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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60)화 (760/1,004)

760화 아무튼 너도 생각만 할 뿐이니

상인은 이익을 좇는 법이다. 이익을 위해서 상인은 광부들의 적극성을 최대한도로 이끌어낼 수 있으며 또 최대한도로 광부를 착취할 수 있었다.

"당신에게 맡기는 것은 어떻겠소?"

월령안의 제안은 육장봉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월령안의 행동력을 본 적이 있었다. 어떤 일은 월씨 가문의 상사들이 하는 것이 조정이 나서는 것보다 더 빠르고 효율도 높았다.

월령안은 고개를 저었다.

"이 일은 제가 할 수 없어요. 금나라에서는 금나라 상인을 쓰는 것이 가장 좋아요. 금나라로 금나라를 치는 거죠."

여기까지 말한 월령안은 비웃듯 웃음을 터뜨렸다.

"동족상잔요! 금나라 사람들은 우리보다 금나라의 약점을 더 잘 알고 어떻게 금나라 백성을 착취할 수 있는지 더 잘 알아요.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것은…… 같은 일을 우리 주나라 사람이 하면 금나라 사람들은 불만을 가질 수 있으나 금나라 사람이 하면 착취당하는 사람은 감사하게 여긴다니까요. 보세요, 인간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당신은……."

육장봉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월령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앞으로 내가 있는 한, 이런 일은 나한테 맡기시오. 당신은 먹고 놀면 되니까."

"돼지를 키우는 줄 아세요?"

월령안은 퉁명스럽게 육장봉을 흘겨보았다.

육장봉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녀를 와락 품에 안았다.

"내 부인은 주(朱 - 돼지와 같은 발음.)씨가 아니라 월씨요! 기억하시오."

"기억했어요, 기억했어요!"

월령안은 육장봉의 품에 반쯤 누워 눈을 살짝 감았다. 한적하고 나른했다.

이 밤은 월령안이 금나라에서 보내는 마지막 평화로운 시간이기도 했다.

* * *

다음날 아침, 두 사람은 마차 대신 말을 타고 밤낮 길을 재촉했다. 그들은 가장 빠른 속도로 주나라에 도착해야 한다.

청목알(青木嘎)초원을 지날 때였다. 이미 부락에 도착한 아로한은 말을 타고 월령안과 육장봉 일행을 따라잡았다.

아로한은 월령안을 배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말에서 내리지 않고 말 위에서 월령안과 한마디 했다.

"월령안! 십 년 뒤, 난 금나라에서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거다! 그때가 되면 난 너한테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금나라를 보여 줄 거야!"

말을 마친 아로한은 말을 타고 떠나갔다. 그는 육장봉이 그를 혼낼 기회 따위는 아예 주지도 않았다.

육장봉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는 질투하기 아주 싫었으나 울화가 치밀었다!

월령안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굴자 육장봉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나한테 해명을 하지 않소?"

"해명은 음……. 제가 너무 뛰어나고 너무 훌륭하고 너무 매혹적이라……. 뭐, 저한테 무슨 수가 있겠어요?"

월령안은 육장봉을 흘겨보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이미 알게 모르게 아로한을 여러 번 거절했다. 아로한이 이토록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인 줄 그녀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이번에 아로한은 그녀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는데 그녀더러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나도 하는 수 없다고!'

육장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더욱 화가 났다.

길에서 사람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길을 재촉하다 보니 기운이 넘치는 육장봉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월령안은 따라갈 수 있더라도 몸이 지극히 고단했다. 그녀는 육장봉을 달랠 기운이 없었다.

달래 주는 사람이 없어 기분을 풀지 못한 육장봉은 울화를 참으며 길을 갔다. 주나라와 금나라의 변경을 넘어 주나라의 국토를 밟고 눈에 온통 주나라 땅이 들어와서야 육장봉의 안색이 조금 좋아졌다.

그러나 그들이 요새로 들어가서 아직 숨도 돌리지 않았는데 조정의 성지가 도착했다!

서역의 포리국에서 정변이 일어났는데 포리국 국왕이 살해당했다고 했다. 포리국 황자 아포가 주나라에 상소문을 올려 주나라에서 병사를 파견하여 그를 위해 정의를 구현하여 달라고 청했다.

황제는 육장봉이 정예병 천 명을 거느리고 서역으로 갈 것을 명령했다.

* * *

월령안과 육장봉 일행이 관내에 들어선 뒤, 말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성지를 전하는 내관이 황제의 지시를 받고 도착해 있었다.

"대장군, 폐하께서 서역행은 우리 주나라의 위엄을 세우는 일에 연관되어 있다고 하셨습니다. 대장군께서 어서 가시기 바랍니다."

성지를 전하는 내관은 대장군인 육장봉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지 못했다. 그는 육장봉이 말에서 내리기 전에 황제의 성지를 다 읊고 접어서 공손하게 육장봉에게 예를 올렸다.

"소인, 대장군을 뵙습니다!"

관내의 수비 장군은 옆에 서 있다가 따라서 예를 올렸다.

"음."

육장봉은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 육삼더러 성지를 받아 오라고 한 뒤, 채찍질하며 앞으로 갔다.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거만하긴!'

그녀는 육장봉 덕분에 처음으로 성지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되었고 처음으로 성지를 전하러 온 내관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었다.

일행은 성지를 전한 내관을 내버려 둔 채로 관내를 향해 달려갔다.

관내의 수비 장군도 다급하게 말에 오른 뒤, 따라갔다.

말이 달리며 흙먼지를 성지를 전한 내관의 얼굴에 흩뿌렸다.

그러나 성지를 전한 내관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가 뭘 잘못했지?"

'내가 육 대장군께 충분히 겸손하지 않았던가 아니면 육 대장군을 바라보는 눈빛에 담긴 존경심이 부족했던 것인가?'

그는 육장봉이 말에서 내리지 않고 성지를 받은 것을 모른 척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육 대장군은 왜 화가 났을까?

'흐엉…….'

그는 갖은 머리를 써서 성지를 전하는 일을 받았고 또 요새에서 육장봉을 이틀이나 힘들게 기다렸다. 그런데 이득을 취하기는커녕 육장봉에게 얼굴 도장을 찍지도 못했다.

'난 도대체 뭘 바랐던 것이지?'

두 줄기의 뜨거운 물이 내관의 눈에서 흘러내렸다. 그 눈물은 먼지로 가득한 얼굴에 구불구불한 흔적을 남겨 놓았다. 요새를 지키던 병사는 내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관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는 화가 나 울음이 터졌다.

'여기는 내 팔자와 맞지 않아!'

그는 한시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성지를 전하는 내관은 거세게 얼굴을 훔치고 말했다.

"여봐라, 말을 준비하거라! 난 바로 변경으로 돌아가 복명해야겠다!"

내관은 그날로 변경에 돌아가 복명했다. 그는 한시도 더 머무르지 않았다.

물론, 그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수비 장군의 인솔하에 육장봉 일행은 수장부(守將府)에서 잠시 휴식을 가졌다.

씻고 식사를 마친 뒤, 월령안은 기운을 많이 차렸다. 육장봉과 성지에 관한 일을 물을 기회도 드디어 생겼다.

"서역의 일은 당신이 벌인 것인가요?"

그러나 육장봉은 월령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

"당신은 그래도 변경으로 돌아갈 것이오?"

'내가 변경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월령안은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야 해요."

"포리국에 정말로 일이 생겼소."

그는 월령안이 자기를 위해 변경으로 돌아가지 않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행히 월령안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깐 생각을 한 뒤 말했다. 이 점이 그에게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네?"

월령안은 경악한 얼굴로 육장봉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꾸민 것이 아니에요?"

"내가 정변이 일어나도록 안배한 나라는 옥류국(玉琉國)이지 포리국이 아니오. 알겠소?"

그가 꾸민 일은 맞았으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월령안은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포리국에 정말로 일이 생겼다고요?"

"그렇소."

육장봉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대장군, 육일이 돌아왔습니다. 급한 일로 보고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육이가 입구에서 높은 소리로 보고했다.

월령안은 눈치껏 일어났다.

"시간이 늦었으니 전 먼저 쉬러 갈게요."

"앉으시오."

육장봉은 월령안을 끌어당겼다.

"육일은 아마도 서역의 일로 온 것일 거요."

성지가 직접 요새까지 전해졌다. 심지어 그에게 쉴 시간도 주지 않고 병사들을 데리고 서역으로 가라고 했다. 이 일은 절대 성지에서 말한 것처럼 포리국에서 정변이 일어난 것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월령안은 포리국에 정말로 일이 생겼으며 육장봉이 안배한 것이 아니라는 육장봉의 말과 성지의 내용을 결합하여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속으로 서역의 일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의 정보망은 대부분 북요, 금나라와 주나라에 분포되어 있었다. 그녀는 일시적으로 서역의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다.

육장봉이 괜찮다고 하자 월령안도 더 이상 내숭을 떨지 않고 대범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녀도 서역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궁금했다.

"대장군, 마님!"

육일은 고생에 시달린 모습으로 들어왔다. 그의 몸에는 쉰내가 풍겼고 모양새는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입을 열자 그는 목이 메마르고 쉰 소리가 났다.

"앉아서 말하거라."

육장봉은 몰인정한 주인이 아니었다. 그는 육일더러 앉게 한 뒤, 또 먼저 물을 마시게 했다.

사람이 이미 왔는데 아무리 급해도 이럴 시간은 있었다.

육일도 심하게 지친 탓에 일시적으로 상하가 유별하다는 것을 잊고 자리에 앉아 물을 서너 잔 연거푸 마셨다. 그제서야 타는 듯한 목이 좀 낫는 듯했다.

육일은 숨을 고르기도 전에 다급히 입을 열었다.

"대장군, 서역이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열일곱 개 나라에서 정변이 일어났는데 아포가 있는 포리국이 첫 시발점이었습니다. 아포를 제외하고 황실 전체 인원이 모두 살해당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수십 개 소국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정권은 국왕의 형제가 아니면 권신의 손에 떨어졌습니다. 폐하와 조 대인은 대장군께서 속히 병사를 데리고 서역으로 가셔서 서역의 많은 나라에서 내란이 일어난 내막을 밝히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육일은 급하고도 빨리 말했다. 육장봉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 평온한 얼굴로 침착하게 물었다.

"조계안이 사람을 보냈느냐?"

서역의 서른여 개 나라에서 동시에 내란이 일어난 것은 우연일 리 없었다.

"조 대인께서는 최대한 빠르게 첩자를 파견하여 서역에 보내셨습니다. 첩자들이 서역에 들어간 뒤, 전부 연락이 끊어졌으며 아무런 소식도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이렇지 않았더라면 황제도 이토록 급해 하지 않았을 것이고 육장봉에게 쉴 틈을 전혀 안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육장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쉬거라. 육이더러 들어오라고 해."

"네……."

육일은 일어섰으나 바로 떠나지 않고 품에서 서신을 한 통 꺼내 공손하게 월령안 앞에 바쳤다.

"마님, 이건 황숙께서 소인더러 마님께 전하라고 명하신 겁니다."

월령안은 몸을 뒤로 젖히며 받지 않았다.

"전…… 꼭 보고 싶은 건 아니에요."

직감이 그녀에게 말해 주었다. 노인은 편지에 그녀가 보고 싶은 내용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럴 바에 그녀는 보지 않는 것이 나았다.

육일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마님, 황숙께서는 마님이 이러실 줄 아시고 특별히 소인더러 이렇게 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육일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 노인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

"계집애, 사람은 현실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단다. 도망쳐서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단다.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단다. 괜찮다, 넌 계속 생각하거라. 아무튼 너도 생각만 할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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