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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42)화 (742/1,004)

742화 앞으로 밥은 하지 마세요

소년의 단단한 다리가 정말로 가늘어진 건 아니었지만, 얼마나 고생했는지 그 신발이 하루 만에 너덜너덜하게 해졌다.

"정말 불쌍하네요!"

월령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십이의 신발이 다 해진 것을 보고 그가 자신을 놀라게 한 일은 따지지 않기로 했다.

육십이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네. 월 누님, 저 정말 불쌍해요. 저를 좀 도와주세요, 되죠?"

"확신할 수 있어요? 제가 십이를 도와 사정하면 대장군이 십이를 배로 벌주지 않는다고 말이에요?"

어제 호표영과 접전을 치르고, 오늘 이른 아침에 별원을 백 바퀴 돌았는데도 아직 정력이 있어 주방에 와 몰래 음식을 훔쳐 먹으려 했다. 육 대장군이 십이에게 주는 '징벌'이 갈수록 가혹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십이는 강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잠재력은 무한하지만 외력으로 자극해야만 잠재력을 깨울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절인 고기처럼 꼼짝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것처럼, 십이는 오직 육 대장군만이 고쳐 줄 수 있었다.

육십이는 깜짝 놀랐다.

"더, 더 벌을 줄까요?"

그의 지금 훈련량에서 또 배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장군께서 정신이 나간 게 틀림없어.'

"십이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월령안이 되물었다.

육십이는 울먹거렸다.

"제…… 제 생각은 소용없어요. 대장군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는가가 중요하죠.".

그는 이런 잔인한 문제에 대답하기를 거절했다. 월령안의 말이 십중팔구 사실이 되리라는 것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육십이는 징벌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서 있을 힘마저 없어 쭈그리고 앉아 풀이 죽어 말했다.

"월 누님…… 저를 도와 사정하지 않으면 방법을 좀 생각해 주세요. 엉엉엉…… 저 너무 힘들어요. 매일 눈을 뜨나 감으나 훈련뿐이어서 자기 시간이라고는 없잖아요. 저도 육삼 형처럼 누님에게 일을 해 주고 봉록을 좀 많이 벌어서 어머니께 넓은 집 한 채를 마련해 드리고 싶다고요."

십이는 불쌍한 표정으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저 정말 너무 힘들어요!'

월령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쭈그리고 앉았다.

"돈을 모으는 일은 급하지 않아요. 십이가 살 집은 제가 팔지 않고 남겨 둘게요."

돈을 받지 않아서는 안 되고, 십이에게 마음대로 돈을 주어서도 안 되었다. 그녀는 멀쩡한 아이를 응석받이로 만들어 망칠 수 없었다.

물론 육 대장군의 훈련을 받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느 때,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위치에 있는가에 따라 그 기능을 배워야 한다.

월령안은 육 대장군이 십이를 위해 짠 훈련이 그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십이가 그를 위한 이런 훈련이 필요한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십이가 계속 군인으로 있는 이상, 반드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월령안은 잠깐 생각을 거쳐 넌지시 제안했다.

"음, 십이가 벌 받는 것이 싫다면, 수동적인 것을 자발적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자발적? 자발적으로 무얼 하면 돼요?"

십이는 눈을 크게 뜨고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적극적, 자발적으로 훈련을 더 하는 거예요. 가장 빠른 속도로 모든 훈련을 마치면 대장군이 훈련을 더 시킬 수 없을 거예요."

그녀는 어렸을 때 노인의 고된 훈련에 바로 이렇게 대처했었다.

노인의 요구를 완성하고 피곤해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그녀는 자발적으로 노인에게 난이도가 더 높은 임무를 달라고 졸랐다. 그래서 하루빨리 노인의 고된 훈련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 시기는 정말 버티기 어려웠고 힘들었다. 지금 다시 돌이켜 보면 월령안은 어떻게 이겨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겨내면 모든 것이 다 좋아졌다.

월령안에게 있어서 능력을 개발하는 훈련은 끝이 있고 꼭 완성할 날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튼 벗어날 수 없다면 강요당해 고통스럽게 시달리기보다 적극적,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나았다. 최선을 다해 가장 빠른 속도, 가장 짧은 기간에 모든 훈련을 완성하고 새로운 자세로 아름답고 찬란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십이는 월령안이 아니었다.

큰 포부가 없는 십이는 자신에 대한 요구가 높지 않았다.

월령안의 말에 십이는 깜짝 놀라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월, 월 누님…… 지, 지금 진지한 건가요?"

그런 끔찍한 '징벌'을 자발적으로 완성하고 훈련량을 더 늘리라니.

'월 누님은 내 다리가 길고 가늘어서 시샘하는 거 아니겠지?'

육십이는 월령안의 손을 가리키며 부들부들 떨었다.

"월 누님, 대장군을 따라다니더니, 나쁜 것만 배웠어요! 나빠졌어요. 알아요?"

"됐어요.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요."

어떤 일은 설득할 수도 없고 이해시킬 수도 없는 것이다. 꼭 스스로 생각을 다듬고 절로 깨우쳐야만 했다.

월령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다만 십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몸을 일으켰다.

"소년, 충고 하나만 더 해 줄게요. 피해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요. 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저는 생각이 없어요……."

십이는 두 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귀를 막고서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했다.

월령안은 웃으며 십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중에 신발을 몇 켤레 더 보내 줄게요. 그러면 훈련이 미뤄지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여기까지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

"월 누님은 악마예요!"

십이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깊이 반성하기 시작했다. 그가 월 누님을 찾아 통사정한 것은 분명히 가장 잘못된 결정이었다.

대장군이 마귀라면, 월 누님은 마귀 대왕이었다.

* * *

십이에게 이야기를 해 주고 나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났다. 월령안은 서둘러 세수하고 달려갔지만 식사 자리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육 대장군은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물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요?"

월령안은 잠깐 생각해 보고 십이를 만난 일을 입 밖에 내지 않기로 했다. 그저 세수하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고 했다.

여인이 화장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에 육 대장군은 구체적인 개념이 없었다. 월령안이 그렇게 말하자 의심 없이 믿었다.

육 대장군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월령안에게 죽 한 그릇을 떠 주었다.

"죽은 따뜻해서 먹기에 딱 좋소."

"고마워요."

월령안은 그릇을 받고서 그의 체면을 세워 주어 한 숟가락을 푹 떠서 입에 넣었다.

그다음 그녀는 굳어졌다.

죽을 한입 가득 물고 삼키지도, 토하지도 못했다. 섬세한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육 대장군은 얼른 수중의 죽을 내려놓고 관심을 가지고 다가섰다.

"왜 그러오?"

월령안은 손을 내저으며 어렵게 입속에 있는 죽을 삼켰다. 그리고 육 대장군의 죽을 가리키며 말했다.

"스스로 맛보세요."

월령안은 물을 한 모금 마셔 입안의 이상한 냄새를 가라앉혔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렇게 먹기 힘든 죽은 겪어 본 적이 없었다.

절인 물고기 조각은 생선의 싱싱한 맛을 보존하고 비린내를 제거하므로 이치대로라면 먹어도 비린내가 나지 말아야 했다. 더구나 그녀는 특별히 생강 채를 넣어 비린내를 제거했다.

하지만 눈앞의 죽은 냄새를 맡으면 매우 정상이지만, 입 안에 넣으면 이상하게 생선 비린내가 났다.

비린내만 나도 괜찮은데 솥 바닥이 탔는지 탄내까지 더하여 입에 넣으면 마치 솥을 닦은 물에 끓인 듯한 이상한 냄새가 났다.

"맛이 이상한가?"

육 대장군은 자리에 도로 앉아 숟가락을 들고 한 입 떠먹고는 무표정하게 삼켰다.

"물고기 조각이 상했소?"

"상하지 않았어요!"

그녀가 직접 생선을 썰고, 손수 담갔는데 상했는지 안 상했는지를 그녀가 모를 수 있겠는가.

육 대장군은 또 물었다.

"죽이 상한 거요?"

"그것도 상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주방에서 분명 향긋한 냄새를 맡았었다.

어떻게 상할 수 있는가.

"그럼……."

"앞으로 밥은 하지 마세요."

월령안은 복잡한 심경으로 육 대장군을 바라보았다.

재료가 문제 될 것도 없고 죽을 끓이는 기법도 문제없었다. 모든 것이 문제없으니 육장봉의 손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가르쳐 준 요리사가 말한 적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타고난 요리치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재료도, 정상적인 요리법도 그 사람의 손을 거치면 음식 맛이 이상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제까지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결국은 기름, 재료, 소금을 넣는 일뿐이었다. 맛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맛없다고 해야 뭐 어느 정도겠는가.

하지만 오늘 그녀는 진정한 요리치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육장봉의 손은 요리에 적합하지 않았다. 앞으로 절대 그녀의 식재료와 그녀의 미각을 망치지 못하게 해야 할 것 같았다.

"당신이 시키는 대로 했소."

한 절차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어찌 그의 잘못이란 말인가.

"지금 당신…… 제 실수라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월령안은 그윽하게 육 대장군을 쳐다보았다. 위협의 뜻이 다분했다.

"음. 내 탓이오."

월령안의 '위세'에 눌러 육 대장군은 눈치 빠르게 말을 바꾸었다.

"됐어요. 장난친 거예요."

월령안은 가볍게 웃으며 죽을 한쪽으로 밀어놓았다.

"주방에 아직 죽이 있으니 하인더러 새로 끓이라고 하면 돼요."

"내가 직접 만든 것이오."

이야기 속에서는 정이 있으면 물만 먹어도 배가 부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보통은 이 순간에 이야기에서 으래 그러는 것처럼 '맛있다'고 하면서 모두 먹어 주는 거 아닌가.

월령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당신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 테니, 저를 좀 난처하게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어때요?"

정상적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왜 서로 상처를 주겠는가.

"정말 그렇게 맛이 없소?"

육 대장군은 한 입 더 먹고는 포기했다.

"좋소. 확실히 그렇게 맛있지는 않군."

설령 음식에 대한 기준이 높지 않더라도 음식 맛이 이상하긴 했다.

월령안이 정말 다 먹으려 한다고 해도 그는 그녀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육 대장군의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래 주기 위해 월령안은 그에게 관탕포 하나를 집어 주었다.

"자, 관탕포나 드셔 보세요. 제가 아침 일찍 일어나 만든 거예요."

육 대장군의 '여린' 마음은 한순간에 위로를 얻었다. 실패한 생선 죽을 한쪽에 밀어놓고 월령안이 직접 만들고, 직접 집어 준 관탕포를 열심히 맛보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젓가락으로 관탕포의 껍질을 가볍게 찔러 그 속의 즙을 한 입 마셨다. 생선죽에 맛이 갔던 미각도 되살아났다.

"맛있소."

월령안은 도합 관탕포 세 통을 만들었다. 육 대장군이 두 통 반을 먹고 그녀는 반 통만 먹었다.

잠깐 동안 식힌 관탕포는 마침 먹기가 딱 좋아서 두 사람은 곧바로 먹어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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