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2화 사랑에 눈을 뜬 소년
그의 육가군은 아직도 변방에서 월령안이 또 성을 세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림맹의 장사는 제가……."
월령안은 한숨을 쉬고 말하는 속도를 늦추었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말을 고르면서 어떻게 말해야 육장봉이 수횡천에게 덜 적의를 느낄지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이때, 육장봉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수횡천 그 가난뱅이보다 내가 더 협력할 가치가 있지 않소?"
월령안은 입가까지 올라온 말을 꾹 삼키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당신이 더 협력할 가치가 있죠. 그런데 당신은 여에 있고 그는 야에 있으니 충돌하지 않잖아요. 장사꾼은 사업 규모가 큰지, 작은지 따지지 않아요. 모기 다리가 아무리 작아도 고기인데 조금이라도 더 벌면 좋죠."
육장봉은 불쾌하게 코웃음을 쳤다.
"내 손에 있는 천목신교는 그의 그 낡아빠진 무림맹보다 더 가치가 있소."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내가 얼마나 멍청해야 그런 사도와 협력하겠어? 육장봉은 진지하게 하는 말인가?'
"당신은 천목신교가 저와 협력할 것이라고 확신하세요? 뭘 협력해요?"
'살인하고 방화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보를 파는 것인가?'
"당신이 수횡천과 협력하는 것을 나와도 협력할 수 있소. 난 강호에서 이름도 있고 권세도 있으며 땅도 있소. 아무것도 없는 무림맹보다 조금 나은 정도가 아니오."
육장봉은 패기 넘치게 말했다. 그러나 곧, 그는 말투를 바꾸어 나지막하고도 천천히 말했다.
"령안, 당신은 이토록 총명하니 누구와 협력하는 것이 더 유리한지 꼭 알 것이오. 아니오?"
월령안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내가 애도 아니고 왜 이런 선택을 해야 하지? 육장봉, 당신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
"령안……."
육장봉은 웃으며 재촉했다.
"그래요, 전 알아요!"
그녀는 너무 힘들었다.
"그럼 당신은 누구를 선택할 것이오?"
육장봉의 미소에는 위험의 기운이 가득했다.
월령안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말했다.
"전 무림맹을 택하겠어요!"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육장봉의 천목신교를 택할 리 없지. 사교와 협력한다면 난 보통 사람들과 사업을 할 수 있겠어? 내가 또 강호 각 대문파의 장사를 할 수 있겠어?'
사교와 협력하면 무림맹과 대문파들은 등을 돌리겠지만, 무림맹과 협력한다면 사교들은 똑같이 그녀와 사업을 하려 할 것이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더라도 무엇을 택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일로 육장봉을 달랠 수 있었고 육장봉을 위해 원칙도 없이 타협하고 양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업은 절대 그럴 수 없었다.
그녀의 결정 하나에 천 명이 넘는 사람의 생존이 걸려 있었다. 그녀는 제멋대로 할 수 없었다.
월령안은 결정을 말하고 육장봉의 불쾌한 기분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한참이나 기다렸지만 육장봉이 불쾌해하거나 자리에서 떨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답답해져 손가락을 벌리고 한 눈을 떠 보았다.
그러자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는 육장봉이 보였다.
월령안은 잠깐 멍해졌다가 손을 놓았다.
"화 안 나셨어요?"
'육장봉이 이렇게 너그러웠던가?'
육장봉답지 않았다.
"그렇게도 내가 화났으면 좋겠소?"
육장봉은 가볍게 웃으며 월령안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렇게도 날 달래고 싶소? 응?"
육장봉의 목소리는 나지막하고도 갈라져 있었으며 애틋한 기운이 가득했다. 특히 마지막 '응'은 유혹의 느낌이 다분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지금 애틋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기운이 없을 뿐이었다.
"육장봉, 사람 좀 되세요!"
'날 놀리는 게 재미있나?'
"당신한테서 배운 것이오."
육장봉은 정도껏 하기로 하고 월령안을 잡아당겼다.
"저한테서 배운 거라고요? 제가 언제 당신을 놀렸어요?"
'육장봉 이 늙은 여우를 내가 어떻게 놀릴 수 있겠어? 육장봉이 육십이도 아니고 말이야.'
육장봉이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한마디 일깨워 주지. 아이 일은 말이야…….'
"잘못했어요!"
월령안은 두 손을 모으며 비는 시늉을 했다.
'육장봉도 참, 뒤끝이 너무 길잖아! 그게 며칠이나 지난 일인데? 뒤끝은 진짜, 내가 졌다 졌어!'
육장봉은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괜찮소, 난 당신이 끊임없이 잘못을 저지르도록 허할 것이오."
어쨌든 그는 다시 되갚아 줄 것이다.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육장봉은 월령안이 달래 주자 온몸이 개운해지는 듯했다. 온몸의 한기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육삼, 육사, 육오는 서로 마주 보며 속으로 다행이라고 여겼다.
"마님이 계셔서 다행이야. 아니면 오늘 우리는 모두 처참했을 거야."
육사는 육삼과 서로 마주 향해 서 있었다. 그는 월령안과 육장봉이 나오는 것을 보고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마님과 대장군은 정말 천생연분이라니까. 이 세상에는 그들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나 육사는 마님을 평생 따라다닐 거야!"
육오도 약삭빠르게 덧붙였다.
육삼이 월령안과 육장봉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두 사람이 다가온 뒤였다. 육삼은 말할 기회가 없었다.
"좋다!"
육장봉은 육사와 육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매우 만족했다.
두 사람은 얼굴이 확 밝아지며 전보다 더 곧게 서 있었다.
그들은 오늘 셋째 형보다 훨씬 더 잘한 것 같았다!
육삼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진짜 형제군!'
육삼은 육사와 육오를 노려보고는 돌아서서 월령안과 육장봉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님, 대장군,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아무 때나 떠나셔도 됩니다."
"가자!"
육장봉은 육삼의 일을 하는 능력에 대해 아주 만족했다. 그는 인색하지 않게 육삼도 칭찬했다.
순간, 육삼은 기분이 좋아져 마차 앞에 앉고서도 육사와 육오를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부럽고도 시기가 어린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마차에 앉아 가식적으로 채찍을 휘두르며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마차를 모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지금까지 나와 육일, 육이만 이 영광을 누렸다. 육사, 육오 이 두 꼬맹이가 대장군 앞에서의 내 자리를 대체하고 싶은 거라면 아직 멀었어.'
육삼은 육사와 육오가 자기의 자리를 대체하려면 멀었다고 그렇게 자부했었다. 하지만 그러자마자 스스로 기회를 두 사람에게 넘겨 주게 되었다.
월령안은 노인의 편지를 받고 짧은 시간 안에 주나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노인은 입궁한 뒤에 그녀와 서신 교류를 전혀 하지 않았다. 저번에 관성에서도 노인은 사람을 보내 그녀를 저지하게만 했을 뿐, 그녀에게 아무런 서신도 보내지 않았다.
노인이 이례적으로 편지를 써서 그녀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녀가 변경으로 돌아가려는 것을 막은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황제가 그녀에게 불만이 있거나 그녀가 금나라에서 한 일에 기분이 상한 것이었다.
그녀는 이 시기에 변경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황제의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황제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았다.
노인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면 월령안은 변경에 반드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없었다. 월령안은 밖에서 떠돌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장사하는 사람은 이별에 익숙해지곤 한다. 아무리 안타까워도 숨겨야 했다.
그러나 그녀가 주나라에 없어도 주나라의 일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특히 수횡천의 무림맹은 더욱 그랬다.
무림 대회는 올해 시월에 열리게 될 것이다. 그녀는 반드시 무림 대회가 열리기 전에 새 무림맹을 세워야 했다. 그리고 이것으로 무림맹의 명성을 날리고 강호에 호기심이 많은 일반인들을 끌어 돈을 쓰게 해야 했다.
오랫동안의 사업을 하면서 월령안 수하에는 능력 있는 관리인들이 있었다. 그녀는 모든 일을 직접 지켜볼 필요가 없었다.
육장봉이 바삐 보낸 그 이틀 동안, 월령안은 무림맹의 계획을 작성하고 추수에게 편지를 보내 추수더러 그녀가 반드시 거쳐 갈 곳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무림맹과 관성은 그녀가 올해에 할 가장 중요한 사업이었다.
월령안은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잡일이 많은 관성의 사업을 서무(庶務)에 능한 상천에게 맡겼다. 또 상대적으로 간단한 무림맹의 사업을 행동력이 더욱 강한 추수하게 맡겼다.
월령안은 추수와 길에서 만나 반나절의 시간을 들여 인수인계를 마치고 계속해서 길을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육삼이 이를 알고 스스로 육장봉과 월령안을 찾아와 남아서 추수를 돕고 싶다고 말했다.
"무림맹에 남으시려고요? 당신네 대장군의 뜻인가요?"
월령안의 첫 반응은 육장봉이 사람을 남겨 강호를 감시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육장봉 역시 월령안과 마찬가지로 놀라워했다.
"아닙니다. 마님, 이건 소인의 뜻입니다. 대장군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육삼은 황급하게 해명하며 연신 손을 저었다.
"우리 추수 때문이에요?"
월령안의 시선이 싸늘해지더니 심문하는 눈길로 육삼을 바라보았다.
'우리 추수를 마음에 품다니. 난 지금 돼지가 내 배추를 탐낸다고 화를 내야 하나? 아니면 육삼이 안목이 있다고 기뻐해야 하나?'
육삼은 어색해하면서도 월령안과 눈을 맞추며 꿋꿋하게 대답했다.
"네, 추수 낭자 때문이에요."
"그녀를 감시하려고요?"
월령안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월 낭자, 전, 전 추수 낭자를 감시하려는 생각이 없어요. 우리 장군께서도 사람을 시켜 월 낭자 주변의 사람을 감시하게 한 적이 없으세요."
육삼은 더욱 빠른 속도로 해명했다.
월령안은 코웃음을 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저한테 사정하실 때는 월 낭자라고 하시고 당신네 대장군의 기분을 좋게 하실 때에는 마님이라고 하시네요. 육 대장군, 이렇게 총명한 당신의 수하가 남아서 우리 집 추수를 돕겠다고 하다니. 인재를 헛되이 낭비하는 것이네요. 안 그래요?"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는 감정이 점점 깊어지는 법. 부인, 사랑에 눈을 뜬 소년을 용서해 주시오. 보시오, 잔뜩 긴장해서 횡설수설하고 있잖소."
육장봉이 진지하게 말했다.
"소년이라고요?"
월령안이 눈썹을 치켜떴다.
육장봉은 육삼을 힐끗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중년이오?"
얼굴을 바꿀 수도 없으니 그가 도울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우리 추수는 이제 열아홉 살이라고요!"
육삼의 얼굴은 적어도 추수보다 열 살 넘게 많아 보였다.
'추수를 맞이하고 싶어 하다니. 육삼은 무슨 분에 넘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부인, 소인은 올해 겨우 스물셋입니다. 대…… 대……"
육삼은 육장봉을 힐끗 보고 마음이 더없이 서운해졌다.
'난 대장군보다 두 살이나 어린데 어디를 봐서 중년이라는 거야?'
"흠흠!"
육장봉은 육삼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눈치채고 불쾌하게 코웃음을 쳤다.
'이게 무슨 수하야? 색시를 맞이하겠다고 상전도 팔아먹어? 방금 전에 내가 자기를 위해서 말도 해 주었는데. 참…… 부질없군.'
월령안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육삼, 이런 일은 나이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얼굴이에요!"
"그렇지, 난 아주 잘생겼소."
육장봉의 기분이 순식간에 좋아졌다.
육삼은 더욱 서러워졌다.
"월 낭자, 소인은 피부가 조금 검은 것 말고는 정말 못생기지 않았어요. 믿지 못하시겠다면 소인더러 추수 낭자를 따르게 해 주십시오. 일 년이 되지 않아 다시 하얘질 것이라고 장담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