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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52)화 (752/1,004)

752화 금나라의 분열

금나라 황제가 죽은 척하자 조정의 신하 대부분이 세 황자에게로 기울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의 세 아들뿐만 아니라 원래 그를 지지했던 대신들도 그가 살아 돌아와 다시 황제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금나라 황제의 신하로서 그들은 황제의 수단을 잘 알고 있었다.

금나라 황제가 살아서 다시 황위에 앉게 된다면, 그는 그가 죽은 척하는 동안 황자들 쪽으로 기울어진 대신들을 가장 먼저 처리할 것이다.

숙청하지 않는다고 해도 '배신'을 한 전과가 있으므로 그들은 금나라 황제의 신임과 중용을 얻을 수 없었다.

금나라 황제가 다시 황위에 올라 그들에게 칼을 휘두르게 하기보다 한마음 한뜻으로 새 주인을 따라 끝까지 가는 게 나았다.

전자는 죽는 길밖에 없지만 후자는 또 황위에 올려 준 공을 얻을 수도 있었다.

일은 역시 육 대장군이 미리 예상한 대로 진행되었다.

세 황자와 조정 대신들의 연합으로 금나라 황제가 일으킨 정변은 불과 사흘 만에 진압되었다.

금나라 황제가 선포한 자신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소식은 금나라 수도를 지키던 대신들에 의해 부정한 도적들이 금나라 황제의 이름으로 반란을 일으킨 것이 되어 무마되었다.

그때 선두에 나서서 소문을 반박하며 금나라 황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던 사람은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그의 심복이었던 오림이었다.

금나라 황제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했다.

* * *

금나라 황제가 손을 쓴 뒤, 금나라 황위 쟁탈전은 겉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지금 시기에는 경쟁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누구라도 퇴로는 없었다. 물론 금나라 황제 자신까지도!

다행히 이번에 이황자가 죽어서 강적 하나가 사라졌다.

금나라 황제가 손을 쓰자마자 삼황자, 사황자와 완안유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심지어 완안유는 그 두 사람보다 먼저 알게 되었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완안유는 움직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복종하는 자세로 삼황자와 사황자의 앞에 무릎을 꿇어앉아 자신은 황위를 빼앗을 생각이 없으니 목숨만 살려 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삼황자와 사황자는 완안유의 복종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 완안유는 한 번도 적수였던 적이 없었다. 완안유는 그들과 황위를 다툴 자격조차 없었다.

황위는 쟁탈해야 했고 명성도 가져야 했다.

신하들에게 잔혹하고 포악하며 매정한 인상을 남기지 않으려고 삼황자와 사황자는 모두 별반 위협이 되지 못하고, 실제로는 동생이나 대외적으로는 삼촌인 완안유를 살려 주고 싶었다.

완안유가 적극 복종한 것은 삼황자와 사황자의 드높은 자존심을 만족시켜 준 것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아주 너그럽게 응했다. 그들은 황위에 오른 뒤, 완안유를 살려 줄 테니 완안유더러 어머니를 모시고 금나라 수도를 떠나라고 했다.

그렇다, 삼황자와 사황자 모두 완안유의 어머니, 즉 대외적으로는 할머니이나 실제로는 그들 부황의 노리개인 이 여인을 매우 싫어했다.

금나라 태후와 완안유의 존재는 그들에게 있어 일종의 수치였다. 그 두 사람이 멀리 떠나간다면 그들의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었다!

완안유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입으로만 말한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도 황위를 다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줬다.

심지어 삼황자와 사황자가 급히 금나라 수도로 쳐들어갈 때만 해도 완안유는 와룡산에 남아 용기(龍氣)를 찾고 '금나라 황제'를 찾았다.

와룡산에서 용기를 찾는 것이 연기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완안유가 적극적으로 남은 것은 자기의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황위를 겨루지도, 빼앗지도 않고 평온한 삶을 살겠다는 자세를 보여 주었다.

삼황자와 사황자는 모두 완안유의 행위에 퍽이나 만족스러워했다. 한 소대의 병사들더러 남아서 완안유를 감시하라고 분부한 뒤,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금나라 수도로 쳐들어갔다.

두 형제는 먼저 손잡고 금나라 황제를 상대하기로 했다. 황제를 끌어내린 후, 각자의 능력으로 황위를 경쟁하자고 결정하였다.

삼황자와 사황자는 약속한 뒤, 빠른 속도로 수중의 사람들을 모으고 황성으로 쳐들어갔다.

두 사람은 아주 매정했다. 아버지였던 금나라 황제를 대할 때, 그들은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오림의 은밀한 지지를 받으며 두 사람은 힘을 합쳐 닷새 만에 금나라 황제가 금나라 수도에 남긴 세력을 거의 학살했다.

금나라 황제에 대해서는?

삼황자와 사황자 모두 그를 신경 쓰지 않았고 만나러 가지도 않았다.

금나라 황제가 죽었다는 소식이 퍼지는 순간부터 그들의 부황은 이미 죽었다!

그들이 궁에 숨어 있는 사람이 가짜라고 잡아뗀다면 정말 가짜인 것이 되고 만다.

그들은 가짜를 만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그들이 만나러 가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었다.

금나라 황제의 세력이 무너진 뒤, 방금 전까지 힘을 합치던 형제인 삼황자와 사황자는 바로 안면을 몰수하고 말았다.

삼황자는 총명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강대한 처가가 지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금나라 황제를 없앤 뒤, 조정의 대신들과 각 수령들이 나서서 장유유서를 이유로 대며 삼황자가 황위를 계승하라고 했다.

삼황자의 동작도 아주 빨랐다. 사황자가 알아채기 전에 먼저 사람을 데리고 궁정에 들어가 황궁의 새 주인이 되었다.

사황자는 사람들 앞에서 줄곧 예의 바르고 어질며 우아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추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금도에 쳐들어간 뒤, 그는 금나라 황제가 남긴 인맥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금나라 황제의 남은 세력으로 황위에 오르려고 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삼황자가 허겁지겁 황궁을 차지했다.

사황자는 참지 않고 바로 군사를 일으켜 반란을 시작했다.

사황자의 기세가 매우 강했다. 삼황자는 강한 처가를 등에 업어서야 겨우 반란을 제압하고 사황자를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본신의 힘도 크게 상했다.

그러나 삼황자는 이에 대해 전혀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황자가 죽으니 그와 황위를 다툴 사람도 없게 되었고 황위도 그의 것이 되었다. 힘을 좀 잃은 것은 큰일이 아니었다. 두어 해 동안 잘 요양한다면 그의 세력도 회복할 것이다. 심지어 전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었다.

삼황자가 의기양양해서 조정 대신들더러 황위 계승식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바로 이때, 완안유가 병사를 거느리고 삼황자가 형을 모해하고 친동생을 죽였다는 이유로 금나라 수도에 쳐들어왔다.

삼황자는 이 소식을 듣고 얼이 빠졌다.

"완안유 그 잡종이 언제 와룡산에서 도망친 것이냐? 왜 나는 그 소식을 받지 못한 것이냐?"

삼황자의 수하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이는 그들의 실책이었다.

언제 도망친 것인지 그들은 지금도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삼황자도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곧이어 그는 또 물었다.

"아니지, 완안유 그 잡종이 어디에서 병사가 난 것이냐? 누가 그 잡종을 지지하는 것이냐?"

"대황자와 해주 공주가 남긴 병사입니다!"

완안유와 겨룬 대장군은 병사를 이끄는 곽하를 보고 알게 되었다.

"소인이 추측하건대 그들은 사적으로 이전부터 왕래가 있었고 합의를 본 듯합니다. 우리와 사황자가 모두 크게 세력을 잃을 때까지 기다렸다 궐기한 것 같습니다."

삼황자는 화가 나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잡종은 역시 잡종이구나. 이런 파렴치한 작당이나 하는 것을 보니!"

삼황자는 화가 나서 궁의 대부분 장식품들을 모조리 부수었다.

그러나 화를 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한바탕 분풀이를 한 삼황자는 가까스로 이성을 회복했다.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태후 그 천한 계집은? 그년을 끌어내거라. 완안유 그 잡종이 지 비천한 어미의 목숨을 살릴 생각이 있는지 어디 한번 보아야겠다!"

"전하, 소인이 완안유가 병사를 데리고 쳐들어왔다는 것을 알고는 아침 일찍 태후 궁에 가서 찾아보았으나……. 태후는 진작에 종적을 감췄습니다. 궁에 있는 것은 대역이었습니다."

삼황자의 수하는 절망 어린 얼굴로 대답했다.

완안유는 작정하고 찾아온 것이었다!

수하가 아직 채 보고를 마치지도 않았는데 갑옷을 입은 병사가 급히 뛰어 들어왔다.

"전하, 큰일 났습니다. 성문을, 성문을 지킬 수 없습니다……."

삼황자가 크게 화를 내며 병사를 냅다 찼다.

"당황하긴! 내가 있잖아! 어서 내 검을 가지고 오너라. 오늘 내가 직접 병사를 거느리고 그 잡종을 혼낼 것이다."

삼황자는 비록 말은 이렇게 했으나 성문으로 가지 않고 자기의 왕부로 돌아갔다.

완안유가 대황자와 해주 공주의 군사를 입수했다는 소식을 들은 삼황자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금방 넷째와 전쟁을 치른 그는 태반의 병사와 장병들을 손해 보았다. 지금 원기가 크게 상한 상황이어서 곽하 수하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의 장인어른들에게 대량의 병사와 군마가 있었으나 먼 곳의 물로 가까운 불을 끌 수는 없었다.

그의 장인어른들이 병사를 거느리고 금도로 올 때까지 완안유는 그를 수 차례 죽일 수도 있었다.

승산이 없을 것이 뻔하니 다시 싸울 필요가 없었다.

삼황자는 이해득실을 따진 후, 곧 금도를 버리고 그의 대비들을 데리고 도망쳤다.

완안유가 소식을 듣고 사람을 파견하여 뒤쫓게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도망친 삼황자는 강대한 장인어른들을 등에 업고 곧 금나라 절반의 국토를 점령했다. 완안유가 황제로 등극했을 때, 삼황자도 금나라 서부에서 등극했다. 그는 자신을 서금(西金) 황제라고 칭했다.

월령안은 육이가 밖에서 가져온 소식을 듣고 얼이 빠졌다.

'금나라가 분열되었어? 그렇다면…… 이번에는 누가 승자인 거지?'

삼황자가 금나라 수도를 공격하는 것을 멈추고 서쪽에서 황제를 하자 완안유는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삼황자가 공격하지 않는다면 완안유도 병사를 거느리고 삼황자를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삼황자와 달랐다. 그는 황위에 오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조정에서도 아무런 세력이 없었다.

그에게는 자기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신하들을 복종시키는 것이 삼황자를 공격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했다.

신하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완안유는 등극한 뒤로, 신하들에게 크게 상을 내렸다. 오림, 흘석열부터 곽하에 이르기까지…… 삼황자를 지지하는 관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상이 내려졌다. 이황자와 사황자를 지지했던 대신들은 크게 안심이 되었다.

완안유가 사후에 보복하려는 뜻이 없다면 그들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었다!

두 번째로 한 일은 바로 금나라 황제의 장례식을 치른 것이었다.

금나라 황제가 궁에서 처참하게 죽을 때, 삼황자와 사황자가 마침 격렬하게 싸우던 중이어서 그의 시신을 거두는 사람이 없었다.

오림이 금방 호전된 몸을 이끌고 궁에 들어가서 금나라 황제의 시신을 거두었다.

오림이 도착했을 때, 금나라 황제의 시체는 이미 쥐에게 뜯어먹힌 뒤였다.

오림은 금나라 황제의 시신을 거두었지만 파묻지는 않았다. 그는 내심 금나라 황제가 아무리 그래도 제왕인데 앞으로 누가 자리를 잇든지 후하게 장례를 치르고 그의 시신을 황릉에 묻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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