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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23)화 (723/1,004)

723화 확신할 수 있는가?

월령안은 가볍게 웃으며 뭇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한쪽 옆에 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십육 전하, 거래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저와 거래하시려면 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패를 꺼내야 하죠."

'무슨 뜻이지? 왜 갑자기 사업 이야기를 하지?'

수횡천은 오리무중에 빠져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월령안을 바라보다가 다시 완안유를 바라보았다. 완안유는 완전히 상처받은 모습이었다.

"난 당신이랑 장사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월령안은 가볍게 비웃었다.

"장사 말고, 그럼 십육 전하께서는 저와 감정을 이야기하시려는 건가요?"

"안 되는 것이냐?"

완안유는 입술을 오므리며 고집스레 말했다.

"당연히 되죠!"

월령안은 대범하게 대답했다.

"저하고 감정을 이야기하려면 패가 더 좋아야 해요. 십육 나리께서는 무슨 패로 저하고 감정을 이야기하려 하나요?"

감정을 이야기한다고? 그녀와 완안유 사이에 무슨 놈의 감정이 있단 말인가.

사실인 것처럼 꾸며도 소용없었다. 그녀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 아가씨가 아니었다. 출신도 좋고 얼굴도 잘생긴 남자가 두어 마디 달래면 자기를 사랑하는 줄 알 사람이 아니었다.

감정을 이야기한다? 물론 가능했다.

서로 이용하는 그런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녀도 개의치 않았다.

월령안은 감정을 장사로 간주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대범하게 완안유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불렀다. 그러고는 장사꾼의 말투로 말했다.

"십육 전하, 쓴소리부터 할게요. 저는 상인이에요. 돈을 목숨보다 더 중히 여겨요. 십육 전하께서 저와 감정을 이야기하려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할 거예요."

"이게 당신이 말하는 감정이라는 말인가?"

완안유는 월령안 앞에 걸어와 탁자를 한 손으로 누르고 그녀에게 바싹 접근했다.

그는 정색을 하고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두 눈이 붉어지고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며 마치 감정 때문에 상처를 입은 소년처럼 가까스로 고집을 부리며 버텼다.

"아니면, 우리 거래를 할까요?"

월령안은 스스로를 독하다고 생각했지만 눈을 붉히며 상처 입은 듯한 소년의 모습은 확실히 그녀의 눈에도 조금쯤은 가련해 보였다. 그녀인들 어찌 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냉철하고 무정하기에 완안유가 잘생기고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 자세를 취한다고 해서 마음이 여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엿한 왕족이 마치 그녀에게서 버림을 받은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녀는 완안유에게 마음이 설렌 모습을 꾸며 보이기라도 해야 했다.

아무튼 앞으로 협력해야 할 사이였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녀는 완안유의 체면을 봐주어야 했다.

월령안은 한숨을 내쉬며 어찌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월씨 가문은 백 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신용을 가장 중히 여겼어요. 주나라 조정과 약속한 일은 반드시 해내야 해요. 그 자객은 제가 꼭 주나라로 데려가야 해요. 이 일과 상관없는 거래라면 우리는 이야기할 수 있어요."

"내가 만약 그 사람을 꼭 죽여야 한다고 하면?"

완안유는 용모가 화려하게 아름다웠다. 날카롭고 예리하게 아름다웠다. 발갛게 빛나는 눈동자에는 아름다운 빛과 싸늘함이 어려 있었다.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

"그럼, 각자 능력에 맡겨야죠!"

월령안은 뒤로 숨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완안유를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은 아주 가까이 있었다. 한 사람이 숨을 쉬면 피차간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도 맡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다. 또한 서로의 표정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완안유가 갑자기 물었다.

"그 자객이 육장봉인가?"

"이것은 제가 주나라와 협력하는 범위에 들지 않아요. 십육 전하께서 준비하신 패가 충분하다면, 제가 나서서 금나라 황제를 암살한 사람이 육장봉이라고 증언할 수 있어요."

월령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침착하고 평온하게 대답했다. 얼굴에는 추호의 변화도 없었다.

"육장봉을 팔아먹으려고?"

완안유는 길게 째진 눈꼬리를 살짝 치켜세웠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거래하는 것뿐인데 어찌 팔아먹는다고 말할 수 있나요? 자객은 가면을 쓰고 있었고 아무도 그가 누구인 줄 몰라요. 자객을 잡지 못하면 당신들이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해도 되죠. 아무튼 증거가 없잖아요. 그냥 세 치 혀의 일일 뿐이에요. 어떻게 말하든, 누가 말하든 무슨 상관이 있나요?"

월령안은 우습다는 듯이 말했다.

"제가 없으면…… 당신들이 금나라 황제를 암살한 죄명을 육장봉에게 뒤집어씌우지 않을 것처럼 얘기하시네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곽하를 가리키며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

"곽 장군은 주나라 조정의 덕을 보고도 또 금나라 황제가 암살당한 일을 빌려서 주나라에서 큰 이익을 뜯어내려 하고 있어요. 십육 전하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사람을 잡지 못하면 금나라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금나라의 국력도 주나라보다 별로 강하지 않았다. 아직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빈말로 주나라를 머리 숙이게 할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당신과 육장봉, 두 사람은……."

완안유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이해할 수도 없고 무척 놀라기도 한 듯했다.

월령안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십육 전하께서는 저더러 전남편을 위해 손에 들어온 이익을 포기하라고 하시는 건가요?"

"당신을 믿어도 될까?"

그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월령안은 육장봉을 위해 자존심도, 체면도 모두 버렸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육장봉을 팔아먹을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그가 받은 정보와 일치하지 않았다.

그는 월령안에 대해 얼마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십육 전하, 장사에 있어서는 월씨 가문 사람들의 신용을 믿으셔야 합니다."

월령안은 엄숙하게 말했다.

"월씨 가문 사람은 자기 가문의 명예를 가지고 농담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녀를 믿을 필요는 없었다. 그녀를 믿으면 그녀에게 배신당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당신은 육장봉을 위해 금나라에 온 게 아니야?"

그는 이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월령안의 말은 정말일까?'

"십육 전하는 육장봉이 없다면 제가 조정에서 시키는 대로 할 것 같나요?"

그녀는 육장봉을 위해 왔다는 사실을 숨김없이 인정했다.

완안유는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러고는 확신하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금나라 황제를 암살한 복면인은 바로 육장봉일 것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야기하고도 십육 전하께서는 결국 수고비를 주지 않으시려는 모양이군요."

월령안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십육 전하, 장사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니죠. 물론 감정도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월령안은 방자하게 완안유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조금의 체면도 남겨 주지 않았다.

"십육 전하께서는 자신의 매력이 끝이 없어, 제가 정신을 못 차리고 득실을 따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입 닥쳐!"

완안유는 갑자기 벌컥 몸을 일으키더니 화가 나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잖아!"

그는 미색을 미끼로 월령안을 유혹하려는 속셈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말을 그는 할 수 있지만 월령안은 입 밖으로 말해서는 안 되었다.

특히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면 더 안 되었다.

월령안은 한쪽 손을 팔걸이에 올려놓고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그럼 십육 전하께서는 무슨 뜻인가요?"

"자객은 육장봉인가, 아닌가?"

완안유는 속마음을 들키자 더는 애틋함을 연기할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차가운 얼굴로 따졌다.

"제가 말했잖아요. 수고비만 충분하게 준다면 자객이 육장봉이라고 잡아뗄 수 있다고요. 수고비는 주지 않으면서 저더러 당신을 위해 말을 해 달라니. 십육 전하께서는 참 얼굴이 어지간히 두껍군요."

완안유는 생각해 보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첫째, 그녀는 주나라 사람이었다. 둘째, 그녀는 육장봉과 남다른 사이였다.

이런 상황에서 완안유는 무슨 자신감으로 그녀가 자신을 위해 말할 거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수고비를 받아야만 진실을 말할 수 있다는 건가?"

완안유는 실눈을 뜨고 있었다. 눈에는 위험한 빛이 서려 있어 노한 듯했으나 사실은 월령안에게 함정을 파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월령안은 화가 나서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상인이에요. 당신은 저를 부리면서 수고비를 주지 않으려고 해요. 십육 전하, 지금 저를 놀리시는 건가요?"

월령안은 태후의 도움이 필요한 걸 봐서 끝까지 완안유와 척지지는 않았다.

그녀 앞에서 함정을 파다니. 완안유는 그녀가 함정을 파서 사람을 묻는 실력이 아주 조상급인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월령안은 완안유의 어리석은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입구를 가리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십육 전하, 문이 저쪽에 있습니다. 배웅하지는 않겠어요."

그녀는 오랫동안 참아서야 '꺼져'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곽하는 내가 데리고 가겠다!"

그는 월령안이 입을 열어 그에게 도움을 청하기를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그는 월령안이 육장봉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믿지 않았다.

"데려가세요!"

월령안은 차갑게 웃었다.

완안유는 이를 갈며 말했다.

"당신은 곽하가 그의 행방을 나에게 말해 주는 게 겁나지 않는 건가? 그가 내 손아귀에 떨어질까 무섭지 않아?"

"제가 말했잖아요. 각자 능력에 맡기자고요."

장소도 분별하지 못하고 욱하다니, 과연 어린애는 어린애였다.

정말 모두들 그의 어머니처럼 그를 아껴야 한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정말 그녀가 운을 걸면 평생 가는 줄로 생각한단 말인가.

완안유는 그녀가 언제든지 손을 뗄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그래! 월령안, 후회하지 마."

완안유는 옷소매를 젖히고 떠나갔다. 곽하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

그는 월령안이 부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완안유는 실망하고 말았다. 월령안은 깔끔하게 명령을 내렸다.

"아로한, 곽 장군을 십육 전하의 마차로 보내라."

그녀에게 꼼수를 부리다니.

완안유는 아직 너무 어렸다.

월령안은 결국 완안유를 잡지 않았다. 완안유는 갑갑한 마음을 누르며 곽하를 데리고 떠났다.

월령안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는데 수횡천이 막아 나섰다.

"령안, 곽하 수중의 정보가 만약 사실이라면 어떡하지?"

"사람을 보내 완안유를 지켜볼 거예요. 수 오라버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그녀는 곽하가 육장봉의 정보를 제대로 파악했다고 믿지 않았다.

곽하는 전혀 육장봉의 적수가 아니었다. 운이 좋아 육장봉의 종적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육장봉은 이미 도망쳤을 것이다.

때문에 그녀는 곽하 수중의 소식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월령안은 관심이 없지만 완안유는 그 소식에 큰 관심을 가졌다.

월령안은 일찍 황제라면 대신들에게 끌려다니지 말아야 하고, 황위를 쟁취할 때도 대신들이 마음대로 규칙을 제정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황위를 차지하는 데 더욱 편리하고, 더욱 빠른 방식이 있는데 왜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하겠는가.

왕부에 돌아가기도 전에, 마차 안에서 완안유는 곽하에게 따져 물었다.

"곽 장군, 폐하를 암살한 자가 육장봉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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