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0화 그에게는 월령안이 있다
마차에 오르자 월령안은 웃음을 거두고 걱정스러운 눈길로 육장봉을 바라보았다.
"당신 상처는……."
육장봉은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손 신의의 약은 아주 좋소."
금나라 황제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그는 확실히 다쳤다. 별원에 남아 있는 것도 상처를 치료하고 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금나라 황제는 그에게 월령안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녀가 곁에 있는데, 그깟 상처가 대수인가.
"괜찮다니 다행이에요. 오늘 탐색전을 거쳤으니 당분간은 금나라 황제도 다른 움직임이 없을 거예요."
월령안은 육장봉에게 다가가 그의 몸에서 피비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
"다만 안타깝네요. 그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의 피신처를 찾기가 어려울 거예요."
육장봉은 도로 앉으려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안타까울 거 없소. 세 황자가 곧 수도에 돌아올 것이오. 그때가 되면 반드시 움직일 거요."
금나라 황제가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이게 만들면 될 것이다.
멀리는 몰라도, 오늘 일은 반드시 반격해야 했다. 그래야 금나라 황제가 육장봉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 * *
마차는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별원으로 달려갔다.
마차가 움직이는 순간, 검은 그림자 하나가 뒤따랐다. 검은 그림자는 마차가 별원에 이르러 육장봉과 월령안이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리는 것까지 지켜보고는 되돌아갔다.
검은 그림자는 이리저리 둘러보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잽싸게 한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다가 별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관 가게에 들어갔다.
그 사람은 관 가게에 들어가더니 다시 나오지 않았다.
육이는 검은 그림자를 따라 관 가게까지 갔다.
그는 경솔하게 뛰어 들어가지 않고 조용히 관 가게 밖에 잠복했다. 이튿날 날 밝을 때까지 잠복해 있어도 관 가게에는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아침 햇살이 내리쬐자 육이는 더 이상 버티지 않고 기척 없이 자리를 떠 육장봉에게 보고했다.
* * *
주나라의 사신으로서 육장봉 일행은 주나라의 체면 그 자체로서 금나라에서의 지위가 남달랐다. 금나라 조정의 사람들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니 관 가게 하나를 처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심지어 날이 저물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육이가 보고를 끝내자 육장봉은 육삼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더러 사람을 거느리고 가서 그 관 가게를 차압하라고 했다.
"떠들썩하게 해라."
"예, 대장군."
육삼은 명령을 받고 떠났다.
"금나라의 나머지 세 황자는 언제쯤 도착하나?"
육장봉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앉아 오른손을 자연스럽게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자세가 단정한 것은 아니지만 거리낌이 없어 위엄이 서려 있었다.
육이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대장군께 알려드립니다. 세 황자는 모두 이틀 뒤에 수도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 세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누구도 양보하지 않다 보니 결국 다 함께 도착하게 되었다.
"그래도 늦은 편은 아니야."
육장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탁상 위를 두드렸다. 잘생긴 얼굴에는 차갑고 매서운 미소를 떠올렸다.
"사람이 도착했으니 그들을 한가하게 하면 안 되지. 완안유에게 살아 있는 금나라 황제를 만들어 보라고 전갈을 보내라! 똑같으면 똑같을수록 좋다고 해."
"예, 대장군!"
육이는 육 대장군의 저의를 금세 알아챘다. 그들 장군이 아첨하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꾹 참았지만, 아니었다면 정말 한마디 해 주고 싶었다.
'대장군, 영명하십니다.'
거짓말도 계속하면 믿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러면 진실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게 되면, 진실을 말해도 진실이 거짓으로 바뀔 수도 있었다.
만약 금나라 황제가 죽지 않았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전해지다가 전부 거짓으로 밝혀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금나라 황제가 건강을 회복하고 나서 그가 죽지 않은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 준다 해도 그의 아들들은 이 사실을 가짜라고 단정할 것이다.
간신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황위를 바라볼 희망이 생겼다. 세 황자가 어찌 아버지가 다시 살아서 돌아오도록 허락할 수 있겠는가.
육장봉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죽음을 가장한 것은 금나라 황제가 둔 최악의 한 수였다.
육 대장군은 손가락으로 또 한 번 탁자 위를 두드렸다.
"그리고 육일에게 전갈을 보내라. 그더러 경계를 높이라고 해. 주나라에 있는 금나라 첩자들이 며칠 안에 움직일 것이다."
이는 육 대장군이 오림에게서 알아낸 것이었다.
그러나 오림은 무척 신중했다. 그는 오림에게서 동향을 조금이나마 알아냈을 뿐 더 이상 알아낼 수가 없었다.
"예, 대장군."
육이는 침착하고 듬직하게 대답했다.
육장봉은 월령안의 '오림 대인과 부인은 금슬이 아주 좋아요"라고 하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정탐꾼에게 몇일간 오림의 저택을 지켜보라고 해라."
오림의 아내를 미끼로 삼다니. 이 수는 금나라 황제의 자승자박이었다.
육이가 대답하려는데, 서재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울리더니 문을 두드렸다. 그 사람은 들어오지 않고 문밖에서 보고했다.
"대장군, 호표영 사람들이 왔습니다. 얼른 십이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목소리를 들으니 육사였다.
십이가 어제 거리에서 호표영의 한 개 대대를 처단하고 포찰량 장군의 수급을 취했다. 호표영의 사람들은 당연히 달가워하지 않았다.
어제, 육장봉과 월령안이 오림 댁으로 가자마자 호표영의 사람들이 찾아와서 사람을 내놓으라고 했다.
물론, 그들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
육삼은 이 한마디로 사람을 돌려보냈다.
"우리 대장군께서 안 계신다. 일이 있으면 우리 대장군께서 돌아오거든 얘기해라."
안 가면 다시 한판 붙으면 되었다. 그들은 언제든지 상대해 줄 수 있었다.
그들 육씨 가문 사람들이 만약 패배를 인정하면 성을 갈 것이다.
흘석열이 때마침 오지 않았다면 어제는 정말로 싸울 수도 있었다.
육장봉과 육이는 이야기를 끝냈다. 육장봉은 육사를 불러들이지 않고 육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들에게 금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 나와 이야기하라고 해. 나도 금나라 호표영이 누구의 명령으로 나를 습격했는지 알고 싶구나."
"소인, 알겠습니다."
육사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는 대장군이 결코 십이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아침 일찍 찾아온 것은 장군께 이런 쓸데없는 일을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마님을 위해 심부름을 온 것이었다.
"대장군, 마님은 지금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서 보시렵니까?"
이 일거리를 가로채기 위해서 그는 육오와 십이에게 주먹질, 발질을 다 했다.
만약 어제 십이가 너무 피곤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 일거리를 빼앗을 수 없었을 것이다.
"령안이 주방에 있다고?"
육 대장군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육사를 보았다.
육장봉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는 진중하고 담담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됐다. 너희들도 가서 일을 보거라. 따를 필요 없다."
그러나 육 대장군의 점점 빨라지는 발걸음이 그의 기분을 그대로 드러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육 대장군은 육이와 육사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육사는 저도 모르게 감개무량해했다.
"대장군께서 이혼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많이 생각하고 있구나!"
육이는 육사에게 눈을 흘겼다.
"잃은 뒤에야 비로소 눈앞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거야."
대장군이 이혼하지 않았다면 월 낭자와 부부로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요즘처럼 뜨겁지는 않았을 것이다.
별다른 원인이 없었다.
다만 눈앞에 있는 것에 대해,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알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람이 눈앞에 있으면 항상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그 정력을 다른 일에 쏟게 되는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육이는 한 가지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 장군이 이혼하지 않고 월 낭자가 여전히 그들의 장군 부인이라면 장군은 절대 수중의 군대 사무를 내던지고 월 낭자와 함께 청주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월 낭자를 위해 금나라에 들어가 금나라 황제를 암살하는 모험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리 일찍 십이를 양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육장봉의 나이는 조정에서나 군대 내에서나 모두 앞길이 창창한 젊은 나이였다.
이변이 없는 한, 육장봉은 적어도 삼십 년 이상 더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만약 장군이 장수하면 적어도 오십 년을 더 권력을 잡을 것이므로 십이를 조급하게 단련시킬 필요가 없었다.
육사는 갑자기 이 말을 듣고 미처 알아듣지 못했다. 다시 되새겨 보고서는 저도 모르게 육이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역시 둘째 형의 통찰력이 예리하군요! 둘째 형, 영명합니다."
"됐다. 가서 일이나 해."
육이는 퉁명스럽게 육사를 툭 쳤다.
"육삼을 본받지 마. 종일 잔꾀나 부리고 말이야!"
그가 자신이 육삼을 질투한다는 것을 인정할 리 없었다.
육삼, 그 녀석은 정말 교활했다.
매번 좋은 일이 있으면 자신이 나서고, 나쁜 일이 생기면 곧 둘째 형을 내세웠다.
'너무 뻔뻔스럽잖아!'
"네, 둘째 형!"
육사는 재빨리 똑바로 서서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도 그저 입으로만 이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돌아서서 육삼 형을 본받아야 할 것은 여전히 본받아야 했다.
셋째 형은 지금 장군 앞에서뿐만 아니라, 마님 앞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어제, 그는 마님이 셋째 형을 대부 도박장에 보내 일을 처리하게 하고는 또 그에게 요즘 수고했으니 도박장 관리인의 봉급대로 월급을 주겠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셋째 형과 같이 마님을 위해 일하고 월급을 더 받을 날을 학수고대했다.
맞다. 그는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 * *
육 대장군은 주방 밖에 서서, 부뚜막 앞에서 수증기와 연기에 감싸인 월령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따뜻한 기운이 흘러 가슴을 녹이는 것 같았다.
이 순간 그는 자신에게도 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변경의 대장군부도, 청주의 월씨 저택도, 별원도 아니었다.
바로 월령안이 있는 곳이 곧 그의 집이었다.
스승님은 일찍 황제에게 그에 대해 이처럼 고했다.
도도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무정하고 욕망이 없다. 분명 속세에 살면서도 전혀 속세의 기운이 없다.
이는 마치 액땜하러 세상에 내려온 신선처럼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하는 일곱 가지 정과 여섯 가지 욕망이 없는 것으로 어떤 사람도, 어떤 일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스승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와 같은 사람은 쓸 수는 있으나 마음을 나눌 수는 없다.
황제는 그런 스승님의 말에 강하게 반박했다.
그때 그는 창밖에서 스승님의 평가와 황제의 반박을 듣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어떤 감정도 일지 않았다.
스승님의 평가에 분노하지도 않았고 황제의 반박에 감동하지도 않았다.
그는 스승님의 말씀대로 자신이 감정이 메마르고 인간미라고는 조금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순간, 부뚜막 앞에 서서 수증기에 얼굴이 빨갛게 익고 땀범벅이 된 월령안을 보면서 그는 스승님이 틀렸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정도 욕망도 없는 신선이 아니라 희로애락뿐만 아니라 사랑도, 악도, 욕망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의 평온하고 고요하기만 하던 마음이 월령안을 위해 힘차게 뛰었다.
견고하기만 하던 마음이 월령안을 위해 부드러워졌다.
그가 만약 신선이라면 월령안을 위해 속세에 떨어져 속세에 물들 것이다.
월령안을 위해 선골을 발라 던지고 영원히 인간 세상에 남을 것이다.
육장봉은 손을 가슴에 올려놓고 터질 듯한 심장의 박동을 느꼈다.
그는 월령안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어느 때보다도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