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745)화 (745/1,004)

745화 월씨 가문의 장사가 아니에요

"저는 주나라의 상인이에요. 저 역시 주나라를 대표한다고요!"

월령안은 말하면서 일부러 서운한 듯이 한숨을 내쉬며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당부했다.

"육 대장군, 아직도 더 노력해야 하는 거 알죠? 당신 혼자만 체면이 서면 뭐 하나요. 그냥 금나라를 힘껏 두들겨 패세요. 그들이 우리 주나라 사람들을 보면 모두 존경할 정도로 말이에요."

"알았소. 내 노력하지."

육 대장군은 낮게 웃으며 월령안과 함께 마차에 올랐다.

육삼은 마부의 자리에 앉아 시선을 내리깔고 그냥 귀와 입이 없는 척했다.

그렇지 않고 두 사람의 말이 밖에 전해지면 큰일이었다. 나중에 혹시라도 주나라가 금나라와 전쟁을 벌인다면 모르는 사람들은 대장군이 국고의 돈과 장병들의 목숨으로 미인의 웃음을 사는 줄 알 것이다.

마차가 천천히 앞으로 대부 도박장을 향해 달려갔다.

* * *

같은 시각, 각기 다른 방향에서 달려 나온 말 세 필이 나는 듯이 성문으로 달려갔다.

육 대장군과 월령안이 대부 도박장에 이르렀을 때, 말 세 필도 출성하여 성 밖의 관도에서 서로 마주치게 되었다.

세 사람은 서로를 힐끔 보고는 묵묵히 시선을 옮겼다.

모두 서로 아는 사이였다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같은 일 때문이었다.

나머지 노정에서 세 사람은 묵시적으로 거의 어깨 나란히 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 않고 악의적인 경쟁으로 자신을 지치게도 하지 않았다.

* * *

대부 도박장.

마차가 멈추자마자 아로한과 도박장 관리인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육 대장군이 먼저 마차에서 내렸다. 아로한과 도박장의 관리인은 한번 힐끗 보더니 걸음을 멈추고 아무것도 못 본 척했다.

도박장을 여는 사람들은 이런 관료 사회의 사람들을 가장 싫어했다.

월령안이 마차에서 내린 것을 보자 관리인과 아로한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큰아가씨, 오셨군요!"

"급하게 행동하지 마세요!"

월령안은 육 대장군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서 내려왔다. 관리인의 발걸음이 다급한 것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큰아가씨!"

아로한은 월령안에게 예를 올리고 월령안의 뒤에 섰다.

"초원 몇 개 부락의 수령들이 사람을 보내 직접 큰아가씨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들은 비밀리에 동맹을 맺은 듯 보입니다. 태도가 매우 좋지 않고 아주 강압적으로 굴고 있습니다."

관리인은 월령안의 옆에서 걸으며 보고했다.

"어제 큰아가씨께서 오림 대인의 저택으로 갔다는 사실을 듣고는 소인에게 큰아가씨와 만나게 해 달라고 재촉했습니다."

전에는 별원에서 나오지 못하게 구금되었다는 이유로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림 저택에서 모습을 보였기에 더는 이 이유를 둘러댈 수 없었다.

"몇 명이나 왔나요?"

월령안도 걸으면서 관리인과 이야기했다.

"큰아가씨, 발밑을 조심하세요."

관리인은 월령안에게 한마디 귀띔해 주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모두 열셋입니다. 큰아가씨께서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이미 회담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가 보죠."

월령안은 문턱을 넘어 왼편 회담실로 갔다.

"이분은……."

도박장 관리인은 월령안의 옆에 서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뽐내는 육 대장군을 가리켰다.

그들이 이야기할 거래는 주나라 장군이 들어가서 듣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분이 회담실에 들어가면 오늘은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대장군, 먼저 서재에서 기다려 주실래요?"

월령안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부드러운 말투는 마치 어린애를 달래는 것 같았다.

육 대장군이 어찌할 수 있겠는가.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육 대장군을 설득한 뒤 월령안은 아로한을 데리고 회담실로 가서 초원 각 부락의 사람들과 이후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초원 각 부락 대표가 금나라 수도에 온 것은 월령안과 도박장이 아닌, 관성 무역지역의 장사를 위해서였다.

열세 명은 월령안이 오기 전에 이미 동맹을 결성했다. 그들의 목표는 일치했다. 바로 관성 무역지역에서 한몫을, 그것도 크게 챙기려 했다.

그들은 월령안이 동의하지 않으면 상단을 관성 무역지역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금나라 황제에게 상주서를 올려 금나라가 앞장서서 새롭게 무역지역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월령안은 오기 전부터 이미 부락 수령들을 상대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는 앉아서 그들의 요구를 들으면서 자신이 이 부락 수령들을 너무 점잖게 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람들은 뜻밖에도 관성의 무역지역을 두 번째 대부 도박장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월령안으로 하여금 경영하게 하고 이익과 소유권을 대부 도박장과 마찬가지로 그들 각 부락 수령들이 가지려 했다.

"월 가주, 우리 대인들은 월씨 가문과 다년간 합작하면서 대부 도박장의 경영방식을 아주 마음 들어 하네. 대인들께서는 관성 무역지역도 도박장의 경영 방식대로 해야 한다고 하더군. 무역지역은 당신네 월씨 가문에서 경영할 수 있네. 그러나 무역지역의 소유권은 반드시 우리 대인에게 있어야 하네. 관성 무역지역의 모든 것은 우리 대인께서 결정해야만 하고.

우리도 당신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것이네. 무역지역을 어떻게 나눌지는 우리가 알아서 결정할 것이야. 월 가주께서는 관성 무역지역을 잘 경영해 해마다 우리 대인들께 돈만 벌어다 주면 되네. 우리 대인들께서는 절대 당신을 푸대접하지 않을 거네."

이번에 온 열세 명은 각기 금나라에서 가장 강대한 열세 개 부락을 대표했다.

동시에 이 열세 개 부락은 대부 도박장의 배후 주인들이기도 했다. 대부 도박장에서 최근 몇 해 동안 번 돈 중에서 칠 할은 이 사람들의 손에 들어갔다. 나머지에서 이 할은 몇몇 작은 주인들 수중에 들어가고 일 할만 월령안에게 돌아왔다.

열세 개 큰 부락이 연합하면 금나라 황제도 감히 그들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온화한 태도로 말해야만 했다.

큰 부락의 대표로서 열셋은 물론 월령안이라는 일개 여 상인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와 의논하러 온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열세 개 부락의 결정을 통보하러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거절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이 사람들과 처음 거래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부락 수령들이 얼마나 자고자대(自高自大 - 교만하여 스스로 잘난 체함)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관리인의 말을 들으면서 전혀 놀라지 않았고 수시로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하는 듯했다.

열세 부락의 사람들은 볼썽사나운 욕심을 전혀 감추지 않고 떳떳하게 말했다.

"무역지역의 수익은 대부 도박장의 규칙대로 나눌 거네. 당신네 월씨 가문에서는 일 할만 챙길 수 있네. 하지만 무역지역 매년 수익은 반드시 전해보다 일 할씩 늘어나야 하네. 우리 대인들께서는 밥값을 못하는 사람을 기르지 않을 걸세. 월 가주께서 만약 그 정도로 할 수 없으면 그냥 자리를 내놓으면 되네."

열세 대표는 월령안이 만만해 보이자 더욱더 거드름을 피웠다. 가장 각박한 요구를 이미 말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더 요구할 수도 있었다.

할 말을 다 하고, 다른 사람들이 더는 요구를 생각해 내지 못하자 우두머리인 구레나룻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됐네. 우리 대인들은 이런 요구를 제기했다네. 월 가주는 내가 우리 대인들께 드릴 수 있도록 계획을 써서 주게나."

구레나룻은 말을 마치고 일어서더니 귀찮은 얼굴로 말했다.

"내일까지 받는 것으로 하지. 우리는 며칠 동안 당신을 기다렸네. 더는 기다릴 여유가 없다네. 내일 계획서를 우리에게 주게!"

내내 미소만 짓고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월령안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일은 아마도 안 될 것 같네요."

"여자들은 참 시간 끌기를 좋아한다니까."

구레나룻은 불만을 드러냈다.

"좋네. 그럼 모레로 하지."

"모레도 안 돼요."

월령안은 두 손을 겹쳐 아무렇게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가장 부드러운 말투로 강경하게 말했다.

"평생 안 될 것 같네요."

"무슨 뜻이오?"

구레나룻이 화가 나서 월령안을 노려보았다.

"좋은 말로 할 때 안 듣겠다는 것이오?"

"좋은 말로 하든, 나쁜 말로 하든 다 듣지 않을 거예요. 관성 무역지역은 여러분이 장사하러 오는 것을 환영해요. 하지만 다른 것은 다 안 되네요."

월령안은 말투가 여전히 부드럽고, 말은 여전히 강경했다.

"월씨! 사리 분별을 해야지!"

구레나룻은 화가 나서 웃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대인들의 동의가 없으면 금나라 상인들은 관성의 무역지역에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네. 월 가주는 금나라에 오기 전에 이미 수백만 냥의 표호와 적지 않은 땅도 팔았잖소. 당신이 새로 지은 관성 무역지역에 단 한 명의 거래자가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텐데?"

"관성 무역지역은 주나라 조정의 것이에요. 월씨 가문은 단지 경영을 도와줄 뿐이에요. 소유권에 대해서는 주나라 조정과 의논해 보세요. 저는 함께할 수가 없군요."

월령안은 우아하게 일어서서 구레나룻에게 공수하며 말했다.

"아제헌(阿堤憲) 대인께 인사를 전해 주세요."

말이 떨어지자 월령안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이 나가며 보는 사람마다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월 가주, 이게 무슨 뜻인가?"

뭇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한순간 어찌 된 일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스스로 월령안을 익히 안다고 생각하는 한 대표가 참다못해 먼저 물었다.

"단어 그대로의 뜻이에요! 관성 무역지역은 주나라 조정의 것이에요. 대인들께서 무역지역의 소유권을 원하시면 주나라 조정과 상의하셔야 해요."

월령안은 선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다. 여러분들 배후의 상단이 무역지역에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일개 관리인으로서 제가 결정지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각 상단이 무역지역에 들어가 물건 매매를 하는 것 역시 주나라 조정과 상의해야 해요."

그냥 입만 열면 무역지역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자기들이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생각해 보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월령안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조소를 날렸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꽃을 피웠다. 겉으로는 전혀 이상한 기운을 알아챌 수가 없었다.

"무역지역은 월씨 가문의 장사가 아닌가?"

누군가 정신을 차리고 질문했다.

"나는 당신이 몇몇 황자들께 일정한 몫을 보냈다고 들었네만?"

월령안은 웃으며 대답했다.

"대부 도박장도 월씨 가문의 장사가 아니죠."

하지만 그녀는 마찬가지로 인사치레로 남에게 돈을 보냈다.

그녀가 보낸 돈은 그녀의 수익에 속했다.

그녀 자신의 돈을 어떻게 쓰든지 이 사람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월 가주는 지금 더욱 큰 뒷배가 있는 모양이군. 이제 우리 이 오래된 친구들은 필요 없다는 것이오?"

몇몇 대표들은 다시 생각해 보고 금방 알아차렸다. 금나라에서 경영되는 대부 도박장처럼 관아의 배경이 없으면 관성 무역지역도 열 수가 없었다.

월령안이 대부 도박장을 경영하는 방식으로 주나라 조정과 합작해 관성 무역지역을 경영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장사에 그들과 함께하지 않다니. 그건 안 되는 일이었다.

"대인들께서 요구하는 것은 관성 무역지역이잖아요. 제가 드리는 그깟 돈이 눈에 찰 리가 있으시겠어요? 그럼 저는 여러분께 추태를 보이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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