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7화 육장봉의 친위대는 참 재미있어
"금나라 수도에는 오림 대인이 계시니 제가 자리를 비워도 염려가 없습니다."
완안유는 거절할 수 없음을 알고 대범하게 승낙했다.
황궁에 있는 그분이 미처 반응할 시간도 없이 세 황자는 그날 오후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와룡산으로 용의 기운을 찾아 떠났다.
* * *
월령안과 육 대장군은 성문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술집에 서서 일행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월령안은 점점 멀어지는 차 행렬을 보면서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저들은 모든 덤터기를 불자에게 떠넘겨 버렸네요. 나중에 불자에게 보복을 당할까 두렵지도 않나 봐요."
"불자가 죽었다는 걸 내가 말해 주지 않았소?"
육 대장군이 의아해서 물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어찌 말해 주지 않았어요!"
월령안은 화가 나서 육 대장군을 노려보았다.
"당신을 보는 순간 잊었소."
육 대장군은 낮은 소리로 웃으면서 월령안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령안, 이렇게 노려보지 마시오."
"노려볼 거예요!"
월령안은 또 한 번 육 대장군을 노려보았다.
육 대장군은 우습기도 하고 어찌할 수도 없어 그저 웃기만 했다.
"당신 또 노려보면 나는 도저히 못 참을 거 같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 맞출 거요."
"당신, 이제 체면 같은 건 아예 신경 쓰지 않는 거예요?"
월령안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재빨리 옆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이곳은 술집이었다.
그들은 창가에 서 있어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올려다보면 금방 볼 수 있었다.
육장봉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내가 체면을 얼마나 중히 여기는데."
그가 뻔뻔스러웠으면 전혀 자제하지 않았을 것이다.
월령안의 귀엽게 치켜뜬 눈초리가 얼마나 매혹적인지 하늘만이 알 것이다.
"볼 만한 게 없네요. 우리 돌아가요."
월령안은 화가 나서 육 대장군을 한 번 흘겨보고는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불자가 죽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몰랐다. 그러니 덤터기를 씌우기는 딱 적격이었다.
"좋소."
육 대장군은 나지막하게 웃으며 월령안을 뒤따라 걸었다.
세 황자가 선수를 쳤다. 다음은 금나라 황제가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봐야 할 것이다.
보아하니 이번 금나라 황위 다툼은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 * *
별원 밖, 오림의 딸, 오유유는 여병 한 무리를 끌고 와서 육사, 육오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육삼은 이를 보고서 속도를 늦추면서 육 대장군에게 보고했다.
"대장군, 별원 입구에서 오림 대인의 딸 오유유와 여병들이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
육 대장군은 눈꺼풀도 들지 않고, 담담하게 명령했다.
"상관할 필요 없다."
오히려 월령안이 마차 문을 열고 한 번 내다보더니 저도 모르게 놀라 소리쳤다.
"어찌 된 일이에요? 육사, 육오가 지켜내지 못할 거 같은데요?"
"육삼, 가서 보지!"
육 대장군은 눈살을 찌푸렸다. 얼굴빛이 다소 보기 흉해졌다.
그의 친위대가 어찌 여병 몇 명도 막지 못한단 말인가.
그 둘이 언제부터 이리 무능해졌는가.
육삼은 대답하고 나서 마차를 별원 입구까지 몰아갔다. 마차가 미처 멈추기도 전에 눈썰미가 좋은 여병이 그들을 발견했다.
"큰아가씨, 주나라의 마차예요. 저 안에 아마 그 대장군이 있을 거예요."
"내가 가 볼게. 너희들은 계속…… 무슨 수를 써서라도 뛰어 들어가야 한다. 알겠느냐?"
오유유는 시원하게 명령을 내리고는 발길을 돌려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마침 마차를 세우고 달려오는 육삼과 마주쳤다.
오유유는 육삼을 막아 나섰다.
"너는 주나라 사람이냐? 마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너희 주나라의 장군이 맞느냐?"
"비켜."
육삼은 오유유에게 발길질했다. 오유유는 동공이 확장되며 화가 나서 피했다.
"너희 주나라 남자들은 왜 이리 뻔뻔해! 툭하면 여자한테 손찌검을 하다니!"
육삼은 오유유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달려들어 그녀의 팔을 꽉 잡고는 입구로 끌어갔다.
육삼은 스스로 자신이 대장군과 월 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로서는 결코 이 밉살스런 아가씨를 두 분 앞에 달려가게 할 수는 없었다.
"아아아악…… 야, 이 거친 주나라 사람, 나를 놓으라고!"
오유유는 육삼에게 팔을 잡혀 끌려가며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
"이 야만적이고 도리도 따지지 않는 주나라 사람. 너를 죽여 버릴 거야. 반드시 너를 죽여 버리겠어!"
입구에서 육사, 육오와 실랑이질하던 여병은 오유유의 고함 소리를 듣고 서둘러 돌아와 그녀를 구하려 했다. 여병들이 돌아서는 순간, 육삼은 그들이 하나같이 모두 가슴이 드러나는 옷을 입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금세 육사와 육오가 왜 열세에 처하게 되었는지를 알아차렸다.
육사와 육오는 숫총각으로 군대 내에서 기생들도 전혀 찾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지라 여병들에게 손발이 묶여 열세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육삼은 고개를 저으며 오유유를 여병들에게 던져 주고 그들의 무기력한 모습에 화가 나서 말했다.
"전쟁터에는 적군과 아군만 있고 남녀는 없다. 너희들은 자신의 신분을 기억하고 있는 거냐? 너희 지금처럼 하면 전쟁터에서 이런 여병을 만났을 때 명이 아홉 개라도 모자랄 것이다."
"셋째 형, 저희가 잘못했어요!"
육사와 육오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가슴을 드러낸 여병들을 보고 쑥스러운 것도 있고 부끄러운 탓도 있었다.
숫총각 육사, 육오에 비해 육삼은 무척 노련했다. 여병들이 가슴을 드러낸 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고도 정확하게 여럿을 쓰러뜨렸다.
"그까짓, 가슴을 좀 드러낸 것 정도로 뭐가 쑥스러운 것이냐? 돌아가서 마님더러 장가보내 달라고 해. 마누라를 앞에 두고 매일 보다 보면 익숙해질 거야."
육삼이 손을 쓰자, 육사와 육오도 좀 전의 불편함이 없어지고 과감하게 손을 썼다.
육사는 죽음이 두렵지 않은지 육삼에게 도발했다.
"셋째 형, 마님 옆에 있는 추수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요. 어때요?"
"너는 그냥 맞고 싶은 거지?"
육삼은 여병을 치려던 손으로 방향을 돌려 육사를 후려쳤다.
육사는 땅에 넘어지며 마침 얼굴을 여병의 앞가슴에 묻혔다.
"넷째 형, 넘어져도 운 좋게 향기 나겠네."
육오가 파안대소했다. 다음 순간, 육사가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튀어 올랐다.
"아이 퉤! 정말 구려! 정말 구려! 너무 지독해! 이 금나라의 여인은 너무 고약해."
"하하하하……"
육삼과 육오는 그의 비참한 몰골을 보고 아무 동정심도 없이 박장대소했다.
월령안은 창문에 엎드려 함께 즐겼다.
'육장봉의 친위대는 참 재미있어.'
* * *
육삼이 손을 쓰자 오유유와 그녀의 여병들은 곧 참패했다.
오유유는 받아들일 수가 없어 땅바닥에 쓰러져 큰 소리로 울며 악다구니를 쳤다. 주나라 사람들이 사람을 괴롭혀 그녀의 백호를 죽이고도 배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때린다고 했다.
육삼은 이 세상에서 자기네 대장군이 처리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오유유의 억지스러운 생트집에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대장군이 오유유의 백호를 때려죽인 일은 비록 대장군의 잘못이 아니지만, 오림의 체면을 봐서 그들이 백호를 잡아 주면 되므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유유가 배상으로 요구하는 것은 백호가 아니라 대장군이었다.
오유유는 그 백호를 자기 남편처럼 키웠던 것이니 백호를 때려죽인 대장군이 남아서 남편 노릇을 해 달라고 했다.
"허허!"
육삼은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우리 대장군은 너희 금나라 남자들과 달라. 평생 장가가지 않게 되더라도 짐승을 아내로 맞아들이지는 않지. 대장군을 남편으로 섬기겠다고? 좀 자신이 장군께 어울리는지도 고려해야 하는 거 아니야?"
오유유는 육삼의 비아냥거림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너희들이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줄 알면 돼! 하지만 너희들도 걱정할 필요 없어. 아버지도 동의했어. 대장군이 우리 오림 댁에 데릴사위로 들어오면 우리 집식구들은 싫어하지 않을 거야!"
육 대장군과 월령안은 걸어오다 마침 이 말을 듣게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았다. 눈빛에는 웃음기가 스쳐 지나갔다.
역시 오림은 총명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연락하기 힘들고 서로 만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의 딸을 보내 소란을 피우는 것은 별문제가 없었다.
그의 조사에 의하면 오림의 딸은 확실히 머리가 그리 영리하지 못한 듯했다.
그녀가 아무리 황당한 일을 저지르더라도 사람들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육삼, 저자들을 묶어 오림 대인의 집으로 돌려보내. 기억해라! 직접 오림 대인에게 맡겨라."
육 대장군은 월령안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갔다.
"예, 장군님!"
육삼이 명령을 받자마자, 땅에 쓰러져 죽은 척하던 오유유가 벌떡 일어서더니 육장봉을 덮쳤다.
"주나라 장군, 때마침 왔네. 나하고 같이 가자. 나의……."
팍!
육장봉이 소매를 젖히자 오유유는 그의 옷자락도 만지지 못하고 멀리 날아가 떨어졌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오유유는 날아서 그 여병들의 몸 위에 떨어졌다. 곧 비명 소리와 함께 혼절하고 말았다.
육 대장군은 곁눈질 한 번 하지 않고 계속 계단을 올라갔다.
"대장군!"
육사, 육오는 장난기 가득하던 표정을 거두고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으로 육 대장군에게 예를 올렸다.
"다음은 없다."
육 대장군은 걸음을 멈추고 경고 어린 눈빛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육사, 육오는 연신 고개를 숙이고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장군,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들도 오늘 자신들이 다소 부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끄러워 변명할 수도 없었다.
육삼이 말한 것처럼 전쟁터에는 남녀가 따로 없고 적군과 아군만 있었다. 만약 전쟁터였다면 두 사람은 몇 번이나 죽었을 것이다.
육 대장군은 두 사람을 훈계하는 것으로 이 일을 접고 넘어갔다.
사후 벌로 달리기를 했던 십이는 이 일을 알고 억울해서 울었다.
분명 모두 잘못을 저질렀는데 왜 육사와 육오는 욕 한마디로 끝나고 그는 벌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이는 너무 불공평했다.
"왜요? 무슨 근거로 나 혼자만 벌주는 거냐고요? 넷째 형, 다섯째 형은 나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질렀잖아. 왜 그들은 욕 두어 마디로 끝나고 나는 벌을 받아야 하냐고요! 얘기해 보세요. 이게 공평한가요?"
육십이는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화가 나서 방 안에서 마구 날뛰었다.
하지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
육사, 육오는 침대에 드러누워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육이는 말없이 탁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대나무 통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육십이는 억울했다. 좌우를 둘러보니 더욱 억울했다.
그는 감히 육이를 감히 방해하지 못하고 육사와 육오 둘은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너무 불쌍하게 여겨졌다. 누구도 그의 억울함을 풀어 주려 하지 않았다.
육십이가 머리를 감싸 쥐고 통곡하려는 순간, 육삼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너희들……."
"셋째 형, 드디어 돌아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