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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25)화 (725/1,004)

725화 월령안이 도망쳤다!

"무슨 도움이 필요해?"

수횡천의 주의력은 매우 빨리 옮겨 갔다.

"가면을 쓰고…… 승상 오림을 암살해 주세요. 목숨은 취하지 말고, 중상만 입히면 돼요."

오림은 금나라 황제의 심복이었다. 금나라 황제가 '승하'한 뒤로, 새 황제가 결정되기 전까지 금나라는 줄곧 그가 섭정했다. 금나라 황제의 명령도 그가 관철했다.

그녀는 금나라 황제의 은신처를 찾지 못했다. 금나라 황제를 한 번 더 암살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오림에게 손쓸 수밖에 없었다.

설령 성공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금나라 황제에게 보내는 경고인 셈이었다.

암살이라는 수는 그녀도 쓸 줄 알았다.

금나라 황제가 또다시 자객을 보내오면 그녀는 수횡천과 아로한을 보내 금나라 황제의 심복들을 골고루 한 번씩 '암살'할 것이다.

설령 성공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들이 편히 지내지 못하게 할 것이다.

"좋아, 갈게!"

수횡천은 월령안을 오해한 데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그녀가 일을 시키자 두말없이 승낙했고 열정도 넘쳤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이러한 암살이라는 수단을 줄곧 하찮게 여겼다는 것도 망각하고 있었다.

이날 밤, 수횡천은 험상궂은 귀신 가면을 쓰고 오림의 저택에 잠입했다.

* * *

이와 동시에, 앞서 살수 세 무리를 보내 대부 도박장의 호위 정도와 호위 수를 알아보던 금나라 황제도 수많은 고수를 보내 대부 도박장을 야간에 습격했다.

"기억하라. 대부 도박장에 한 사람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금나라 황제의 사람들은 관아에 숨어 있었다. 우두머리는 금나라 황제의 명령을 받자 즉시 명령을 전달했다.

흑의인 한 무리가 유령과도 같아 관아를 빠져나와 곧장 대부 도박장으로 달려갔다.

성안을 순시하던 관병들은 마치 집단적으로 사라진 것처럼 흑의인들이 떼를 지어 거리에서 활개 쳐도 아무 저지를 받지 않았다.

잠시 뒤, 이 사람들은 대부 도박장에 도착했다.

"적이 습격한다!"

대부 도박장의 호위도 잘 훈련되어 있었다. 흑의인들의 기습 앞에서 그들은 고도의 경계심을 갖고 조금도 당황하지 않으며 침착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켰다.

도박장은 반 정도 불법인 산업이었다. 그런데도 대부 도박장이 금나라 수도에서 끄떡없으며 금나라 황제마저도 간섭할 수 없었던 것은 가지고 있는 비장 무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불법 조직이든, 합법 조직이든 어느 조직의 사람이 와도 대부 도박장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불붙여. 던져."

기습하는 흑의인들은 미리 준비를 해 둔 상태였다. 그들은 등에 졌던 횃불을 도박장 대문에 던졌다.

탕!

횃불이 대문에 던져지자 낮은 소리를 내며 다시 튕겨 나왔다.

흑의인은 믿을 수가 없어 또 연속으로 수십 개의 횃불을 던졌다. 하지만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땅바닥에 떨어졌고 도박장의 대문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기름 묻은 횃불이 대문 앞에 쌓인 채 활활 타올랐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 대문의 이상한 점을 보아냈다.

"돌문이다! 나무 색깔을 칠했을 뿐이다."

우두머리는 이 상황을 보고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직접 명령을 내렸다.

"공격!"

뒤에 있던 흑의인들은 명령을 듣자 망설이지 않고 안으로 돌진했다.

하지만 생각 밖으로 그들이 도박장 대문 앞까지 가기도 전에, 담장 위에 갑자기 수많은 쇠뇌가 설치되었다.

쇠뇌는 흑의인을 겨냥했다. 흑의인들이 쇠뇌의 사정거리에 들어서기만 하면 화살이 날아갈 것이다.

슉! 슉!

쇠뇌는 살상력이 아주 컸다. 쇠뇌 화살에 맞은 흑의인들은 모두 한 화살에 꿰뚫렸다.

게다가 쇠뇌 화살의 큰 충격력 때문에 화살을 맞은 흑의인들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천궁각에서 나온 물건답게 성능이 정말 좋군."

도박장의 높은 담벼락 위에서 호위들은 쇠뇌의 위력을 보고 손에 든 쇠뇌를 아끼는 마음으로 만져 보았다.

대부 도박장의 호위는 대부분 전쟁터에서 물러난 군인으로 쇠뇌와 같은 병기에 익숙했다.

밑에 있는 흑의인들이 쇠뇌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멈추기는커녕, 도리어 더 용감해지는 것을 보고 담벼락 위의 호위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개자식들이 감히 대부 도박장에 뛰어들려 하다니. 하늘 높은 줄을 모르는군!"

"형제들, 한번 단단히 본때를 보여주자고!"

도박장 호위들은 악랄한 말들을 내뱉으며 다시 화살을 날렸다.

슉! 슉!

쇠뇌 화살은 음침하고 차가운 살기를 타고 흑의인들에게 발사되었다.

하지만 쇠뇌의 맹렬한 공세에도 흑의인들은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더 가열 차게 달려들었다.

쇠뇌는 화살을 발사한 뒤, 다시 화살을 거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쇠뇌에 활을 거는 틈을 타 일부 흑의인들이 대문으로 뛰어들었다.

대문 앞까지 쳐들어와서야 그들은 대부 도박장의 문은 돌로 만들어진 것임을 문득 떠올렸다. 담벼락도 당연히 돌로 쌓은 것이었다. 그들은 대문을 열 방법이 없었다.

흑의인 무리들이 또 도박장 대문 밖에 쓰러졌다.

이를 목격한 흑의인 우두머리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하늘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신호등 푸른 연기가 밤하늘에서 터졌다. 아로한은 여러 해 동안 금나라 수도에서 생활했다. 신호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주인님, 그들이 호표영을 출동시켰습니다. 대부 도박장은 지킬 수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철수해야 합니다."

"불법 조직이든, 합법 조직이든 다 함께 달려든다 이거지. 금나라 황제는 역시 뻔뻔스럽군."

월령안은 하늘 위 신호를 보자 가슴이 살짝 내려앉았다.

호표영을 출동시키는 것은 도박장 배후에 있는 부락 수령들과 공개적으로 척짓는 것이었다.

그녀를 죽이기 위해 금나라 황제는 그야말로 결과도, 대가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를 정말 죽일 수 있다면 금나라 황제도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일부 이익을 내놓으면 도박장 배후의 세력은 손을 뗄 것이다. 이미 죽은 사람을 위해 조정과 등지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당분간 대부 도박장에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미련 없이 담담하게 명령을 내렸다.

"관병이 오면 도박장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해. 그들과 무리하게 싸울 필요 없다."

월령안은 몸을 돌려 어둠 속에 걸어 들어갔다. 아로한이 뒤를 바짝 따라갔다. 두 사람은 뒤뜰의 못에 가서 기슭의 작은 배에 올랐다. 그리고 못의 한가운데 있는 기이한 모습으로 돌들을 쌓아 놓은 가산 사이로 갔다.

가산 사이에는 작은 배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틈이 있었다. 작은 배가 들어가더니 곧 사라졌다.

* * *

대부 도박장 밑에는 성 밖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었다. 월령안과 아로한은 비밀 통로를 따라 성 밖으로 내달렸다.

그들이 떠난 지 얼마 안 돼 금나라 황제의 친위대 호표영이 출동했다.

수천 명의 병사들이 성을 공격할 예리한 무기를 지니고 대부 도박장에 왔다.

호표영의 병사들은 오늘 밤에 격전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 외로 이들이 공성 전차를 내놓자마자 대부 도박장의 대문이 열리고 관리인이 나왔다. 우두머리 장군에게 공수를 하며 말했다.

"대부 도박장은 본분을 지키는 사업장입니다. 저희 대부 도박장은 관아에 전력으로 협조할 것입니다. 포찰(蒲察) 장군께서는 무엇을 하시렵니까? 얘기만 하십시오. 이리 무서운 태세를 취할 필요는 없습니다."

"월령안은 어디에 있느냐? 내놓아라!"

호표영 장군 포찰량(蒲察良)은 온몸에 검은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주변의 친위대를 물리치고 말을 몰아 앞으로 나갔다.

"큰아가씨께서는 이미 떠나셨습니다."

관리인은 침착하고 여유 있었으며 조금도 겁내지 않았다.

"들어가! 수색해!"

포찰량은 손을 들어 명령을 내렸다. 등 뒤 병사들이 물밀듯이 신속하게 도박장으로 밀려들었다.

담벼락 위에서 지키던 호위는 저도 모르게 쇠뇌를 움직여 병사를 겨냥했다. 하지만 관리인에게 제지당했다.

"우리 대부 도박장은 정당한 장사를 하는 곳이다. 너희들은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모두 치워라."

포찰량은 관리인의 말을 듣고는 시큰둥해하며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당신네 이 암 같은 존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산을 탕진했는데. 무슨 낯으로 정당한 장사를 한다고 말하는 것이오."

관리인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 선한 미소를 떠올렸다.

"포찰 장군. 우리는 도박장을 열었지만 사람을 해치지는 않았습니다. 포찰 장군께서는 작은 도련님의 일로 우리 도박장에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저희 도박장에서는 작은 도련님을 말리기도 했고 심지어 작은 도련님의 출입 금지까지 고시해 붙였습니다. 그런데 작은 도련님께서 너무나 영특하셔서 저희는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관리인이 말하는 작은 도련님은 포찰량의 막내아들로서 도박꾼이었다. 다년간 대부 도박장에서 세월을 보내던 사람이었다.

대부 도박장의 일 처리에는 한계가 있었다. 포찰량의 막내아들이 그의 사업을 거의 다 잃은 뒤, 대부 도박장에서는 출입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생각 밖으로 그는 암흑가 도박장에 달려가 도박을 벌여 포찰량의 본가를 잃었다.

그 작은 도련님도 말썽꾸러기였다. 본가를 잃고 얻어맞을까 두려워 돌아가서는 대부 도박장에서 판을 짜 그를 속였다고 말했다.

포찰량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사람을 거느리고 와서 대부 도박장의 적지 않은 물건들을 부숴 버렸다.

결국 진상이 밝혀지고 포찰량은 본가를 돌려받기는커녕 대부 도박장에 돈을 배상해야 했다. 그야말로 안팎으로 이도 저도 모두 잃었던 것이다.

그 뒤부터 포찰량과 대부 도박장은 사이를 척지게 되었다.

관리인은 부대를 거느린 사람이 포찰량인 것을 보고 오늘 이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월령안이 떠나기 전에 분부하던 것을 떠올리고 조금도 반항하지 않았다. 즉시 문을 열고 장병들이 들어오게 내버려 두었다.

월령안은 대부 도박장의 장식이 너무 화려하다고 싫어하며 풍격을 바꾸려 했었다. 포찰 장군이 사람을 거느리고 와서 부수면 딱 좋았다. 그들이 돈을 들여 다시 꾸밀 필요가 없었다.

포찰량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모두 그와 대부 도박장과의 원한을 알고 있었다. 대부 도박장에 들이닥치자마자 한바탕 때려 부쉈다. 특히 도박장의 대청은 불을 질러 태워 버렸다.

도박장의 호위들은 화가 치밀어 어쩔 바를 몰랐다. 하지만 관리인은 담담하게 도박장의 손실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포찰량은 지난번 그가 사람들을 데리고 대부 도박장을 때려 부술 때도, 관리인이 똑같이 지혜로운 모습을 보이던 것이 떠오르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

"큰일 났다. 월령안은 분명 도망쳐 버렸을 것이다. 너희들 몇…… 아니다. 내가 직접 군사를 이끌고 쫓아갈 것이다. 너희들은 대부 도박장을 지켜라. 한 사람도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

포찰량은 그의 심복에게 한마디 분부했다. 그러고는 한 무리를 지명해 말을 달려 성 밖으로 나갔다.

성안에는 월령안이 몸을 숨길 곳이 없었다. 도박장의 관리인이 이렇게 차분한 것을 보아 월령안은 십중팔구 멀리 달아나 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관리인은 그 모습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조용히 한쪽 옆에 서 있었다.

월령안은 그에게 추격군을 붙잡아 두라고 하지 않고 주로 도박장의 사람들을 돌보라고 했다. 그는 그녀의 분부대로 하면 되었다. 다른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큰아가씨의 마음속에 틀림없이 타산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도박장의 관리인은 몰래 숨을 들이쉬어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계속하여 담담한 고수의 자세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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