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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59)화 (759/1,004)

759화 주나라와 금나라의 거래

물론, 완안유는 이것이 자기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흘석열의 잘못인 것이다. 흘석열이 최선을 다해 그를 설득하지 않았고 이 일에 담긴 이익과 폐단을 알려 주지 않아 지금 그가 이렇게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었다.

'흑석열 기다려라…….'

완안유는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육삼은 금방 다녀왔다.

"폐하, 장군께서 우리는 이곳에서 하루 내내 머물렀다가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떠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폐하께서 철광산과 병사를 담보를 걸고 싶지 않으시다면 다른 것이어도 괜찮으시답니다. 황금 백만 냥의 가치가 되기만 하면 된답니다."

육장봉이 완안유에게 하루의 시간을 준 것은 완안유더러 새 담보를 찾으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완안유가 오림을 찾아가 상의할 시간을 준 것이었다.

완안유는 즉위하기 전에 조정과 접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마도 그는 금나라가 얼마나 큰지, 철광산과 은산이 얼마나 있는지조차도 모를 것인데 무슨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금나라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완안유의 신임을 얻은 오림밖에 없었다.

월령안과 육장봉을 실망시키지 않고 다음 날 오후, 오림은 역참에 도착했다.

월령안은 창가에 서서 오림이 창백한 얼굴로 시위에게 들려 말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아들을 낳기만 하고 키우지 않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해치는 일인지 알려 주죠."

능력 있는 신하, 충신이 되는 것은 역시 쉽지 않았다.

금나라 수도에서 편히 지내는 흘석열과 비했을 때, 오림은 너무나도 비참했다.

"걱정하지 말고 당신은 낳기만 하시오. 내가 키우겠소. 당신을 절대로 고생시키지 않을 거요."

육장봉은 느긋하게 월령안 쪽으로 걸어가더니 등 뒤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석양이 창문으로 비춰 들어와 두 사람을 비추었다. 귤색 빛이 두 사람의 몸을 감싸더니 얼굴을 몽롱하게 만들어 신비로운 빛을 더했다.

두 사람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월령안은 고개를 돌려 육장봉을 바라보며 농담을 건넸다.

"십이처럼 키우려고요?"

육장봉은 육십이의 통통 튀는 모습을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굳어졌다.

"십이가 나한테 왔을 때는 이미 자란 뒤였소."

'십이의 성격은 나와 상관이 없어. 난 이 죄를 뒤집어쓰지 않을 거야.'

말을 마친 육장봉은 문득 정신을 차린 듯, 흥분하여 말했다.

"당신 지금…… 나에게 아들을 낳아 주겠다고 응한 것이오?"

"맞아요, 제가 응했어요!"

월령안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마치 밥을 먹자는 말에 응하듯 담담한 모습이었다. 일순간, 육장봉은 월령안이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아니면 전처럼 그를 놀리는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월령안에게 여러 차례 놀림을 당하고 매번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육장봉은 마음속의 흥분을 억누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번에는 정말이오? 날 놀리는 것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소?"

"믿지 못하시겠다면 우리 지금 낳으러 갈까요?"

월령안은 눈을 깜박거리며 교활한 얼굴을 했다.

육장봉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런 하룻밤의 꿈이 아닌 한평생의 행복이었다. 월령안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날 놀리는 말일 줄 알았어.'

"봐요. 제가 당신을 놀리는 게 아니라 당신이 절 상대하지 않는 거예요."

월령안이 짐짓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

최근에서야 그녀는 육장봉과 함께 있을 때, 어떻게 해야 주도권을 차지하는지 알게 되었다.

육장봉은 화가 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어 막막하기도 했다. 그는 오물거리는 월령안의 입술을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 씩씩거리며 말했다.

"기다리시오! 언젠가 당신이 이렇게 유혹한 것을 후회하게 해 줄 것이오."

월령안이 계속 이렇게 유혹한다면 그는 십 년 후까지 기다릴 수 없을 것이다.

'아니면 주나라로 돌아간 뒤, 폐하더러 황자에게 황제의 자리를 양위하게 할까? 아니지, 지금 폐하께서 퇴위하는 것은 좀 이르지. 황자도 아직 나이가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래도 미리 두어 해 가르쳐야지. 황자가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완안유처럼 대신들에게 시달려 갈팡질팡하게 하지 않게. 그래,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겠어. 미리 가르쳐야 해.'

육장봉은 생각할수록 이 방법이 좋다고 느껴졌다.

변경으로 돌아간 뒤, 그는 황제와 상의하여 태자를 정하고 좋은 스승들을 모아 태자를 가르치도록 할 생각이었다.

태자가 충분히 배우고 나면 즉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시간이 십 년씩이나 필요하지 않았다. 만약 태자가 총명하다면 삼 년에서 오 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육장봉은 엄숙한 얼굴을 했다. 그의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많이 날카로워졌다.

월령안은 힐끗 한 번 보고 육장봉이 무언가 중요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육장봉에게 안긴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육장봉이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면 절대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 * *

오림은 별원에 도착한 뒤, 숨을 들이쉬고 완안유를 만나러 갔다.

하는 수 없었다. 육 대장군이 내일 아침 일찍 떠나겠다고 말했으니 그 누구를 위해서도 지체하지 않을 것이다.

금나라의 황제는 육장봉을 한 번 붙잡을 수 있었으나 한 번, 또 한 번 더 붙잡을 수는 없었다.

이번에 얘기를 잘 마치지 못하고 육 대장군을 보낸다면 다시는 합의를 볼 기회가 없을 것이다.

완안유는 오림을 보고 구세주라도 본 듯 굴었다. 그는 오림이 예를 올리기 전에 일어서서 맞이했다.

"오 승상! 고생했어요!"

완안유가 한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마음먹으면 반드시 그 사람을 잘 구슬릴 수 있었다.

그는 진심 어린 얼굴로 오림을 의자로 부축하고 입으로는 고생했다며, 오림이 이토록 분주히 뛰어다니는 것은 모두 황제인 자기의 잘못이라고 했다.

"폐하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신은 아직 버틸 수 있습니다. 고생으로 말하자면 폐하야말로 가장 고생하십니다."

오림은 자리에 앉은 뒤, 길게 한숨을 내쉬고 흥분된 얼굴로 완안유의 관심 어린 말에 대답했다. 그리고 다급히 주제로 들어갔다.

"폐하, 주나라 쪽에 새 소식이 있었습니까?"

완안유는 고개를 젓고 내키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어제 일로 짐은 다시 주나라의 사람을 만나지 못했어요. 주나라의 사람은 짐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고요! 짐이 온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육장봉은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었어요. 호위병 하나를 보내 짐을 상대하게 했어요."

"폐하께서 고생하셨습니다."

오림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폐하께 육장봉이 이렇게 그를 접대하지 않고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는 것은 다 폐하 자신이 저지른 업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뿌린 대로 거두는 법, 우리 이 어린 폐하는 아직도 많이 배워야겠군.'

총명한 사람과 얘기를 나누려면 쓸데없는 얘기를 많이 할 필요가 없었다. 하나만 드러내도 서로 상대방의 뜻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림은 육삼이 제안한 조건과 육장봉의 태도에서 육장봉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그날 저녁, 양측은 합의를 보았다.

금나라는 철광산 세 채와 백성 십만 명을 담보로 주나라에 황금 백만 냥을 빌렸고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 금나라에서 황금을 모두 갚기만 한다면 주나라의 병사들은 바로 철수할 것이고 철광산도 돌려줄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이 백성들은 광부가 되어 주나라를 위해 철광을 캐야 했다. 주나라에서는 광부들에게 기본적인 음식만 제공할 뿐이고 다른 모든 것은 금나라가 알아서 해야 했다.

십만 병사를 십만 백성으로 바꾼 것은 주나라가 한 양보였다. 금나라도 양보를 했다. 금나라는 주나라가 철광산마다 병사 삼천 명을 파견하여 철광을 지키고 운수하는 것을 허락했다.

오림은 능력 있는 신하다웠다. 계약서는 비록 주나라에 유리한 것 같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 함정이 가득했다.

첫 번째, 철광을 캐는 사람은 금나라 백성들이었다. 그 뜻인즉 그들은 말을 잘 듣지 않을 것이고 효율도 높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두 번째, 금나라에서 황금을 갚자마자 주나라에서는 바로 철광산을 금나라에 돌려준다는 것이었다.

철광을 캐는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었다. 초반에는 대량의 인력, 물력을 투자하여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어쩌면, 주나라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막 철광을 캐기 시작했는데 금나라에서 금을 갚을 수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주나라는 큰돈을 거저 빌려주어 금나라가 어려운 시기를 넘게 도와준 것은 물론이고 금나라를 위해 철광산까지 열어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럼에도 불구하고 육장봉은 이 거래를 했다!

주나라에서는 황금보다 철이 더 부족했다. 월령안이 육장봉을 위해 고른 이 철광산 세 채는 철광 함량이 많았다. 그들은 모험을 한번 해 볼 만했다.

일부분만 캐 가더라도 주나라가 이득을 보는 셈이었다.

이 차용 조약은 두 나라의 이익에 연관되었다. 오림은 완안유가 나서는 것이 걱정되어 주나라 사신이 일품 대장군이니 일품 재상인 자기가 나서는 것이 적합하다는 이유로 완안유를 설득하여 방에서 기다리게 했다. 그리고 직접 육장봉과 각 조항에 대해 협상을 했다.

양측은 모두 나름대로의 속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총명한 사람이니 상대방의 한계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모든 과정이 삐걱거리긴 했지만 그날 저녁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어서 양국이 도장을 찍는 것과 황금 및 철광산을 내주는 것이었다.

"금나라의 상황을 대장군께서도 아실 겁니다. 귀국에서 하루빨리 황금을 준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약들이 모두 제정되었으니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림도 약한 티를 냈다.

약한 티를 내는 것은 진짜로 약한 것이 아니라 목적에 이르는 수단이었다.

육장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귀국에서도 일꾼들을 빠르게 준비하시고 철광산 주변을 비워 주시기 바랍니다."

"대장군, 걱정하지 마세요!"

오림은 진심 어린 얼굴로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로 어떨지 양측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오림은 입에 발린 말만 할 것이며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주나라에게 달렸다.

오림은 총명한 사람이었다. 국가의 중대사에서, 설령 지금의 금나라는 나약하더라도 최대한 금나라가 손해 보지 않게 했다.

사적인 일에서 그는 자신이 손해를 보지 않게 했다.

가기 전에 오림은 잊지 않고 육장봉에게 아부를 떨었다.

"대장군, 월 가주께 말씀을 전해 주세요. 그녀가 원하던 도박장 허가증이 곧 내려올 것이라고요. 그녀는 최초로 도박장 허가증을 가진 상인이 될 거예요."

"좋아요."

육장봉의 눈빛이 살짝 반짝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육삼더러 손님을 배웅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그는 오림의 말을 알아들었다.

도박장 허가증의 일은 금나라 태후가 아닌 오림이 힘을 썼다는 뜻이었다.

'완안유 모자는 역시 소인배군. 하나같이 안면을 몰수하니 말이야.'

육장봉은 몸을 돌려 우스개처럼 월령안에게 말해 주었다. 월령안도 우스갯소리로 들을 뿐이었다.

"서로 이용할 뿐이지요."

완안유 모자가 소인배였으나 그녀도 군자는 아니었다.

월령안은 완안유 모자보다 금나라가 돈을 빌린 일에 더 관심이 갔다. 양국의 조약을 알게 된 월령안은 진심으로 건의하였다.

"육 대장군, 건의를 하나 드릴게요. 철광을 캐는 일을 혼자 하지 마시고 돈을 좀 써서 상인을 시키세요. 상인만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철광산 세 채에서 철광을 가장 많이 채굴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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