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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48)화 (748/1,004)

748화 저, 영감님을 만나고 싶어요

육십이는 갑자기 육삼에게 달려들었다. 육삼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 전에 그의 소매를 움켜잡고 얼굴을 비볐다.

"셋째 형, 저 너무 힘들어요!"

"내 옷소매로 코 닦지 마."

육삼은 금세 머리가 아파 십이의 손에서 자기의 소매를 빼내었다. 그러나 늦고 말았다.

그의 소매는 이미 젖어 있었다.

육삼은 눈을 부릅뜨고 십이를 쏘아보고는 겉옷을 벗어 십이 품에 안겼다.

"깨끗이 빨지 않으면 자지 못할 거야."

"셋째 형, 형도 저를 괴롭히는 거예요?"

육십이는 육삼의 옷을 안고서 또 한 번 얼굴을 닦고 이번에는 코까지 풀었다.

육삼은 더는 참을 수가 없어 한 대 후려쳤다.

"육십이, 죽고 싶은 거냐!"

"아아아악! 셋째 형, 제가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육십이는 옷을 안고서 바람처럼 재빨리 도망쳤다.

육삼은 몇 걸음 뒤쫓았다.

그런데 육십이의 최근 훈련이 헛된 게 아니었다. 육삼이 겨우 몇 발짝 뒤처졌을 뿐이었는데 이제는 그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육십이에게 그의 옷을 깨끗이 빨지 못하면 목을 깨끗이 씻고 기다려야 할 거라고 소리치고는 씩씩거리며 되돌아왔다.

"십이 이 녀석이 속도가 점점 빨라지네!"

"대장군의 특별한 훈련만 잘 견뎌 내고 있는데 능력이 일취월장하는 게 당연하지. 우리 모두 다 그렇게 거잖아."

육이는 탁상 위의 대나무 통을 거두고 웃으며 말했다.

"십이 저 자식은 정력이 넘쳐서 큰일이야. 대장군께서는 진작 그를 혼내 줘야 했어. 나이가 얼만데 아직도 어린애처럼 날뛰잖아.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 대장군이 원숭이를 친위대로 키웠나 하겠어."

육삼은 아직도 성숙하지 못한 십이가 한스러워 고개를 저었다.

육삼은 한참 뛰고 나니 피곤하고 갈증까지 나서 물을 부어 마시려 했다.

그때 육사와 육오가 침대에서 재빠르게 뛰어내려 찻주전자를 뺏어 살갑게 물을 부어 주었다.

"셋째 형! 오늘의 일은 어떻게 처리되었어요? 오림 댁에 간 일은 잘되었나요?"

"오림 대인이 대장군에게 편지를 보냈다. 다른 건 몰라."

육삼은 간단하게 한마디 대답했다. 그리고 육사와 육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자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맞다. 오림 대인이 너희들 장가갔냐고 물었어. 오늘 왔던 여병들은 모두 시집을 가지 않았다고 하더라. 너희들이 남의 몸매를 보았으니 그녀들에게 장가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

"셋째 형, 장난치지 마세요……."

육사와 육오는 금세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연신 고개를 저었다.

"장난 아니야."

육삼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 장가가고 싶다고 했잖아? 추수 낭자한테 장가가고 싶다고 했지? 추수 낭자는 너희들이 넘볼 수 없잖아. 이 몇은 너희들이 모두 맞이할 수 있단다. 처첩을 한 번에 다 얻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육사와 육오는 재빨리 뛰어 물러났다. 특히 육오는 얼굴마저 창백해졌다.

"안, 안, 안 돼요. 셋째 형,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지 마세요! 그 금나라의 여인들은 며칠을 씻지 않았는지 누린내가 너무 났다고요. 이 아우는 그 복을 누릴 수가 없어요."

육사는 손을 들어 맹세했다.

"셋째 형, 아우는 하늘에 맹세해요. 저는 추수 낭자에게 아무 뜻도 없어요. 저는 눈으로나, 마음으로나 모두 추수 낭자를 제 셋째 형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셋째 형수요!"

육오도 덩달아 맹세했다.

"맞아요. 맞아요. 셋째 형, 추수 낭자가 바로 제 셋째 형수입니다. 셋째 형수요."

육십이는 옷을 안고 조용히 돌아오다가 이 말을 듣자 금세 배짱이 두둑해졌다. 쾅, 하고 문을 열더니 양손으로 허리를 잡고서 크게 웃었다.

"허허, 알고 보니 셋째 형이 추수 낭자를 좋아하는구나! 셋째 형, 이제 다 끝났네. 내가 월 누님에게 형이 누님의 시녀를 탐낸다고 알려 줄 거야!"

* * *

월령안이 금나라에 온 목적은 주로 금나라 수도에서 혼란을 조성해 육 대장군, 이 '자객'의 압력을 덞으로써 그가 무사히 몸을 빼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육 대장군을 도와주는 것 외에도, 그녀는 상업계의 일을 잊지 않았다.

월씨 가문의 공식적인 장사는 이미 금나라에서 전부 철수했다. 그녀는 옛 협력자와의 관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없었다. 유일하게 관계를 다져야 하는 것은 대부 도박장 배후의 부족 수령들이었다.

어찌 말하면 월씨 가문이 그들을 위해 돈을 벌어 줄 수 있는 한, 피차간의 관계는 중단될 수 없었다.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더 가까운 상업 동반자가 될 수 있는지는 상대방의 태도에 달려 있었다.

알다시피 일방적인 수긍은 좋은 거래가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월씨 가문은 예전의 월씨 가문이 아니었다.

당시 월씨 가문은 금나라에서 금나라 황제의 핍박에 못 이겨 구 할의 이익을 내놓아 부족 수령들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지금도 예전과 똑같이 월씨 가문에서 자기들의 잇속을 차리려고 하면 그건 꿈일 뿐이었다.

오래된 협력관계는 공고할 필요가 없고, 새로운 협력 상대는 양보다 질이 더 중요했다. 그러므로 완안유와 오림 이 두 새로운 협력자로 충분했다.

이렇게 되면 그녀는 금나라 여야 모두에 줄을 댈 수 있었다.

금나라의 사무를 모두 정리해 보고 나서, 월령안은 금나라의 새로운 황제가 결정되고 사절단의 임무를 완성하기만 하면 떠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월령안은 붓을 들어 월씨 가문의 금나라에서 앞으로의 발전을 문자로 적었다. 마지막 한 획을 긋고 그녀는 긴장을 풀고서 궁금한 나머지 한마디 했다.

"그들이 와룡산에 가서 무슨 술책을 쓰는지 모르겠군요."

"당신의 사람도 가지 않았소?"

육 대장군은 월령안의 맞은편 탁자에 앉아 있었다.

이것은 육 대장군이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었다.

안팎 서재를 따로 쓰니 그가 월령안을 보고 싶을 때마다 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그리고 걸음을 가볍게 하든, 무겁게 하든 어찌하든지 결국 월령안이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늘 월령안이 놀랄까 걱정하기보다는 안 서재에 탁상 하나를 더 놓는 것이 훨씬 더 나았다. 이렇게 되면 그는 고개만 들어도 월령안을 볼 수 있고, 월령안도 그가 집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더는 놀랄 필요가 없었다.

월령안이 생각해 보니, 육 대장군의 논리가 맞는 것 같아 속는 샘치고 허락했다.

그랬더니 제법 괜찮았다. 적어도 그녀가 놀라서 주판알을 잘못 튕기는 일은 없었다.

"제 사람은요, 살인하러 갔어요."

월령안은 이를 드러내며 가볍게 웃었다.

"생각해 보니 제가 또 완안유를 도와 경쟁자 한 명을 없애 주었군요. 내일 궁궐에 들어가 태후 마마와 얘기 좀 해야겠어요. 좋은 일을 하고 이름을 남기지 않는 건 제 풍격이 아니죠."

"무엇을 요구할 생각이오?"

육 대장군은 저도 모르게 가볍게 웃었다.

분명 아로한은 개인적인 원한을 갚으러 갔다. 하지만 이 일이 월령안에게 와서는 완안유를 도와 일을 처리한 게 되었다.

맞는 말이기도 했다. 이황자가 죽으면 덕을 보는 사람은 완안유였다.

"먼저 순장될 소녀들을 풀어 달라고 할 거예요. 그다음 태후와 완안유더러 조정의 대신들을 설득해 도박장을 조정의 통제하에 두라고 할 거예요. 그리고 조정에서 도박장에 소금 허가증 같은 것을 발급하라고 할 거예요. 이런 허가증이 있어야 조정에서 인정한 도박장이고 아니면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

물론 이런 허가증은 많으면 안 되죠. 지금 있는 도박장에는 줄 수 있지만 새로 개업하는 것은 허용하지 말아야 해요. 그 외의 것에 대해서는…… 관두죠. 저는 일개 상인일 뿐이에요. 요구가 많으면 태후와 완안유는 제 욕심이 끝이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어차피 겸사겸사 쓰는 인정이니 이익을 적게 요구해도 그녀는 밑지지 않았다.

"도박장을 손에 쥐고 싶은 거요?"

육 대장군은 듣자마자 알아차렸다. 월령안은 대부 도박장 배후 주인들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으나 그들과 척 지고 싶지 않아 주도권을 자신의 손에 쥐려는 것이었다.

월령안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당신은 도박장이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몰라서 그래요. 월씨 가문에 도박장 장사에는 손을 대지 못한다는 가훈이 없다면 저는 혼자서 도박장을 차리고 싶어요. 거기에 더해 폐하의 후원을 받는다면 주나라에서 도박장을 차릴 수 있어요. 그러면 범씨 가문과의 십 년 쟁탈전은 물론이고, 주나라 백만 병마도 먹여 살릴 수 있어요."

"도박장은 절대 안 되오. 돌아가면 폐하께 상주서를 올려 도박장을 봉쇄하라고 할 거요."

이 사이 월령안과 함께 드나들면서 육 대장군은 대부 도박장의 수익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더 확실한 것은 수많은 부자들이 도박장 때문에 쪽박을 찼다는 것이다.

"그것도 좋겠군요. 제가 돈을 벌지 못하면 다른 사람도 벌지 말아야죠. 특히 범씨 가문은 더 그렇고."

월령안은 금세 즐거워했다.

"범씨 가문을 말하니……. 참 그 집도 재수가 없네요. 대황자가 죽었으니 범씨 가문은 금나라에서의 뒷배가 없어졌어요. 범씨 가문은 금나라에 많은 돈과 사람을 투자했는데 말이에요. 장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눈에 띄게 손해를 봤어요."

장사하기가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 특히 그들과 같이 큰 장사를 하고, 폭리를 취하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더했다.

이곳저곳에서 시샘 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혹간 처리를 잘못하기만 하면 아무리 돈을 버는 장사라도 땡전 한 푼 건지지 못하게 밑질 수도 있었다.

"범씨 가문에는 해운이 있소. 그리고 전에 월씨 가문의 밑천이 있잖소. 범씨 가문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소. 소홀히 대하면 안 되오."

육 대장군은 월령안처럼 느긋하지 않았다. 그는 엄숙하게 말했다.

"해상 장사는 단정 짓기 어렵소. 그들이 감히 당신과 다투려고 하는 걸 보면 분명 비장의 무기가 있을 것이오. 당신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남겨 둔 황금을 생각해 보오. 범씨 가문이 해외에서 금산을 찾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오."

"맞는 말이에요. 해외 금산, 그것이 큰 변수이기도 하네요."

월령안도 엄숙해졌다.

"서역에 가기 전에 먼저 변경에 한 번 다녀와야겠어요. 공부에 바다에 띄울 수 있는 큰 배를 두 척 예약할 거예요. 그리고 될수록 빨리 상단을 조직해 바다로 나갈 거예요.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월령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 영감님을 만나고 싶어요. 영감님께서 몸이 좋지 않다고 하니 걱정돼요."

그때 그녀는 돌아가려다가 노인의 사람에게 막히고 말았다.

그녀는 노인의 편지를 받고 확실히 적지 않게 시름을 놓았다. 그러나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는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육 대장군은 잠시 침묵하다가 분명하게 말했다.

"좋소, 나한테 맡기오!"

월령안은 웃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다른 일은 그녀 스스로의 힘으로 모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황제가 못 만나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노인이 그녀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 노인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육장봉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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