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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54)화 (754/1,004)

754화 네가 악마를 끌어내었다

완안유는 오른손을 탁자에 지탱하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는 표정으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마치 독 안에 든 쥐를 바라보는 고양이 같았다.

월령안은 시선을 내리깔고 눈에 드리운 한기를 감추었다.

"소인은 아둔합니다."

완안유는 웃음을 지었다.

"월령안, 넌 짐이 언제부터 이 자리에 오를 야심을 품었는지 아느냐?"

월령안은 대답하지 않고 미소 띤 얼굴로 완안유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렇게 유치한 물음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짐이 널 만난 후부터다!"

말하는 사이, 완안유는 몸을 일으켜 월령안 앞으로 다가와 눈을 마주쳤다.

"월령안, 바로 네가…… 짐의 마음속에 있던 악마를 끌어낸 것이다!"

"폐하, 소인은 그렇게 큰 재주가 없습니다."

완안유를 바라보는 월령안의 시선은 처음과 같았다. 그가 제왕이 되었다고 무서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마치 과거 그녀가 완안유의 출신으로 인해 그를 낮잡아 보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완안유는 월령안이 그를 평소처럼, 보통 사람 대하듯 대하는 것이 아주 불만이었다!

이는 그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황제였다!

그는 유일무이한 것이었다!

월령안의 마음속에서도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이었다!

"월령안, 너는 짐 마음속의 악마를 풀어주었어. 넌 짐을 책임져야 해! 너는 짐의 것이어야만 한다!"

완안유는 월령안의 턱을 잡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려고 했다.

퍽!

완안유가 몸을 수그리는 순간, 월령안은 팔꿈치를 구부려 완안유의 가슴팍을 세게 쳤다. 그리고 완안유를 밀쳤다.

"저더러 책임지라고요? 당신의 시신을 거두는 것을 책임지라는 건가요?"

완안유는 가슴팍을 움켜잡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너……. 감히 짐을 습격하다니!"

"솩" 하는 소리와 함께 문밖의 시위들이 소리를 듣고 안으로 쳐들어왔다.

그러나 월령안의 행동이 그들보다 빨랐다.

시위가 정신 차리기 전에 월령안은 팔찌를 풀고 빠른 속도로 팔찌를 곧게 폈다. 그리고 칼처럼 뾰족해진 팔찌를 완안유의 목에 겨누었다.

"전 당신이 황제가 되고 높은 자리에 있게 되면 시야가 넓어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전히 시야가 좁네요. 제가 당신을 책임지게 하고 싶다면 당신은 자격이 되는지부터 증명해야 해요."

"월령안!"

완안유는 분노에 차 소리를 질렀다.

"네가 감히!"

"당신의 사람더러 썩 꺼지라고 하세요. 아니면 제가 감히 뭘 할지 알게 되실 거예요."

월령안은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완안유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에는 온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너……."

완안유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월령안, 손의 무기를 내려놓는다면 짐은 이 일을 모른 척해 주겠다. 여전히 너에게 황후의 자리를 허락하지!"

월령안이 냉소를 지었다.

"당신은 당신의 큰 형인 완안경이 어떻게 죽은 것인지 알고 있나요?"

"그자는 내 형이 아니야! 짐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뿐이다!"

완안유가 분노에 차 고함을 질렀다.

'자기 시신조차 보전하지 못한 그 노친네는 내 아비가 될 자격이 없다.'

월령안은 완안유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완안경은 저를 아내로 맞이하려고 해서 죽은 거예요! 당신도 한번 시도해 보실래요?"

"완안경이 뭐라고? 어찌 그를 짐과 비교하느냐! 짐은 황제다! 진룡천자(真龍天子)란 말이다. 이 세상이 모두 짐의 것인데 짐의 황후 자리가 싫단 말이냐?"

완안유는 두 눈이 시뻘게지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목에 겨눈 무기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면, 넌 처음부터 짐을 업신여겼던 것이냐? 바깥의 그 사람들처럼 짐을 잡종이라고 여긴 것이냐?"

"당신을 업신여기는 사람은 처음부터 당신뿐이었어요!"

월령안은 완안유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그를 밀쳤다.

"완안유, 자기를 너무 대단히 여기지 마세요. 이 세상은 아주 모질어요! 기억해요! 오늘, 나 월령안은 당신을 하늘까지 추어올릴 수 있다면, 내일, 당신을 땅속까지 끌어내릴 수도 있어요!"

월령안은 차갑게 완안유를 보고서 몸을 돌려 떠났다.

"잡아라!"

완안유는 냉혹하게 명령을 내렸다.

"솩!" 하는 소리와 함께 시위가 긴 창을 들고 앞으로 다가와 월령안의 앞을 막았다.

긴 창이 월령안의 앞을 가로막았고 창끝이 월령안의 가슴팍에 닿았다. 시위의 차갑고 엄숙한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았다. 월령안이 앞으로 한 걸음 움직이기라도 하면 그 차가운 창 끝이 사정없이 그녀를 찌를 것만 같았다.

월령안은 자해하는 취미가 없었다.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 완안유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폐하, 만약 제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금나라에서 성곽 하나가 사라질 것이고 제가 금나라에서 죽는다면 금나라 전체가 저와 함께 매장될 것이라는 말을 믿으시나요?"

"하! 넌 네가 누군 줄 아는 것이냐?"

완안유는 옷소매를 떨치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월령안, 넌 일개 여 상인이다. 짐이 널 황후의 자리에 세우겠다는 것은 짐이 널 좋아해서지 네가 짐의 황후 자리에 어울려서가 아니다. 짐의 금나라 전체가 너와 함께 매장될 것이라니. 가당키나 하느냐?"

월령안 얼굴에 걸린 미소는 변함이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장 차갑고 모진 말을 했다.

"주나라에서는 폐하를 돕는 대신 서금의 황제도 도울 수 있습니다. 아시겠어요?"

완안유는 월령안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비꼬는 시선을 던졌다.

"당연히 알지! 그런데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이냐? 설마 넌 순진하게 금나라에 대한 주나라의 태도를 일개 여인인 네가 좌우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냐?"

"전 금나라에 대한 주나라의 태도를 좌우지할 수 없어요. 그러나 황금은 그럴 수 있지요! 주나라의 전신 육 대장군도 하실 수 있는 일이에요!"

월령안은 손에 든 칼로 완안유의 몸을 막아 그가 가까이하지 못하게 했다.

"마침 전 황금이 부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육 대장군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죠."

완안유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월령안과 한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멈췄다.

"짐은 네 말을 믿지 않아. 너라는 여인은 온통 헛소리만 하고 그 중에는 믿을 말이 하나도 없지."

월령안이 손에 든 칼은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월령안의 말은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 충분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월령안이 한 말의 신빙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월령안은 완안유의 얼굴만 보고도 그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승부수를 던지며 모든 것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부귀한 앞날을 위해 목숨을 건다.

그러나 부귀한 앞날을 가진 사람은 더 이상 모든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 도전 정신과 크게 도박하는 결심을 가질 수 없다.

특히 완안유처럼 '졸부'가 된 사람은 더더욱 모험을 하지 못한다. 그는 수전노처럼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꼭 움켜쥔 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처음에 육장봉에게 시집갔던 것처럼.

하루아침에 원하는 것을 이룬 그녀는 육장봉을 손아귀에 꽉 움켜쥐고 평생 육장봉과 묶여 있고 싶어 했었다.

월령안은 경험자였다. 그녀는 완안유의 생각을 잘 알고 있었고 그의 약점이 무엇인지 더욱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어떻게 그를 공격할 것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폐하께서 믿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도 그냥 해 본 말이니 폐하께서도 듣고 넘기시면 됩니다."

완안유의 어두운 얼굴을 무시하며 월령안은 태연하게 손에 든 칼을 거두어 손목에 둘렀다.

"시간이 아직 이르니 앉아서 얘기하시죠."

월령안은 주객이 전도된 것처럼 옆으로 가서 앉았다.

완안유는 화가 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곳은 짐의 황궁이다!"

"네."

월령안은 대충 대답하고 방자한 눈빛으로 대전을 훑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기둥과 벽의 금칠은 구리와 아연의 합금이에요. 오래된 것이죠? 빨간색을 띠네요. 폐하께서는 궁을 재정비하시는 게 좋겠어요. 어쨌든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잖아요? 국고가 아무리 가난해도 이런 것은 아끼면 안 돼요. 순금으로 할 수 없다면 유금(鎏金), 도금도 괜찮아요. 속이 뭐든 상관없지만 보기에는 환하고 번쩍번쩍해야죠. 그래야 마치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니까요."

"월령안! 짐의 황궁이 어떻든, 네가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것이 못 된다!"

완안유는 한번 발걸음을 멈추자 더 이상 월령안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월령안은 지금 내가 가난하다고 비웃는 건가? 아니면 내가 잘못 들은 건가?'

"폐하, 사람이란 말입니다…….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좋습니다."

월령안은 탁자 위의 잔을 들어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 은잔은……."

"짐이 사용하는 은잔이 또 뭐가 어떻다는 것이냐? 궁중 어품(禦品 - 황제가 쓰는 물건)은 너희 주나라 솜씨보다 못하지 않아."

완안유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그는 툴툴거리며 월령안의 옆에 앉았다.

'이 궁의 물건이 아무리 못해도 어제(禦制 - 황제가 만든 물건)인데 일개 여 상인인 월령안이 뭐라고 업신여기겠는가?'

그녀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황제가 쓰는 물건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솜씨는 문제가 없으나 이 은잔의 모양새가 십몇 년은 된 것 같네요. 이 은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튀겼는지 몰라요. 보기에는 괜찮으나 이걸로 손님을 접대하기에는 너무 실례네요."

월령안은 잔을 내려놓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폐하, 손님을 접대하는 데 드는 돈은 아끼지 말아야 해요.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금나라가 군인들에게 급료도 못 줄 정도로 가난한 줄 알겠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월령안이 자기의 궁전을 헐뜯은 뒤, 또 궁의 잔을 헐뜯는 것을 들을 때, 완안유는 월령안이 정말 그가 궁핍하다고 비웃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완안유는 알아들었다!

월령안은 지금 그를 협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월령안은 완안유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웃으면서 되물었다.

"폐하, 폐하께서 금나라 선황을 위해 장례를 치르시고 계실 때, 육 대장군이 뭘 했는지 아시나요?"

월령안은 완안유의 대답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원하던 대로 온몸이 긴장으로 팽팽해진 완안유를 보자 말투가 더욱 즐거워졌다.

"서쪽에서 지금 황제 노릇을 하고 있는 서금 황제는 폐하보다 훨씬 적극적이에요. 폐하께서 조정 대신들을 포섭하고 계실 때, 그는 육 대장군과 주나라를 포섭하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성의를 한껏 보이면서요."

여기까지 말한 월령안은 이미 대화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갔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거만한 자태를 뽐내며 완안유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주나라로 말하자면, 서쪽의 금나라가 강대해지나 폐하의 금나라가 강대해지나 똑같아요. 주나라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어요.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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