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1화 더 이야기할 수가 없겠네요
그녀는 이미 최선을 다했다. 의견 일치에 이르지 못해도 방법이 없었다.
"허!"
구레나룻은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가 직접 무역지역을 만들면 당신의 관성 무역지역에 누가 관심이나 가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월령안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그들에게 상인들을 무역지역에 들어가 거래하게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지 않았다.
조정의 지지와 군대의 보호가 없이는, 아무리 큰 능력이 있더라도 각국 상인이 무역지역에 들어가 거래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금나라 황제가 무역지역을 세우려 한다면 그녀는 걱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몇 개 부락에서 무역지역을 세운다면 그녀는 정말 그 전망을 좋게 보지 않았다.
월령안은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지 그들의 비위를 거스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들의 무역지역에 정말 문제가 생기면, 그녀가 저주해서 그런 것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월령안은 더는 무역지역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말머리를 돌려 물었다.
"대부 도박장은요?"
구레나룻이 되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들에게서 이익을 취하기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월령안도 너무 자기 분수를 모르는 거 아닌가.'
월령안은 역시 이럴 줄 알았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권했다.
"우리 여러 해 동안 함께 일해 왔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녀의 관성 무역지역이 있는 한, 이 부락들이 짓는 무역지역은 망할 것이 뻔했다. 더하여 도박장의 수익까지 없어지면 이 부락들은 또 무엇을 가지고 자신의 실력과 지위를 공고히 하겠는가.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들을 동정했다.
"월 가주나 잘 생각해 보시지."
구레나룻이 되받아쳤다.
"저는 더 생각해 볼 게 없어요."
'무엇을 생각하란 말인가?'
그녀에게는 관성 무역지역이 있었다. 아직 사용하기 전에 그녀는 이미 수천만 냥의 돈을 끌어 모았다. 그녀가 얼마나 생각이 없어야 그들과 같이 일을 만들어 들볶겠는가.
"그럼 우리도 뭐 생각할 게 없네!"
협상이 결렬되자 구레나룻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열흘 시간을 줄 테니 장부를 정리해 두게. 그리고 자네 사람들을 거느리고 대부 도박장에서 꺼져 주게나."
"장부는 이미 다 정리했으니 당신들은 언제든지 사람을 보내 인계할 수 있어요. 제 쪽 사람은……."
월령안은 웃으며 말했다.
"아마 꺼지지 못할 것 같군요."
"무슨 뜻인가?"
구레나룻이 탁자를 탁 치며 일어섰다.
"생떼를 부리려는 것인가!"
"대부 도박장이 있는 땅은 제 명의로 되어 있어요. 그때 당시 계약서는 해마다 체결하는 식이었어요. 올해 계약서도 만기가 되었죠. 제가 금나라에 온 뒤, 바쁘다 보니 계약을 연장하는 걸 깜빡했네요. 지금으로서는 그냥…… 당신들은 간판이나 가져갈 수 있을 거예요."
월령안은 방글방글 웃으며 일어섰다.
"제가 당신들에게 열흘 시간을 드리죠. 간판을 떼어가지 않으면 부수는 수밖에 없어요."
그녀에게 뒷손이 없는 줄로 여긴 모양이었다.
토끼를 다 잡고 사냥개를 잡으려 해도, 사냥개가 동의하는가를 봐야 할 거 아닌가.
완안유가 황위에 올라 도박장 '허가증'에 대해 공포하면 이 사람들은 도박장을 스스로 열지도 못할 것이다.
"자네…… 일부러 한 것이지?"
금나라 수도의 부잣집 도련님들은 도박장 그 장소와 그 사람들을 믿고 찾는 것이었다. 간판만 가져가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금나라 수도에 크고 작은 도박장이 부지기수이고 그중 대부 도박장이라고 불리는 곳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것도 월씨 가문 사람이 경영하는 대부 도박장과는 비길 수가 없었다.
그들이 간판 하나를 들고 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신들이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거예요. 제가 어찌 알겠어요. 당신들이 저와 얼굴을 붉히고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을 줄."
그녀가 고의로 했다고 해도 뭐 어쩔 텐가.
지금의 금나라에는 월씨 가문을 기어코 밟아 죽이려는 황제가 없었다.
그녀도 그때 당시처럼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고아가 아니었다.
칠 년이라는 시간은 그녀가 자신의 세력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자네……."
구레나룻이 화가 나서 손찌검을 하려 하자 주변 사람들이 말렸다.
구레나룻은 몇 번이고 숨을 깊게 들이쉰 뒤에야 비로소 화를 가라앉히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대부 도박장 그 땅을 얼마에 팔 수 있나?"
"그 땅은……."
월령안은 '팔지 않아요'라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입을 때려 할 때 육삼이 갑자기 뛰어 들어와 '당황'해서는 말했다,
"큰아가씨…… 궁에서 정변이 일어났습니다! 금나라 황제가 부활했다고 합니다. 호표영 사람들이 경기(京畿)를 장악하고 어느 누구의 성곽 출입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월령안은 숨을 고르고서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보아하니, 우리 거래는 더 이야기할 수가 없겠네요."
그들 모두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 * *
황권의 교체는 반드시 신구 세력의 재조정을 동반한다.
월령안은 금나라 황제가 죽지 않았다는 소식을 미리 알고 있었다. 또한 그가 세 황자가 금나라 수도에 없는 틈을 타서 손쓸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레나룻 등은 아무것도 몰랐다. 물론 그들 배후의 세력도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금나라 황제가 아직 살아 있다는 소리가 들리고 심지어 정변을 일으켜 황궁을 장악했다고 했다.
구레나룻 그들은 모두 멍해졌다. 한참 동안 자신이 들은 것을 믿을 수가 없어 육삼에게 진짜 사실인지 거듭 되물어 보았다.
그들은 월령안에게 말 한마디 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떠나갔다.
그들은 일이 더 확산되기 전에, 초원의 배후 주인들에게 이 소식을 보내야 했다.
이럴 때는 대부 도박장이고 무역지역이고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도 금나라 황제가 살아 있고 심지어 다시 복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금나라의 판도가 변하려는 것이다.
일단 그들 배후의 부락이 이번 황권 교체로 세력을 잃으면 수중에 아무리 하늘에 치솟는 부귀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지킬 수가 없었다.
사람이 떠난 뒤 월령안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장군이 보낸 건가요?"
그녀는 방금 전에 황궁에서 나왔다. 궁에는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설령 금나라 황제가 손을 쓴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궁정을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바깥 사람들도 이렇게 빨리 소식을 접할 수가 없었다.
금나라 황제는 비록 이번에 하수를 두었지만 그건 자신감이 넘쳐서 그랬던 것이지 결코 바보라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육삼은 무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대장군께서는 그들에게 귀찮은 일을 찾아 주어야 마님을 찾아와 귀찮게 굴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또한 금나라 황제도 좀 번거롭게 해 주고요."
월령안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무 말도 없이 걸음을 내디뎌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그녀의 상을 기다리고 있을 육 대장군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육삼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월령안의 뒤를 따랐다.
"마님, 소인이 또 한 가지 일을 보고드립니다. 이건 사실이고 이미 발생한 일입니다."
월령안은 웃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육삼이 대답했다.
"이황자가 죽었습니다."
"죽었다고요?"
월령안이 걸음을 멈추었다. 눈초리가 순간 날카로워졌다.
"어떻게 죽었나요?"
육삼은 살짝 허리를 굽혔다.
"마님께 알려드립니다. 이황자는 용의 기운을 찾다가 하늘에서 떨어진 바위에 맞아 죽었습니다. 당시 삼황자와 사황자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그 돌은 마치 눈이 달린 듯이 이황자만 맞혔습니다."
"하늘에서 바위가 떨어진다?"
월령안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었다.
"잘됐네요. 나중에 이황자의 장례식을 치르면 제 대신 후한 예물을 보내 주세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원수를 갚다니. 이것이야말로 영리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로한은 이번에 정말 멋지게 해냈다.
"네, 마님."
육삼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곧 멈춰 서서 월령안이 안뜰에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월령안의 예상대로 육 대장군은 서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를 보자 첫마디는 바로 이것이었다.
"이야기가 잘 되었소?"
"당신, 다 알고 있잖아요?"
육삼을 보내 사람을 내쫓기까지 하고서 모르는 척하다니.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오. 그들이 가진 게 너무 많단 말이오. 당신이 아무리 양보해도 소용없소."
육 대장군은 월령안에게 자기 품속으로 와 앉으라고 손짓했다.
"금나라 황제가 손을 쓰려 하나요?"
월령안은 그에게 눈총을 주었다. 그리고 육 대장군의 맞은편에 앉아 두 손을 겹쳐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나른하게 그 위에 엎드렸다.
육 대장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해 온 소식에 의하면 오늘 밤에 손을 쓸 거라고 하오."
월령안은 코웃음을 쳤다.
"보아하니 오림 대인은 이제 금나라 황제의 심복이 아닌 것 같군요. 이렇게 중요한 일을 그는 전혀 모르고 가족도 빼돌리지 않았잖아요."
"오림이 상처를 입었으니, 금나라 황제의 눈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말이오. 당연히 그의 생사를 관계치 않지."
금나라 황제는 본래부터 무정한 사람이었다. 그에게 수하 신하들의 생사를 보살피기를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월령안은 교활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림 대인에게 전갈을 보내죠. 그다음…… 우리는 문을 닫아걸고 결과만 기다립시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모두 했다. 완안유를 위해 길도 모두 닦아 놓았다. 이제는 완안유, 삼황자, 사황자 셋 가운데서 누가 승리할지 지켜보기만 하면 되었다.
육 대장군은 월령안이 하려는 일에 대해 항상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월령안이 문을 닫아걸자고 하자 육 대장군은 그대로 실행했다. 직접 별원을 닫아 버리고 그들도 나가지 않고 남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물론 문을 닫아걸었다고 해서 외부와 연락이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금나라의 황위 다툼에 끼어들지 않았지만 바깥 소식을 수시로 주목하며 한 점의 소홀함도 없이 수집했다.
만에 하나, 만일 금나라 황제가 승리한다면 그들은 최대한 빠르게 도망쳐야 했다. 악에 받친 금나라 황제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군대를 파견해 그들을 포위 공격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금나라 황제는 궁정을 점령하고 떠들썩하게 자기는 살아 있다고 선포하고 금나라 수도를 진일보 장악하려 했던 그 날 밤에 호표영을 파견해 별원을 포위 공격했다.
십이 그들이 전투력이 강하고, 더하여 황자 셋이서 때맞춰 뛰쳐나와 호표영과 싸움을 벌였으니 망정이지, 금나라의 황위 다툼 일차전에서 그들이 금나라 황제와 싸움을 벌일 뻔했다.
"금나라 황제는 나이가 들어 뇌가 잘 안 돌아가는 모양이에요. 이런 와중에 우리를 찾아오다니. 정신이 나갔잖아요."
호표영의 사람들이 쫓겨 갔지만 월령안은 여전히 화가 났다.
왜냐하면 십이가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일 대 백, 일 대 천, 단칼에 적군 우두머리의 수급을 취하던 십이가 부상을 당했다. 금나라 황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육 대장군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자기가 이길 수 없을 줄 알고 죽기 전에 우리를 먼저 죽이려 하는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