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750)화 (750/1,004)

750화 원칙대로 처리할 거예요

월령안은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뭘 했다고? 이 소녀들은…….'

그녀는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그녀는 외지고 폐쇄된 작은 부락들이 왜 상인도, 타인에게도 거부감을 느끼는지 드디어 깨달았다.

그들은 너무나 단순했다. 단순해서 인심의 험악함을 모르고 상업계의 서로 속고 속이는 본질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순수하고 화사한 소녀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떠올렸다.

그녀들이 순진해도 괜찮았다. 그녀가 영리하면 되었다.

그녀들의 화사하고 밝은 미소를 그녀는 지켜 줄 것이다.

일단 사람을 그녀 수하로 불러들였으면 그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반드시 소녀들이 평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 * *

궁에서 할 일을 다 끝마치자 월령안은 더없이 좋은 기분으로 궁에서 나왔다.

그러나 별원으로 돌아와 입구에서 그녀를 가로막는 열세 명의 부락 대표를 보자 그녀의 좋은 심정은 가뭇없이 사라졌다.

이 사람들은 귀찮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너무나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을 반드시 만나야 했다.

월령안은 웃음기를 거두고 육삼더러 그들을 화청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다시 손님을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물론 옷을 갈아입는다는 것은 인사치레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들이 좀 기다리면서 냉정을 찾고 거래를 제대로 하기를 바랐다. 더는 그녀를 위협만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구 할의 이익을 차지하려 하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은 이미 옛날이 아니었다. 그렇게 좋은 조건은 이제 더 있을 수 없었다.

육 대장군은 월령안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맞이하려던 참이었다. 입구에서 발생한 일을 알고 그녀의 언짢은 표정을 보고는 말했다.

"그들을 만나기 싫으면 만나지 마시오. 육삼더러 사람들을 보내라고 하겠소."

월령안은 탄식하며 말했다.

"보고 싶은 건 아니지만 조만간 만나야 해요. 피할 수 없어요."

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녀가 제멋대로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육 대장군이 계속해 권할까 두려워 월령안은 말을 이었다.

"그들 뒤에는 금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열세 개 부락이 있어요. 이 열세 개 부락이 연합하면 금나라 황제조차도 양보해야 해요. 애당초 천금을 들여서 그들과 거래를 성사시켰어요. 이렇게 이 줄을 끊으면 저 후회할 거예요."

그들이 점점 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그녀도 이처럼 짜증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월령안은 태후의 태도를 떠올리고 또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완안유는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가 지금 우리에게 우호적인 것은 아직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일단 그 자리에 앉으면 가장 먼저 저에게 손쓸 수도 있어요."

"금나라 태후가 눈치를 주었소?"

육 대장군은 예민하게 물었다.

월령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가 아무리 영리하지 못해도 지금은 저한테 눈치를 주지 못하죠. 다만…… 당신도 알다시피 어떤 사람은 환난을 같이 할 수 있지만 부귀는 같이 할 수 없어요. 금나라 태후와 완안유가 그런 사람인지에 대해서 지금은 대답할 수 없어요. 하지만 상인으로서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을 수는 없는 일이에요. 제가 그들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칠 수가 없다는 말이에요. 알겠어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나자 월령안의 눈에는 씁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주나라의 황제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월씨 가문을 쓰면서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상인의 습성, 그리고 상인으로서 뼛속까지 새겨진 위험에 대한 경계 때문에 그녀는 모험할 수 없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패를 확실하지 않은 사람에게 걸고 주도권을 남에게 넘겨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걸고 한 헌신에 같은 무게의 보답이 돌아올 거하는 것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토사구팽이라고 했다.

그녀는 황실에 큰 공을 세웠지만 그 쓸모를 다한 뒤에는 황실의 의심을 받고 멸족당하는 비참한 사례를 너무나도 많이 보아 왔다. 그녀는 감히 도박을 할 수 없었다. 아니, 월씨 가문 사람들은 줄곧 감히 도박을 하지 못했다.

월씨 가문 사람들은 뼛속부터 이기적이고 이성적이며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월씨 가문 사람의 눈에 제왕이란 단지 하나의 대상인에 불과했다. 그 역시 자기 이익과 자기 가족의 이익을 위할 뿐이었다.

월씨 가문은 태생적으로 주나라에 충성할 수 있지만 황실이나 황위에 앉은 사람에게 충성을 다 바칠 수는 없었다.

황권을 신봉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월씨 가문은 이질적이었다.

월씨 가문 사람들은 천명사상(天命思想)이나 용의 자손 같은 것을 믿은 적이 없었다.

월씨 가문은 다른 나라 내정에 참여해 황자를 황위에 올리는 일을 적지 않게 했다. 그들 월씨 가문은 제왕 역시 그저 인간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 자리에 앉으면 그들은 자기의 이익과 자기 가족의 이익을 위해서만 일했다.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치하의 백성들이 얼마나 고생하며 사는지 알고 있는 제왕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들 월씨 가문 사람들은 각지를 떠돌며 너무 많은 탐관오리와 인간 세상의 비참한 일들을 보아 왔다. 그들은 높이 앉아서, 세상 최고의 모든 것을 누리는 제왕에게 그들의 모든 충성을 바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에 대해, 황제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대장군 육장봉 앞에서는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월씨 가문 사람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부류의 사람이 함께하려면 두 사람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모난 부분을 끊임없이 다듬어야 했다.

그 과정은 생각해 볼 필요 없이 아주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은 모두 노력하고 있고 포기한 적이 없었다.

월령안은 시선을 살짝 내려 눈 속의 스쳐 지나가는 슬픔을 숨겼다. 다시 눈을 들어 육장봉을 바라봤을 때 그녀의 눈에는 어떤 먹구름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육장봉이 자신의 감정 변화를 눈치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육장봉이 더 질문할까 두려워 월령안은 앞으로 다가서며 그를 위해 섬세하고 부드럽게 옷깃을 여며 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대처할 수 있어요. 제가 대처할 수 없으면 육삼더러 당신을 부르라고 할게요."

"좋소."

육 대장군은 움직이지도 않고 대답하지도 않았다. 그는 다만 월령안을 진지하고 확고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기억하시오. 언제 어디서나 당신 뒤에는 내가 있소!"

'지금은 삼 년 전이 아니오. 당신 혼자 힘들게 버틸 필요 없소. 이번에는, 내가 있소!'

"기억했어요. 육 대장군님……."

월령안은 육장봉의 진지한 모습에 갑자기 놀리고 싶어 발돋움해 그의 턱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육장봉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달아났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요!"

칠 년 전에 그녀는 금나라 황제의 강요로 월씨 가문의 모든 관리인들을 이끌고 힘들게 살길을 뚫었다. 칠 년이 지난 오늘도 그녀는 여전히 해낼 수 있었다.

월령안은 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절대로 질 수 없었다.

* * *

월령안과 구레나룻을 비롯한 대리인들의 담판은 순조롭지 못했다. 쌍방은 서로 자신이 큰 양보를 했다고 여겼고 여전히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구레나룻을 비롯한 사람들은 금나라 최강의 열세 개 부락을 대표했다. 그들은 이전에 월령안과 동업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익의 구 할을 가져갔다.

대부 도박장에서 그녀와 이야기할 때, 그들은 당당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똑같은 배당을 요구했었다. 그리고 월령안과 아로한이 협력하여 본때를 보여 준 뒤, 그들은 배후의 부락 수령에게 연락했다.

이번에 그들은 성의를 가지고 월령안을 찾아온 것이었다.

관성 무역지역은 주나라의 것이므로 그들은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그들은 금나라 경내에 무역지역을 지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역시 월령안에게 전권을 주어 경영하게 하고, 이익 배당은 오 할씩 반으로 나눠 월령안이 순이익 오 할을 가져가라고 했다.

어떻게 말하면, 구레나룻 등은 정말 성의가 있고, 또 크게 양보를 했다. 하지만 월령안은 승낙할 수 없었다.

관성 무역지역은 아직 채 건립되지 않았고 빼어난 지위도 드러내지 못했다. 그녀는 두 번째 무역지역을 건립할 시간도, 정력도 없었다. 또한 삼국 현재의 거래량으로는 두 번째 무역지역을 지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구레나룻 등이 양보한 뒤, 월령안도 일정한 양보를 했다. 그들에게 일 할의 이익 배당을 줄 수 있으니 그들끼리 나누라고 했다.

하지만 욕심이 커질 대로 커진 사람들은 이 작은 이익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구레나룻을 비롯한 각 부락 수령의 대리인은 월령안이 단호하게 거절하며 전혀 의논할 여지도 보이지 않자 화가 났다. 그들은 그녀를 앞에 두고 위협했다.

"월 가주, 세상의 장사를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네. 자네가 금나라에 무역지역을 만들지 않아도 할 사람은 수두룩하지. 우리 수령은 이렇게 여러 해 동안 협력한 정을 봐서 자네와 이야기하는 걸세. 좋은 말 할 때 듣지 않으니 그럼 우리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고 탓하지 말게나."

월령안은 처음부터 일이 이렇게 될 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인내하며 설득했다.

"금나라와 주나라의 거래량으로는 무역지역이 두 개나 있을 필요가 없어요. 무역지역을 하나 더 만들면 쌍방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요."

어떤 장사든지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모방하게 된다. 멀리는 몰라도 범씨 가문에서도 절대 그녀가 이익을 독점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역지역을 하나 더 세우는 일은 다른 사람은 할 수 있으나 그녀는 할 수 없었다. 일단 그녀가 하면 관성 무역지역은 끝장이었다.

"양쪽 모두에게 이로울 게 없는 걸까, 아니면 월씨 가문에만 이로울 게 없는 걸까?"

구레나룻이 비아냥거렸다.

"월 가주, 그때 당시 당신네 월씨 가문 상사가 수렁에 빠졌을 때 누가 당신들을 구해 주었는지 잊은 모양이군?"

"그때 일에 대해 저는 진심으로 여러 수령들께 감사하게 생각해요. 지난 몇 년간 저희 월씨 가문에서도 최선을 다해 여러 수령들을 위해 돈을 벌어 드렸어요. 한 번도 소홀한 적이 없어요."

그녀는 구 할의 이익, 매년 수백만 냥의 돈으로 일개 월씨 가문 관리인의 평안 무사함을 샀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에게도 인정 빚을 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꽤 많이 양보했다. 이 사람들이 아닌 다른 부락들이었다면 이 조건을 냉큼 수락했을 것이다.

구레나룻이 말한 것처럼, 이 세상의 장사는 그녀 혼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구레나룻 그들이 다른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만큼, 그녀도 다른 사람을 선택할 수 있었다.

"관성 무역지역은 이미 짓기 시작했어요. 저는 단시일 내에 두 번째 무역지역을 짓지 않을 거예요. 당신들이 짓겠다고 하면 막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듣기 싫은 소리는 먼저 해두겠어요. 당신들이 두 번째 무역지역을 지으면 방금 전에 약속드린 혜택 조건은 더는 없을 거예요. 앞으로는 지나온 정을 배제하고 모든 것을 원칙대로 처리할 거예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