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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49)화 (749/1,004)

749화 소녀들의 은인

육 대장군은 월령안이 노인의 일에 염려하는 게 싫어 곧 화제를 돌렸다.

"순장될 뻔했던 소녀들은 어떻게 할 타산이오? 내가 그녀들이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줄까?"

군대에는 독신 병사가 많았다. 백여 명의 아가씨는 물론이고 수천수만 명이 더 온다 해도 문제가 없었다.

"아뇨."

월령안은 단박에 거절했다.

"그녀들은 어쨌든 금나라 사람이에요. 그 속에 첩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잖아요. 설령 없다고 해도 이후에 다른 마음을 품을지 누가 알아요. 그러니 그녀들을 주나라에 데려가는 건 적합하지 않아요. 그녀들은 금나라 각 부락에서 왔어요. 비록 받들리지는 않는다 해도 자기 부락의 사람과 일에 대해서는 다 잘 알 거에요. 그녀들더러 저를 도와 각 부락에서 물건을 받으라고 할 거예요."

금나라 각 부락의 풍습은 모두 달랐다. 큰 부락은 괜찮지만 작은 부락은 극히 야만적이고 폐쇄되어 평소에 바깥세상과도 거의 접촉이 없다시피 했다.

그들은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장사하려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툭 하면 싸움질을 했다.

하지만 모든 작은 부락들은 자기만의 특색이 있는 물건들이 있어 거래의 가치가 있었다.

원래 그녀는 그것들을 직접 살 방법이 없어 큰 부락과 합작해 그들이 돈을 거저 벌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곧 각 부락에 자신의 대리인을 두게 될 것이다.

* * *

이튿날 이른 아침, 월령안은 궁궐에 들어가 태후를 만났다. 두 사람은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태후도 매우 만족해했다.

월령안은 이번에 일을 많이 했지만 요구한 보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태후는 월령안이 자기를 상전으로 받들어 정성을 다해 섬기고 상을 요구한다고 생각했다.

태후는 속생각이 그리 깊은 사람이 아니었다. 얼굴에 드러난 득의양양함과 거만함은 감출 수가 없었다. 월령안이 모른 척하기도 힘들었다.

월령안은 태후의 빼어난 외모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감개무량 해했다.

하늘은 역시 공평했다. 한 사람에게 세상에 둘도 없는 미모를 주었지만 그 미모에 걸맞은 지혜는 주지 않았던 것이다.

태후에게 오늘날이 있게 된 것도 모두 미모 덕분이었다.

물론 아무리 경국지색이라도 그에 걸맞은 수단과 지혜가 없다면 결국 노리개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월령안은 원래 말하지 않으려다 혹시라도 의외의 문제가 터질까 두려워 자리를 뜨기 전에 태후에게 한마디 일깨워 주었다.

태후에게 금나라 수도의 동향을 잘 살피고 금나라 황제의 움직임도 주시하라고 귀띔했다.

혹시라도 금나라 황제가 세 황자와 완안유가 없는 틈을 타 무력으로 궁정을 장악하고 다시 나올 수도 있다고 알려 주었다.

금나라 황제가 죽은 척한 것은 정말로 최악의 한 수였다. 그는 이제 정신을 차리고 분명 기회를 틈타 '부활'하려 서두를 것이다.

이 시각, 금나라에서 가장 유력한 네 명의 후계자가 모두 수도를 떠났다. 또한 태반의 대신들을 데리고 갔다. 이는 상처 입은 금나라 황제를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거동이었지만, 동시에 금나라 황제의 기회이기도 했다.

일단 금나라 황제가 이 기회를 잡고 다시 일어서는 순간, 그전까지 그들의 노력은 헛수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월령안의 충고는 단 한마디로 돌아왔다.

"나도 알고 있다!"

월령안은 태후의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고 속으로 은근히 탄식했다. 하지만 더는 설득하지 않고 순장될 소녀들을 만나겠다고 여쭈었다.

지금 그녀는 신분이 특수하여 금나라 수도에서 그녀를 건드릴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숨길 필요 없이 떳떳하게 그녀들을 만날 수 있었다.

태후는 그녀를 난감하게 하지 않아 그나마 그녀의 기분이 좀 좋아졌다.

태후는 그다지 영리하지 못하나 악랄하지 않고 나름 신용도 지키고 몰인정하게 태도를 바꾸거나 하지 않았다.

황실 사람들이 이 정도만 해 주어도 충분했다.

* * *

순장될뻔했던 소녀들은 월령안을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를 둘러싸고 상황을 물으며 이번에는 얼마 동안 있을지 물었다.

월령안은 여러 사람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한 뒤, 자신의 신분을 말해 주었다.

원래는 자신의 신분을 솔직히 말하면 소녀들의 놀라움을 자아내고, 심지어 경계하고 배척할 줄 알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소녀들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심지어 월령안이 이해하지 못하자 웃으며 그녀의 의혹을 풀어 주었다.

"달님아, 우리는 일찍부터 네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하고는 다르지. 네가 감히 태후와 조건을 이야기하고 궁정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었잖아. 그리고 궁정의 사람더러 우리를 돌보게 했잖아. 심지어……."

한 아름다운 소녀가 '금나라 황제'의 영당 쪽을 가리키더니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두었어. 다만 네가 그 유명한 월씨 가문 가주일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월씨 가문의 가주와 친구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만약 내가 돌아갈 수 있다면 내 친구들은 몹시 부러워할 거야."

"이제 보니 월씨 가문의 가주도 우리와 별다르지 않게 생겼구나. 전에 부락 수령이 얘기하는 것을 자주 들었어. 월씨 가문 상단이 아주 대단해 늘 우리 부락의 보물을 가져간다고. 월씨 가문 사람들이 특히 돈을 잘 벌고, 가진 재산은 전체 초원 부락을 합쳐도 비할 수 없다고 했어. 그래서 월씨 가문의 가주는 삼두육비(三頭六臂 - 머리가 셋에 팔이 여섯이라는 뜻으로, 힘이 매우 센 사람을 일컫는 말)쯤은 되는 줄 알았어. 우리하고 같게 생기고 며칠간 우리하고 같이 먹고 같이 잘 줄을 어떻게 알았겠어."

월령안은 소녀들의 말을 듣고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녀가 후에 한 일들은 이 소녀들한테 숨긴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 소녀들이 진작 의심을 품었을 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신분을 밝힌 뒤에도 이 소녀들이 조금도 배척하지 않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게 된다면 그녀들과의 협업을 논하는 데도 훨씬 편했다.

월령안은 궁궐 안에 머무는 시간이 한정돼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정이 넘치는 성격도 아니었다.

소녀들이 자신의 신분을 받아들이는 것을 확인한 뒤, 그녀는 직접적으로 말했다.

"내 신분을 모두 제대로 확인했지? 그럼 이제 우리 거래를 하자꾸나."

"거래?"

소녀들의 표정은 망연했다.

"달님…… 아니 월 가주님, 지금 우리하고 장사에 대해 얘기하려는 거야? 우리가 잘못 들은 건 아니지?"

"잘못 들은 게 아니야. 나 지금 확실히 너희들에게 거래를 제안하려 하고 있어."

월령안은 분명하게 말했다.

"너희들을 반드시 꼭 구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어. 얼마 뒤에 너희들은 평안하게 집으로 돌아갈 거야. 너희들이 집으로 돌아간 다음, 나와 협력할 수 있기를 바라."

"우리 정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달님아, 우리를 속이는 거 아니지?"

소녀들은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 월령안의 확정적인 대답을 듣고 감성적인 몇몇은 울음을 터뜨렸다.

다행히도 선두에 선 몇 사람은 그래도 냉정했다. 잠깐 눈물을 흘리고 난 뒤에 냉정을 되찾고 먼저 월령안에게 무슨 거래를 하려는지 물어보았다.

월령안도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초원 각 부락의 상황은 너희들이 나보다 더 잘 알 거야. 여러 부락에서 특별히 배타적이고 바깥사람과 거래하기를 꺼리지. 설령 거래를 한다고 해도 가격을 너무 높게 불러. 나는 상인이다. 나는 훌륭하고 충분한 공급원이 필요해. 하지만 나한테는 부락마다 찾아다니며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 나는 현지 부락에서 나를 도와 물건을 사들여 줄 사람이 필요해. 너희들은 내가 선택한 협력자야. 나를 도와준다면 초원 각 부락에서 물건을 거두고 그 차액을 벌 수 있어."

소녀들은 이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저었다. 월령안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은근히 배척하는 기운이 서렸다.

"이……건 우리가 할 줄 모르는 일이야. 우리는 해 보지 않아서 아마 너에게 민폐만 끼칠 거야."

특히 몇몇 작은 부락의 소녀들은 월령안을 아주 멀리하려 했다.

그녀들의 부락에서 월령안과 같은 상인들은 모두 악질적인 존재로, 그들의 피를 빨아먹고 그들의 재산을 갈취하며 그들을 압박하고 착취하는 존재였다.

그녀들은 상인에 대해 태생적으로 배척했다. 월령안과 협업하면 분명 자기들이 속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월령안도 놀라지 않고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녀는 단지 냉담하게 말했다.

"너희들이 생각이 많은 거야. 내가 말은 나를 도와달라고 했지만, 너희들은 나를 돕는 게 아니고 너희 스스로를 돕는 거다."

"스스로를 돕는다고?"

월령안을 보는 소녀들의 얼굴빛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달님아, 너는 지금 우리가 너를 도와 돈을 벌면서 우리 부락 사람들을 착취하라고 하는 거 아니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너희 부락 사람들을 착취해서 뭐 하게. 너희 대부분은 작은 부락에서 왔잖아. 너희 전체 부락의 재산을 합쳐도 내 눈에 차지 않아."

소녀들의 막연한 표정을 보며 월령안은 잔혹하게 말했다.

"우리도 인연이 닿아서 이렇게 만났고 서로에 대해 어지간히 알고 있어. 그러니 나도 너희들과 가식적인 말은 하지 않을 거다. 너희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는 너희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지. 부락에서는 너희들을 한 번 희생시켰으니 두 번도 희생시킬 수 있어. 나는 너희를 한 번은 구할 수 있으나 두 번째는 구할 수 없지. 듣기 싫겠지만 내가 이번에 너희들을 구해서 돌아간다 해도, 만약 스스로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다음번에도 이런 일에 희생될 것은 역시 너희들이야."

소녀들은 잠깐 침묵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비참한 운명에 눈물을 짓고, 누군가는 먼저 물었다.

"달님아, 우리더러 너와 함께 우리 부락의 사람을 착취하라는 거 아닌 게 확실하지?"

월령안은 성격 좋게 말했다.

"나는 아직 작은 부락을 착취할 정도로 가난하지 않아. 나는 합리한 가격으로, 소금과 차로 너희들과 부락의 물자를 교환할 것이야. 너희들이 부락 사람들과 어떻게 교환할지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을게. 너희들도 차와 소금이 초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거야.

나는 그 교환 권리를 너희들에게 주었어. 너희들은…… 지금 내가 너희를 돕고 있는 것 같니, 아니면 너희들이 나를 도와 너희 부락의 사람들을 착취하고 있는 것 같니?"

소녀들은 두 눈에 빛을 반짝였다.

"우리에게 교환 권한을 주겠다고?"

"물론이야."

아무튼 그녀는 가격을 명시해 물건을 살 것이다. 손익은 물론 스스로 부담해야 했다.

만약 그녀가 매입 가격까지 모두 명시한 상황에서 여전히 밑지는 경우에는 그녀도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었다.

소녀들은 단순하고 열정이 넘쳤다. 월령안이 교환의 권한을 그녀들에게 맡긴다고 하자 그녀는 이제 더는 상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소녀들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착한 사람이 되었다.

설령 월령안이 여러 차례 그녀 역시 이익을 챙길 거라고 해도 소녀들은 믿지 않았다. 하나같이 울며 그녀를 좋은 사람이라고, 그녀를 만난 게 자신들의 행운이라고 했다.

그리고 꼭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고 부락의 가장 좋은 가죽과 약재를 바꿔서 그녀가 적게 손실을 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거듭 약속했다. 그녀들이 지금은 아직 약소해 월령안을 도와줄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믿고 기다리면 부락에서 발을 붙이고 그녀가 무엇을 요구하든지 절대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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