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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46)화 (746/1,004)

746화 독수리는 높이 날아야지

인사치레 돈은 주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몇몇이 가게나 땅을 사려 한다면 그런대로 구석 쪽으로 해서 팔아 줄 수는 있었다.

그녀는 이 몇몇이 돈 많은 바보라는 것을 알기에 귀찮지만 만나러 왔다.

하나같이 욕심스러운 모습이 돼지보다 더 볼썽사나웠다.

각 부락을 대표하는 열세 명의 관리인은 갑자기 분노했다. 그들이 어찌 월령안의 뜻을 모르겠는가.

지금 월령안은 더 큰 뒷배가 있어 그들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큰 고깃덩어리가 있는 것을 뻔히 아는데 포기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월령안이 조금이라도 뱉어내지 않으면 그들은 결코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우두머리 구레나룻은 월령안이 좀 전에 앉았던 의자와 탁자를 걷어차 넘어트렸다.

"월 가주, 우리 금나라 상단이 무역지역에 가서 주나라 상인들과 거래하지 않을까 두렵지 않는가? 그 아무것도 아닌 무역지역에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을까 두렵지 않단 말인가."

우당탕…….

탁자와 의자가 넘어졌다. 탁자 위에 놓였던 잔이 바닥에 떨어졌다. 깨진 도자기 조각이 여기저기 튀었다. 그중 몇 조각은 월령안에게 날아갔다.

월령안은 등에 눈이라도 달린 듯이 파편이 그녀의 발치에 날아드는 순간, 갑자기 몸을 돌려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깨진 도자기 조각이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거의 동시에, 구레나룻이 걷어찬 탁자도 월령안의 발치에 날아가 뒹굴었다.

월령안은 차갑게 웃으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얼굴의 웃음기도 진작 거두었다.

"여러분들은 마음속에 생각이 없나요? 우리 주나라에는 초원 각 부락의 필수품인 소금과 차가 있어요. 그럼 초원에는 우리 주나라에 꼭 필요한 물건이 있나요? 가죽? 약재? 말?"

월령안은 웃음을 거두었지만 여전히 가볍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아니면 여러분은 오직 당신네 금나라에만 가죽, 약재, 말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북요에는 없나요?"

'날 위협하려고?'

그녀를 위협할 만한 패가 있는지도 따져 봐야 하지 않는가.

이처럼 볼썽사납게 욕심을 부리다니. 정말 그녀가 뒷배가 없어 자기들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구레나룻을 비롯한 열세 명은 모두 얼굴빛이 변했다.

한참 지나서야 구레나룻이 이를 갈며 말했다.

"우리는 관성 무역지역에 가지 않을 수도 있네."

"기다릴게요. 당신들이 무역지역 밖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소금과 차를 살 수 있는지 두고 보겠습니다."

월령안은 무표정하게 구레나룻을 힐끗 보고는 돌아서서 가 버렸다.

"월씨, 거기 서거라!"

구레나룻이 빠른 걸음으로 쫓아왔다. 월령안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발걸음도 멈추지 않았다.

구레나룻이 쫓아오자, 아로한이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 그를 막아 나섰다.

"그만두시죠!"

"감히 나를 막아!"

구레나룻은 아로한을 노려보았다.

"죽는 것이 두렵지 않느냐?"

아로한은 백치를 보듯이 구레나룻을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레나룻은 한참 난감해하더니 주먹을 들어 아로한에게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곧 동료들이 막아 나섰다.

"대인, 고정하십시오! 고정하십시오. 우리는 장사하러 온 것이지 싸움하러 온 게 아닙니다."

"맞아요. 맞아요. 대인, 제발 그들과 똑같이 굴지 맙시다."

"월 가주가 그동안 우리를 도와 대부 도박장을 잘 경영했잖습니까. 공로가 없어도 고생이야 많았죠. 개를 때려도 주인을 봐야 한다지 않습니까. 월 가주의 체면을 봐서라도 대인께서는 일개 호위하고 따지지 마세요."

구레나룻을 설득하는 사람들은 모두 땀범벅이 되어 어쩔 줄을 몰랐다. 구레나룻이 화를 참지 못해 손을 댈까 두려워했다.

눈앞의 범상한 호위로 말하면 초원의 독수리로 불리는 아로한이었다. 정말 맞붙으면 그들 열몇이 합해도 아로한의 상대가 안 되었다.

그리고 방금 전 관성 무역지역의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이야기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월령안의 태도를 보니,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어 배짱도 두둑했다. 이런 때에 월령안의 사람과 부딪치게 되면 앞으로 더 이야기하기 곤란할 것이다.

이 사람들이 아로한을 알아볼 수 있는 만큼 구레나룻도 당연히 아로한을 알아보았다. 그는 자신이 아로한의 적수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또 실제로 아로한에게 손을 댈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체면이 서지 않아 버티는 중이었는데 누군가 퇴로를 열어 주자 곧 흰소리 한마디 하고는 주먹을 거두었다.

아로한도 구레나룻에게 도발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안정을 되찾자 냉담하게 몸을 돌렸다.

회담실을 나서자 아로한은 성큼성큼 쫓아갔다. 월령안은 앞에서 천천히 걸으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님!"

월령안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아로한을 힐끗 보더니 물었다.

"아로한, 원수를 갚고 나면…… 초원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아로한의 원수는 그의 부락을 멸족시킨 이황자와 제왕으로서 신하와 백성들을 지키지 않고 방관했던 금나라 황제였다.

이변이 없는 한, 이번 금나라의 황위 쟁탈전은 아로한이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아로한은 얼굴빛이 살짝 변했다.

"주인님은 저를 쫓아내려는 것입니까?"

"너의 재능으로 대부 도박장에 있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일 거야."

아로한은 도박장에서 호위 겸 정보 수집을 하고 있었다.

이 몇 년간 아로한은 아주 잘했다. 하지만 너무 잘했기에 월령안은 그가 평생 이 작은 도박장에 틀어박혀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월령안은 진심으로 설득했다.

"방금 너도 밖에서 들었잖느냐. 관성 무역지역은 반드시 열어야 한다. 안에 있는 그 몇몇의 성품들은 너도 봤지. 욕심이 너무 과해 장기적으로는 협력할 가치가 없어. 무역지역의 이익을 위해 나는 반드시 새로운 협력자를 찾아야 해. 남과 동업해서 그들에게 이익을 챙겨 줄 거면 너하고 동업하는 것이 훨씬 나을 거야."

월령안은 잠깐 숨을 고르고서 농을 한마디 던졌다.

"너는 초원의 왕이다. 네가 초원에 돌아가면 안에 저 사람들은 별 볼 일 없을걸."

"주인님, 저는 주인님 곁에 있고 싶습니다."

아로한은 월령안의 말에서 그녀가 자신을 자기 사람이 아닌, 오림이나 완안유 같은 동업 상대로 여긴다는 것을 읽어 내었다.

그는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났으니, 월령안이 그의 마음을 알아줄 거라 생각했다.

그는 결코 초원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초원의 왕은 더더욱이 생각이 없었다. 그는 원수를 갚은 뒤 월령안을 따르면서 평생 그녀를 보호해 주고 싶었다.

"독수리는 높이 날면서 하늘을 가르고 울부짖어야지. 참새처럼 작은 새장에 갇혀서는 안 된다."

월령안은 발걸음을 멈추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아로한, 내 곁에 남으면 호위밖에 할 수 없어. 너 정말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어?"

아로한은 잠깐 침묵을 지키다가 깊은 눈빛으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저는 그럼 초원으로 가겠습니다."

그가 월령안의 곁에 있고자 하는 것은 결코 호위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만약 월령안의 곁에 머물면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호위밖에 될 수 없다면, 그는 초원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녀의 곁에서 더 기회가 없다면, 그는 돌아가서 미래를 꿈꾸고 싶었다.

쟁취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었다.

아로한은 한순간에 결심을 굳히고 확고한 표정으로 말했다.

"직접 제 손으로 그자를 죽이면 곧 초원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좋아."

월령안은 이에 대해 의견이 없었다.

아로한은 비록 초원에서 왔지만 그의 집은 이미 없어졌다. 그가 초원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부락 하나를 세우는 것은 단번에 성사되는 일이 아니었다. 아로한은 초원으로 돌아가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해야 했다.

이런 것들은 그녀를 포함한 옆 사람들이 아로한을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또한 도와주어서도 안 되었다.

인간은 권세와 이익 앞에서 명석함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녀가 손을 대면 아로한은 곧 오해할 것이다. 그녀가 그의 손을 빌려 초원 내지 그의 부락을 장악하고 그를 꼭두각시로 간주한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면 좋은 일이 아니었다.

월령안은 아로한이라는 미래 협력자를 결정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뒤뜰에 이르러 원망 가득한 육 대장군을 만나자 한가하게 두어 마디 골려 주기도 했다.

육장봉은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지만 또 그녀를 어찌할 방법이 없어 그냥 속만 끙끙 앓고 말았다.

월령안은 이 모습을 보고 또 두어 마디 달랬다. 육 대장군은 그녀에게 지금 자신이 몹시 화난 상태라 조금 달래서는 전혀 소용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육 대장군은 눈매를 곱게 늘어뜨리고 환한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면서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월령안은 사람을 성나게 하는 재간도 좋지만, 사람을 달래는 재간은 더욱 뛰어났다. 그러니 그로서는 패배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육 대장군은 한숨을 내쉬고는 곧 공무를 얘기했다.

"세 황자가 성 밖 운창정(雲滄亭)에서 만났소. 셋은 어떻게 금나라 황제를 죽일 것인가에 대해 의논했다오."

"마음이 엄청 급하네요."

월령안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황실에는 부자가 없었다.

금나라 황제는 아직 장년이었다.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십몇 년 내지 이십 년 동안 끄떡없었다.

하지만 그의 아들들은 모두 성인이 되었다. 기회가 없다면 모르지만, 지금 기회가 눈앞에 닥쳐왔다. 그들이 어찌 그 긴 세월을 기다릴 수 있겠는가.

"그래도 제가 조금 마음이 급하긴 했어요. 만약 금나라 황제가 숨은 곳을 찾아내면 일이 훨씬 쉬울 수 있어요. 직접 죽이면 되니까요. 그럼 우리도 하루빨리 금나라를 떠날 수 있잖아요."

그녀는 또 서둘러 서역에 가서 해독약을 찾아야 했다.

그녀는 비록 말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해독약을 못 찾아 얼떨결에 독이 퍼져 죽을까 걱정되었다.

'그럼 손해가 너무 크잖아.'

월령안이 말한 것처럼 금나라의 세 황자는 정말로 그들의 아버지를 죽이려고 서두르고 있었다.

셋은 입성하자마자 대외적으로 불자가 명반(命盤 - 한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것)을 미루어 판단할 결과 그들의 아버지는 죽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숨겨졌다고 선포했다. 불자의 계산에 의하면 와룡산에 용의 기운이 있으므로 그곳에 가면 꼭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들이 금나라 수도에 서둘러 돌아온 것도 불자의 계산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은 용의 아들이므로 몸에는 모두 용의 기운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 오직 그들만이 목적이 있는 사람이 숨겨 둔 금나라 황제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와룡산은 금나라 수도에서 이틀 노정이면 닿을 수 있었다. 세 황자는 진심과 효심을 표하기 위해 금나라 수도에 돌아오자마자 문무백관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조정의 원로대신들더러 그들과 함께 와룡산으로 가자고 했다. 불자의 계산에 따라 용의 기운을 좇아가서 금나라 황제를 영접하자고 했다.

조정의 대신들은 물론 세 황자의 허황된 언사를 곧이듣지 않았다.

하지만 세 황자의 지지자들은 호응하며 충성심을 보였다.

만약 그들이 따라가지 않으면 마치 금나라 황제가 살아서 돌아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세 황자의 협박에 못 이겨 조정의 대신들은 하는 수 없이 터무니없는 줄 알면서도 그들과 함께 와룡산으로 가게 되었다.

"열여섯째 숙부도 용의 자식이잖습니까. 몸에 용의 기운이 있으니 함께 갑시다."

문무 대신들도 모자라 세 사람은 완안유에게까지 함께 가길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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