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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43)화 (743/1,004)

743화 이곳은 우리 금나라의 땅입니다

이때 마침, 하인이 금방 만든 생선죽을 차려 올렸다.

신선하고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생선죽에 월령안은 어쩐지 웃고 싶었다.

그녀는 육 대장군의 얼굴빛이 어두워지지 않게 하인에게 다른 죽으로 바꾸라고 일깨워 주는 것을 깜빡 잊었다.

육 대장군은 한 입 맛보았다. 동일한 죽과 물고기 조각으로 만든 죽이 그가 만든 것과는 맛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월령안의 얼굴에 떠오른 능글맞은 미소를 보고 육 대장군은 곧 알아차렸다.

"내가 골탕 먹는 것이 그리도 재미있소?"

월령안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육 대장군은 월령안을 흘겨보고는 온화하고 총애가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이를 지켜보던 모두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아무것도 못 본 척했다. 육장봉이 놀림을 당하면서도 저런 미소를 짓는 날이 오다니, 해가 서쪽에서 뜬 것이 분명했다.

* * *

두 사람이 아침 식사를 마치자 육사가 와서 보고했다.

"대장군, 완안유와 흘석열이 왔습니다. 만나 보시렵니까?"

호표영은 육 대장군의 말을 듣고 일을 주관할 수 있는 사람 두 명을 바꿔 보내왔다.

"화청에 모셔라."

금나라 사람들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 이제 금나라 황제의 세 아들도 모두 돌아올 테니 금나라의 일도 마무리 지어야 했다.

"마침 저도 대부 도박장에 한 번 다녀와야 해요. 육사를 제 호위로 잠깐 빌려 주실 수 있나요?"

육 대장군이 일이 있어 바쁘면 월령안도 한가할 새가 없었다.

사실상 육 대장군을 동반하지 않았더라면, 월령안은 진작 대부 도박장에 갔을 것이다.

그녀는 아직도 많은 사업을 다 끝내지 못했다. 그녀도 시간이 없었다.

"오늘은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좋을 거요."

육 대장군은 비밀스럽게 말했다.

월령안은 얼떨떨해져서 물어봤다.

"무슨 일이 있나요?"

"조금 뒤에 구경거리가 있소."

육 대장군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월령안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럼, 남아서 구경하지 뭐!'

* * *

완안유와 흘석열이 찾아온 것은 육 대장군에게 사람을 내놓으라고 하기 위해서였다.

육십이가 거리에서 포찰량을 참살하고 또 호표영의 병사 한 대대를 죽였다. 그들은 반드시 육십이를 죽여 일벌백계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이 아직 찾아온 뜻을 전하기도 전에, 육 대장군은 들어서자마자 선수를 쳐 물었다.

"내가 원하는 사람은?"

"대장군, 이번에 우리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가 그자를 잡아가기 위해 온 것이고요. 대장군께서는 길거리에서 우리 금나라 대장군을 참살한 그 죄인을 내놓으십시오!"

흘석열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말투에는 불만과 질책이 섞여 있었다.

월령안의 체면을 봐서 그는 주나라 사신들을 아주 깍듯이 대했다. 하지만 생각 밖으로 주나라 사신들은 사리 분별을 못하고 기어오르려고만 했다.

"귀국의 장병이 나를 죽이려 했으나 무능해 나의 수하 선에서 모두 죽었소. 그자들이 강했다면 죽는 건 내 수하였겠지. 지금 내 수하가 너무 강하다고 탓하고 있는 것이오?"

육 대장군은 상석에 앉아 완안유와 흘석열을 힐끗 흘겨보았다.

완안유는 시선을 내리깔고 좌선하듯이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완안유는 여전히 조정을 장악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섭정 나리는 여전히 이름만 걸어 놓은 정도이고 오늘의 일은 흘석열이 주도했다.

흘석열은 변함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싸늘했다.

"진실은 과연 어떠할까요? 우리나라의 장병이 당신을 습격했는지 안 했는지는 육 대장군이 더 잘 알 것입니다."

육장봉은 냉소했다.

"그럼 귀국의 호표영이 출동한 것은 나와 차를 마시러 온 것인가?"

"호표영이 출동한 것은 장내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흘석열 얼굴의 미소는 한순간 유지할 수가 없었다.

호표영이 출동해 곧장 주나라 사신들의 거처를 찾아왔다. 이는 그들도 해명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 일은 분명 주나라 사신의 음모였다.

그들은 주나라 사신의 계책에 걸려든 것이었다.

"군대를 이끌고 곧장 내 처소로 달려와?"

육 대장군은 차갑게 비웃었다.

"내가 처소에서 두문불출하는 데도 안전하지 않은 것인가?"

흘석열은 몰래 숨을 몰아쉬고 육 대장군과 더는 실랑이질하지 않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육 대장군! 오늘 우리가 찾아온 것은 귀국에서 협조해 우리 수도에서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을 내놓기를 바라서입니다!"

육 대장군도 흘석열과 다툼을 벌여 십이가 살인을 한 흉악범인지에 대해 변명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맞받아쳤다.

"내가 오늘 당신들을 만난 것은 호표영을 시켜 나를 공격했던 자들을 내놓으라고 하기 위해서요."

"육 대장군은 협조하지 않으려는 겁니까?"

흘석열은 미소를 지우고 흉악한 눈빛을 보였다.

"육 대장군은 잊지 마시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곳은 우리 금나라의 땅입니다."

그는 육장봉이 아주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또 어쩔 것인가.

그들 금나라 세력 범위에서 육장봉은 설령 용이라고 해도 똬리를 틀고 가만히 있어야 할 것이다.

육 대장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귀국에서는 군대를 이동시켜 나를 습격한 뒤에 대충 둘러대면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아는 것이오?"

육장봉의 목소리는 가벼웠다. 지나가는 말투로 말하는 것이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말을 마치자마자 육 대장군은 갑자기 탁자를 탁 내리치며 격분해 물었다.

"귀국은 내가 비렁뱅이로 보입니까?"

육 대장군은 성난 눈으로 쏘아보며 서슬이 퍼렜다.

흘석열은 그저 강한 살기가 얼굴을 덮치는 것만 같았다. 분명 육 대장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흘석열은 꼼짝달싹할 수가 없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는 의자에 주저앉아 반나절이나 입을 벌리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화청 안의 분위기는 순간 팽팽하고 숙연해졌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흘석열은 입을 열어 교착 상태를 타개하고 싶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머릿속은 하얗게 바래 도저히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

바로 그때 완안유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사실을 아직 확실하게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육 대장군더러 사람을 내놓으라고 하면 실례되는 게 맞는 것 같군요. 흘석열 대인, 육 대장군이 별원에 머물며 단시일 내에는 금나라를 뜨지 않을 것입니다. 급하게 굴지 마시오."

완안유가 입을 열자 흘석열은 퇴로가 열린 것에 감사하며 한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역시 완안유의 체면을 세워 주었다. 당장에서 육 대장군에게 공수하며 사과했다.

"육 대장군, 이 늙은이가 결례했습니다."

"음."

육 대장군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대답했다.

흘석열의 얼굴에는 다시금 선한 미소가 떠올랐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담하는 듯이 물었다.

"육 대장군, 듣건대 어제 오림 대인의 저택에서 백호와 맞닥뜨리셨다고 하던데 다치지 않으셨습니까?"

이것이 바로 정객(政客 - 정치에 종사하는 사람)이었다. 방금 전까지 일촉즉발이었지만 필요하다면 다음 순간에 여전히 웃으며 상대할 수 있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담을 할 수 있었다.

육 대장군은 흘석열을 흘끔 흘겨보았다.

"귀국의 백호를 높이 봤군요."

육 대장군은 흘석열의 바뀐 태도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흘석열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여전히 거만하고 냉담하며 말에는 가치가 돋쳐 있었다.

그러나 흘석열은 여전히 미소 띤 얼굴을 하고서 계속하여 어제 왜 갑자기 오림 대인의 집으로 가게 되었는지 물었다.

"가고 싶어서입니다."

육 대장군의 대답은 간결했으며 이는 사람을 곤란하게 했다. 하지만 어쨌든 흘석열에게 답은 주었다.

대답이 있으면 흘석열은 계속해서 말할 수 있었다.

일문일답 사이에 분위기만 봐서는 화기애애한 듯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 갑자기 화청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흘석열은 한순간 정신을 차리고 구경거리를 기다렸다.

육삼이 허둥지둥 쳐들어오더니 화청에 있는 사람들을 보지도 않고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대장군, 양기 관 가게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그 가게가 겉으로는……."

육삼은 반쯤 말하고 나서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얼른 중단했다. 그리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대장군께서 벌을 내려 주십시오. 소인이 미처 손님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육 대장군은 흘석열을 흘끗 흘겨보며 조롱하듯이 말했다.

"괜찮다. 말해라."

육 대장군은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고, 심지어 그것을 숨기지도 않았다.

흘석열은 저도 모르게 당황하게 됐다.

'우리가 구경거리인가?'

흘석열은 저도 모르게 완안유를 힐끗 쳐다보았다. 완안유는 비록 무거운 표정이었지만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흘석열은 저도 모르게 몰래 되뇌었다.

'역시 용의 자손이군. 설령 떠받들리지 않고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해도 일반인들에게는 없는 침착함을 가지고 있군.'

육삼은 거짓 당황함을 거두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대장군, 소인이 양기 관 가게에 가서 관을 예약하려다 보니 가게 주인과 심부름꾼이 장사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아냈습니다. 참지 못하고 두어 마디 더 묻고 조금 더 관찰했습니다. 묻고 관찰한 결과, 양기 관 가게가 겉으로는 관을 팔지만 사실은 정탐꾼의 거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탐꾼의 거점이라고?"

흘석열은 완안유를 바라보았다. 완안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모른다고 했다.

육삼은 두 사람에게 영향을 받지 않고 보고를 이어 갔다.

"소인은 그 양기 관 가게가 우리 거처와 길 하나를 사이 두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사람을 거느리고 가서 그 가게를 차압했습니다. 소인은 가게 뒤뜰에서 밀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밀실에는 아주 정밀한 장치가 있었습니다. 소인은 그 장치가 소식을 전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관 가게의 사람들이 반응이 빨라 소인이 그 장치를 발견하자마자 그들이 태반은 망가뜨렸습니다. 소인은 가게의 소식이 어디로 전해지는지 조사해 내지 못했습니다."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정밀한 장치?"

흘석열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놀라 소리쳤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단 말인가?"

눈앞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큰 움직임을 보였는데도 그들은 조금도 몰랐다니.

그들 금나라의 정탐꾼들이 이렇게 무능할 수 있단 말인가.

귀로 들은 것은 헛것이고 눈으로 본 것만이 확실하다.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직접 봐야 알 것이다.

육 대장군은 대범하게 완안유와 흘석열을 요청해 함께 양기 관 가게로 갔다. 육삼이 말한, 소식을 전하는 정밀 장치를 직접 가서 보기로 했다.

그들은 틀림없이 갈 것이다.

이곳은 그들 금나라의 땅, 그것도 수도였다. 그들의 눈앞에서 누군가 이렇게 큰 움직임을 보이다니. 그들은 설령 육장봉의 계략에 걸려든다고 해도 반드시 가 봐야만 했다.

별원을 나설 때 흘석열은 낮은 소리로 측근에게 두어 마디 분부하고 그더러 서둘러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

여하튼간 이 일은 그들이 주도권을 쥐어야 했다. 몇몇 주나라 사람들에게 끌려가서는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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