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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36)화 (736/1,004)

736화 너희들은 참 운이 좋구나

그는 병사를 차 던진 뒤, 손 가는 대로 긴 창 하나를 빼앗았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긴 창이 날아갔다. 그 병사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긴 창도 마침 그의 손바닥을 꿰뚫으며 그를 땅바닥에 꾹 박아 놓았다.

"아악!!!"

병사는 비명을 지르며 손을 움켜쥐고 계속해서 절규했다. 미친 듯이 그리고 험상궂게 고함을 질렀다.

"너희들 멍하니 뭐 하는 것이냐? 덤벼! 저 두 천한 것을 죽이라고! 내가 꼭……."

"죽고 싶어 환장했군."

호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육삼, 육사, 육오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병사가 욕하는 것을 보고 육삼은 앞장서서 달려가더니 발로 상대방의 머리를 냅다 걷어찼다.

"숨은 붙여 놔라!"

육장봉은 곧 손을 거두고 제자리로 물러섰다. 자태가 우아하고, 쌀쌀맞고 거만한 것이 마치 방금 전에 손쓰던 사람이 그가 아닌 듯했다.

"예, 대장군!"

육삼, 육사, 육오는 그 소리를 듣자 흠칫 몸을 떨었다.

그들은 대장군이 화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대장군이 언짢아하면서도 화내지 않는 것을 두려워했다.

대장군이 화낼 때는 남의 명줄을 재촉했다. 하지만 대장군이 언짢아하며 화내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들의 명줄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공으로 속죄하기 위해 육삼, 육사, 육오 셋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달려들었다.

만약 그들이 금나라 사람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만큼 본때를 보여 주지 못하면, 그들 장군은 반드시 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벌을 줄 것이다.

"주나라의 겁쟁이들, 너희들이 죽고 싶어 안달 났구나. 이 할아버지가 도와줄게!"

금나라의 병사들은 육삼 그들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입을 벌려 침을 탁 뱉더니 긴 창을 헐렁하게 쥐고서 말했다.

"오늘은 할아버지께서 너희들을 가르쳐 줄 거다. 하늘 밖에 하늘이 있고 사람 위에……."

당연한 이야기지만 두 군대가 맞붙으면 강자가 이긴다.

"아악……."

금나라 병사가 욕지거리를 채 마치기도 전에, 육삼은 그의 손에 든 긴 창을 잡았다.

두 사람이 서로 맞붙는 순간, 육삼은 흰 이를 드러내며 선한 미소를 지었다.

"너희들은 참 운이 좋구나. 우리 대장군께서 목숨은 남겨 두라고 하셨다."

육삼은 말을 마치자마자 상대방의 긴 창을 빼앗았다. 그는 한 손으로 멋진 자세를 보이더니 상대방을 긴 창으로 들어 날려 버렸다.

"다 같이 덤벼라! 하나하나 덤비는 것은 시간 낭비다!"

이 순간의 육삼은 얼굴에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그는 표정이 냉엄하고 온몸으로 차가운 살기를 내뿜었다. 혼자서 창을 들고 그곳에 서 있지만 위풍당당한 군대의 혈기와 장엄함이 엿보였다.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놀라 부르짖었다.

"당신은 어떻게 아까운 줄을 모르세요. 육삼 장군 같은 사람을 어찌 심부름꾼으로 쓰세요?"

육장봉은 가볍게 웃으며 되물었다.

"조정에서 싸우지 않으면 장군은 갑옷을 벗고 장병들은 산으로 돌아가야 하오. 육삼이 심부름꾼으로 일하지 않으면 무엇을 할 수 있겠소? 조정의 그 무장들 중에서 몇 명이 전쟁터에 나간 적이 있소? 육삼 그들은 싸움을 할 줄 알지만, 벼슬을 할 줄 모르오. 조정은 그들에게 적합하지 않소."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의 말에 도리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슬프네요. 그들도 당신과 같은 영웅들이에요. 이러면 안 되죠."

피와 땀을 바쳐 나라를 지켜준 장병들에게 이는 너무 불공평했다.

육장봉은 이상하게 담담했다.

"'되고 안 되고'가 어디 있소. 사람마다 빛나는 순간이 있지만 그것이 영원할 수는 없소. 사람마다 그만의 사명이 있지만 그것이 종점은 아니오. 육삼이든 나든 모두 과거의 영광 속에 머물지 말고 앞을 내다보아야 하오. 맡은 바 사명을 다했으니 물러서서 전쟁터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어야 하오."

육장봉은 생각을 분명히 하고 세상 물정에도 훤했다. 그는 개선하고 돌아온 뒤 조정에서 온갖 불공평함과 상대적 차이를 겪으면서 무척이나 잘 적응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그래도 마음이 쓰리고 억울했다.

그녀는 옆으로 살짝 움직여 육장봉의 손을 꼭 잡았다.

"당신의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맞소. 내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

육장봉은 그녀의 손을 도로 꼭 부여잡고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고개를 기울이고 가볍게 읊었다.

"내 남은 생의 사명은 바로 당신이오."

"음."

눈이 마주치자 월령안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저도 모르게 점점 더 커졌다.

앞쪽에서 금나라의 병사들이 육삼, 육사, 육오와 한창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뒤쪽에서 육장봉과 월령안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었다. 서로 마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눈앞의 싸움 같은 건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무슨 일이에요? 월…… 누님……! 누님은 괜찮아요?"

별원을 에돌아 뛰고 있던 육십이는 앞쪽에서 싸우는 소리에 성큼성큼 뛰어왔다. 그는 숨도 미처 고르지 못하고 싸움하는 가운데 서로 바라보며 웃고 있는 육장봉과 월령안을 보았다.

머릿속이 하얘 아무 생각도 없던 그는 입을 열어 말하다가 곧 육 대장군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쳤다.

한순간 육십이는 너무 빨리 달린 자신이 한스러웠다.

"장, 장…… 군, 제, 제가…… 올 때가 아닌 것 같네요."

그는 너무 긴 다리와 너무 빠른 입이 한스러웠다.

"허!"

'그나마 때를 잘못 맞춰 온 건 아는군!'

육 대장군은 십이에게 눈총을 주었다. 십이가 멍청히 서 있자 화가 나서 말했다.

"멍하게 서서 뭐 하는 것이냐? 어서 싸움에 합류하도록 해라!"

십이의 훈련량은 아직도 너무 적었다!

금나라의 병사들은 육삼을 비롯한 친위대의 적수가 못 되었다. 더하여 육십이까지 가세하자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육십이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몰랐다. 하지만 지나온 경험에 따르면 대장군이 얼굴빛이 어두워진 경우 대부분 그의 잘못이었다. 사후에 대장군에게 벌을 받지 않으려면 공을 세워 잘못을 메워야만 했다.

육십이는 숨도 고를 여유가 없었다. 육 대장군이 명령을 내리자마자 그는 사나운 호랑이처럼 금나라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몰랐다. 그러면 틀림없이 이들 금나라 오랑캐들이 잘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소동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직도 고분고분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절대로 대장군 앞에 다가가지 않았을 것이며 더구나 대장군을 언짢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쁜 놈들! 나를 벌 받게 만들었잖아! 너희들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성을 갈 거다! 내 이름을 십이라고도 하지 않을 거야!"

육십이는 이를 갈며 무자비하게 손을 썼다. 그는 무기도 쓰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마다 살집을 맞히고 피를 보니 용맹스럽고 사나운 모습이었다.

금나라의 병사들은 육십이의 주먹질에 멍해지고 말았다. 그중 두 사람은 아예 정신을 놓고 있어 그가 얼굴에 주먹질해도 피하지 않았다.

팡!

육십이는 금나라 병사에게 주먹을 날려 선혈이 낭자하게 두들겼다.

"이리 못생겨서 군인이 될 수 있다니. 너희 금나라에서는 너무 따지지 않는 거 아니냐. 기억해. 앞으로 우리 장군을 만나면 길을 돌아가도록 해. 우리 장군은 성격이 좋아 너같이 못생긴 자식과 따지지 않지. 하지만 난 한성격 하거든. 내 기분이 나쁘게 하면, 난 반드시 네 집 온 식구들도 다 불쾌하게 만들 거야!"

육십이는 말하면서 또 한 번 주먹을 날려 그 병사의 얼굴을 정통으로 맞혔다.

"네가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내가 좀 더 매끄럽고 보기 좋게 다듬어 주마!"

육십이는 분노를 힘에 녹여내어 무섭게 주먹질했다. 육삼은 이를 보고 혹시라도 그가 모두 때려죽일까 두려워 짬을 내 한마디 귀띔해 주었다.

"힘을 좀 빼. 대장군께서 목숨은 붙여 두라고 했어."

"좋아요. 대장군 얘기대로 목숨은 붙여 둘게요."

겁쟁이인 동시에 사납기도 한 육십이 장군은 억지로 주먹을 거두어들이며 육삼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병사의 옷깃을 와락 당겨 눈앞으로 끌어와서는 힘을 빼고 그의 얼굴에 연속 주먹 두 개를 안겼다.

"됐어. 살이 많은 곳을 쳤으니 쉽게 죽지 않을 거야."

"풉!"

육십이의 주먹에 얼굴이 '매끄럽게' 다듬어진 금나라 병사는 그만 피를 토하고 말았다.

사람을 때려도 얼굴은 때리지 않는다고 했다. 주나라는 너무나 사람을 업신여겼다.

다른 금나라 병사들도 수치와 분노를 금치 못하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울부짖었다.

"이 주나라 겁쟁이들아, 감히 우리를 욕보이다니. 정말 이판사판이다. 덤벼!"

별원을 포위한 금나라 병사들은 백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접전하자마자 육삼, 육사, 육오에 의해 삼 할 이상이 쓰러졌다. 나머지 칠 할의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여전히 육삼 등 네 명과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전쟁터에서 육삼 그들은 한 명당 적군 천 명을 당해내는 용맹한 장군으로, 한 명당 열 명이라면 그들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분노에 찬 금나라 병사들의 공격은 아무 효과도 보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은 같이 공격한 바람에 참패를 더 빠르게 맛봤다.

마지막 한 줌도 안 되는 병사들이 쓰러지자 누군가 소리쳤다.

"신호를 보내. 호표영의 사람들을 불러."

육삼은 이 말을 듣고 신호를 보내려는 병사를 저지하려 했다. 이때 육 대장군이 냉랭하게 명령을 내렸다.

"신호를 보내게 나둬라!"

육삼은 곧 월령안을 만나던 그날 밤, 그녀가 호표영의 사람들에게 쫓겨 출성했었음을 떠올렸다. 그는 곧 장군이 기회를 틈타 호표영의 사람들과 결판을 내려는 것임을 알아차리고 즉시 손을 거두어들였다.

신호를 보내려던 병사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신호를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육삼은 친절하게 다가가 그 병사를 도와 신호 횃불에 불을 붙여 주었다.

"감사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우리 다 군인이잖아. 서로 돕는 건 당연한 거야."

신호를 보내려던 병사는 참지 못하고 욕을 했다.

"이 쌍, 빌어먹을 ……!"

탕!

육삼은 주먹질 한 번에 한 사람씩 기절시켰다.

"나는 식구가 없거든! 욕지거리도 듣고 싶지 않아."

사람을 처리하고 나서 육삼은 손을 툭툭 털고 육 대장군에게 복명했다.

"대장군, 마님. 사람들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모두 목숨은 남겨 두었습니다."

"가서 의자 두 개를 가져오너라. 우리 같이 호표영의 사람들을 기다립시다."

육장봉은 월령안의 손을 잡고 문밖으로 걸어갔다.

"예, 장군님!"

육십이는 잘 보이기 위해 재빨리 대답했다.

하지만 몸을 돌려 보니 육사와 육오가 말없이 화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당신 둘이……."

육십이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화가 나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너무해!"

이것마저 그와 다투려 하다니.

육사와 육오는 그가 방금 대장군을 언짢게 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육십이는 화가 나서 눈동자마저 빨개졌다. 그는 한껏 기운을 내고서 다시 화청으로 달려갔다. 결코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육사와 육오보다는 못했다. 그가 화청에 다가가는 순간, 두 사람은 이미 의자를 꺼내 오고 있었다.

육오는 특히 약삭빠르게 작은 탁자 하나도 가지고 나왔다. 달려오는 십이를 보자 작은 탁자를 그에게 넘겨주었다.

"형이 의리 없다고 탓하지 마. 나도 어쩔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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