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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41)화 (741/1,004)

741화 주방이 이렇게 위험한 줄 몰랐소

아침 일찍부터 별원 주위를 미친 듯이 뛰던 육십이는 배고프고 힘들어 몰래 주방에 달려와 먹을거리를 찾으려 했다. 입구에 서 있는 육 대장군을 보고 깜짝 놀라 흠칫 떨고는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대장군, 장군, 장군께서는 왜 여기……."

"앗…… 뜨거워."

월령안은 가마에서 찜통을 꺼내려다가 육십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손이 뜨거운 열기에 데었고 아픈 나머지 얼른 귀를 움켜잡았다.

"조심하시오!"

육장봉은 금세 얼굴색이 크게 변했다. 쏜살같이 앞으로 다가가 월령안을 품속에 끌어안더니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의 두 손을 꽉 잡았다.

월령안의 손가락에 생긴 물집을 보자 육 대장군은 온몸으로 차가운 기운을 끊임없이 내뿜었다. 목소리 역시 서리가 내린 것처럼 싸늘했다.

"다쳤잖소."

"살짝 데인 것뿐이에요. 괜찮아요."

월령안은 다친 것보다는 육장봉 때문에 더 놀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래서 육장봉이 다시는 그녀를 놀라게 하지 못하도록 그를 잘 훈계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두 눈이 빨갛게 달아올라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면서 자책감에 못 견뎌 자살이라도 할 것만 같은 육장봉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서 낮은 목소리로 위로했다.

"긴장하지 마세요. 작은 부상이에요. 찬물에 좀 담그면 금방 나을 거예요."

이런 작은 상처는 주방에서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애당초 요리를 배울 때는 이보다 훨씬 더 심한 상처도 많이 입었었다.

"마님, 장군…… 물을 가져왔습니다!"

육십이는 자신이 일을 그르친 줄 알고, 발 빠르게 냉수 한 대야를 들고 왔다. 냉수를 내려놓고 육 대장군이 말하기도 전에 나는 듯이 밖으로 달려 나갔다.

"대장군, 제가 얼음을 가져오겠습니다."

'으헝으헝,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더구나 감히 훔쳐 먹지 않을 거예요.'

육장봉은 마치 중상 환자를 부축하듯 월령안을 한쪽으로 부축해 가서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물에 넣었다.

한참 지나도 붓기든, 물집이든 가라앉지 않자 육장봉은 화를 냈다.

"낫지 않잖아."

월령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어찌 그렇게 빨리 나을 수 있나요!"

"당신이 물에 담그면 금방 낫는다고 했잖소."

육장봉이 울적해서 입을 열었다.

월령안은 가볍게 웃었다.

"괜찮아요. 이젠 안 아파요."

이 말은 물론 육장봉을 달래는 말이었다. 아프기는 하지만 이 정도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육장봉의 부상과는 견줄 수가 없었다.

"거짓말쟁이!"

육장봉은 월령안의 밝은 미소에 가슴이 뭉클했다. 고개를 숙여 이마를 가볍게 그녀의 이마에 맞대었다.

"미안하오. 나는 주방이 이렇게 위험한 줄 몰랐소. 다음에는 당신이 직접 하지 마시오. 안 되겠소?"

그는 월령안이 직접 만든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주방이 이렇게 위험해 그녀가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가 한 게 맛이 없었나요?"

월령안은 고개를 늘어뜨리고 마치 잘못을 저지른 어린애 같이 주눅 든 육 대장군을 보자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

"맛있었소."

이 세상에서 월령안이 만든 음식처럼 맛있는 음식은 없을 것이다.

월령안은 이어서 물었다.

"그럼 제가 직접 만든 음식을 드시고 싶지 않나요?"

"먹고 싶소."

육장봉의 목소리는 여전히 울적했다.

"하지만 당신이 다치는 것은 싫소."

"오늘은 뜻밖의 일이었어요. 평소에는 안 그래요."

육 대장군이 이렇게 자책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자비를 베풀어 갓 요리를 배울 때 얼마나 많이 다쳤는지 알려 주지 않기로 했다.

"내가 당신을 놀라게 한 것이오."

육 대장군은 처음으로 무엇이 후회인지 알게 되었다.

그는 입구에 서서 인기척을 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만약 그가 먼저 말했다면 월령안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맞아요. 당신이 저를 놀라게 했어요!"

월령안은 육 대장군이 계속해서 그녀의 손가락에 난 조금만 지나면 완치될 상처를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 화난 척했다.

"주방에는 온통 기름과 연기로 가득 찼었어요. 저는 당신이 기름기 가득한 제 모습을 보는 게 싫어요. 너무 추하잖아요."

"추하지 않소! 아름답소! 춘일연 그날보다 더 아름다웠소!"

부뚜막 앞에 선 월령안은 엷은 미소를 띠고서 부드러운 기운이 감돌아 그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했다.

그는 지금 당장 갑옷을 벗어 던지고 월령안을 데리고 도망가 전원생활을 하고픈 충동이 일었다.

"아침 일찍부터 꿀을 드셨나요? 왜 이리 달콤하시지?"

육장봉이 정담(情談 - 남녀 사이의 애정이 담긴 대화)으로 그녀를 달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기뻤다.

대체로 여자들은 모두 그러했다. 화려한 옷과 보석의 유혹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정담도 이겨내지 못했다.

"음, 맞소. 꿀을 먹었소. 한번 드셔 보시겠소?"

육장봉은 몸을 기울이고 입맞춤을 하려 했다. 바로 이때, 육십이가 얼음을 가지고 말없이 달려왔다.

"장, 장군…… 얼, 얼음이여!"

육장봉은 움직임을 멈추고 서슬 퍼런 눈빛으로 육십이를 흘겨보았다. 그 눈빛은 차다 못해 사람을 꽁꽁 얼려 죽일 것만 같았다.

육십이는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또 뭘 잘못했지?'

그는 마냥 마님의 상처를 걱정해 좀 빨리 달렸을 뿐이었다.

월령안도 동시에 시선을 돌려 육십이의 멍청한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웃고 싶었다.

'가련한 십이, 정말 불쌍하네.'

육십이는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얼음을 들고 있는 손을 벌벌 떨었다.

"저…… 저기…… 저, 제가 잘못했어요! 대장군, 마님……. 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정말이에요……. 대장군께서 마님한테 입맞춤하려는 걸 보지 못했어요. 대장군, 마님……. 그럼 두 분 계속하세요. 저 갈게요. 곧 가요."

육십이가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 이때 육 대장군이 명령을 내렸다.

"얼음을 내려놓아라."

"네. 대장군!"

육십이는 또다시 몸을 흠칫 떨면서 재빨리 뒤돌아섰다. 고개를 푹 숙이고 감히 육 대장군과 월령안을 보지도 못하고 얼음을 힘껏 부뚜막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다가 또 하마터면 그 위의 물 대야를 뒤엎을 뻔했다.

한바탕 허둥지둥하면서 겨우 물 대야를 붙잡았다. 그런데 손과 발이 동시에 나갔다 보니 또 혼자서 넘어질 뻔했다.

"멀쩡한 애가 당신 때문에 놀랐잖아요."

월령안은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정말이지, 그녀는 재수가 없어도 십이처럼 재수 없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육장봉은 월령안이 손을 데여 물집이 생긴 것을 직접 보게 되었다.

월령안은 이건 예외적인 일이고 주방이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위험하지 않으며 매번 다치는 게 아니라고 거듭 말했다.

그래도 육 대장군은 막무가내로 월령안이 요리하지 못하게 했다.

아직 못한 일이 더 있으면, 그녀가 시키는 대로 그가 하겠다고 했다.

그가 못하면 하인을 부르면 된다고 했다.

아무튼 육 대장군은 월령안이 그의 눈앞에서 주방의 도구를 다시 건드리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만약 월령안이 거듭 거절하지 않았다면, 육 대장군은 이미 육사더러 의원을 모셔오라고 했을 것이다.

만약 육장봉이 단지 막무가내일 뿐이었거나 강압적으로 명령하며 그녀가 이도 저도 못하게 한다면 그녀는 그에게 도리를 따지거나 아니면 직접 한바탕 다투어 그의 기염을 꺾어 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육장봉의 횡포에는 불안감이 엿보였고 자책감과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녀가 주방에 서면 육장봉은 놀란 나머지 긴장되어 온몸이 경직된 모습이었다.

월령안은 그의 상처가 걱정되었다. 만약 오림 저택에서 터지지 않고 오히려 주방에서 터진다면 그것은 정말 웃음거리였다.

월령안은 육 대장군을 안심시키기 위해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월령안은 음식을 이미 다 해놓은 상태였다. 이제 죽을 끓이는 질그릇에 조각 낸 물고기와 생강 채, 간을 맞출 소금을 넣은 다음 찜통에 찌고 있던 관탕포(灌湯包 - 만두의 일종)만 꺼내면 되었다.

물고기 조각은 이미 절여 놓았다. 육 대장군은 월령안이 시키는 대로 젓가락으로 물고기 조각을 집어 펄펄 끓는 흰죽에 하나하나씩 넣었다.

물고기 조각은 금방 익어 쌀 향기와 한데 어우러져 향긋한 냄새가 났다.

"이제 생강 채와 소금을 넣으면 돼요."

월령안은 거의 되어 가는 것을 보고 육 대장군에게 다음 절차를 알려 주었다.

"이제 조금씩 저으세요. 좀 살살 해서 물고기 조각이 흩어지지 않게 하세요."

그녀는 육장봉이 잘하는지 뒤에서 지켜보며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또 말했다.

"이제 꺼낼 수 있어요. 그리고 옆에 있는 관탕포 세 통을 꺼내세요."

육십이가 몰래 주방에 온 것은 먹을거리를 찾아온 것일 것이다. 월령안은 십이에게도 좀 남겨 주고 싶었다.

그러나 육 대장군을 힐끔 보고 그녀는 그 생각을 억누르고 말았다.

육 대장군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다. 십이는 그의 동생이니 공무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녀가 십이에게 먹을 것을 남겨 주면, 십이는 오늘 아마 견디기 힘들 것이다.

월령안의 가르침을 받아 육 대장군은 오늘 아침 식사를 '손수' 만들어서 가지고 나왔다.

"어서 가서 세수하시오. 잊지 말고 약도 바르고. 내가 내갈 거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추하지 않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또 싫어진 건가요?"

월령안은 불쾌해졌다. 그녀는 억울해져서 육 대장군에게 눈치를 주었다.

"내가 언제 당신을 싫어했소!"

육 대장군은 임기응변하여 서둘러 변명했다.

"당신, 얼굴에 땀이 나서 불편하다고 했잖소? 나는 괜찮소. 씻지 말고 그냥 바로 가서 먹읍시다."

"흥, 안 믿어요!"

겨우 육 대장군의 트집을 잡을 수 있는데 월령안이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육 대장군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내가 어찌 당신을 싫어하겠소. 보시오. 방금 전에 십이 때문에 멈추지 않았다면 진작 입을 맞추었을 게 아니오. 아니, 당신이 이렇게 믿지 못하니 내가 다시 입맞춤을 해서 증명해 보이겠소."

육 대장군은 생각하면 할수록 이 '결백'을 입증하는 방법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월령안은 바로 두 손으로 가슴을 막고 거절했다.

"필요 없어요. 믿을게요!"

그녀가 졌다.

그녀는 낯가죽이 육장봉만큼 두껍지 못했다.

"아쉽네."

육 대장군은 음식을 들고 가며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월령안은 더는 머물 수 없어 육 대장군에게 눈총을 주고 몸을 돌려 안뜰로 걸어갔다.

"월 누님!"

담벼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육십이가 월령안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즉시 뛰어나와 그녀의 가는 길을 가로막았다.

"월 누님, 살려 주세요!“

월령안은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자 깜짝 놀랐다.

전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십이는 자신의 일만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는 가련하고도 무기력하게 월령안의 소매를 잡고 울먹였다.

"월 누님, 내가 잘못했어요. 앞으로 다시는 부엌에 가서 훔쳐 먹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누님과 대장군한테 폐를 끼치지 않을게요. 저를 도와 사정 좀 해 주세요. 네? 대장군한테 저를 그만 좀 벌주라고 말해 주세요. 월 누님. 보세요. 저 다리까지 가늘어졌어요."

육십이는 옷자락을 걷어 올려 다리를 드러냈다.

"월 누님, 이거 보세요. 이렇게 가늘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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