."
황제가 그더러 병사 천 명을 데리고 서역으로 들어가라고 한 것은 내란이 일어난 내막을 조사하라는 것이지 그가 가서 구세주처럼 무상으로 각 나라의 내란을 잠재우라는 것이 아니었다.
또 보수를 받는다면 그들이 개입하는 것을 일부 소국들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월령안은 잠깐 멍해졌다가 정신을 차렸다.
"제가…… 잘못 생각했네요."
그녀는 평온하고 평화로운 서역이 그들의 사업에 더 유리하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다 보니 혼란스러운 서역이 정치적 필요에 더 부합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진주가 이끄는 백 명은 당신이 서역에서 장삿길을 여는 데 충분할 것이오."
처음 육장봉을 따라 서역으로 들어가는 장병들은 바로 전에 청주에 들어가 양식 종자를 가지고 돌아온 진주를 비롯한 병사들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이 좀 늦게 도착하는 것은 바로 그 양식 때문이었다.
육장봉과 월령안은 청주에서 가져온 양식 종자 중 절반은 조정에 바치고 나머지 절반을 요새에 보냈다.
육장봉은 생산량이 높고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종자가 요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시도해 보고 싶었다.
만약 살릴 수 있다면 나중에 요새에 있는 백성들과 주둔하는 병사들은 굶어 죽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당신은 관리의 신분으로 서역에 가지 않으려고요?"
'육장봉은 지금 서역의 내란을 전혀 상관하지 않겠다는 건가? 그래도 생각해 보니 이해는 되네.'
포리국을 제외한 소국들은 주나라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없었다. 주나라의 장군으로서 육장봉은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기 난처하기도 했고 또 간섭할 필요도 없었다. 나중에 힘도 쓰고 사람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소리를 못 들을 수도 있었다.
다른 나라 관리가 자기 나라의 일이 개입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육장봉 이 외부인이 개입하는 것보다 서역의 소국들은 내란이 일어나는 것을 더 바랄 것이다.
내란이라 해도 기껏해야 내부의 일이었다. 만약 주나라에 도움을 청했다가 주나라 사람이 와서 가지 않는다면 어떡할 것인가?
아포가 그들과 잘 알지 않았다면 그도 주나라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조(前朝)의 비단의 길은 아주 유명하오. 서역으로 한번 다녀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맨손으로 갈 수는 없지 않소?"
육장봉은 진주 일행을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저 사람들을 좀 보시오……. 하나같이 나이도 어리지 않은데 전부 총각이지 않소. 육삼의 일은 날 일깨워 주었소. 난 저들의 혼사 문제를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소. 아무리 힘들어도 저들에게 아내를 맞이할 돈을 벌게 할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소."
"그래서요?"
'서역의 내란을 틈타 횡재를 하고 싶다는 말을 이토록 우아하고 세속적이지 않게 하는 사람은 육장봉밖에 없을 거야. 낯짝도 참 두꺼워!'
육장봉이 유유하게 반문했다.
"나처럼 좋은 협력자를 당신은 정말 선택하지 않을 것이오?"
'돈 벌 방법이 있는데 벌지 않는다면 멍청이지!'
월령안은 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우리 먼저 이익 분배에 대해 상의해요!"
그녀는 육장봉을 위해 공짜로 일을 해 주고 싶지 않았다. 이 남자는 불쌍한 척까지 하는데 못해낼 것이 뭐가 있겠는가?
"삼 대 칠로 나누지! 당신이 삼, 내가 칠."
상업적 협상에 능하지 않은 육장봉은 자기의 우세를 잘 알고 있었다.
"화물을 제외한 모든 것을 우리한테 맡기시오!"
"제가 표국(鏢局 - 운송, 보험, 경비 업체)을 고용한다면 기껏해야 일 할의 돈만 주면 되는걸요?"
'육장봉은 말을 꺼내자마자 칠 할이나 요구하네. 왜? 아주 다 달라고 하지 그래.'
육장봉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내 사람이 표국의 사람보다야 낫소. 자그마한 사고도 안 생길 테고 당신의 화물이 안전하게 서역에 운송될 수 있도록 장담할 수 있소."
그러나 월령안은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 월씨 가문의 표국이 있어요. 평소에 일이 없어도 그들을 키워야 하는걸요."
"내 사람이 길을 열지 않는다면 당신은 서역으로 들어가지도 못할 것이고 서역 현지의 사람과 접촉하지도 못할 것이오."
낯선 곳에 가서 장사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머리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주먹도 필요했다.
월령안에게는 장사를 하는 머리가 있었고 그에게는 단단한 주먹이 있었다. 그들이 협력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것이었다.
"삼 대 칠은 안 됩니다."
월령안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지금 서역 여러 나라에서 내전이 일어났다고 하니 가장 가치가 나가는 것은 비단, 자기 등이 아니라 병기일 거예요. 당신들 손에 쓰지 않는 병기가 있나요?"
"병기를 판매하는 것은 법을 어기는 것이오!"
월령안은 정말이지 간이 커도 보통 큰 것이 아니었다.
"대장군, 오해하셨어요. 전 법률을 어기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 우리 말을 바꾸어 보아요. 대장군, 당신의 군대에 쓰지 않는 나쁜 구리와 철이 있죠? 우리와 가까운 나라를 지원해요. 어떤가요?"
다른 나라가 도움을 청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 주나라는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병기를 좀 팔아 자기와 사이가 좋은 세력을 지지하는 것은 괜찮았다.
"서역 소국의 내정에 개입하려는 것이오?"
육장봉은 월령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병기로 서역에서 길을 개척하려는 것이었고 서역의 귀족들과 인맥을 쌓으려는 것이었다. 심지어 서역의 소국에서 내란이 벌어진 틈을 타 미리 잠재력이 있는 사람에게 투자하여 그녀와 가까운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었다.
월령안의 야심은 너무 컸다!
"금상첨화는 쉬우나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은 어려운 법이죠. 이런 시기에 나서야 그 보답이 큰 거예요."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만약 놓친다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육장봉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
"당신은 당신이 선택한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그리도 확신하시오? 서역 소국의 상황은 금나라보다 훨씬 복잡하오. 당신이 아무것도 모른 채, 무모하게 쳐들어가는 게 될 수도 있소. 만약 패배하면 어쩔 것이오? 결과를 생각해 봤소?"
그는 월령안이 십 년의 가주 쟁탈전의 조약을 지키려고 절박하게 돈을 벌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월령안이 한 번, 또 한 번 조정의 내정에 휘말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설령 그것이 다른 나라여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나도 위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