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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22)화 (722/1,004)

722화 너희들이 말하는 그는 누구냐?

그는 월령안보다 한 살 반밖에 어리지 않았다. 왜 그가 한 말이 홧김에 한 말이 되고, 그가 어린애가 된단 말인가.

그는 방금 수횡천에게 도발한 행동이 매우 유치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수횡천의 잘못이었다.

수횡천이 무능해서 월령안이 부상당하게 하지 않았다면, 그도 어린애처럼 언어로 수횡천을 자극해 그더러 먼저 손쓰게 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네. 네. 제가 말을 잘못했네요. 십육 전하께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월령안은 시원하게 잘못을 인정했다. 겉으로는 아주 진지했다.

'어린애와 무엇을 따져.'

완안유는 자신이 어린애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하는 행동이 어린애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가 조금이라도 성숙하면 그런 유치한 언어로 무림 고수를 도발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몇 마디 말에 격노한 수횡천도 유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순간 그녀는 육장봉이 조금 그리웠다.

솔직하게 조금이 아니라 너무나 그리웠다.

육장봉은 아무 일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그곳에 있기만 해도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녀는 전전긍긍할 필요도, 걱정하고 무서워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금나라에 온 지 거의 보름이 넘도록 그에게는 아무 소식도 없었다.

월령안은 잠깐 정신을 팔았을 뿐인데 완안유에게 바로 걸렸다.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그녀 앞에 서더니 기세등등하게 물었다.

"당신 지금 누구를 생각하는 거야?"

그는 월령안의 얼굴에서 그리움과 걱정을 보아냈다.

"저는 지금……."

월령안은 하마터면 육장봉의 이름을 말할 뻔했다. 그녀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잠시 멈칫했다. 기회를 틈타 다시 할 말을 가다듬은 다음에야 말했다.

"저는 누군가를 생각한 게 아니에요. 저는 다만…… 당신이 해주 공주와 대황자 수중의 세력을 모두 가진 다음 그분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 '그'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완안유는 알고 있었다.

그는 잠시 침묵한 뒤 물었다.

"오늘 오후, 그 성 북쪽에서 난 화재 사건이 그와 관련된 건가?"

사실 그는 그 화재 때문에 찾아온 것이었다. 그의 사람이 월령안이 그곳에서 반 시진 동안 머물렀다는 것을 조사해 낸 것이다.

월령안이 떠나자마자 뒤쪽 다락방에 불이 났다.

"저는 보지 못했지만 그분이 맞아요."

월령안은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

"아쉽군."

완안유가 탄식했다.

"아쉽지 않아요."

월령안도 오후에 퍽 아쉬웠다. 하지만 완안유 앞에서는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비밀스럽게 한마디 했다.

"나타나면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에요.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겁내겠어요?"

완안유는 갑자기 웃었다.

"당신 말이 맞아.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겁내다니! 월령안, 기다려…… 내가 반드시 이길 것이다."

수횡천과 아로한은 두 사람이 둘만 알아듣는 이야기를 하자 마음속으로 소외감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들은 곧 기뻐했다.

월령안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완안유에게 읍했다.

"전하께서 소원을 이루기를 기대합니다."

월령안은 자연스럽게 한 걸음 물러섰다. 완안유는 그녀가 일부러 거리를 둔다는 것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월령안의 말에 기쁨에 찬 얼굴로 곽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은 나한테 맡겨. 걱정하지 마. 당신을 괴롭히지 못하게 깔끔하게 처리할 거야."

이 처리는 곽하뿐만 아니라 곽하의 심복이나 가족까지도 깨끗하게 처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월령안에게 누를 끼치지 않게 될 것이다.

완안유 말속의 깊은 뜻을 월령안뿐만 아니라 곽하도 알아들었다.

곽하는 드디어 두려움이 몰려왔다.

월령안은 그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다.

그는 비록 기세등등하게 찾아왔지만 월령안이 감히 그를 죽일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는 월령안이 배경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월령안을 죽이지 않는 이상, 월령안이 설령 하늘을 찌르는 능력이 있더라도 함부로 금나라 대장군인 그의 목숨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완안유의 손아귀에 떨어지면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는 완안유의 야심을 알게 됐다. 완안유가 해주 공주와 대황자에게 손쓴 것도 알게 되었다. 그가 완안유의 손아귀에 떨어지면, 완안유는 절대로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곽하는 가까스로 기어 일어났다.

"월령안, 내가 그 사람의 정보를 안다……."

지금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월령안뿐이었다.

그는 월령안과 흥정하지도 않고 다급하게 패를 꺼냈다.

"내 목숨을 살려 주면 그 사람의 소식을 알려 줄게.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대로 십육 전하를 지지할 거야. 대황자의 군내 세력들은 모두 내 손에 있어. 십육 전하를 위해 힘쓸 것이다."

곽하가 꺼낸 패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하지만 월령안은 망설임 없이 뒤로 물러서며 완안유를 가리켰다.

"미안해요. 십육 전하의 일은 제가 결정할 수 없네요. 십육 전하와 이야기해 보세요."

하지만 완안유는 곽하가 제안한 거래에 주목하지 않았다.

"너희들이 말하는 그는…… 누구냐?"

"그는……."

곽하는 특별히 뜸을 들이고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는 월령안이 거리낄 거라고 생각했다.

"왜? 말할 수 없는 것이냐?"

완안유는 어두운 얼굴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월령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쪽으로 물러섰다.

"당신들의 일은 제가 관여할 바가 아니에요."

"월 낭자, 정말로 말해도 되는 것인가?"

곽하는 이를 갈며 화가 나서 월령안을 노려보았다.

그 사람의 정보는 그의 유일한 패였다. 만약이 이 패도 월령안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면 그는 오늘 어쩌면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완안유는 그를 믿을 수가 없었다.

"령안……."

수횡천이 긴장해서 월령안을 바라보며 설득하려는 순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수 오라버니, 사람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슨 말이라도 다 하게 돼요."

곽하는 그녀의 손에서 죽어서는 안 되었다. 결국 완안유의 손아귀에 잡히게 돼 있었다. 곽하가 살아남으려고 무슨 뒷손을 남겼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값어치가 많이 떨어진 소식으로 거대한 대가를 치를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그녀는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았다.

수횡천은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황제는 그들더러 곽하와 거래하라고 했다. 곽하는 확실히 뭔가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곽하는 다급해졌다.

"월령안,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잖아……."

"당신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당신의 정보가 사실이라고 맹세할 수 있나요? 그리고 당신의 정보를 십육 전하와 거래하면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될 거예요. 아닌가요?"

월령안은 감정 기복이 없이 차분하게 말했다.

월령안은 얼굴이 어둠에 묻혀 있었다. 수횡천은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말이 너무 냉담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자 수횡천은 냉정해졌다.

그는 월령안을 믿어야 했다.

월령안은 누구보다도 더 그의 안위에 신경 쓸 것이다.

여기까지 듣고 완안유는 마침내 알아챘다.

"그는…… 그 자객을 말하는 것이냐?"

"네!"

곽하가 대답하기 전에 월령안이 먼저 말했다.

"저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금나라에 와서 그를 데리고 가기로 했어요. 수 오라버니가 금나라에 온 것도 이 일 때문이에요."

"월령안……."

곽하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내가 그의 정보를 누설할까 봐 당신은 무섭지도 않나? 금나라가 주나라와 전쟁을 벌일까, 그가 금나라에서 죽을까 두렵지 않느냔 말이다."

월령안이 다 말하고 나면 그의 수중의 패가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그의 수중의 패가 월령안에게 무용지물이라면 그는 무엇으로 연명해야 한단 말인가.

"입 닥쳐!"

아로한이 다가가서 곽하에게 발길질을 해 사람을 구석으로 도로 차 던졌다. 그리고 그의 목에 칼을 대고 더는 말하지 못하게 했다.

완안유는 이를 막지 않았다. 그는 월령안을 보며 말했다.

"그 사람은 주나라 조정의 사람인가?"

월령안은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완안유는 또 물었다.

"누군가 그 자객이 마교 교주 남상권이라고 했어. 사실인가?"

월령안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모르면서 당신은 금나라에 와서 무엇을 하는데?"

월령안은 웃으며 말했다.

"십육 전하, 저는 상인입니다. 돈만 벌면 그만입니다. 이런 것들은 저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그녀는 알고 있습니다. 자객이 누군지 압니다! 저도 그 자객이 누구인지 압니다."

곽하는 아로한의 위협을 무시하고 크게 소리 질렀다.

"조용히……."

아로한의 검이 이미 곽하의 목덜미를 찢어 놓았다. 당장 곽하의 목숨을 취하려는 순간, 월령안이 제지했다.

"말하게 놔두어라!"

"컥컥……."

곽하의 눈에는 한 줄기 악독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완안유의 앞에서 월령안의 사람이 감히 그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를 죽이는 것은 완안유에게 제 발이 저린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었다.

월령안이 그를 보호하려 하지 않았으니, 그가 악랄하다고 탓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곽하는 아로한의 검을 밀쳐내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남상권이 아니라 육장봉입니다! 자객으로 분장해 폐하를 죽이려 한 자는 주나라의 대장군 육장봉입니다."

곽하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또 한마디 덧붙였다.

"월령안은 오직 육장봉만을 위해 모험할 것입니다."

완안유는 또다시 월령안을 바라보면서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녀가 그의 마음이라도 저버린 것처럼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월령안은 당당하게 그리고 대범하게 인정했다.

"맞아요. 육장봉만이 저를 모험하게 할 수 있어요. 곽 장군은 저를 잘 아는군요."

"당신…… 그를 위해 금나라에 온 건가? 나를 지지하는 것도 그를 위해서인가?"

완안유는 눈동자가 살짝 붉어진 채로 혹시라도 그녀의 미세한 표정이라도 놓칠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수횡천도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일 처리 방식을 간파할 수 없었다. 그리고 눈앞의 이 국면을 그녀가 어떻게 해결할지도 알 수 없었다.

눈앞의 완안유는 월령안에게 남녀 간의 정을 품고 있는 게 분명했다.

물론 이것은 완안유가 꾸며낸 것일 수도 있었다. 그는 조정의 사람들과 오래 거래하면서 그들이 진짜로 정을 주든, 가짜로 정을 주든 모두 너무 사실적으로 가장해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어찌 됐든 십육, 완안유가 이런 태도를 보이면 월령안은 오늘 쉽사리 대충 흘려 넘길 수가 없을 것이다.

완안유는 수횡천의 동작을 보고 화가 난 아이같이 뾰로통해서 한마디 덧붙였다.

"월령안, 나는 당신의 솔직한 대답을 원한다. 날 속이면 안 돼. 난 진솔한 대답이 듣고 싶어."

속인다고? 그녀는 누군가를 속일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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