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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33)화 (733/1,004)

733화 성가신 남자 육장봉

수익을 높이자면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녀가 지금 장부를 조사하는 것은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대부 도박장은 최근 몇 년간 돈을 많이 벌었다. 대신 원가도 많이 올라갔다. 특히 관아와의 관계 처리에 해마다 지출액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계속 증가한다면 도박장은 관아의 몇 사람에게 공짜로 일해 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대부 도박장은 장사가 아주 잘되었다. 삼 년간의 장부만 해도 탁상 위를 가득 메웠다. 월령안은 주판알을 끊임없이 튕겼다. 연이어 이틀 동안 계산했지만 장부의 육칠 할 정도밖에 보지 못했다.

육장봉이 건너왔을 때, 그녀는 여전히 열심히 장부를 계산하고 있었다. 한 손으로 장부를 뒤적이며 다른 한 손으로는 주판알을 튕겼다. 도중에 잠깐잠깐 장부에 적기도 했다.

육장봉은 월령안이 지쳤는지 안 지쳤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보기만 해도 지쳤다.

그전의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육장봉은 그녀 곁으로 다가가 탁자 위에 놓인 붓을 들고 그녀를 도와 장부를 기록하려 했다.

"말하시오. 내가 도와주겠소."

딸깍……. 딸깍…….

월령안은 육장봉의 말에 깜짝 놀라서 그만 손가락을 흠칫 떨고 말았다. 순간 주판알이 잘못 튕겨졌다.

"아악!"

월령안은 엉망이 된 채로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모르는 주판을 내려다보며 곧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괴로워하는 한편 힘없이 외쳤다.

"봐요. 잊어버렸잖아요! 금방 전에 얼마였었는지 잊었다고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오."

무거운 칼을 들고도 한번 손을 떤 적이 없던 육 대장군은 붓을 든 손을 흠칫 떨었다. 먹물 한 방울이 탁상에 탁, 하고 떨어지며 몇 점이 장부책에 튕겼다.

육 대장군은 덤덤하게 붓을 내려놓고 무고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하오. 단지 당신을 돕고 싶었소."

월령안은 화가 나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아무 위력도 없는 눈초리가 육장봉을 노려보았다.

"제가 일할 때는 좀 귀찮게 굴지 않으면 안 되나요? 지금 거의 다 계산이 끝나 가는 중이었는데 이렇게 되니 또다시 계산해야 되잖아요."

처음이 아니었다. 매번 똑같았다. 수법도 어쩌면 똑같았다.

'나이도 적지 않은 분이 어찌 이리 유치하신지.'

"쉬어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손도 아프고, 목도 아프잖소."

육장봉은 월령안의 손을 잡고서 주물러 주었다.

"그래도 우리 약속했잖소. 반 시진마다 일주향의 시간을 쉰다고. 보시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육장봉은 한쪽에 이미 다 샌 모래시계를 가리키며 어찌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 큰 사람이 자신의 몸을 너무 아낄 줄 몰랐다. 매번 바빠지면 반나절씩이나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도 미움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매일 저녁 일이 끝난 후에 힘들어 하는 것이 더 가슴 아프고 힘들었다.

월령안은 그를 힐끔 바라보고는 금세 제 발이 저렸다.

"제가…… 그…… 게……."

"처음이 아니잖소. 예상 밖이라고는 말하지 마시오."

육장봉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 손을 좀 보오. 손가락이 다 부었잖소. 손가락에 굳은살이 다 생겼소."

육장봉은 늘 병기를 잡고 있기에 손에는 모두 굳은살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굳은살은 별다르게 느껴지지 않지만 월령안의 손에 박인 굳은살은 참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다시 가꾸면 돼요."

월령안은 맥이 빠진 소리로 대답하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서재의 안과 밖으로 막아도 안 되니 다음에는 육장봉을 그녀의 사무 공간 밖으로 격리시켜야겠다고.

육장봉은 정말 귀찮게 굴었다.

그가 옆에 있으면 그녀의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결국 오늘도 다 계산하지 못할 것 같았다.

월령안은 탁상 위에 쌓여 있는 장부를 보면서 슬픔에 잠겼다.

이렇게 되면 그녀는 내일 하루를 또 계산하는 데 써야 했다. 정말 골치 아픈 일이었다.

그녀는 추수와 상천이 그리웠다. 그 두 사람이 있으면 육장봉은 지금처럼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사소한 일을 그녀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되었다.

육장봉은 불쾌해서 콧방귀를 뀌었다.

"잘 가꾸면 또 계속 몸을 혹사시키려고 그러오? 나와 약속한 일은 영영 지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오?"

마음속으로 살짝 찔린 월령안은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지금 쉬고 있잖아요?"

'당신이 지금 다시 계산하게 만들었잖아. 그건 아직 따지지도 않았구만.'

"날 생각해서라도 일각 동안 쉬어 주시오."

육장봉은 손목에 힘을 주어 그녀를 가슴에 안더니 몸을 돌려 자리에 앉았다.

"매번 이러시네. 지겹지 않나요?"

월령안은 육장봉의 다리 위에 앉아 윗몸을 그의 품에 기댄 채 발을 흔들었다.

처음에는 월령안도 조금 놀랍고 불편했다. 하지만 횟수가 많아지면서 이제 그녀는 육장봉의 다리에서 가장 편한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싸워서 이기지 못하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지겹소."

육장봉은 매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불을 슬며시 물더니 귓가에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그러면 우리 지겹지 않게 재미있는 일을 해 보는 건 어떻겠소?"

"다, 당신…… 그만하세요."

월령안은 흠칫 떨며 마치 성난 고양이처럼 재빨리 육장봉의 머리를 밀어냈다.

육장봉의 두 손이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이미 뛰어내렸을 것이다.

"지금도 지겹소?"

육장봉은 월령안이 원하는 대로 귓불을 놔 주었다. 하지만 그녀가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그는 다시 그녀의 목덜미를 가볍게 물었다. 그리고 또다시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말해 보시오. 내일 누가 당신 목덜미에 난 자국을 보면 우리가 서재에서 뭐라도 한 줄로 여길까?"

"좀 가만있으세요……."

월령안은 목덜미가 저릿저릿해서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육장봉을 밀쳐내려고 했지만 두 손이 그에게 꽉 잡혀 무진 애를 쓸 수밖에 없었다.

"윽……!"

육장봉은 낮은 신음 소리를 내며 잠기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그렇게 움직이면 내가 참기 힘드오."

"다…… 당신 좀 점잖게 구세요. 말도 작작 하시고!"

월령안은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애가 아니었다. 육장봉의 심상치 않은 낌새를 알아차리고 더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그의 목덜미를 한 입 꼭 깨물었다.

분명 변경에 있을 때만 해도 그녀가 그를 놀렸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금나라에 와서는 둘의 위치가 바뀌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늘 육장봉에게 희롱당했다.

육장봉은 월령안을 안고서 숨이 더 거칠어졌다. 꼼짝도 하지 않고 잠깐 숨을 고르고서야 겨우 마음속 열기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는 빨갛게 달아오른 채, 분하고도 부끄러워하는 월령안의 모습을 보고는 나지막하게 웃고 말았다. 그러고는 조롱하듯이 그녀의 목덜미를 살짝 깨물고는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여기서 당신을 어쩌지는 않을 것이오."

그 정도의 자제력쯤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그는 정말로 너무 한가했다.

사람이 한가해지니 마음이 들떠 잡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보아하니, 그도 이제 좀 바빠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결국 선을 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월령안은 그의 약속을 듣고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육장봉이 정말 그녀에게 육체적으로 유혹해 오면 그녀도 거절하기 어려웠다.

그녀에게 있어서 육장봉의 유혹은 너무나 컸다.

그러나 월령안이 걱정을 내려놓자마자 육장봉의 울적하고도 억울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자하니, 너무 많이 참으면 몸을 상한다고 하오. 나는 언제까지 참아야 하오?"

월령안은 잠자코 있었다. 사실 이 말을 그녀는 정말 받을 방법이 없었다.

육장봉 역시 그녀의 말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녀를 꼭 껴안으며 잊지 않고 그녀의 손을 가만히 주물러 피로를 풀어 주었다.

"서역에서 돌아오면 폐하께 사혼(賜婚 - 황제가 혼인을 지시하는것)해 달라고 할 거요. 어떻소?"

이 말도 그녀는 여전히 받을 방법이 없었다.

월령안은 잠깐 침묵하다가 그냥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했다.

'좋다'고 하면 그녀가 시집가지 못해 안달이 난 것으로 보일 것이다.

게다가 지금 그녀의 본심에도 살짝 어긋났다.

그러나 '싫다'고 대답하면 육장봉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월령안이 잠깐 정신을 판 사이, 육장봉이 또 말했다.

"서역에서 돌아온 다음이면 너무 늦소. 우리 금나라에서 돌아가면 폐하께 사혼해 달라고 합시다. 우리 먼저 결혼하고 다시 서역으로 갑시다. 어떻소?"

이번에 육장봉은 월령안이 회피하지 못하게 했다. 그는 그녀를 똑바로 앉히고 눈을 맞추며 물었다.

"령안, 어떻소?"

월령안은 잠깐 멍하게 있었다. 그녀는 육장봉을 바라보며 천천히 미소를 떠올렸다.

"좋아요! 폐하께서 사혼하시면요."

그녀는 육장봉의 눈에서 진심과 정중함을 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황제가 두 사람에게 사혼하는 일에 대해 어떤 희망도 품지 않았다.

육장봉의 눈에는 황제가 그를 굽어살피며, 면면에서 그를 위해 속을 끓이는 좋은 황제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월령안은 황제가 육장봉을 그리 대할 수는 있지만, 그녀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월령안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마음에 없는 웃음이었다. 심지어 눈에는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서려 있었다.

육장봉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월령안의 뺨을 살살 어루만졌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일이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소.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시도는 해 봐야 하잖소. 걱정하지 마시오. 폐하께는 내가 말할 것이오. 이번에 안 되면 다시 하고, 또 안 되면 세 번 하고…… 당신이 내 손만 놓지 않으면, 폐하의 동의를 얻을 자신이 있소."

"제가 당신을 버릴까 두려우세요?"

월령안은 갑자기 웃었다.

그녀는 오직 그녀만이 일희일비하고, 혼란스러워하며 불안해하는 줄로 여겼다.

알고 보니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사람은 그녀 혼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용감하고 두려움이라고는 모르는 육장봉도 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포기할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다소 야비하지만 육장봉의 반응은 그녀를 기쁘게 했다. 그녀는 말할 수 없는 기쁨에 빠졌다.

"음. 당신이 나에 대한 믿음을 잃을까 두렵소."

육장봉은 월령안을 꼭 껴안았다. 그 힘은 마치 그녀를 자신의 골수에라도 비벼 넣을 것만 같았다.

월령안은 아팠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고 육장봉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는 내 사촌 형이오. 난 열여섯에 처음으로 전쟁터에 나갔었지. 그런데 북요의 진격에 그때 주나라 군대를 통솔하던 장군이 전사하고 말았소. 당시 조정에서는 수도에서 장군을 파견하려고 했다오. 그때 아직 태자였던 폐하께서 나를 추천했소. 조정의 모든 문무 관리와, 심지어 선황마저도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온갖 압력을 이겨 내고 병권을 나에게 넘기셨소.

당신도 알고 있다시피 폐하의 성미는 온화해 무엇이든 그렇게 적극적으로 쟁취하려고 하지 않소. 그러나 그때 폐하는 나를 위해, 모든 압력을 물리치고 태자의 자리를 두고 선황께 약속했다오. 만약 내가 진다면, 태자 자리도 내놓겠다고 말이오! 폐하께서 모든 이견을 물리치고 나를 추천해 주셨지. 한 나라의 군주로서는 너무나 제멋대로인 행동이었소. 하지만 형으로서 폐하는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다 해 준 것이었소.

폐하께서 적극적으로 밀어주어 군대를 통솔하게 했기에 나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소. 육씨 가문의 다른 자제들처럼 병사에서 시작해 한 단계, 한 단계씩 밟지 않아도 되었소. 바로 고위직에 올라 신속하게 병권을 잡게 되었지.

그렇게 스물을 갓 넘긴 나이에 주나라의 가장 젊은 대장군이 되었소. 그래서 수십만 군사를 이끌고 북요와 전쟁을 벌여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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